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의 시대에 놓치지 말아야 할 『한국의 논점 2020』




인터넷을 벌써 몇 년째 약정 없이, 할인 없이 썼다. 어느 날, 바꿀 맘이 생겨 대리점에 갔더니 개통한 지 이년이 안 된 핸드폰을 바꾸면 인터넷도 저렴하게 바꿀 수 있을 뿐 아니라, 핸드폰도 좋은 조건에 최신형으로 바꿀 수 있다고 했다. 덥석 계약을 하려다 한번 알아보는 게 좋겠다 싶어 담에 다시 오겠노라고 해 놓고 대리점을 나왔다. 그날 그 방면에 정통한 지인에게 물었더니 그가 하는 말이, “그 핸드폰은 아직 5G가 안 된다”였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될 테니 핸드폰을 바꾸려거든 내년에 5G가 되면 바꾸라고. 

5G가 뭐라고? 속도가 좀 빠른 거 아닌가? 그렇다고 내가 핸드폰으로 영화를 다운로드하여 보는 것도 아니고. 지금껏 속도 때문에 불만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듣고 넘겼다. 근데 이 책을 보다가 5G를 다시 생각했다. 5G로 인해 전통적인 공간이 디지털 기술과 연계된 증강 공간이 될 것이다. 도시는 스마트 시티가 될 것이며, 자율 주행 자동차도 도심 안에서 선을 보이게 될 것이다. 또한 가상(VR) 콘텐츠가 활성화될 거라고. 영화뿐 아니라 여행이나 전시 같은 문화적인 경험도 가상공간 안에서 실현될 날이 임박하다고 했다. 

하나만 더 소개하자. 올봄부터 겨울까지 서울의 대기를 장악한 미세 먼지는 어디서 비롯된 걸까? 나부터도 미세 먼지에 대한 책임을 중국에 돌렸고, 중국과 국제적인 협력 필요하다고 여겼는데, 이 책은 이를 진단과 처방을 잘못 짚은 전형적인 사례라고 했다. 미세 먼지의 원인은 석탄 화력 발전에 의존하려는 에너지 정책과 도심 자동차 문제에 있다. 중국과의 공조나 인공 강우 같은 비현실적인 해법을 찾기보다 에너지 전환과 자동차 전환이 시급하다고. 

특별히 이 책은 더 이상 논의를 미룰 수 없으며, 미뤄서는 안 되는 논점들을 정확하게 짚었다. 이제는 “전시에 준하는 비상상황”이 되어버린 기후 위기. 그러니 탈 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담은 그린 뉴딜과 자동차 산업의 일대 전환이 심각한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환경과 에너지 전환 정책이 정치적인 이슈에 불과하지 않다는 것을, 사회 전체의 생존이 달린 긴박한 문제이며 일상의 고심 거리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새삼 확인했다.  

2019년, 우리 사회를 들끓게 했고 2020년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슈들을 이 책은 간명하지만 명쾌하게 짚어줘서 고마웠다. 검찰 개혁이나 선거 제도 개선, 한국 내 정치지형의 변화, 2020 총선 같은 국내 문제들뿐 아니라, 미중 무역 전쟁, 한일 관계나 북미 관계, 2020 미국 대선 같은 국제 정치의 이슈들까지. 또한 국제 분업 구조가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 자동차 산업과 반도체 시장이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어떻게 해야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 최근까지 민감한 이슈로 불거진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전망과 새로운 경제 주체로서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이 무엇인지, 경제적인 이슈들도 소개했다. 사회 문화적인 이슈로는, 이 시대의 청년 담론, 언론 신뢰도와 지상파 몰락, 근로기준법과 강사법, 모바일 환경에서 새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장르문학을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우리 시대의 시급한 논점들을 한 판에 펼쳐 놓은 다음, 지금 우리 시대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고, 어떤 지점에서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고 있는지를 일러주고, 더 나아가 어떤 처방과 전망이 나올 수 있는지를 조심스럽게 밝히는 책이다. 그러니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관심이 있지만 정작 본인의 선호와 관심 분야 정보만 편식하는 사람들에게, 또 세계를 단순하게 이분한 다음, 문제의 복잡다단한 층위에 대해선 아랑곳하지 않고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을 거침없이 타박하는 이들에게, 또 오직 내 분야, 내 문제에 골몰하는 사람들에게, 한 사회의 논점을 보여주고 다채로운 상호작용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한다는 데서 의미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우리 시대를 ‘전환기’로 보고 있다. 기존 질서가 위기에 봉착했고 위기를 기회로 맞아 새로운 전환이 필요한 시기로 보고 있다. 집권 여당의 위기이지만 한국 정치가 전환을 맞고 있는 시기이고, 미국의 통치권자가 불러일으킨 위기가 국제 질서의 전환을, 제조업의 지형 변화에 따른 위기가 한국 경제의 전환을 가져온 시기로 보고 있다. 또한 기성 권위에 찾아온 위기가 생활 감각의 전환을 가져오는 시기로, 석유가 주축이 된 에너지의 위기가 지구 문명의 전환이 불가피한 시대를 불러왔다고 보고 있다. 

그러니 이 책은 2020년 언론과 우리 일상을 뜨겁게 달굴 논점을 정리해 우리들의 관심의 폭을 넓히는 책으로만 볼 수 없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또 무엇에 관심을 둘 것인가를 우리로 심각하게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그러니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야 하는, 전환기를 살아가야 하는 이들이 2020년을 앞두고 한 번 정독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글쓴이 강영롱
소망교회 부목사로 섬기고 있다. 문화선교연구원 객원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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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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