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히어로 #2] “천문학은 천문학자가 아닐 때 훨씬 더 재미있지” - 취미로 과학하는 사람들



"천문학은 천문학자가 아닐 때 훨씬 더 재미있지" - 브라이언 메이

바로 퀸의 기타리스트, 그 브라이언 메이다. 인터넷에 많이 떠도는 말인데, 출처를 찾기는 쉽지 않지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그는 실제 60세가 되던 2007년 천체물리학 박사학위를 땄기 때문이다.

유명인에게 주는 명예학위 같은 것이 아니다. ‘황도(黃道)의 티끌 구름에 관한 시상속도’(Radial Velocities in the Zodiacal Dust Cloud)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받은 정식 박사학위이다.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의 천문대에서 3.6m급의 망원경을 사용하며 연구에 매진했다.

메이의 논문이 발표되기 이전에 천문학자들은 황도광을 구름이나 맑은 하늘에 의해 햇빛이 산란되는 현상인 ‘새벽 박명’으로만 판단했으나, 현재는 태양 주위에 가장 빽빽하게 모여 있는 먼지 입자들이 반사하는 태양빛으로 인해 생기는 현상이라 정의한다.

브라이언 메이​

사실 그는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기전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천체물리학을 전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퀸의 음악적 성과가 너무나 폭발적인 나머지 뮤지션의 길을 걷게 되었는데, 우주를 향한 그의 열정은 식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 <더 코즈믹 투어리스트(The Cosmic Tourist)>에서 우주에서 꼭 가봐야 할 우주 명소 100곳을 소개하기도 했다.>

브라이언 메이는 "퀸의 멤버로서 음악을 만드는 것은 너무나 즐거웠다"라고 밝히며 "그러나 지난 수년간 심취해온 천체물리학에 대해 성과를 이뤄낸 것이 얼마나 만족스러운지 모른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여전히 기타리스트, 락커로서 월드투어를 하면서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천문학 연구소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천체물리학이 부업인 기타리스트. 생소한 조합같지만 브라이언 메이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브라이언 메이가 너무 특별한 사람 같다면,
좀 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도 있다. 캐나다에서 취미로 천문학을 하던 누군가의 이야기.

스콧틸리는 낮에는 전기기술자로 일하다 밤에는 인공위성을 추적했다. 12년 전 NASA가 잃어버린 인공위성을 찾았다.

워싱턴포스트 기사  https://www.washingtonpost.com/news/inspired-life/wp/2018/02/01/this-amateur-astronomer-found-a-satellite-lost-in-space/

Meet the amateur astronomer who found NASA’s lost satellite in space

With his home equipment, Scott Tilley went on a needle-in-a-haystack search and found a NASA satellite that had been lost for more than a decade

www.washingtonpost.com

2000년 3월 25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이미지(IMAGE)’라는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이 위성은 5년 동안 지구 주위를 돌면서 지구 자기장이 미치는 자기권과 태양풍 입자들의 상호작용을 관측했는데, 갑자기 교신이 끊겼고 NASA는 2년간 150만 달러를 투자해 탐사를 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이미지(IMAGE) 인공위성

그런데 2018년 캐나다의 아마추어 천문학자 스콧 틸리는 여느 때처럼 취미로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군사 기밀 위성이 지구 주위에 얼마나 떠있는지 추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수수께끼 전파를 하나 발견했는데, 그것이 바로 잃어버린 IMAGE라는 인공위성이었다.

틸리는 이것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고 NASA에 알렸다. 이렇게 나사는 잃어버린 인공위성을 12년만에 되찾게 되었다.

그는 낮에는 보트의 전력시스템을 설계하는 전기 기술자로 일하고, 밤에는 인공위성을 추적하고 있다. NASA도 잃어버린 인공위성을 되찾아 준 그의 실력을 보고 과연 아마추어라 치부할 수 있을까.

​<나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그의 이야기. "왜 당신은 아마추어 과학자(citizen scientist)로 살아갑니까?">

Meet a Citizen Scientist: Scott Tilley – NASA Solar System Exploration

A mini-profile of citizen scientist Scott Tilley, who studies artificial satellites of the Earth and the moon.

solarsystem.nasa.gov

아마추어 과학자들의 역사는 생각 외로 오래되었고, 그들의 연구결과도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들이 많다고 한다. 90년 전인 1930년에 명왕성을 처음 발견한 것도 고졸의 아마추어 천문가 클라이드 톰보였다. 그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다가 별이 좋아서 천문대에 무작정 알바로 일하게 된 사람이었다. 농기구 부품으로 천체망원경을 직접 만들 만큼의 열정이 명왕성을 발견하는 영광의 순간을 선물해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마추어가 중요한 과학적 발견을 한 예가 있다. 1998년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사무국장 이태형(40)씨는 ‘소행성 1998 SG5’을 발견해 아마추어 관측가들의 힘을 보여줬다. 한국인 최초로 소행성을 발견한 것이다. 그해 9월 16일. 날씨가 무진장 좋았다. 부부동반 저녁 모임이 있었으나 도저히 별을 안 보고는 못 배길 것 같았다. 장비를 챙겨 들고 경기 연천으로 달려간 그는 새로운 별을 발견했다. 장비라고 해봤자,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 21㎝ 천체망원경이었다. 처음엔 설마 했는데, 천체 사전을 뒤지고 또 뒤져 세계 최초임을 확인했고 3년 후 국제기구로 부터 인증을 받았다. 그리고 '통일'이라는 별 이름을 붙여주었다.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의 작품 '월하정인'에 그려진 달 모양을 보고 "그린 시기는 정확히 1793년 8월 21일, 음력 7월 15일'이라 밝혀낸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천문학계에서는 한 때 그를 아마추어라 무시했지만, 별을 향한 그의 사랑은 무시할 수 없는 성과들을 만들어 냈다.


어렸을 때, 별을 관측하며 살고 싶다는 낭만적인 꿈을 한번쯤은 가져 본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하늘의 별만 보고 먹고살 수 있겠어’라는 현실적인 생각들이 자리를 잡는다. 우리는 뭐든지 돈이랑 연결시키는 버릇이 있어서, 살면서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의 가능성을 싹에서부터 잘라버리는 경향이 있다.

지인 중에 초등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시는 선생님이 있다. 그분은 피아노, 트럼펫, 기타 등등 다양한 악기를 잘 다룬다. 사람들이 묻는다고 한다.

​"선생님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악기를 다 연주해요?"

"그냥 합니다.

잘하려고 하지 않고 그냥 하니까.. 할 수 있더라고요."

그분은 계속해서 말한다. 요즘은 애들이나 어른이나, 뭘 하면 너무 잘해야 하고, 꼭 1등이 되어야 하고, 그걸로 먹고 살 수 있는 보장이 되어야 시작하는 거 같다고.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그냥 하면 된다고.

별을 보는 일,

우주를 연구하는 일.

​꼭 천체물리학을 전공해야만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NASA에 갈 정도의 우수한 성적이 있어야만 하는 게 아니고,

그걸로 먹고살 수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그저 밤에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일 아닐까 싶다.


글쓴이 이재윤
늘 딴짓에 관심이 많았다. 과학고를 나와 기계항공 공학부를 거쳐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지만, 동시에 인디밴드를 결성하여 홍대 클럽 등에서 공연을 했다. 영혼에 대한 목마름으로 엉뚱하게도 신학교에 가고 목사가 되었다.
현재는 ‘나니아의 옷장’이라는 작은 문화공간을 운영하며 Art, Tech, Sprituality 세 개의 키워드로
다양한 딴짓을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전자음악 만드는 일에 푹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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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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