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주광우] 영화와 함께…(포스트모던시대의 영화 I)



반응형



현대를 포스트 모더니즘의 시대라고들 이야기한다. 실제로 포스트모더니즘이란 용어는 문학, 예술, 건축, 철학, 사회이론, 매스컴 등 다양한 분양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것은 하나 아닌, 여러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통일된 정의가 존재할 수는 없다. 심지어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거나 모순되고 혼란스런 현상을 포스트모던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마도 포스트모더니즘은 그 자체가 완전히 드러난 것이 아니라 아직도 형성 과정에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
비록 포스트모더니즘의 정의 내리기는 힘들더라도 몇 가지 특징을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인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다원성의 원리와 중심이 되는 사상들의 해체로 볼 수 있다.
영화의 시대적 이해와 적용 역시 이러한 사상적 범주를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해체주의 입장에서 영화로서의 자화상을 적용해 보며 또한 대중매체로서 영화 형식과 장르의 다원화와 실태를 이야기해 보자.

<해체주의 입장에서 본 영화>

과연 영화 자체의 장르는 무엇일까? 영화는 하위 문화일까 상위 문화일까? 오락과 학문(또는 철학이나 지성사)의 틈바구니에서 영화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우리가 한번쯤은 고민해 볼 수 있는 질문들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텍스트로서 인식되면서부터 이미 영화는 해체될 너무나도 많은 요소들을 그 속에 내재하고 있다. 사실 영화는 그 자체가 해체주의를 위한 좋은 도구로 사용된다. 단순한 하위 문화쯤의 하나로만 여겨졌던 영화의 시초와 발생은 그 자체가 주류 정신사로 취급되어왔던 문학이나 철학에 비해 품격 떨어지는 소외된 장르(the marginalized)로 여겨졌다.

문학과 철학의 비중에 대한 차이점을 이야기하면서 데리다는 그의 책 “Glas”에서 문학과 철학의 구분선과 높고 낮은 가치의 차이를 해체해 버린다. 그는 좋은 가정에서 최고의 교육과 환경을 통해 탄생한 철학자 헤겔과 동성애자이며 범죄자인 작가 장 주네(Jean Genet)의 비교를 통해 철학이 추구하는 ‘Truth’와 문학의 ‘Freeplay’의 구분을 파괴한다. 그는 철학에서 중요시하는 개념이나 절대적인 것들이 결국은 문학에서 추구하며 다루는 은유나 자유로운 창조성의 연장에 불과한 것이라며 전통적으로 숭배되어 온 서양철학의, 개념을 만들어내고 우선 가치를 설정하는 지성사의 잘못된 오류임을 밝히고 있다.

바로 이런 데리다의 발상은 서양철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중심과 가장자리의 이원구조원리(binary opposition)의 해체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해체주의적 관점은 영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접근을 가능케 하였으며 오히려 끌려가는 종속적인 문화가 아닌 이제는 당당한 주류 문화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끔 하였다. 영화는 그 자체 속에서 고대 서양의 지성사가 추구해온 ‘present’의 개념과 시간의 개념을 충족시키면서 아울러 현대 이론의 공간 개념과 부재와 현존의 관계성 개념을 동시에 추구하는 종합적인 매개체이다.

현대 영화 속에서 미장센과 몽타주기법은 당연히 그리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빠지지 않고 영화의 완성에 종사하고 있다. 비록 초기의 의미보다는 많이 확대되었고 발전되었겠지만 결국 이 의미는 지금의 영화 이론이 고대의 서양 사상들의 맥락을 근거로 형성되었으며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 글에서도 보았듯이 단순한 표현기법 정도로만 알고 지나쳐 버릴 미장센과 몽타주 기법 속에는 수많은 당대 사상과 철학과 학문을 포함하고 있으며 지금은 지나가 버린 과거에 불과하지만 현재의 모습 속에 깊은 흔적을 남기고 있고 살아 표현되고 있다. 이것은 전통적인 서양의 가치인식의 개념을 영화가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과거 서양 지성사의 전통을 발전시킨다는 의미로만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이미 영화가 작가주의의 영향과 상업화의 영향에서 오는 관중, 즉 자체적인 독자층을 형성함으로써 텍스트라는 범주에 속하게 되면서부터 영화 속에 내재되어 있던 서양의 가치인식의 개념들은 서서히 해체되기 시작한다. 기존의 관중을 만족시키면서도 더 많은 독자(readers)적 개념의 관중 확보를 위해 영화와 영화 산업은 세분화가 필요하였으며 거기에 합당한 전문 인력과 장비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감독의 예를 들면, 이러한 수요로 인해 감독의 작가주의적 변신을 꾀하게 하였고, 나아가 더욱더 전문적인 시나리오 작가(문학과 사전적 의미의 전문 작가)의 요구를 가져오게 하였고, 감독은 더욱 더 발달된 각 분야의 전문가 도움 없이는 완성된 작품을 만들기 어렵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텍스트로서의 영화 인식은 작가주의를 등장케 하였고 이제는 영화의 중심에 놓여있고 영화 전체로 간주되었던 감독의 의미 해체를 가져오게 하였다. 오히려 현대에는 영화의 주체가 감독이나 영화의 주제와 플롯이 아닌, 전에는 단지 영화 도구의 하나로 여겨졌던 배우로 옮겨져 가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까지 되었다.

반응형
카카오스토리 구독하기

게 시 글 공 유 하 기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

네이버

밴드

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미지 맵

    웹진/문화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