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읽기/교황분석] 교황 프란치스코를 통해 본 시대정신 - 평등과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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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프란치스코를 통해 본 시대정신 - 평등과 연대




교황 프란치스코에 대한 관심이 점점 열기를 더해간다. 그는 2013년 Time지에서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그의 행보와 메시지는 연일 언론이 주목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반응한다. 합리적 이성의 발전과 기술사회의 진전으로 종교가 무의미하고 곧 사라질 것 같았다. 하지만 최근 교황에 대한 관심으로 볼 때 포스트모던 시대의 종교의 역할과 대중의 필요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개신교의 위상이 점점 추락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회가 읽어내지 못하는 시대적 정신과 대중이 바라는 소통이 무엇인지 그가 아는 듯 보인다. 

‘시대 정신’은 그 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즉, 대중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가치와 정신적 지향점이라 할 수 있다. 주도권을 행사하는 정치와 경제계의 권력층이 공유하는 생각과는 거리가 있다. 오늘날의 사회를 지배층과 피지배층으로 나뉘는 것이 무리가 있지만 권력을 가진 이들이 대중의 요구를 잘 읽어내지 못할 때 사회는 분열과 대립으로 치닫게 된다. 대다수의 국가의 문제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교황은 즉위명으로 프란치스코를 선택했다. ‘가난한 이들의 성자’로 알려진 성 프란치스코의 삶을 따르고 한 것이다. 그는 교황으로 즉위하면서 탈권위적인 모습을 보인다. 목에 걸던 황금 십자가를 금속 십자가로 바꾸고, 전철을 타고, 병자를 안고 기도하고, 노숙인들과 함께 머무는 동네 할아버지와 같은 친근한 모습을 보인다. 

그를 움직이는 핵심 가치가 무엇일까? 추기경들에게 했던 첫 강론의 핵심은 ‘평등’이었다. 사회가 안고 있는 계층적, 이념적 대립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먼저 탈권위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로마 카톨릭의 지배적 이미지를 내려놓고 소탈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셉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의 대가>에서 자본주의 하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빈곤층이 늘어나고 교육, 건강, 문화적 격차가 점점 심화될 것을 전망했다. 그리고 사회경제적 기득권자들은 자신들의 입지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 전망했다. 교황은 불평등을 낳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며 약자의 편에 선 교회를 외친다. 

이는 권력과 물질의 중심으로 향해가는 한국교회에 큰 도전을 주는 대목이다. 정의와 평화라는 거창한 슬로건보다 상처와 배고픔으로 눈물 흘리는 이들과 연대하는 낮은 행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우는자들과 함께 우는 공감적 영성이 필요할 때이다. 평등은 위치와 재산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하나님 앞에서 동일한 형상과 인격을 가진 존재로 대우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 약자를 향한 어떤 행사와 기획된 프로젝트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다가가가는 친밀함의 모습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톨릭은 동성애와 낙태를 반대하며 죄로 인정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죄에 대한 평가는 오직 하나님께 달려있다 말한다. 교리를 넘어서 사람을 향한 유연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평등의 관점에서 구별짓기가 아니라 화합과 연대를 추구하는 것이다. 평등이 하나님 앞에서 동일성의 회복이라면 연대는 하나님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삶을 말한다. 교회가 거룩과 세속을 구분하면서 세상과 거리두기를 하기 보다는 세속안에 있는 거룩성의 발견하고 그 안에서 빛을 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람의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세상안에 들어오신 하나님, 성육신적 삶은 연대와 화합을 통한 시대적 가치의 현현이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섬김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열심을 다하여 왔다. 하지만 사회에 비춰지는 교회의 이미지는 전혀 낮은 자의 모습이 아니다. 섬김은 있지만 낮아짐이 없었던 것이다. 섬기는 그리스도인들은 있지만 낮은 자리에 머무는 자발적 가난의 영성은 부족하다. 교황을 통해 드러나는 시대정신으로 교회가 삶을 통하여 평등과 연대를 향한 낮아짐의 영성이 회복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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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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