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과 기독교의 사회참여 : 선거에 참여하는 기독교인들의 자세



 

기독교 신앙은 본질적으로 공적이다.

여기서 공적이라 함은 무엇보다도 신자들이 역사적 실존의 근거로 삼고 있는 공적 정치 사회적 공동체에 대해 책임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참된 신앙은 공적 담론과 실천의 장에 부지런히 또 적절하게 참여하여 공적 공동체를 건실하게 세워가는 데 이바지하는 신앙이라고 할 것이다. 본 소고에서 필자는 총선을 통해 공적 책임을 수행하고자 하는 기독교회와 신자들이 기본적으로 숙고했으면 하는 생각의 지점들을 몇 가지 제시하고 나누고자 한다.

먼저, 기독교인들은 정치사회적 참여를 통해 공적 책임을 성실히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 실용주의의 중요한 토대를 닦은 철학자인 로티(Richard Rorty)는 기독교를 포함한 종교가 공적 영역에서 ‘대화중단자’(conversation-stopper)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공적 담론의 성숙과 공공선 증진을 위한 사회적 협력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비판적 진단을 내포하고 있는 주장이다. 종교는 본질적으로 인간과 신()의 개인적 사적 관계와 연관된다는 점, 종교인들의 공적 주장은 다른 사회구성원들에게 생소하거나 이해가 쉽지 않다는 점, 종교인의 공적 참여가 역사적으로 득보다 실이 않았다는 점 등을 주된 이유로 든다. 과연 그런가? 로티에 대한 반론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반론의 보기를 꼽으라면 누구보다도 월터스토프(Nicholas Wolterstorff)를 떠올릴 수 있다.

월터스토프는 종교의 본질은 공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신앙인들은 종교적으로 통합적인(religiously integrated) 삶을 살고자 하며 또 본질적으로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기에 공적 영역에 참여하여 말하고 실천하는 것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종교적으로 통합적인 삶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신앙인들은 신앙공동체 안에서 뿐 아니라 신앙공동체 밖 공적 정치 사회적 공동체 안에서도 신앙으로 살고자 한다는 점에서 이 개념을 중심으로 월터스토프는 신앙인의 공적 정체성을 논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신앙인의 종교적 실존은 정치적 사회적 실존과 다른어떤 실존이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실존이다.

그러므로 공적 영역에서 정치적 사회적 실존으로서 자신의 주장을 종교적 근거와 이유를 가지고 개진하고 또 공적으로 실천하는 것은 신앙인의 본성에 부합되는 삶의 모습인 것이다. 오늘 우리의 맥락과 연관해서 생각한다면, 기독교인들은 총선을 통한 공적 참여를 신앙적인 일이 아닌 것으로 다르게 바라보거나 신앙의 본질적 범주에서 배제해서는 안 될 것이며, 깊은 관심을 가지고 살피고 생각하고 판단하여 한 표를 행사함으로 공적으로 책임적인 신앙을 구현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공공선을 진정성 있게 또 지속적으로 지향하는 정치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신앙의 정치적 사회적 실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월터스토프는 종교인들을 포함하여 모든 시민들에게 자유롭게 참여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면한다. 다만 조건이 있는데, 크게 세 가지다.

  1. 먼저 예의를 지킬 것을 제안한다. 여기서 예의의 핵심적 함의는 공적 담론의 장에서 다른 주장을 가진 이들과 대화하고 토론하다가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분명히 열어 두고 담론에 참여하는 것이다.
  2. 다음으로 헌법과 법률이 정해 놓은 공적 토론과 상호작용의 법적 제도적 틀을 존중하면서 공적 토론과 실천의 장에 참여하라고 권면한다.
  3. 마지막으로 공적 참여의 목적을 분명하게 공적인것에 설정할 것을 강조한다. 공적인 목적을 근본적으로 말한다면 정치적 정의나 공공선 등을 생각할 수 있다. 개인이나 집단의 사적 이익이나 목적이 아니라 철저하게 공적 공동체 전체의 이익과 선()을 지향·추구하면서 공적 담론과 실천에 참여하라는 제안인 것이다.

