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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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영화를 폭로하다 그리고....

<러브레이스>(롭 엡스테인/제프리 프리드먼, 드라마, 청소년관람불가, 2013)

 

다큐멘터리를 주로 제작해 온 두 감독이 1970년대 미국 포르노 영화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고 영화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되는 <Deep Throat(목구멍 깊숙이)>에 출연한 여배우 린다 러브레이스(아만다 사이프리드 분)의 전기를 다큐가 아닌 극영화로 만들었다. 전기에 기초한 영화 <러브레이스>는 포르노 영화가 아니라 포르노에 대한 영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포르노 여배우의 전기를 통해 포르노 영화 제작의 실체를 폭로한다.

영화는 전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니만큼 객관적인 서술보다는 린다의 주관적인 서술을 따라간다. 그 방식이 조금 특이하다. 이미 진행된 영화의 장면에 린다의 서술이 삽입되면서 재편성되는 형태를 갖추었다. 이를 통해 감독은 사실과 사실에 대한 린다의 느낌과 평가를 구분하려고 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다큐를 주로 했던 감독이라 사실과 극에 대한 관점을 잘 표현했다고 보는데, 70년대를 재현하는 장면들을 만들어내는 데에 있어서도 매우 뛰어난 연출 능력을 발휘했다.

린다는 가톨릭 가정의 엄격한 규율 속에서 살았다. 그녀는 혼전 임신과 출산의 경험을 한 터이라 부모의 요구에 반강제적으로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파티에서 미래의 남편인 척을 만난 후로 린다의 삶은 모든 것이 바뀌게 된다. 21살로 비교적 순진했던 린다는 엄마로부터 아내는 남편에게 복종해야 하고, 남편의 화를 돋우지 말아야 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남편을 따라야 한다고 배운 대로 살려고 노력했다. 엄마는 폭력이 심해 집을 나온 딸을 같은 이유로 매몰차게 내몰았을 정도로 보수적이었다. 이것은 당시 여성이 살아가는 방식이었고, 그렇지 않으면 살아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당시 처한 여성의 약점을 척은 이용했다. 척은 린다의 복종을 강요했고 또 이용하고 착취했다. 무엇보다 척과 함께 살면서 잘못된 성 인식을 갖게 된 린다는 돈을 벌기 위해 몸을 파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고 마침내 포르노 배우가 되기까지 했다. <목구멍 깊숙이>로 린다는 미국 전역에 알려지는 스타가 되었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벌어들인 수입에 비하면 린다는 용돈 밖에 안 되는 돈만 손에 쥘 수 있었다. 남편인 척이 다 가로챈 것이다.

린다는 전기에서 말하기를, 포르노 출연은 다 남편에게 복종하라는 엄마의 가르침에 따른 것이었다고 했다. 척의 태도가 당시 여성을 대하는 남성을 대변한다고 말하는 것은 억지스러운 일이나, 어느 정도는 그랬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부조리한 과거를 폭로하는 린다의 자서전은 당시 여성의 해방을 위해 의미 있는 작업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린다가 전기를 통해서 말하고 싶은 것은 포르노 영화가 갖고 있는 어두운 면이었다. 폭력적이며 탐욕적이고 심지어 범죄에 가까운 일들이 벌어지는 것임을 드러내었다. 전기를 발간한 후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린다는 포르노 산업에 대한 반대운동에 앞장서길 주저하지 않았다. 비록 영화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그녀의 생애에서 다분히 아이러니한 점은 반포르노 운동에 앞장섰던 그녀가 두 번째 이혼 후 교통사고로 사망하기까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다시 포르노 산업에 뛰어든 것이다. 한 인간에게서 양면적인 모습을 보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는 린다에게서 그것을 볼 수 있다.

감독이 말하려 했던 것은 결국 린다가 전기에서 말하려 했던 것과 오버랩된다. 그녀의 전기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재현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어쩌면 다큐의 또 다른 버전으로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러브레이스>는 포르노의 이면에 숨겨진 여성에 대한 폭력성과 범죄성, 그리고 인간의 탐욕과 욕망을 폭로하는 영화로 이해할 수 있다. 폭력의 수위가 그리 높지 않게 표현되었어도, 가슴을 옥죄는 느낌을 받으면서 공감하고 또 분노하게 되는 것은 건전한 가정에서 자란 젊고 순진한 여성이 포르노 배우가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일들이 오늘 우리 사회에서도 버젓이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남성의 폭력에 의해 강압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인 이유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반강제적으로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가. 그녀들을 노리는 하이에나 같은 탐욕스런 눈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여성이 겪고 있는 부조리한 현실이외에도 그리스도인으로서 주목하는 점은 불의에 대해 종교의 이름으로 행하는 침묵이다. 엄마는 남편의 폭력을 피해 집으로 온 딸을 매몰차게 내몰아 결국 사단을 낸 것이다. 그녀 역시 이혼을 금하고 남편에게 복종하라는 가르침 때문이었다. 엄마는 종교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기에 위기에 처한 딸을 다시금 폭력의 장소로 보낸 것이다.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에서 예수님은 종교적 계율에 매여 강도만난 자를 피해간 레위인과 제사장을 거론하셨다. 하나님 앞에서 진짜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분별하지 못한 사람들 때문에 부당한 상황에서도 참고 지내야만 하는 일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아이들의 인권과 여성들의 인권은 물론이고 부교역자들의 인권이 얼마나 많이 유린되고 있는가. ‘주님의 몸된 교회이고 또 은혜를 위하여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결코 볼 수 없고 또 말할 수도 없는 부조리한 일들로 고통을 참으며 숨죽이고 사는 사람들을 나는 많이 알고 있다. <린다레이스>는 비록 그리스도인들이 감상하기 힘든 영화이겠지만, 영화가 말하는 메시지만큼은 명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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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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