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선교리포트] 성경 박물관(The Museum of the Bible)을 다녀와서



한때 좋아했던 미국 정치 스릴러 드라마 <House of Cards>에서는 냉혹한 정치인 ‘Kevin Spacey’(프랭클린 언더우드 역)가 자신에게 닥친 정치적 위기를 설교를 통하여 모면한다. 공예배 시간에 설교단에 선 그는 성경의 잠언을 이용하여 자신의 메시지를 멋지게 전하며 사람들의 지지를 얻는다. 그뿐 아니라 이 정치 스릴러 드라마에서 성경 구절은 꽤 자주 인용되는데, 그때마다 프랭클린은 자신의 정치적 상황에 맞게 그 구절들을 해석할 뿐 아니라, 치밀하게 자신의 욕망에 이용한다.

미국 드라마 'House of Cards'의 한 장면

성경이란 과연 어떤 책인가? 특히, 기독교라는 종교와 매우 친밀한 미국이라는 나라는 성경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매번 선거철이 되면 성경 말씀을 내세운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사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경선에 참여했던 상당수가 성경 구절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매사추세츠 주 상원 의원인 ‘Elizabeth Warren’은 마태복음 25장 말씀을 인용하며 “In as much as ye have done it unto one of the least of these my brethren, ye have done it unto me”(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마 25:40) 하나님이 우리 가운데 계시다는 것을 강조하며, 가난한 이들을 향한 연대를 촉구했었다. (관련기사)

또한 유력한 후보자였던 ‘Andrew Yang’은 월 $1000의 기본 소득을 주장하며 마태복음과 요한일서 말씀을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When you read Christian scripture, you find a continued mandate to care for those who are poor or on the margins of our society — to love your neighbor as yourself.”(성경을 읽을 때, 당신은 우리 사회의 경계에 있거나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라는 지속적인 명령을 발견한다. 곧 네 자신처럼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이다.)

이들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 후보자를 염두에 두어 가난한 자들에 대한 권리가 우선되어야 함을 성경을 통해 선거 시에 강조하였다. 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백인 중심의 보수 기독교와 매우 긴밀한 관련성이 있다는 것이 자명하기에, 타 경선자들 역시 성경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관련기사)

이러한 정치인들의 신앙이 실제로 어떠하든 간에, 성경은 미국 사회에서 매우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성경 말씀이 매우 중요하게 작동하는 나라에서 심지어 그 성경을 주제로 한 박물관이 있다니 매우 의미심장했다. 성경 박물관이란 무엇일까?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박물관의 외관

워싱턴 D.C에는 스미스소니언 기반 엄청난 뮤지엄 단지가 주제별로 있다. 그런데 그 거대한 뮤지엄들이 모두 무료입장이다. 이 뮤지엄만 구경해도 일주일이 모자랄 지경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곳 성경 뮤지엄은 입장료가 있다. 그래도 뮤지엄에 들어서는 순간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부터 든다. 구텐베르크 성경 원문, 라틴어로 쓰인 창세기 첫 80줄이 장식되된 입구는 스케일부터 압도적이며, 각 엘리베이터 사방에 설치된 모니터로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땅을 보여준다. 이 글은본인의 관점에서 박물관을 주제별로 정리한 것이다

성경박물관 이용 꿀팁!

가보기 전 웹사이트(www.museumofthebible.org)를 통해 뮤지엄을 살펴볼 수 있다. 온라인으로 표를 구매하면 더 싸다. (성인 $20, 어린이 $10)

1. 성경의 스토리(3)

이 층에는 스토리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체험이 있다. 각종 CG 효과들을 활용한 스토리 텔링 프로그램으로 약 40분간 진행되는 체험이다. 4살 아이와 함께 들어갔고, 워낙 흥미롭고 특수효과가 리얼하여 어떨 때는 무서워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담과 하와의 범죄-가인과 아벨-노아의 홍수-아브라함-요셉-모세-사사기-다윗 왕조-예수>로 이어지는 구속사를 다룬다. 어떤 해석이나 내레이션은 최대한 배제했고, 오로지 성경에 나온 이야기를 토대로 스토리만을 들려주는 데 총력을 다한 체험판이었다. 엄청난 특수효과와 더불어 일부러 해석을 배제하려고 노력한 티가 나서 점점 이 박물관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이 체험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었다.)

