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히어로 #7] 취미로 격투기: 열정과 목적이 있기에 계속 싸우는 사람들



다큐멘터리 영화 ‘링’(2012, 이진혁 감독)은 20대 후반 여성 복서 박주영의 이야기를 그렸다.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부터 지금까지 유일하게 ‘금녀’의 영역이었던 복싱이 2012년 런던올림픽에 여자복식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이 영화는 세계 최초 여자 복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건 여성의 이야기를 그렸다.

당시 28세 적지 않은 나이에 처음 링에 오른 박주영은 서울대 대학원 아시아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었고 청소년ㆍ가족폭력 상담사 등 수많은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인이었다. 그리고 7급 공무원 필기시험을 합격하여 최종면접만을 앞두고 있었으나 안정된 생업의 길을 잠시 내려놓고 복싱의 길에 들어섰다. 영화 ‘링’은 그러한 열정을 가감 없이 잘 보여주었기에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주었다.

8-90년대 복싱은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였다. 하지만 헝그리 정신으로 챔피언의 문을 두드렸던 그 시절의 드라마는 세월이 지나며 인기가 사그라들었다. 언젠가는 TV에서 현재 세계 챔피언 벨트를 갖고 있는 한국의 한 복서가 생계가 되지 않아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저녁에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사연도 보았다.

누군가와 싸우는 일이 나에게 밥을 먹여준다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의 하나로 자리 잡은 다양한 격투기의 종목에 매력을 느끼고 열정을 불태우는 이들이 많기에, 자신의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격투기 선수로 활동하는 이들이 많다.

UFC를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익숙할 헤비급 챔피언의 최강자 스티페 미오치치의 직업은 소방수이다.

경기가 끝나면 어김없이 본업으로 돌아가는 미오치치는 10년 차 베테랑 소방관이다. 스스로 자신의 본업은 소방과 부업은 헤비급 챔피언이라고 소개한다고 한다. 그는 챔피언이 된 후에도 소방관 일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람을 돕는 것이 좋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격투기 실력만큼이나 훌륭한 인성으로 미담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학교폭력 피해자 소년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며 자신의 훈련캠프로 초대했던 일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 로드FC 라이트급 신동국이다. 그는 12년 차 베테랑 소방관으로 일하던 중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게 되었다. 그런 그에게 격투기는 한 줄기 희망을 주었다. 그렇게 2017년 프로선수로 정식 데뷔하게 되었고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는 로드 FC에 출전할 때마다 파이트머니를 전액 기부하고 있다.

 

‘소방관 파이터’ 신동국, 암 투병 소방관과 유가족 위해 재능기부

[OSEN=이균재 기자] ROAD FC ‘소방관 파이터’ 신동국(38, 로드짐 원주MMA)이 암 투병 소방관과 유가족들을 위해 재능기부에 나섰다.신동국은 피트니스 모델 이연화와 함께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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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국의 뒤를 따르는 사람이 또 있다. 20대의 소방관 윤호영이다. 그는 2015년 로드 FC무대에 데뷔하며 김재경과의 경기에서 승리했다. 원래 운동을 하던 그는 운동을 쉬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때 소방관인 친구에게서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대해 듣게 되었다. 자신과 잘 맞을 거 같았고 활동적인 에너지를 보람된 일에 쓸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렇게 소방관 시험을 열심히 준비하였고 2018년부터 대구 서부 소방서에서 현역 소방관으로 일하게 되었다. 파이트머니는 단독주택에 거주하시는 독거노인 분들을 위한 주택 소방시설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최근 3년간 화재 사망자의 1/3이 단독주택에서 발생할 정도로 주택 내 소방시설이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그에게는 싸워야 할 의미와 열정이 가득하다. 오로지 챔피언이 되고 돈을 버는 게 목적이라면 그의 격투기 선수 생활은 참 힘든 시간이 될 것이다. 하지만 생업이자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하나의 방편도 되는 격투기는 지속가능성이라는 선물을 준다.

신은 각 사람에게 다양한 열정, 좋아하는 일을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 인간들은 욕심에 삼켜진 바 되어 그 분야에서 자신의 성공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그 ‘좋아하는 일’이 짐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내가 뛰어들 분야에서 나는 그것으로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1등이 되어야만 한다. 시작하기도 전에 계산을 하고, ‘견적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요즘 사람들은 뭐든지 ‘잘해야 하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 그리고 팔짱을 끼고 다른 사람의 것을 구경하거나 비판할 뿐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영화 ‘링’의 마지막에 나오는 대사를 적어본다. 2012년 런던올림픽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을 끝으로 제자들을 떠나보내고 스스로도 링에서 내려온 박현성 관장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과거에 대한 상상을 많이 했다. 너희들이 내 과거를 바꿔줄 줄 알았다. 나는 올림픽 선발전에서 2등 했다는 과거를 붙잡고 멈춰버린 시간을 보냈다. 너희들만큼은 링의 노예가 되지 말고,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찾아 대가가 되길 바란다.”


글쓴이: 이재윤
늘 딴짓에 관심이 많았다. 과학고를 나와 기계항공 공학부를 거쳐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지만, 동시에 인디밴드를 결성하여 홍대 클럽 등에서 공연을 했다. 영혼에 대한 목마름으로 엉뚱하게도 신학교에 가고 목사가 되었다. 현재는 ‘나니아의 옷장’이라는 작은 문화공간을 운영하며 Art, Tech, Sprituality 세 개의 키워드로 다양한 딴짓을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전자음악 만드는 일에 푹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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