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대중문화 읽기 영화<사바하>: 이루어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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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김지혜 목사(문화선교연구원 책임연구원)


크리스마스가 즐거운 날이니?” 성탄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를 지나며, 즐거워하는 고요셉 전도사(이다윗 분)에게 박 목사(이정재 분)가 한 말이다. “사실 이 날은 너무 슬픈 날이라며 헤롯이 유대인의 왕이 태어났다는 동방박사의 소식을 듣고 베들레헴에 있던 2살 이하의 사내아이를 모조리 죽였다는 것이다. 바로 헤롯의 유아대학살 사건이다. “헤롯이 심히 노하여 사람을 보내어 베들레헴과 그 모든 지경 안에 있는 사내아이를 박사들에게 자세히 알아본 그 때를 기준하여 두 살부터 그 아래로 다 죽이니”(2:16) 감독은 기독교인에게 너무도 유명한 이 구절을 가지고 영화를 끌고 간다. 영화 <사바하>는 예수의 탄생이 아니라 예수의 탄생 당시 희생당한 아이들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다. 불교적 색채가 다분한 이 영화를 왜 기독교적으로 봐야 하는가감독의 개인적인 기독교적 경험과 주제의식이 담긴 이 영화는 우리로 하여금 영화를 관람한 240만의 관객들과 고난 당하는 자들의 관점에서 신적 존재와 인간에 대해 신앙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접점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무기력해보이는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

예수의 탄생이 이루어지기 위해 왜 수많은 아이들이 죽었어야 했는가? 그 악을 하나님은 왜 막지 않으셨는가? 2015년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가 프랑스 파리에서 벌인 연쇄테러 사건로 하나님의 무기력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는 장재현 감독은, 무기력한 하나님에 대한 원망 혹은 불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런 장 감독의 경험에 기반을 두고 탄생한 인물이 박 목사(이정재 분)이다. 그는 선교지에서 아내와 두 아이를 열두 살 난 무슬림 소년에게 잃으면서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된 냉소적이고 속물적인 인물이다. 그는 신흥 종교집단 사슴동산의 미스터리를 밝히는 추격자이자 관찰자로 등장한다. 불교와 기독교 세계관이 짙게 뒤얽혀 있는 이 영화가 불편하다면, 박 목사의 시점을 따라가는 것도 영화를 보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메시아의 탈을 쓴 헤롯

1999년 어느 날, 영월에서 쌍둥이 자매가 태어나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온몸이 털로 뒤덮인 채 짐승의 모습을 한 언니는 이름 대신 그것이라 불리고, 밤마다 짐승처럼 울부짖는다. 마을 사람들은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그것때문이라고 확신한다. ‘사슴동산의 교주 김제석을 지키기 위해 정나한(박정민 분)은 자매의 생명을 위협하고, 극동종교문제연구소 박 목사는 사슴동산의 비리를 좇다가 1999년에 영월에서 태어난 여자아이들이 연달아 죽는 미궁의 사건과 연관이 있음을 깨닫는다.

교주 김제석은 사람들로부터 육체를 이긴 진짜이라는 칭송을 받았지만, 사실 그는 자신을 위협할 존재가 1999년 영월에서 태어난다는 예언에, 영생에 대한 탐욕과 집착으로 16년 동안 수많은 아이들을 죽여 온 인물이다. 불교적 세계관에서는 누구나 수행에 의해 불사의 존재이자 사람들을 구원할 미래의 부처, 미륵이 될 가능성에 열려있다. 그러나 그는 미륵인 줄 알았으나 한낱 짐승과 같았고, 메시아가 아니라 헤롯이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떠올리게 되는 분이 있다. 바로 죽기 위하여 이 땅에 오신 분,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자신의 죽음에 대한 예언을 듣고 이를 막기 위하여 숱한 생명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교주와 달리 자신의 죽음을 알고도 한없는 사랑과 자비로 온 인류를 생명의 길로 인도하신 분, 그리고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셔서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히 계시는 분 말이다.

 

당신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악귀인 줄 알았던 그것은 자신의 정체를 너희들이 피 흘릴 때 같이 울고 있는 자라고 답한다. 껄렁하던 박 목사는 어느새 진지한 모습으로 시편 59:1~4, 27:9의 말씀을 연이어 읊조린다. ‘대신에 우리를 넣어서 말이다. “‘우리의 하나님이여 우리의 원수에게서 우리를 건지시고 일어나 치려는 자에게 우리를 높이 드소서”(59:1), “주의 얼굴을 우리에게서 숨기지 마시고 주의 종을 노하여 버리지 마소서 주는 우리의 도움이 되셨나이다 우리의 구원의 하나님이시여 우리를 버리지 마시고 떠나지 마소서”(27:9). 그리고 춥다며 죽어가는 나한에게 자신의 겉옷을 덮어주고 간구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어디 계시나이까 어찌하여 당신의 얼굴을 가리시고 그렇게 울고만 계시나이까 깨어나소서 저희의 울음과 탄식을 들어주소서 위로하소서 당신의 인자로 우리를 악으로부터 구하시고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사바하’, 무엇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은 불교 용어다. 마치 우리의 아멘과 비슷하다. 아마도 감독은 인류의 고난을 대리하여 구원을 이미 이루시고, 계속해서 이루어가시며, 마지막 날 완전하게 이루실 하나님께서 부디 그 얼굴을 드러내어, 이 세상에 득세하는 악의 활동으로 고난 받는 이들을 위로하고 구원해달라고, ‘우리를 대리해 간구하는 자신의 간절함을 이 영화에 담은 것이 아닐까.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김지혜 목사

문화선교연구원 책임연구원. 문화비평에 관심을 가지고 문화와 신학의 만남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현재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와문화 박사과정 중이다. 문화신학, 대중문화, 공공성, 타자 등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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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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