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 일독을 권한다: 한일관계 위기 이해의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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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UCLA)의 의과대학 생리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제레드 다이아몬드(Jared Mason Diamond)는 지금까지 자신의 앎과 삶의 지경을 경이롭게 확장해 온 사람이다. 『대변동』의 독자에게 먼저 그러한 저자의 관심과 인식의 확장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필요한 이유는 『대변동』이 바로 그 확장의 과정들에 이어진 하나의 소산물이기 때문이다. 

그의 학문적 관심은 생리학으로부터 시작하여 조류학, 진화생물학, 지리학, 그리고 역사학에 이르도록 실로 무한대로 확장되어 왔다. 그의 언어적 관심은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와 같은 현대어뿐만 아니라 라틴어와 헬라어와 같은 고대 언어들의 영역으로 확장되어 나갔다. 그의 출판의 영역은 생리학 실험 리포트에서 논픽션 에세이의 세계에까지 이른다.  

그 가운데 그가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 것은 퓰리처상을 받은 『총,균,쇠』이다. 장르적으로 본다면 그의 이후의 세계적 베스트셀러로서의 명성을 얻은 『문명의 붕괴』와 지금 서평하는 『대변동』은 바로 그 『총,균,쇠』가 펼쳐놓은 세계와 그 영감을 잇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총,균,쇠』에서 뉴기니의 알리가 물었던 질문을, 현대 국가들의 위기와 변동 과정을 통해서 재확인한 것이 『대변동』이다. 그러므로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의 이해를 위해서 그 앞선 『사피엔스』의 독서가 필요하듯이, 『대변동』의 전모를 이해하고자 하는 이를 위해서 먼저 『총,균,쇠』의 일독을 권한다.

『대변동』은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말하듯이 “현대의 일곱 국가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일어난 위기와 그에 대응한 선택적 변화를 비교하며 이야기 식으로 써 내려간 입문서이다.” 그 핀란드, 독일, 일본, 인도네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칠레의 일곱 국가는 저자가 개인적으로 겪은 경험과 연관되어있고, 저자는 그 각각의 나라의 위기와 변화를 비교 분석해주고 있다. 그 때의 위기와 그 대응은 자생적이지 않다. 직면한 위기에 누가, 어떻게 대응했는가에 따라서 이후의 변화의 내용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대변동』에 관한 여러 관점에서의 여러 서평들이 이미 존재한다. 그 범위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날 것이 없는 서평 하나를 더 첨가하고 싶은 욕구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현재 한국과 일본과의 사이에 겪고 있는 문제들이 우리가 당면한 위기라고 보고 책의 내용 중 일본에 관한 부분에 주목해 줄 것을 권한다. 인문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특히 한국에서도 인기가 있다. 그의 책 『총,균,쇠』는 지난 10년 동안 서울대학교 도서관 도서대출 1위 서적으로 알려진 한국인의 사랑을 받는 책이고 학자이다. 제레드 다이아몬드 자신도 『대변동』의 서문에서 그를 향한 한국의 사랑이 일방적인 아님을 언급하고 있다. 언어학에 조예가 있는 그는 특히 한글 예찬론자이다. 그는 한글이야 말로 세계의 모든 문자들 가운데 음운학적으로 가장 완벽하고, 합리적인 동시에 미래지향적 문자라고 칭송한다. 아마도 한국에서의 그의 명성에는 그의 한글예찬론이 상당히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동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그는 일본에 더 깊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변화는 그가 직접 경험한 20세기의 변화를 주도한 나라들 중에 저자의 논점을 증명하는 대표성과 상징성을 가진 나라라고 보고 있다. 우선 그는 책의 처음 두 장을 일본에 관해 할애할 뿐만 아니라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다시 일본을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대변동을 치러낸 일곱 나라들의 변화들에 대한 비교 서술이 일본에서 시작해서 일본으로 마무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역사적으로 중요한 위기를 겪고 있다. 2019년은 이후의 역사에서 한일 관계를 포함한 국제관계의 결정적 변화와 새로운 정의가 이루어진 해로 기록될 것이 틀림없다. 그 변화의 한 당사자로서 일본에 대한 우리의 현재적 관심과 기본적 정서는 증오와 적대감이다. 그것은 아마도 지난 역사 가운데 전 국민, 특히 일본군‘위안부’, 강제징용과 같은 일제로부터의 직접적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의 존재와 정서가 가려진 채 이루어진 정치적 타협과 거래의 미완전성과 불공정성에 기인한 것이리라. 

그러나 증오와 적대감이 순수하고 정당한 정서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위기에 대한 적절한 대응일 수는 없다. 무엇보다 우리는 일본을 알아야 한다. 격분한 정서와 격돌한 정세의 두 나라는 서로를 향한 앎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가지 않고 아는 것은 관념적 앎일 수 있다. 그러므로 일본인이 아닌, 그리고 한국인도 아닌 대 인문학자의 제 3자적 관점으로 일본의 위기와 변화에 대한 설명은 최소한 우리에게 일본의 이해의 길을 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위기에 직면한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에게 일독의 가치가 충분하다. 『대변동』의 일독을 권한다. 

곽재욱 목사(Th.D., 동막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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