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의 도전과 한국교회의 응전-2] 뉴미디어가 만들어가는 현재와 미래(2)




<연재 순서>

1회 뉴미디어가 만들어가는 현재와 미래(1)

2회 뉴미디어가 만들어가는 현재와 미래(2) - 현재글

3회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바라본 뉴미디어

4회 뉴미디어와 선교 프레임의 변화 


“내가 첫 걸음마를 뗐을 때 부모님은 육아일기에 그 모습을 기록했지만, 아직 돌이 안 된 내 딸아이가 첫 걸음마를 떼는 날에 부모님은 마치 그곳에 계신 것처럼 그 아이의 모습을 실감나게 볼 수 있을 겁니다.” 

2016년 2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모바일’ 관련 행사인 MWC(Mobile World Congress)에 참석한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에 대해 한 말이다. 그는 “이제 가상현실의 시대가 시작됐다. 가상현실은 가장 유망한 차세대 플랫폼”이라며 가상현실이 앞으로 사람들의 일상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나도 지난 글에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은 아직 다소 생소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머잖은 미래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용하게 될 콘텐츠의 일반적 특성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들을 가능케 하는 뉴미디어의 속성으로 무매개성(immediacy)과 하이퍼매개성(hypermediacy)이라는 두 개념을 소개한 바 있다. 

가상현실 기술의 성패는 가상의 현실, 즉 가짜 현실(fake reality)을 이용자에게 얼마나 생생하게, 즉 진짜 현실(real reality)처럼 전달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쉽게 말해 얼마나 이용자를 잘 속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가상현실 기술이 완전한 무매개성의 단계에 이르게 되면 이용자는 가짜 현실과 진짜 현실을 구분할 수 없게 되고, 눈앞에 펼쳐지거나 뇌로 인지하는 이미지를 마치 실제인 것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지난 해 봄 개봉한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는 가상현실로 만들어진 새로운 세상이 존재하고, 현실인지 아닌지 구분 조차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한 홀로그램 기술도 등장한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가상의 세계에서 이뤄진 행동의 결과가 실제 현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런 스토리는 영화 <매트릭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매트릭스 속 가상의 세계와 실제 현실을 오가는 데 가상의 세계에서 죽으면 실제 현실에서도 죽게 된다. 즉 가상의 세계와 실제 현실이 구분되지 않고 하나로 연결된다. 물론 이는 영화 속 이야기에 불과하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가상의 세계가 실제 세계에 ‘물리적’으로 영향을 미칠 순 없다. 그러나 가상현실 속 자신과 실제 현실 속 자신의 정체성을 혼동하는 것과 같은 ‘심리적’ 영향력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앞서 말한 것처럼 가상현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더욱 도드라지게 될 것이다. 가상현실이든, 실제 현실이든 ‘현실’은 현실이니까.  

그러나 현재까지의 기술력으로는 가상현실 콘텐츠에 분명한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까진 HMD(Head-Mounted Display)라 불리는 무거운 기기를 머리에 써야만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갈 수 있고, 또 멀미나 어지럼증과 같은 부작용도 해결해야한다. 

