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칼럼] 가이사의 것, 하나님의 것: 평화 이루기를 위한 하나의 전제



예수님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신 분이셨다. 이스라엘을 식민통치했던 로마와의 관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성경에는 로마에 대해 예수님이 가지신 생각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로마 치하에 있는 유다 백성들의 눈물겨운 고통을 보셨고, 그 안에 반로마와 친로마 세력 간 긴장도 잘 알고 계셨을 것이다. 산헤드린 공의회는 예수님을 정치적 곤경에 빠뜨릴 목적으로 악의를 가지고, 친로마파인 헤롯당과 반로마파인 바리새인을 함께 보내어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은 것이냐고 물었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막 12:17)

예수님이 제시한 새로운 길이었다. 얼핏 이 대답은 현실정치에 대한 인정과 종교의 비정치화를 주장하신 것이라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 나라에 매이지 않는 하나님 나라의 급진적 초월성을 명료하게 드러내신 것이었고, 궁극적 충성의 대상은 바로 하나님이심을 선포하신 것이었다. 

예수님의 관심은 “하나님 나라”였다. 제자들 안에 친로마파와 반로마파, 비로마파 그룹이 한데 얽혀있었지만, 주님은 새 계명인 사랑을 통해 그들이 하나 됨의 길로 나아가길 원하셨고, 그리스도의 평화를 성취하는 교회됨을 이루어 갈 것을 믿으셨다. 

정치적 전제나 이념을 넘어, 오직 하나님 중심의 신앙만이 교회의 터전이어야 함을 선언하신 것이었다.  


최근 한국은 일본과 최악의 갈등상황 가운데 놓여 있다. 이 현실 속에서 교회 공동체가 지녀야 할 자세에 대해 고민을 토로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적지 않다. 비정상적인 경제 보복 조치를 감행한 일본에 대한 반발과 대응이 어느 때보다 거세고, 이로 인한 일본제품 불매운동도 장기화하고 있다. 


한편으로 한일 간의 갈등과 관련하여 국가적 대응방안에 대한 논란과 갈등도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 교회가 한국 사회를 향한 보여주어야 할 응답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성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속에 놓여있다. 

친일과 반일이라는 이분법적 긴장을 뛰어넘어, 그리스도인들은 한일 간 역사와 미래에 대해 책임적인 비전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인가. 내셔널리즘이라는 해법을 뛰어넘어 하나님 나라의 정의로운 화해와 연대의 길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분명한 것은, 예수님이 오늘 우리들에게 말씀하신다면, 궁극적으로 교회가 정치적 성향을 뛰어 넘는 새로운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어가라고 말씀하실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그 여정 중에 너의 모든 이웃들을 사랑하라시는 급진적 용서와 그리스도의 평화 이루기를 선택하는 역사가 교회됨의 도상에 있음을 말씀하실 것이라는 점이다. 회개를 알지 못하는 이들을 향한 부정의 감정에 휩싸일 때, 본회퍼(D. Bonheoffer)의 말대로, 인류를 향한 용서와 화해의 현실인 십자가에 드러난 하나님의 현실이 그리스도인의 현실이 되도록 하는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말씀하실 것이라 생각해본다.  


오늘 한국 교회가 진정으로 가져야 할 권력이 있다면, 그것은 문화적 리더십이 지니는 힘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 중심엔 미움과 갈등, 무관심과 분열을 넘어 새로운 미래를 열게 하시는 하나님 중심의 신앙이 자리한다. 

나와 무관하게 살아가던 아프리카의 사람들이 하나님 안에서 형제자매가 되듯, 우리에게 고통을 주었던 일본 또한 하나님 안에서 우리의 이웃으로 다가올 때라야 한일 간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탐색하게 될 것이다. 

감당할 수 없는 거악(巨惡)에 대한 회개란 하나님에 대한 인식에서만 오는 것임을 깨닫게 될 때, 일본선교에 대한 한국교회의 지속적 관심을 촉발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이 중심을 이루는 동북아 평화 네트워크를 시민사회와 함께 만들어가 가야할 교회의 공공적 책임의 지평도 함께 열리게 될 것이다. 


미움과 분노를 뛰어넘어 하나님의 평화를 이루어가는 문화선교의 길은 어디에 있을 것인가? 삶과 신앙의 일치를 이루어가면서 우리의 신앙이 정의와 평화의 길을 만들어가는 한국 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글쓴이 백광훈 원장

문화선교연구원의 원장으로 섬기고 있다. ‘소통과 변혁’, ‘신앙과 문화’, ‘은혜와 생명’이라는 키워드로 한국교회 문화선교의 대안과 비전을 모색하고 있다. 사회 문화적인 이슈들에 대한 창조적인 기독교문화적 해석과 실천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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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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