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히어로 #1] “취미로 DJ” 스미코 할머니 – 낮에는 만두장사, 밤에는 클럽 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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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생업이 아닌 그 무언가..
취미라고 설명해왔던 그 어떤 딴짓들이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한다.
영화 속 히어로들은 자기 직업이 있다.
스파이더맨은 피자 배달부,, 슈퍼맨은 신문사 직원.
그들은 돈 벌기 위함이 아닌, 취미로 히어로 활동을 한다.
정말 중요한 일은 취미로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취미가 세상을 구할지도.
#먹고사니즘#내가진짜로하고싶은일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
#멀티페르소나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들의 흥미진진한 현재진행형 체험담
!


누군가의 어떤 행위가 돈이 되지 않는다고

(덜 진지하다는 의미로) ‘그것은 취미에 불과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모든 일의 동기를 돈으로만 환원시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는 취미로 이 일을 한다!’는 말은 바꾸어 말하면

돈을 주지 않아도 나는 이 일을 계속할 것이다라고 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우리 삶에는 돈이 되지 않아도 소중한 일이 있다는 외침이 될 수 있다.

 ‘내 성공의 시계는 애매한 네 시 반’  
- 래퍼 넉살의 ‘Make it Slow’ 중에서

오후 네시 반. 하루 중에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는 좀 늦은 것 같고, 이대로 마무리하기에는 아쉬운 애매한 시간.

우리는 내면의 소리를 따라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 나이가 너무 늦은 건 아닐까

확실히 현대의 문화는 암묵적인 강요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다 때가 있다던데 늦은 건 아닐까라며 정체 모를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한다.

하지만 80대의 스미코 할머니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도쿄에 사는 이와무로 스미코 할머니는 낮에는 중식당에서 만두를 빚고, 밤에는 디제이로 변신한다. 그녀는 60년째 만두 장사를 하고 있는데 10여 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디제잉 학원에 등록했다.

당시 1년을 예상했던 공부는 2년 이상 걸렸다. 그리고 2014년 처음 DJ로 무대에 섰다. 현재는 신주쿠 등의 클럽에서 새벽타임에 실제 DJ로 활동하고 있다. ‘스미Rock’이라는 활동명도 있다.

그녀는 말한다.

"요리를 하는 저랑, 턴테이블을 돌리는 저. 어느 쪽이 진짜 나인지 말하라고 하면 그냥 어느 쪽이든 나인 거예요. 냄비와 팬을 잡았을 때 손님이 맛있다고 하면 기쁘고, DJ 부스에 있을 때는 모두가 즐겁게 춤추고 있는 것을 볼 때가 즐겁죠. 저에게 있어서 어느 쪽도 변하지 않아요." 
(2016. 7. 19, Woman-Type) 
https://woman-type.jp/wt/feature/4632

스미코 할머니를 보면 나는 디제잉을 시작하기에 (또는 다른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너무 나이 든 건 아닐까라는 걱정은 설자리가 없어진다. 당신이 30대라면 출발선보다 40년 앞서 있다. 40년간 준비 운동하고 70대에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해도 좋다.

스미코 할머니가 주는 또 하나의 영감은 먹고사니즘에 대한 부분이다. 도쿄에서 만두를 60년 빚으셨다니! 요즘 말로 진심 리스펙이다. 손을 써서 하는 한 가지 일을 60년 했다는 성실함 만으로도 왠지 모를 숭고함이 느껴진다.

요즘 서점에 가면 꿈을 찾아 떠나라!’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과감히 퇴사하라는 류의 책들이 많이 눈에 띈다. 물론 공감되는 면도 많지만, 그렇게 무작정 떠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리라. 취직 한지 1년 만에 회사를 때려치우고 세계 여행을 다녀와서 책을 내는 여행작가를 모두가 꿈꾸고 있는 건 아닌지.

김훈은 , 밥벌이의 지겨움!! 우리는 다들 끌어안고 울고 싶다라고 시작하는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말했다.

"이 세상의 근로감독관들아, 제발 인간을 향해서 열심히 일하라고 조져대지 말라. 제발 이제는 좀 쉬라고 말해 달라.

이미 곤죽이 되도록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그는 인간으로서의 밥벌이 행위가 피할 수 없는 숙명임을 상기시킨다.

"나는 밥벌이를 지겨워하는 모든 사람들의 친구가 되고 싶다. 친구들아, 밥벌이에는 아무 대책이 없다.

그러나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이걸 잊지 말고 또다시 각자 핸드폰을 차고 거리로 나가서 꾸역꾸역 밥을 벌자.

무슨 도리 있겠는가.
아무 도리 없다."

아마도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풀리지 않는 숙제, 먹고사니즘의 문제. 여기서 간단히 답을 내리지는 못하리라. 하지만 스미코 할머니의 60년 만두업 근속의 위엄은 나에게 묵직한 울림을 주었다.

그녀에게 '일'이라는 것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때까지 일하고 있는 것도 딱히 멋진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일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런 거죠. 80살이 넘었지만, 여생이라는 게 아직도 올 것 같지 않아요.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건 뉴욕 클럽에서 디제잉을 하는 거예요. 그리고 이비자, 코르시카, 시칠리아에 여행 가고 싶네요. 그러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 할 수밖에 없네요!"
(2016. 7. 19, Woman-Type)
https://woman-type.jp/wt/feature/4632

인생의 행복, 별거 있나 싶다. 꾸준히 일할 곳이 있고 좋아하는 일 하나 있으면 되지. <만두와 사우나만 있으면 살 만합니다>라는 책이 있다. 일본의 교육학자 사이토 다카시가 25년간 대학 현장에서 학생들을 마주하며 보고 느낀 깨달음을 토대로 한 행복론을 정리한 책이다.

남과 비교하여 상대적 우위를 차지할 때 얻을 수 있는 행복이 아니라, 자신만의 단순한 기준을 세워 꾸준히 그것을 추구하며 얻는 절대적인 가치가 바로 행복이라는 ‘절대행복론’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절대적 행복의 비결로 하루의 시름을 잊게 해주는 단순한 두 가지 기준을 가지라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만두와 사우나)

스미코 할머니는 말할 것이다. ‘만두와 DJing만 있으면 살 만합니다

지금 내 성공의 시계는 애매한 네시 반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거나 지겨운 밥벌이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못 살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 스미코 할머니를 떠올려 보면 힘이 날 거 같다.


글쓴이 이재윤
늘 딴짓에 관심이 많았다. 과학고를 나와 기계항공 공학부를 거쳐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지만, 동시에 인디밴드를 결성하여 홍대 클럽 등에서 공연을 했다. 영혼에 대한 목마름으로 엉뚱하게도 신학교에 가고 목사가 되었다.
현재는 ‘나니아의 옷장’이라는 작은 문화공간을 운영하며 Art, Tech, Sprituality 세 개의 키워드로
다양한 딴짓을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전자음악 만드는 일에 푹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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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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