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소통/영화] <노아> 왜 지금 노아를 말하는가? - 최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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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노아를 말하는가?

<노아>(대런 아로노프스키드라마, 15, 2014)


최성수 박사


성경 이야기를 소재로 다룬 영화를 성경 재현 영화라 한다. 성경 재현 영화는 그동안 성경을 읽고 듣던 관습에서 보고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영상문화 시대에 매우 적합한 복음 전달 방식이다. 대표적인 영화로 <십계>(1982)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예수>(1979)와 같이 오직 복음서의 기록에만 의지해서 만들어진, 그야말로 다큐멘터리처럼 제작된 영화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영화적인 재미를 위해 상상력이 동원되었다. 특히 성경의 내용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성경 이외에 다른 사료들도 참고하여 반영하였기 때문에 성경만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다소 의아함을 안겨주기도 했으나, 그래도 성경의 기본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감상하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아로노프시키의 <노아>는 성경 속 인물 노아와 홍수 이야기만을 소재로 삼았을 뿐 성경의 내용과 상당 부분 다르다. 성경 이야기를 보고 경험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면 크게 실망할 것이다.


사실 노아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대체로 성경 재현 영화를 생각했다. 게다가 영상 기술의 발달은 신화적인 요소와 그동안 영화적으로 다루기 힘들었던 부분들을 충분히 표현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사람들은 기대했다. 그런데 <노아>는 많은 부분에서 전혀 기대 밖이었다. 무엇보다 성경 재현 영화라고 볼 수 없다.


감독은 노아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변형하면서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 했던 것일까? 영화 미학적으로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성경의 내용과 다를 경우 그리스도인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을 몰랐던 것일까? 그렇다고 제작사나 감독이 그리스도인들의 기대하는 이미지가 무엇인지를 파악하지 못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성경 이야기의 기본적인 구조(죄의 범람-홍수로 심판-새로운 시작)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이야기 얼개와 인물의 출현이 성경과 전혀 다르게 만든 것일까?


성경에 나오는 노아 이야기는 인류 심판의 전형이다. 소위 노아의 시대 혹은 노아의 때는 심판의 때로 언급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서 노아의 때는 인간이 하나님을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살아가는 모습으로 가득한 시대이며, 노아의 방주는 이에 대한 하나님의 구원과 심판을 말한다.


한편, 노아 시대의 홍수로 세상의 악은 근절되지 않았다. 하나님은 사람의 마음이 원래부터 악함을 아셨기 때문에 더 이상 물로 심판하시지 않을 것을 다짐하셨고(8:21), 9:8-17에서는 이 다짐을 확증해주시는 의미에서 노아에게 무지개를 보여주시면서 언약을 주셨다. 노아 이후에도 인간의 역사는 계속 되었고, 하나님을 무시하는 일 역시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역사는 계속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이다.




감독이 노아 이야기를 소재로 삼은 까닭은 이 시대에 가득한 종말론적인 정서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환경오염, 생태계 교란, 오존층 파괴 등.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 사건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종말론적인 분위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시대다. 이미 롤란트 에머리히 감독은 환경 파괴와 인간의 탐욕스런 욕망이 빚어내는 결과를 영화적으로 다루었고(<투모로우>, <2012>, <화이트하우스다운>, <인디펜던스데이> ) 또 다양한 방식으로 지구 종말을 경고했다. <블랙 스완>을 통해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을 입증한 바 있는 아르노프스키 감독은 아마도 에머리히와 다른 형태로 이 시대의 종말론적인 메시지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는 노아와 그 시대의 인간을 떠올렸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재림의 시기를 노아의 때와 같을 것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24:37)


흥미롭게도 감독은 노아가 홍수 심판과 관련해서 자기와 가족이 홍수 심판으로부터 벗어나는 사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에 대한 상상력을 삽입한다. 감독의 생각에 따르면, 하나님의 심판에는 누구도 예외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노아 자신과 가족도 포함되어 있어야 했다. 영화에서는 하나님의 뜻에 대한 노아의 확신으로 표현되어 있지만, 성경에 나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은 분명 감독 자신의 생각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바로 여기서 제기되는 질문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노아의 가족을 살리시고 또 새로운 세상을 맡겨주신 이유는 무엇일까? 도대체 죄인으로서 마땅히 심판 받아야 할 인간이 심판 이후의 시대를 살아간다면, 그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인가?




파격적인 변형을 감행하면서까지 노아의 이야기를 영화로 재현한 까닭은 감독이 바로 이 질문에 대답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대답에 따르면, 새로운 세상은 오직 하나님이 자비로 비롯하는 것이며, 비록 인간의 역사는 반복된다 하더라도 하나님의 자비는 새롭게 시작하는 세상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말론적인 분위기로 가득한 현 시점에서 새로운 세상을 기대할 수 있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자비 때문이고, 또한 새로운 세상을 살아갈 사람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일은 하나님의 자비가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표현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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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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