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빈의 문화칼럼]더 깊고, 올곧은 문화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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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교회는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다양한 사회 구성원과 단체로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기독교가 합리성과 충돌한다고, 민족주의적 정서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이념적인 갈등상황에서 너무 한쪽에 치우친다고, 현대문화의 다양성을 이해 못한다고, 다종교적 사회 속에서 너무 자신들만의 절대적 진리성을 강요한다고, 또한 막강한 인적·물적 자원을 가졌으면서도 그만큼의 사회적 책임에 소홀하다고 비판받는다. 그러나 더욱 치명적인 비판은 우리 삶이 우리가 전하는 말과 너무 다르다는 윤리적인 비판일 것이다. 이러한 비판들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한국교회는 너무 얄팍하고, 올곧지 못하고, 열매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오늘 한국교회의 우선적인 과제는 더욱 교회다운 교회가 되는 것이다. 교회다운 교회란 교회 구성원 각자가 신앙인다운 신앙인들이 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사실, 신앙인이 되었다는 것, 즉 교회생활을 한다고 해서 사람이 하루아침에 모두 바뀌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개인적·구조적인 죄에서 온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교인들을 성도라고 부르는 것은 거룩함을 좇는다는 뜻이지, 자신들이 이미 거룩함을 이루었다는 뜻이 아니다. 물론 자신의 신앙고백을 통하여 스스로 죄인이었음을 인정하는 것은 신앙인 됨의 중요한 사건이고 계기이다. 그러나 그 고백으로 모든 것이 완성되는 것은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메이징 그레이스’라는 유명한 찬송을 남긴 존 뉴턴은 노예선의 선장이었다. 주목할 것은 그가 신앙고백을 하고 신앙인이 된 이후에도 노예선의 선장 일을 수년간 계속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노예제도 폐지를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반대하고 구체적으로 노력하는 역할을 결국에는 감당하였다. 이것은 그가 회심 이후에도 영성생활을 통해 지속적인 성숙의 과정을 밟아 갔기 때문이었다. 요한 웨슬리의 가르침을 통해 뉴턴은 노예제가 반복음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당시 의원직을 떠나 목회자가 되려 한다는 윌리엄 윌버포스를 설득해 정치계에서 역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의 뜻임을 설득하기도 하였다. 결국 윌버포스는 이러한 목회자들과 동역자들의 협력에 힘입어 영국의 이익을 해치고 적국을 이롭게 하는 행위를 한다는 비난 속에서도 영국 경제제도의 주축을 이루고 있던 노예제도 폐지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신앙인다운 신앙인이란 지속적으로 예수님 닮아가는 사람들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예수님은 아버지 하나님과의 깊은 관계를 유지하려 힘쓰신 분이다.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 이것이 곧 영성의 뿌리이자 우리가 꿈꾸는 뿌리 깊은 믿음이다. 그런데 이 믿음과 영성은 뿌리와 같아서 남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뿌리를 보여주려는 나무는 정상적일 수 없고, 당연히 풍성한 열매를 맺지 못하듯이, 너무 자신의 신앙을 보여주려고 애쓰는 신앙인들이 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신앙은 하나님과 나와의 인격적인 관계성임을 기억하여야 한다. 사실 신앙인들이 믿음보다 먼저 세상에 보여줄 것은 깊은 뿌리로부터 올곧게 뻗은 줄기와 같은 우리의 삶의 모습들이다. 세상이 볼 수 있는 것은 눈에 안 보이는 믿음이 아니라 보이는 그리스도인의 삶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깊은 뿌리로부터 올곧게 뻗어 나온 줄기, 즉 하나님을 향한 깊은 믿음으로부터 형성되는 바른 삶만이 일상과 공동체적 연합을 통하여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풍성한 열매는 곧 문화이다. 세상을 새롭게 하는 것은 바로 열매로서의 문화를 나눌 때이다. 우리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것은 올곧은 삶과 풍성한 열매, 즉 생명문화를 맺음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잊지 말자. 한국교회와 신앙인들이 ‘더 깊고, 올곧고 풍성한 문화’를 민족과 함께 꿈꾸고 나누는 성숙한 공동체가 되어가기를 소망한다.


문화선교연구원 CVO 임성빈(장신대 총장)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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