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라크르와 이미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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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라크르와 이미지 사회

 

 

1981년에 나온 책,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은 35년이 지난 오늘에도 수많은 질문과 통찰을 던져주고 있다. 흑백 TV가 등장했을 당시, 화면에 비쳐지는 이미지와 무수한 문화적 기호들이 근대 사회의 실재성과 허구성을 어떻게 연결시키고 있으며, 소비사회가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간파하고 있다. 그에게 현대사회는 이미지 사회이다. 수많은 매체들에서 쏟아지는 이미지들, 즉 기호들이 폭팔적으로 넘쳐나고 있으며, 현대들의 뇌리에 잠깐 스치고 지나가버리는 소모적 존재가 되어 버렸다. 맥루한의 말처럼 메시지는 사라지고 매체만 남았다.

 

 

『시뮬라시옹』이 던지는 몇 가지 질문들이 있다. 첫째는 ‘실재하는 현실이 무엇인가’이다. 오늘날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한 가상의 공간이 무한히 확장 중에 있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구별하는 것이 더이상 무의미한 논의가 되었지만,  이미지의 공간을 직접적인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이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가상의 공간은, 허구의 세계라는 본연의 속성에도 불구하고 실재보다 더욱 실재로 작동하고 있다. 실재를 가능하게하고 움직이는 동력으로서 가상 공간의 영향력은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버렸다. 다시말해 현실과 가상의 논의는 시대 착오적인 생각일 수 있다는 사실.

 

어쩌면 실재의 추상화와 단순화 과정을 통해 도출된 이미지가 실재보다 더 실재를 재현해내는지 모른다. 하나의 기호와 상징은 문화를 통하여 사람들의 상상과 언어적 과정을 통해 전달되어왔고, 의미의 파괴와 재형성의 반복을 거듭해왔다. 가상이 허구라 하더라도 인간의 삶은 언제나 가상의 공간, 즉 상상력의 공간으로부터 발전을 거듭해온 것이다.

 

 

개혁교회 전통에서는 성상의 활용과 이미지들을 부정시해왔다. 중세시대에 복음의 진리를 왜곡했던 수많은 이콘들을 금지했기 때문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개신교는 이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트모던 시대에 기독교를 넘어서 종교적 영성이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지와 조각, 건축물들이 주는 종교적 분위기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지가 실재를 대신하지는 못하지만, 실재로 향하는 중요한 통로가 되는 셈이다. 어쩌면 성경과 교회의 전통이 계승 유지될 수 있었던 것도 수많은 이미지들안에 존재해온 상징과 기호들 덕택인지 모른다. 실재는 보이는 형상으로 굳어질 수 있지만 다르게 말하면 그 이미지 덕택으로 더 풍부하게 표현되어질 수 있다.

 

 

발터 벤야민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예술 작품이 모방되는 사회에서 본질의 아우라가 상실되었다고 말한다. 모방된 무수한 모조품들로 인해 진품의 아우라가 상실될 수는 있지만 모조품의 확산으로 진품의 가치가 더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신앙적 이미지의 무한한 재생과 반복이 기독교의 신성함을 떨어뜨릴 수 있지만, 반대로 성서의 가치와 의미들을 더 많이 전파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하나님을 대신하는 어떠한 우상적 시도는 단연 거부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미지 사용에 위험성이 분명히 있다. 어떤 메시지이든 처음 발생한 시점과 그 메시지가 전달되었을 때의 차이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시간적 공간적 차이에서 오는 이미지의 재해석에는 그것을 전달하는 매체와 화자의 의도가 깔려 있다. 상징의 의미는 왜곡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해석을 기다린다. 중요한 것은 그 이미지와 상징을 해석할 이들을 잘 교육하고 지도하는 것이다. 마치 어떤 암호를 풀이하듯, 비밀스러운 독해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미지가 말하고자 하는 순수한 의도를 드러내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보드리야르의 지적대로 시뮬라크르는 이미지, 모방, 위조 위에 세워지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며 낙관주의적 토대위에 있다. 그리고 기계에 의해 물질화되며, 생산 시스템으로 끊임없는 해방과 세계화를 위해 팽창한다. 또한 정보와 통신을 통해서 완전한 조작과 통제를 목표로 한다. 매체를 통해야 한다는 점에서 누군가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이미지는 자아를 증식하고 확대함으로 사회가 만들어놓은 소비경제 시스템에서 살아돌아다니는 존재이다.

 

이미지 사회는 빠른 전파와 해석을 통해 문화적 동질화를 추구한다. 사회가 추구하는 동일한 가치관과 방향을 따르게 하면서 이미지가 지시하는 본래적 가치를 소멸시키고 이미지를 해석하는 각자의 고귀한 피조적 특징들을 파괴시킨다. 이처럼 구체성이 상살되는 세계, 실재가 비실재화되는 세계는 곧 종말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대에서 하나님을 말하고 신앙의 본질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진정성을 가질수 있을까? 그의 지적처럼 신이 하나의 시뮬라크르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수많은 이미지와 상징으로 표현된 신은 매체를 통해 다양한 모습과 의미로 전파되며, 매체를 신봉하게 하는 기재로 작동될 수 있다. 

 

신을 기호로 여겨 소비해야 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신앙 할 수 있을까?

하나님의 이미지로서 우리는 어떤 의미를 담지하며 존재할 수 있을까? 

 

 

화선교연구원 김승환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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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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