 

특별히 이 세 번째 조건과 관련하여 종교의 공적 참여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는 미국의 많은 이론가들과 실천가들이 미국 기독교가 공적으로 참여하여 공적 목적에만 집중하겠다는 초심을 상실하고 결과적으로 교회에 고유한 이익이나 목적에 집중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 왔다는 점을 지적하는데, 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기독교 사회윤리의 가장 중요한 고전적 토대로 평가받는 아우구스티누스와 아퀴나스의 견해가 이 지점에서 유익하다. 아우구스티누스참된 신자들은 타자와 공동체를 위해 자기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고 헌신할 줄 아는 이들이기에 이러한 마음의 역동을 가진 신자들이 공적 영역에서 그 역동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공적 공동체의 공공선 증진에 유익한 요소를 찾기 어렵다고 밝히면서, 기독교인들에게 공적 참여와 책임 수행을 적극적으로 권고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공적 영역에서의 기독교인의 실존은 자기애적 추구의 제한과 공공선·지향적 자기희생을 지향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아퀴나스는 정치권력의 존재 이유를 공공선에서 찾는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아퀴나스는 이 질문에 대해, 다양한 역량과 가능성과 삶의 지향을 가지고 있는 정치사회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한 데 묶어서 공동의 목적, 곧 공공선을 향해 이끌어가는 것이라고 답한다.

정치권력의 통치의 가장 중요한 수단인 법의 목적도 마찬가지로, 공공선이다. 여기서 좋은 권력과 나쁜 권력을 가르는 진단의 기준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좋은 권력은 철저하게 공공선을 추구하는 권력인 반면, 나쁜 권력은 공공선이 아닌 권력에 고유한 특수한 이익에 몰두하는 권력이다. 총선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고자 하는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이 기준을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다. 누구를 뽑을 것인가? 무엇보다도 사적 이익이 아니라 철저하게 공적 목적 혹은 공공선을 지향하고 또 헌신할 줄 아는 후보자를 분별하고 선택해야 할 것이며 기회가 되는 대로 그러한 지향과 헌신을 요청하고 도전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임적 참여를 위해 진력하되 지혜롭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종교의 공적 참여에 관한 중요한 논자인 미국의 정치철학자 아우디(Robert Audi)는 종교의 공적 참여의 신중론을 전개하는 자유주의적 입장에 서 있으면서도 적절한 조건들을 갖춘다면 참여할 수 있다는 여지를 넓게 열어두는데, 크게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하나는 종교적 정당화나 동기 뿐 아니라 신앙이 없는 동료 시민들도 납득할 수 있는 정당화와 동기부여의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종교 공동체를 대표하는 개인이나 집단이 특정한 정치후보자나 공적 정책을 명시적으로 지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한 교회의 담임목사가 개인적으로특정 후보자에 대한 선호를 가질 수 있고 투표 등을 통해 표현할 수 있다고 해도 강단에서 교회의 공적 대표자로그 후보자 지지를 호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의 이유로 정치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영역이라는 점, 특정 정책이나 후보자를 공적 위치에서 반대 혹은 지지하는 적극적인 행위를 실행하는 것이 선의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악용되거나 오용될 여지가 상당하다는 점 등을 든다.

오늘 우리의 상황에서 경청할 만한 한 주장이라고 할 것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되, 지혜롭고 신중하며 균형 잡힌 접근이 절실하다. 특별히 개교회와 교단·교파의 지도자들은 성경이 제시하는 지도자상이나 사회상 혹은 사회윤리적 규범을 존중하면서 일반적인 기준이나 방향성에 대해 제안하고 교육하는 역할에 우선순위를 둘 것을 아우디는 제안할 것인데, 이를 수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총선을 앞둔 한국 교회의 신자들은 총선에서 공적 후보자를 선출하는 일을 통해 공적으로 책임적인 삶을 구현해야 할 것이다. 공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되, 적절하게 또 공동체에 유익이 되는 방향성을 견지하며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께서 한국 교회와 신자들이 이번 총선에서 바르고 건설적인 실천을 할 수 있도록 굳세게 붙잡아 주시고 선하게 인도해 주시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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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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