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대중문화 읽기] Beyond Technology: U2 내한공연 후기



지난 12월 8일 U2의 첫 내한 공연이 열렸다. 한 밴드의 내한에 많은 언론이 주목하고, 리더인 보노는 다음 날 대통령을 만났다. 이런 특별한 행보는 이 레전드 밴드가 지난 40년간 보여준 음악적 성취와 사회적 공헌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U2가 어떤 멋진 음악을 들려줄까 하는 기대보다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질까에 더 주목하는 것도 이 밴드만의 특별함이다. 스타를 넘어 구루(guru)의 위치에서 이 날 메시지도 연일 화제가 되었다. 


<이번 내한공연 포스터와 사진>


<이번 내한공연 유튜브 영상>


U2의 음악적 성취는 공연에서 더 빛이 난다. 경제 매거진 <포브>(Forbes)가 선정한 지난해 전 세계 연예인 수익 순위에서 U2는 최근 특별한 히트곡이 없음에도 1위를 차지하였다. 이들의 대부분의 수익은 바로 콘서트 투어에서 비롯된다. 1990년대 이후 U2의 콘서트는 온갖 새로운 신기술을 동원한 어마어마한 무대와 이미지 연출을 선보인다. 이 기술적 성취도 놀랍지만 이 모든 테크놀로지의 목적은 사회적 메시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최선의 수단임을 주목해야 한다. U2의 콘서트는 공연이 주는 정서적 만족 뿐 아니라 청중의 도덕적 결단을 이끌어낸다. 

Zoo TV 투어(1992)POPMart 투어(1998)

Elvation 투어(2001)Vertigo 투어(2005)

360° 투어(2009)


이번 내한 공연은 본인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멋진 무대였다. 미국에서 이미 세 차례나 공연을 보았고, 싱싱했던 2001년 보노의 보컬을 맛보았던 ‘Elevation 투어’의 감동 때문인지 레전드에 대한 의무감에 티켓을 구입했다. 하지만 이날 공연에서 거대한 LED 스크린 위에 사전 제작된 영상과 현장 영상이 기막히게 어우러진 이미지 연출은 청중들을 이전 공연들에서 맛보지 못했던 신세계로 이끈다. 보노의 보컬은 분명 세월이 지나며 시들었고, 고척돔의 음향 환경은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그의 보컬 액팅과 샤우팅은 여전히 강렬하다. 그리고 디 엣지의 판타스틱 기타 플레이는 경이로웠다. 


<조슈아 트리 앨범 사진>


이번 공연은 2017년 이후 2년 이상 지속된 “Joshua Tree 30주년 기념 투어”이다. 이들은 단지 그들의 히트 앨범을 기념하는 것을 넘어 앨범의 서사를 멋진 뮤지컬 쇼로 재구성하며 그 때와 지금을 연결시킨다. 래리 뮬런 주니어의 드럼 시그널로 시작된 첫 곡 “Sunday Bloody Sunday”는 인상적인 행진곡 풍의 비트와 기타 인트로를 통해 청중들의 심박수를 증폭시키며 시작을 알렸다. 공연 초반에는 별다른 이미지 연출 없이 데뷔 시절의 풋풋했던 열정을 작은 특설 무대에서 재현하며 자신들의 초창기 이야기를 전했다. 

공연 초반에 이들이 주목한 인물은 존 레논이다. 공연이 펼쳐진 12월 8일은 그의 기일이다. 뉴욕의 자택 앞에서 피살된 존 레논의 사망 40주기를 맞아 U2는 그에 대한 특별한 추모를 표현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추모한 'Pride'를 노래하던 도중 원 가사인 '멤피스의 하늘에 총성이 울렸지'를 '뉴욕의 하늘에 총성이 울렸지'로 바꿔 불렀다. 또한 존 레논이 리메이크해 크게 히트한 'Stand by me'와 비틀즈의 명곡 'She loves you'를 삽입해 불렀다. 존 레논은 우리를 천국과 종교 없는 세상을 ‘상상’(imagine)하게 한다면, U2는 우리로 하여금 천국으로 세상을 상상하도록 초대한다. 양자의 종교적 신념은 다르지만 이들이 바라본 이상은 바로 평화와 공존이었다. 


<내한공연 특설무대 공연 사진(좌)과 존 레넌의 이매진 앨범 사진(우)>


이어서 펼쳐지는 Joshua Tree 앨범의 11곡이 순서대로 영상과 함께 재현된다. 서사를 동반한 이미지 영상은 미국의 광활한 대지와 그 안에 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 목직한 메시지를 화려한 엔터테인먼트로 승화시킨다. 옛 TV 영상을 활용해 재치있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풍자도 인상적이다. 


<내한공연 Joshua Tree 그랜드 캐년 장면 사진(좌)과 Where the street has no name 사진(우)>


이 앨범에서 U2는 미국을 ‘사막’의 이미지로 비유하며, ‘공간’과 그 안의 인간의 삶의 관계성을 풍성한 영감으로 펼쳐 놓는다. 죠슈아 트리는 황량한 캘리포니아 사막에서 자라는 선인장의 일종으로 희망과 생명 그리고 종교적 구원을 상징한다. 이 앨범에 묘사된 미국은 더 이상 약속의 땅이 아니라 황폐해져버린 사막이다. 이 앨범의 수록곡, “In God's Country”에서 U2는 ‘신의 나라’를 꿈꾸던 미국의 이중성을 고발하며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사막의 하늘, 그 사막 하늘 밑의 꿈. 
    강은 흐르지만 곧 말라 버릴거야. 
    우리는 새로운 꿈이 필요해
    그녀는 자유, 그녀가 곧 나를 구원하러 올 거야
    희망, 믿음, 그리고 그녀의 허영. 
    가장 귀한 선물은 금이겠지.
    신의 나라에서, 잠은 마역처럼 찾아오지. 
    신의 나라에서, 슬픔은 십자가를 짓밟고 있지. 