이런 점에서 스마트 렌즈(smart lens)는 HMD에 비해 여러모로 편리한 점이 많다. 갤럭시 워치처럼 이용자가 직접 몸에 장착해 사용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의 일종인 스마트 렌즈는 대략 2010년을 전후해 개발이 시작됐다. 이후 관련 연구가 계속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은 ‘기초 단계'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렌즈를 꼈을 때 증강현실이 작동되려면 렌즈 속에 투명한 디스플레이가 탑재돼야하고 이를 위해선 반도체, 트랜지스터, 박막형 이차전지 등 다양한 소재들이 개발돼야 하는데 아직은 그 정도의 기술 수준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관련 분야의 한 전문가는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속의 스마트 렌즈가 개발되려면 적어도 5~10년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까지 뉴미디어의 발전을 주로 기술적인 측면에서 살펴봤다면 이제부턴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바라보려 한다. 뉴미디어의 진화가 앞당기는 사회문화적 변화의 중심에는 바로 ‘사이버 공간(cyber space)의 확대’라는 개념이 자리한다. 미디어 기술의 발전에 따른 컴퓨터와 인터넷의 확산으로 사이버 커뮤니케이션 공간이 확대되고, 이로 인해 뉴미디어는 뉴스전달이나 여론형성 기능 등을 통해 사회문화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사이버 공간은 ▲익명성 ▲개방성 ▲수평성 ▲무규제성과 같은 특성을 지니는데, 이런 것들이 경우에 따라서는 여론조작의 공간으로 악용되거나 공공적 책임성의 결여, 음란폭력물의 유통 등과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간과해선 안되는 것이 바로 유튜브(Youtube)다. 앱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유튜브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구글 플레이의 '동영상 플레이어·편집기'로 등록된 모든 앱들의 총 사용시간 369억분 중 86%(317억분)를 점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점유율 83%에 비해 3% 포인트 늘어난 수치로 유튜브의 1위 독주 행진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는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이상의 모든 세대에서 가장 오래 사용한 앱으로 조사됐다.

유튜브의 인기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먼저 꼽는다. 또 별도의 로그인 없이도 동영상 감상이 가능하다는 편리성도 있다. 방대하고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하지만 우려스런 점도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자극적인 영상과 이른바 ‘가짜뉴스’를 빠른 속도로 확산시킨다는 점이 유튜브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된다. 최근 연세대학교 바른ICT 연구소가 성인 1300여명을 상대로 뉴스 인식조사를 한 결과 88.6%가 가짜뉴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중 60.6%는 가짜뉴스를 실제로 봤다고 전했다. 가짜뉴스의 출처로는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가 가장 많았다. 여기서 특히 걱정되는 부분은 비슷한 영상을 끊임없이 추천하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한쪽 주장, 즉 '자기편 주장'에만 반복적으로 노출되게 만들어 이른바 ‘확증편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별도로 로그인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이용자를 필터링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유해한 영상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도 큰 골칫거리다. 한 논문에 따르면 유튜브에 올라온 3개 장르(게임, 엔터테인먼트, 오락)의 27개 콘텐츠를 분석한 결과, 방송 프로그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길이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38.3개의 유해한 내용이 발견됐다. 특히 구독자수나 영상 조회수가 높은 콘텐츠에서 유해한 내용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발견됐는데 이는 결국 조회수가 광고수입으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이용자를 유인하기 위해 유해한 내용들이 미끼처럼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유튜브에 최초로 접근하는 시기도 문제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유아 5명 중 4명이 생후 18개월 전에 유튜브의 동영상 콘텐츠를 접한다고 한다. 실제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중에는 유튜브 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과도하게 유튜브를 시청하는 자녀들로 인해 걱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렇듯 더 일찍, 더 오래, 더 많이 유튜브에 노출되면 그것이 재현해내는 세계를 실제의 세계로 인식하게 되고, 이로 인해 균형적인 현실감각을 형성하거나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는 어린아이뿐 아니라 성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뉴미디어는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힘이 있다. 그것이 구축하는 사이버 공간 속 세상이 실제 현실과 닮으면 닮을수록 그 견인력은 배가 된다. 

잘 쓰면 약이 되지만, 못 쓰면 독이 될 수 있는 무서운 양면성을 지닌 뉴미디어. 그것이 만들어내는 사이버 공간 속 세상을 교회는, 기독교인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다음 편에 계속...)


박웅진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에 있는 기독교 명문 사립대학인 위튼 칼리지(Wheaton College) 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문화연구) 전공으로 석사(MA)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대학원 박사 과정을 거쳐,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대학원에서 미디어심리학(Media Psychology) 박사 과정을 마친 후 장로회신학대학교, 한신대학교, 중앙대학교 및 고려대학교 대학원 강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콘텐츠진흥원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방송 출연, 칼럼 게재 등 다양한 대중문화 비평 활동을 하고 있다. 역서로 <대중문화 비평, 한 권으로 끝내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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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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