2. 성경 자체의 역사(4)

성경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종교개혁의 중심이 된 성서 번역의 역사다. 반가운 한글 '성경전서'도 만날 수 있다. 지구본에 표시해 놓은 성서 번역의 역사 순서들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성서의 종류도 다양하다. ‘Ta bablia’도 따로 전시되어 성서의 정경들을 따로 비교해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10번째로 성서가 번역된 나라라고 한다. 성서 번역에 담긴 스토리까지 완벽하게 정리된 전시관이었다.


3. 성경과 사회 (2)

성경은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켜왔는가성경은 언제나 무언가를 바꾸는 힘이 있는 책이었다. 특별히 이 부분에서, 여성 참정권 운동, 노예 폐지 운동, 링컨의 사상과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설교 등에 담긴 성경 해석을 볼 수 있다. 때로 성경으로 억압을 정당화해 온 역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박물관에서는 평화와 화해, 자유를 가져온 성서의 힘에 집중하는 것 같았다. 물론 여러 혁명기의 이슈에 대한 성서의 영향에 대하여 토론하고, 싸워 온 이야기들도 담겨있다. 감명 깊게 둘러보고 나오면서, 풀 버전으로 흘러나오는 조지 휫필드의 "The Marks of the New Birth" 설교를 들었고, 조나단 에드워즈의 "Sinners in the Hands of an Angry God"을 보았다. 한 시대를 설교로 변화시켰던 이들의 메시지라 4살 아이의 재촉에도 무슨 이야기였길래 하며 귀 기울였다. 이곳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정확했다. 성서는 결코 개인의 삶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으며, 말씀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변화가 있었다는 점이다.

너무나 만족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문득 이 박물관의 큐레이터들이 궁금해졌다. 게시물 하나에도, 전시 하나에도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들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알아보니 매번 수많은 각국의 신학자들, 성서학자들이 토론하고, 연구하여 나온 결과물이라고 한다. 특히 고대어 전문가들의 의견과 영성가들, 기독교 전통 연구가들까지 합세했다고 하니, 이런 균형 잡힌 박물관의 탄생이 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딜 감히 성경을 주제로 논란을 삼아?"라는 태도는 전혀 옳지 않다. 성경은 언제나 해석되어야 하고, 더 치열하게 연구되어야 한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문자주의적인 태도를 지양하고, 성경을 둘러싼 고고한 역사와 전통, 신학과 언어들을 주의 깊게 듣고 나누고 질문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들이 성경을 대하는 태도여야 하겠다. 그런 점에서 성도들이 무조건 목사님의 해석만을 "아멘"하며 듣는 것보다, 한글로 쓰인 성경이 있으니 스스로 성경의 깊이를 통해 다시 질문할 수 있어야 하며, 교역자들도 설교 준비에 심각한 부담감을 가지고 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실 이것이 목숨 걸고 성경을 번역하며 이루어 왔던 종교 개혁의 정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Sola Scriptura!)

예수께서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게 "일어나서 가운데로 나오너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안식일에 선한 일을 하는 것이 옳으냐? 악한 일을 하는 것이 옳으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옳으냐? 죽이는 것이 옳으냐?"

그들은 잠잠하였다. 예수께서 노하셔서, 그들을 둘러보시고,

그들의 마음이 굳어진 것을 탄식하시면서,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 사람이 손을 내미니, 그의 손이 회복되었다.

그러자 바리새파 사람들은 바깥으로 나가서,

곧바로 헤롯 당원들과 함께 예수를 없앨 모의를 하였다.

(표준새번역, 마가복음 33~6)

신앙인인 우리가 예수 없앨 모의에 동참하기보다 예수님께서 던지신 질문을 곱씹고, 진지하게 응답하는 하루를 살아내길 간절히 기도한다.

글쓴이 소개

심수빈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기독교와 문화를 전공하고 문화선교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섬기다가 현재 미국 버지니아에 거주 중이다. 육아에 전념하며 괴로워하고 있는 한 여성으로, 현대 기술사회와 페미니즘 그리고 기독교에 대하여 더 공부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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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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