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혐오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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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으로 혐오가 싫어하고 미워함의 의미로 통용되지만, 혐오표현(hate speech)은 단순한 감정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약자 집단/개인을 부정하거나 차별, 배제하는 태도와 연관된다. 유난히도 혐오발언이 늘어나는 요즘, 혐오를 다루고 있는 문화콘텐츠를 통해 혐오에 대해 이해하고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영화 <화이트 갓(White God)>

감독 코르넬 문드럭초 / 헝가리 , 독일 , 스웨덴 / 120분 / 드라마, 스릴러 / 15세 관람가 / 2014

헝가리에는 잡종견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법이 있다. 헝가리에 유난히 유기견들이 많은 이유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다름없었던 ‘릴리’의 반려견 ‘하겐’을 세금덩어리 잡종견으로 보고, 떠도는 유기견으로 내몰며, 16만 포린트(약 63만 원)에 팔아버리는 것도 모자라 온순했던 ‘하겐’에게 잔혹하고 야만적인 투견 훈련을 시키고 결국 자신들을 해치던 인간을 습격하는 짐승들의 우두머리로 만든 이는 누구인가? 순혈과 잡종 간에 우열을 가르고 사랑 받을 자격과 학대 받을 자격을 구분 짓는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 그것은 과연 개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인가? 

2014년 칸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받은 <화이트 갓>은 감독 ‘코르넬 문드럭초’가 헝가리 개 수용소에 머물고 있는 개들을 보고 소수자에 대한 통찰을 얻어 만든 영화다. 황량한 부다페스트 시내를 질주하는 수백 마리의 유기견들의 습격은 오만하고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인간에 대한 심판의 은유로 이해할 수 있다. 영화 내내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장면들이 많지만, 마지막 장면은 더욱 그렇다. ‘하겐’을 필두로 하는 수백 마리의 유기견들과 ‘릴리’와의 장엄하면서도 고요한 만남은 하늘에서 낮은 곳으로 임하신 그분의 구원을 연상시킨다. “끔찍한 존재들은 모두 우리의 사랑이 필요하다.” 릴케의 말처럼, 차별이나 혐오가 아니라, 사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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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스퀘어(The Square)>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 / 블랙코미디 / 스웨덴, 독일, 프랑스, 덴마크 / 151분 / 15세 관람가 / 2017

영화의 제목 ‘더 스퀘어(The Square)’란 영화 속 스톡홀롬 현대미술관의 새로운 전시다. 사각 프레임 안에서만이라도 누구에게든 신뢰와 배려의 공간이 되어주자는 의미에서 현대인에게 성찰과 실천을 유도하는 프로젝트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수석 큐레이터 크리스티안에게 골치 아픈 일들이 하나둘 터지기 시작한다. 위협을 당하는 여성을 돕다 소매치기를 당하고, 이를 되찾는 데 정신이 팔려 프로젝트 마케팅의 수위를 조절 못하다 사퇴 압력까지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영화에서 펼쳐진다. 동시에 그는 지갑을 찾기 위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도둑 취급하고, 자신의 누명을 풀어달라는 소년의 절규를 외면하며, 걸인의 계속되는 요청에 짜증을 내고 만다.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비단 크리스티안 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스웨덴 사회의 이중성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from cradle to grave)”라는 말처럼 세계 최고의 복지를 자랑하는 스웨덴이지만, 길거리에 쓰러져있는 노숙자를 외면하고 이웃을 돕자는 구호단체의 목소리, 그 곁을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들, 사회적 약자들의 불행을 상품화하는 마케팅업체, 자신의 안위가 위협받지 않는 상황에서만 타인을 돕는 사람들 등 타인을 향한 배려와 보살핌이 전시회의 사각형(square) 밖 일상으로는 확장되지 않는 문명의 위선을 영화가 잘 담았다. 마치 교회가 하나님나라를 가시화해주는 사랑의 공동체이자 세상의 빛과 소금이어야 하지만 교회 밖 세상에서는 물론이고 교회 안에서도 제대로 실천하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더 스퀘어’ 프로젝트가 우리 사회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까? 크리스티안의 변화가 이민자의 도움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 이 질문의 열쇠다. 2017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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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셜포비아>

감독 홍석재 / 스릴러, 드라마 / 한국 / 102분 / 15세 관람가 / 2014

사실 영화 <소셜포비아>가 혐오표현에서 문제시하는 혐오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사이버불링(인터넷 집단폭력, Cyberbullying)을 다뤘다고 하는 것이 더욱 적확하다. 그러나 사이버폭력이 혐오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혐오 이슈를 다룰 때 간과할 수 없는 주제다.

