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 돈은 욕망만을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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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욕망만을 키울 뿐이다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마틴 스콜세지, 범죄/드라마, 2013)

 

최성수 박사


가끔은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런 생각과 동시에 궁금해지는 일이 하나 있다. 부자가 된다면 세상을 보는 눈은 어떻게 달라질까 하는 것이다. 부자들이 보여주는 이기적이고 보수적인 행각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평소의 나 자신을 유지할 수 있을지, 나 역시 그렇게 바뀔 것인지 궁금하다. 사실 돈의 맛을 실감나게 경험해본 적이 없으니 알 수 없는 일이고, 또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이 없진 않으나, 솔직히 부자가 되면 나라도 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대중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접한 돈의 맛과 힘을 알기에 소유하고 있는 것을 지킬 뿐만 아니라 더욱 많은 돈을 축적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에 세계의 여론이 주목하고 있다. 특히 무절제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 약자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또 기득권자들을 향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 붓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어록에 보면 노숙자의 죽음은 기사가 되지 않는데, 주가는 2포인트만 떨어져도 기사가 된다거나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는 말을 읽을 수 있다. 자본주의 자체를 두고 비난할 수는 없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신자유주의와 금융자본주의가 인간의 욕망을 통제할 수 있는 끈을 놓게 만듦으로써 욕망에 독수리의 날개를 달게 해준 것이다. 결과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를 맞게 되었고, 이 일로 세계는 종말론적 분위기에 휩싸였으며, 마침내 시민들로 하여금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구호아래 대규모 시위를 촉발시켰다. 그러나 잠시 주춤했을 뿐 그 기세가 수그러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인간의 탐욕에 있기 때문이고, 교황은 바로 이점을 부각시킨 것이라 생각한다.

돈에 대한 인간의 탐욕을 극대화시키는 금융자본주의의 마성을 들여다보면서 새삼스럽긴 해도 가장 먼저 드는 질문이 있다. 돈은 과연 무엇일까?

최근에 미국에서 만들어진 영화 가운데 금융자본주의와 관련된 것들이 꽤 많이 있는 것 같다. 그중 몇 편은 대놓고 금융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한다. 특히 2011년 다큐멘터리 작품상을 수상한 <인사이드 잡>(찰스 퍼거슨)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과 결과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된 일들의 역학관계를 추적하며 설명한다. 돈과 욕망과 쾌락의 상관관계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나, 이 다큐는 트레이더의 뇌파를 분석함으로써 돈을 벌었을 때와 코카인을 흡입했을 때 받는 자극 부위가 비슷하다는 사실을 소개한다. 돈은 중독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층 더해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서 인간의 욕망을 이용하여 떼돈을 번 조던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의 성공과 실패를 보여줌으로써 돈으로 누릴 수 있는 인간의 극도의 향락적인 삶과 비극적인 결국은 물론이고, 금융자본주의 마성을 그대로 폭로한다.

조던 벨포트는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비상한 머리와 걸쭉한 입담으로 매우 짧은 시기에 올린 성과 때문에 월가를 떠들썩하게 했다. 영화는 금융 사기로 죄 값을 치른 후에 쓴 자전적인 소설 월가의 늑대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인데, 주식이라는 것이 돈을 쫓는 사람들의 욕망을 이용하는 것일 뿐임을 제대로 폭로한다. 돈의 힘과 인간의 탐욕이 어떻게 상승작용을 하고 또 돈으로 얻는 쾌락과 향락의 극치가 어떤 것인지를 알고 싶다면 한번쯤은 책을 읽어보거나 혹은 영화를 감상할 것을 권한다.

술과 마약과 섹스를 통해 쾌락과 향락을 거침없이 즐기는 19금 영상 표현들 때문에 실존하는 인물을 대상으로 만든 영화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다. 무엇보다 디카프리오의 신들린 연기는 수많은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수상 후보에 오르기에 충분했다. 돈과 마약 그리고 섹스를 매개로 향락과 쾌락에 빠져 사는 모습들은 보는 자의 이성을 흔들어놓고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는데, 3시간 가까운 상영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굳이 이런 장면을 그렇게 오랫동안 보여줄 필요가 있었는지, 처음에는 거부반응이 컸다. 그러나 영화의 말미로 가면서 어느 정도 필요한 장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왜냐하면 인간이 돈에 대한 탐욕을 내려놓기가 왜 그렇게 힘든 지를 제대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던 벨포트라는 한 인간을 넘어 부유함을 좇는 인간과 그런 인간의 마음을 이용해 욕망을 극대화시키는 인생의 단면을 볼 수 있다.

비록 자본주의 사회가 아니었다 해도 바울이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라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돈에 대한 진실이 특정한 시기 혹은 특정한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진리임을 입증하는 것은 아닐까? 불편한 진실이겠지만, 많은 경우에 있어서 돈은 인간의 신념이나 믿음보다 더욱 강한 힘을 입증해 왔다. 그러니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부터 부자가 되려는 마음을 갖지 않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 살 일이나 지나친 욕심을 갖지 않고, 있는 것을 나누면서 자발적인 가난한 삶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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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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