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대중문화 읽기] 디즈니는 어떻게 다시 전성기를 맞이했는가? - 영화 <겨울왕국2>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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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다섯 번째 천만 영화가 탄생했다. <겨울왕국2>는 역대 애니메이션 세계 흥행 1위를 기록한 천만 영화이자 전국을 OST ‘렛 잇 고’ 열풍으로 만든 전작 <겨울왕국1>을 뛰어넘었다. <겨울왕국1>이 전형적인 공주 이미지를 탈피, 엘사가 자신의 두려움을 인정하고 동생 안나와 화해하며 능동적으로 삶을 개척해나가는 내용이었다면, <겨울왕국2>는 훌쩍 성장한 자매의 이야기를 다룬다.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의 힘 같은 디즈니스러운 메시지는 물론이고 원치 않게 찾아오는 인생의 시련을 타개하는 캐릭터들의 책임감 있고 성숙한 태도가 성인들에게도 감동을 준다. 게다가 분쟁과 단절을 있게 한 과거 세대의 얽힌 매듭을 풀고 두 나라-아렌델과 노덜드라, 나아가 인간과 자연과의 화해를 시도한다. 이웃 부족에게 저지른 선조의 죄를 인정하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으며 서로 화해하는 이야기, 아렌델 왕국이 무너지는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댐을 파괴하는 결단을 내리고, 다행히 피해 없이 모두가 평화롭게 살았다는 이야기는 동화 속에나 있을 법한 해피엔딩이지만 거짓과 갈등, 이기심과 적대감, 인간과 자연에 대한 폭력이 심각한 오늘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더욱이 미래를 만들어갈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로서는 더욱 그렇다.

애니메이션 장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올해 천만 영화 다섯 편 중 세 편, <극한직업>과 <기생충>을 제외한 <어벤져스4: 엔드게임>, <알라딘>, <겨울왕국2>가 만화와 동화에서 출발한 디즈니 작품이다.(참고로 어벤져스 시리즈의 마블은 디즈니에 속해있다.) 특히 <겨울왕국2>는 전작보다 무거운 분위기와 ‘렛잇고’만한 곡이 없음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OST, 굿즈들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눈과 귀가 즐겁기도 하지만 깊이 있는 스토리와 확장된 세계관에 청년들은 매력을 느꼈다. 향기, 바람, 진동, 연기 등 공감각적 체험이 가능한 4DX 상영관, OST를 함께 따라 부르는 싱어롱 문화 등은 역주행이나 N차 관람 등 관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낳고 천만 흥행으로 이어지게 했다. 

디즈니는 <라이온 킹>(1994)을 정점으로 2010년까지 쇠퇴기를 겪었다. 비대해진 몸집을 유지하기 위한 조급함에서 벗어나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데 집중하니, 다시금 전성기를 맞이하는 중이다. 물론 상업적 측면에서 스크린 독과점과 글로벌 거대자본의 투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논리보다 재미와 체험이 중요한 세대의 문화적 수요를 읽고, 시대적 아젠다를 면밀히 분석하여 다음세대 교육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면서, 모두가 공감하고 풍요로운 경험을 누릴 수 있는 콘텐츠 제작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점에서 배울 게 있다.

디즈니가 사회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디즈니로서, 디즈니스럽게, 그리고 오늘의 시대에 맞게 제시한다면, 한국교회는 어떠한가? 좋은 소식도 많았지만 유난히 갈등과 마음 아픈 일이 많았던 2019년이었다. 전도와 선교의 위기를 맞이하고, 세상의 빛과 소금이어야 할 교회가 신뢰를 잃는 시대에 디즈니의 약진과 <겨울왕국2> 흥행에서 얻을 교훈이 있다면, 본질 외에 다름 아니다. 우리의 관심이 여전히 성장과 성공에 머무르는 것에서 돌아서서 성도다움과 교회다움을 찾는 것, 한국교회가 터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위급한 아젠다에 대해 화해와 평화의 예언자적 메시지를 실천하는 데 있어야 한다. 희망의 절기인 대림의 시기에,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뻐하는 것은 그분의 다시 오심을 준비하는 것과 같이 가야 한다. 교회와 세상, 하나님이 지으신 피조세계 가운데 만연한 거짓 평화를 바로잡고 “둘로 하나를 만드사 …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다리를 놓는 화평이 되어야 한다.(엡 2:14) 그때 비로소 다음세대와 세상에 교회의 진정한 존재 의미를 밝힐 수 있을 것이다. ‘교회’의 가장 좋은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글쓴이 김지혜
디자인과 신학을 공부했다. '문화'와 '타자'는 언제나 인생의 중요한 화두다. 문화분석에 관심이 있으며, 현재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와문화 전공 박사과정 중에 있다. 목사이고, 문화선교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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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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