<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울리 에델, 1989, 18세)-절망과 희망의 이중주, 그리고 교회의 공적인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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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과 희망의 이중주, 그리고 교회의 공적인 책임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울리 에델, 1989, 18세)


최성수

  이 영화는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로 이뤄진 음악(A Love Idea)으로 더욱 유명한데, 원작은 독특한 문체로 해독하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동성애, 매춘, 마약, 파업, 길거리 폭력, 가정 폭력, 집단 윤간과 같은 사회적 금기를 여과 없이 다뤄 뜨거운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1964년 휴버트 쉘비 주니어의 소설이다. 소설에서는 각 장의 첫 페이지마다 성경 구절이 삽입되어 있어 작가가 다분히 시대적인 배경을 종교적인 이미지를 차용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시대적 배경인 미국의 1952년은 한편에서는 매카시즘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한국전 참전으로 국내외적으로 혼란이 가득했던 시기이다. 불안하고 암울한 분위기에서 일탈과 범죄로 고통 받는 사람들은 언제나 하층 계층의 사람들이다. 미국 내에서 벌어진 영화에 대한 토론과 반응들을 통해 확인한 것이지만, 영화는 뉴욕의 변두리 지역인 브룩클린에서 장기 파업(당시에는 공산주의자들의 행동으로 비난받은 것이다) 중인 노동자들의 삶에 집중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현실 인식을 환기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책임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Exit의 의미는 비상구가 아니라 ‘출구’이기 때문에, 영화는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진입로를 이미지화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영화 이해의 관건은 ‘브룩클린’이 오늘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인데, 필자가 이해하는 한, 브룩클린은 길에서 벗어남, 곧 일탈이며, 절망적인 삶, 곧 미래가 없는 삶을 은유한다.

  무엇이 우리를 절망적이고 미래가 암울한 삶으로 이끌어 가는가? 영화는 바로 이 문제를 고민하면서 당시의 시대적인 배경 속에서 나름대로 대답을 모색하려 한 것으로 생각한다. 영화적인 재현에 따르면, 절망적인 삶으로 가는 진입로는 장기 파업과 같은 상황에서 성으로 혹은 폭력으로 일탈을 꿈꾸는 것이다. 한국전에 참전하는 군인과 같이 비록 누구는 이런 일탈을 새로운 인생을 향해 나아가는 기회로 삼는다 해도, 대부분은 오히려 파국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을 환기시킨다.

  영화는 다소 경영자와의 협상 결렬로 인한 장기파업을 중요 요인으로 제시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영화 속 슬럼 지역 사람들의 모습은 비록 장기 파업이 없다 할지라도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파업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삶과 사회적인 긴장감을 대변하는 장치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일터로 가는 노동자들의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밝고 활기찬 아침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감독은 의도적으로 장기 파업과 그것에 대한 사회적인 비난으로 인한 긴장된 분위기를 부각시키고 있다. 사실 반공이데올로기에 따라 파업을 비난했던 상황이었던 만큼 장기 파업의 현장은 긴장감을 넘어 적대감이 지배적인 상황일 수밖에 없다. 정치 경제적으로 암울한 상황이 만들어내는 절망적인 삶에서 일탈을 꿈꾸게 하는 곳, 바로 그곳이 비유적으로 설정된 공간인 브룩클린이며, 우리와 멀리 있지 않은 일상의 삶이다.

  영화는 단순히 관음증을 충족시키거나 현실 비판만을 목표로 삼지는 않고 있다. 브룩클린을 떠나는 것을 능사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비록 삶 자체를 불안하게 만드는 상황이 브룩클린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또 아무리 암울한 정치적 상황일지라도 삶의 희망이 결코 부재하지 않음을 역설한다. 그것은 노동이며, 가정이며, 그리고 진정한 사랑이다.

  한편으로 아쉬운 점은 바로 이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교회의 역할이 세례를 베풀고 결혼을 집례하는 모습에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시대적인 문제를 두고 고민하는 교회의 공적인 책임의식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아쉬움은 오늘 한국 교회가 무엇에 관심을 갖고 주목해야 할 것인지를 강하게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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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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