영화는 한 여성이 탈영하다 죽은 한 남성을 조롱하는 트윗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에 격분한 남성들과 그 여성 간에 격한 트윗이 오가다(여성의 트윗은 해킹을 당해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것이었다.) 결국 남성들이 그 여성의 심판자로 자처하며 신상을 공개하고, ‘정의를 위해서’ 사과를 받으러 ‘현피’(현실의 ‘현’과 Player Kill의 ‘P’를 합성한 신조어)하기로 의견을 모은다. 7명의 젊은 남성들이 타겟이 된 여성의 집에 찾아갔는데, 여성은 목매달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후였다. 이 모든 과정은 유명DJ의 1인 방송으로 온라인 생중계되고 있었다. 타살 의혹을 제기하는 사건 당사자들과 이 사건에 얽혀있는 사람들은 죽은 자에 대한 애도보다 콘텐츠에 흥미를 보이며 소비하는 데 열심이다. 오히려 부추기고 옹호한다. 익명에 기댄 마우스 클릭, 키보드 타자의 가벼움이 한 존재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만큼 얼마나 무거워질 수 있는지 모르는 채로, 그들은 비난 받아 '마땅한' 존재에 대해 도덕적 우월감, 힘의 우위를 확인하고 부정적 감정을 배출할 뿐이다.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사람만이 승자가 되는 – 사실 신자유주의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들일수록 많은 시간을 보내는 - 온라인 공간에서 무차별적 조롱과 비난이 제재되기는커녕 인기와 명예, 부를 얻는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 혐오가 확산되는 이유다. 문제는 협박과 조롱, 비난과 따돌림, 마녀사냥 등 실제현실과 가상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며 일어나는 이런 일이 영화에서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점이다. 

혐오표현이 날로 심각해지면서 규제 논의가 오가고 있는 중에, 교회는 어떻게 이를 바라보아야 할까? 이러한 혐오표현의 장에 가장 많이 몸 담고 있는 우리 청소년들과 청년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대처해야 할까? 자유의 가치의 소중함, SNS가 평등과 민주주의에 기여한 공헌을 인정하지만, 윤리의 행방과 함께 교회 교육에 대해 묻게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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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문학과지성사

김현경은 사람과 인간을 대조하며, 인간과 달리 사람이란 “사회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하며, 그에게 자리를 만들어주”는 사회적 인정이 요구되는 존재라고 강조한다. 곧 환대에 의해 사회 안에 들어가며, 그 사회 안에서 자신의 자리/장소를 가질 때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이때 사람, 장소, 환대, 세 가지는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요즘 거센 혐오표현의 대상들이 여성, 난민, 장애인, 노년층 등인 것을 생각하면, 조건부 환대가 차별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이해하게 된다. 절대적 환대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리스도인의 과제가, 유명한 신학자의 "불가능한 가능성"에 대한 것이란 말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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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배제와 포용>

미로슬라브 볼프, IVP

크로아티아 출신의 신학자답게 배제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아는 볼프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배제와 포용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는 사람들이 ‘순수한’ 정체성을 지키고 타자로부터 권력을 획득, 중심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배제를 자행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배제는 혐오를 낳는다. 진정한 정체성은 배제가 아니라 포용을 통해 형성된다는 볼프의 말은 오늘날 혐오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이정표를 제시한다. 그 이정표는 단순히 현상에 대한 신학적 분석을 넘어서, 정의와 은혜 사이, 피해자-가해자의 궁극적 화해에 이르는 길에 이르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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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목사(문화선교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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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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