  

풍요로운 미국의 ‘아메리칸 드림’은 이미 그 가치를 잃었으며 황량한 사막에서 이제는 새로운 꿈이 필요하다. 미국은 자유를 외치며 세계를 돕는다고 나서지만 허울 좋은 희망의 가치는 단지 미국의 허영일 뿐이다.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결국 돈이다. “Bullet the Blue Sky”에서는 전 세계에서 자행되는 미국의 강압적 개입을 강하게 비판한다. 


<내한공연 In God's Country 장면 사진> 


U2는 그 사막의 절망 속에 새로운 사유를 시작한다. 그 사막은 현실의 모순과 절망에서 신을 의지하고 구원의 희망을 꿈꾸는 장소이다. 보노는 이 사막 이미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사막을 그저 황량한 곳이라고만 생각하죠. 다른 각도에서 보면 사막은 어떤 일이든지 시작할 수 있는 깨끗한 캔버스 같은 것이기도 하니까요. 성경에서 사막은 구원의 씨앗이 자라는 곳이니까요.” U2가 바라본 미국 역시 그런 이중적 애정과 분노, 절망과 희망을 음악 속에 표현하였다. U2는 그 희망의 씨앗을 미국으로 건너온 평범한 노동자들과 흑인들 그리고 이민자들의 삶의 여정에서 찾는다. 이는 내한 공연서 스크린에 펼쳐진 이미지 서사에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공연 곳곳에서 U2는 한반도 평화를 향한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같은 분단 상황에 있는 아일랜드인으로서 한국의 상황에 대한 깊은 공감을 표하며 진정한 평화와 하나됨의 소원을 시종일관 표명하였다. 마지막 곡 One을 부르기 전 보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도 여러분의 나라도 남북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평화를 위해 내가 배운 최고의 단어는 ‘compromise’(관용/타협)입니다. 우리의 북쪽에 사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줍시다. ‘We love you.’” 


<내한공연 One 태극기 사진>


후반부에 부른 "Ultravilolet-Light my Way"에서 연출된 여성 인권에 대한 이야기도 놀랍다. 그저 한 투어 장소를 넘어 U2는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깊이 이해하려고 한 노력이 엿보인다. 이름없는 제주 해녀들과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 나혜석부터 서지현 검사까지, 한국의 여성운동가들 그리고 최근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설리까지 화면에 보여주며 많은 이들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1991년 <Achtung Baby> 앨범에 수록된 이 노래는 U2의 대표곡도 히트곡도 아니다. 이 노래는 구약성서 욥기를 배경으로 고난의 밤을 힘겹게 견디는 이들을 위로하는 내용을 담은 숨은 걸작이지만, 이번 공연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노래가 될 것 같다. “우리 모두가 평등해질 때까지 우리 중 누구도 평등하지 않다.” 이 선명한 한글 메시지가 지난 몇 해간 수많은 갈등 상황들에 놓여 반목하던 한국의 상황에 깊은 울림을 전한다.  


<내한공연 Ultraciolet 여성 사진>


<우리 모두가 평등해질 때까지 자막 사진>


U2의 음악과 공연, 그리고 사회 활동의 저변에는 이들이 십대에 만난 기독교 신앙에 뿌리를 둔다. 록크롤과 신앙 사이에서 갈등하던 ‘더블린의 소년들’은 그들의 재능을 통해 신앙적 소명을 펼칠 것을 다짐하였다. 폭력과 탐욕으로 대변되는 절망적인 세계에서 이들은 평화의 세상을 꿈꾼다. U2는 폭력이야말로 세상을 절망으로 이끄는 본질이다. 따라서 반전과 평화는 같은 방법으로 이루어질 수 없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우리에겐 새 마음이 필요하다. 보노는 그것이 오직 그리스도가 보이신 은혜와 사랑 안에 있음을 이들의 음악적 행보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공연 말미 이들은 “Love is bigger than anything"을 부르며 평화를 불러오는 사랑의 가치를 선명하게 이야기한다. “사랑은 그 어떤 것보다 큰 거야”라는 한글 자막은 이 공연에서 U2가 들려주는 모든 이야기의 결론이다. 사막의 황폐함에서 구원의 희망은 응보(karma)가 아닌 신의 은총(grace)이며 그 상징이 사막에서도 꿋꿋하게 서있는 조슈아 트리인 셈이다.   


<Love is bigger than anything 자막 사진>


U2의 공연은 예술과 만난 테크놀로지의 진수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안에 어떤 콘텐츠를 담아 어떤 메시지를 이끌어냈는지가 다른 아티스트들이 범접할 수 없는 U2만의 차별성이다. 공연 중 다시 한국에 오겠다는 그들의 약속이 이루어지길 바라본다. 아마도 2021년 즈음에 그들의 또 다른 명반 Actung Baby(1991)의 30주년 기념 투어도 마련되지 않을까? 이런 예측 속에 U2의 두 번째 내한 공연이 보여줄 또 다른 콘서트 판타지를 기대해 본다.  


윤영훈 (성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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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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