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한국적 신학의 답을 찾는 선교사 출신 역사신학자의 수고가 만들어낸 역작-『한국교회와 최근의 신학적 도전』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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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 이 말은 한국에 있는 교회(들)를 지칭한다. 물론 교회는 우주적이고 보편적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교회가 지역과 지명(地名)을 만나면 상황적 의미가 더해진다. 물론 우주적이고 보편적인 의미를 강조한다면, 지역과 지명의 의미가 부각될 이유는 적어진다. 현대 사회에서는 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삶이 문화와 불가분(不可分)이라면, 신앙도 문화와 불가분이고, 당연히 교회도 문화와 불가분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국 교회는 한국이라는 지역 안에서 생성(生成)되고 자리 잡은 모든 것들, 즉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한국 사회 내의 것들과 당연히 불가분일 수밖에 없다. 이는 곧 한국 교회는 한국 사회 안에 있고, 한국 교회는 한국 사회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교회의 신학은 곧 이러한 지역적 의미를 이해하는 신학으로, 한국 사회 안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과 상황에 대해 신학적 응답을 하는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개념 정리에 있어 여전히 논란 중인 한국적 신학 혹은 토착화 신학을 부드럽게 이해할 수 있다면, 한국 사회 안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과 상황에 대해 신학적 응답을 하는 신학을 한국적 신학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를 한국 교회의 신학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바로 이런 확장된 이해의 지평을 갖게 해주는 저서가 안교성 교수의 『한국 교회와 최근의 신학적 도전』(장로회신학대학교출판부, 2017)이다.

저자는 신학을 고민하는 자리를 넘어 한국 교회의 신학을 고민하는 자리로 그 고민의 영역을 구체화하고 있다. 저자 자신의 자리에서 우주적 신학을 품고, 우주적 신학에서 한국적 신학의 주체성과 정체성을 고민하는 흔적이 곳곳에 배어있다. 이렇게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국 사회가 만난 현실과 현재, 상황과 환경, 아픔과 고민, 문제와 질문에 신학적 답, 특히 한국 교회의 입장에서 신학적 답을 찾아야 한다고 다음과 같이 역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 제1장 후기재난신학 - 한국적 재난 세월호 사건이 한국 교회에 던진 신학적 질문 

  • 제2장 평화신학 - 새로운 화약고가 된 동북아시아 속의 한국 교회와 평화담론의 변천 

  • 제3장 생명신학 - 한국 생명신학은 왜,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 제4장 통일신학 - 넘치는 통일담론, 빈약한 통일신학 

  • 제5장 후기공산주의신학 - 후기공산주의 사회의 도래와 후기공산주의신학의 대두 

  • 제6장 난민신학 - 난민, 새롭고도 오래된 기독교의 과제 

  • 제7장 디아스포라신학 - 한국 사회의 세계화와 한국 교회의 디아스포라신학의 발전 

  • 제8장 선교적 교회론 신학 - 지역교회의 선교공동체적 정체성과 과제 

  • 제9장 에큐메니칼신학 - 아시아 에큐메니칼 운동 역사와 한국 교회의 역할 

  • 제10장 자기신학화 신학 - 신학에 있어서 ‘성년의 시대’는 과연 언제 도래하는가?


저자의 한국 교회의 신학에 대한 목마름은 마지막 장(章)인 제10장 ‘자기신학화 신학’에서 절정을 이룬다. 

“최근 한국 교회에서도 자기신학화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활발하다. 한국 기독교의 토착화 혹은 한국화는 교회적 차원에서는 성공적이지만, 신학적 차원에서는 미흡하다는 것에 대하여 공감대가 있다. 특히 한국 기독교의 보수적 성향이 한국적 신학의 발전에 역기능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해이다.”(pp.339-340.)

저자가 이런 설명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역사신학자이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의 태생에서부터 현재까지의 내용을 역사적 자료들을 역사학자 특유의 예리함으로 찾아내고 있다. 역사학자이기에 놓치지 않는 자료 발굴, 사건과 내용 전후에 대한 엮음과 이음을 정교하게 해내고 있다. 제9장 ‘에큐메니칼신학’을 읽어보기만 해도 저자의 전공을 쉽게 읽을 수 있다. 여기에 선교사로서 다년 간의 경험을 통해 선교 및 교회 현장을 결코 놓치지 않고 있는 것도 자신감의 큰 이유가 되고 있다. 때문에 과거와 현재의 상황 파악은 물론 미래적 대안/과제를 자신 있게 내놓고 있다. 현장에 대한 파악과 이해가 충분한 저자이기에 한국 교회가 말해야 하고, 말할 수 있는 신학을 제안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는 제8장 ‘선교적 교회론 신학’을 읽기만 해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저자의 이러한 자신감은 용어를 사용함에 있어 과감함으로 연결되고 있다. ‘후기재난신학’(후기9·11신학, 후기쓰나미신학, 후기세월호신학)과 ‘후기공산주의신학’(후기북한사회신학)이 특히 과감하다. 서평자의 제한적 지식과 정보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서평자에게 재난신학과 공산주의신학도 익숙하지 않은데, 여기에 후기재난신학과 후기공산주의신학이라는 용어는 더욱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저자는 “추후의 광범위한 연구와 학문적 공감대를 통하여 관련 용어가 확정될 것으로 기대한다.”(p.22.) “‘후기공산주의사회’에 돌입하면서, 구공산권 국가의 신학자들은 새로운 맥락 가운데 새로운 문제들과 씨름하면서 새로운 신학을 형성하였다. 이런 새로운 신학에 대해서 아직 공식적 용어가 없지만, 본 논문에서는 가칭 ‘후기공산주의신학’(post-communist theology)이라고 부르고자 한다.”(p.159.)며 새로운 용어 사용에 부담이 없다. 아마 이는 저자의 후속 연구 주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저자가 붙인 부제는 「생명의 하나님, 한국 교회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이다. 이는 저자의 신학 논증이 에큐메니칼신학에 근거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세계 에큐메니칼신학보다는 아시아 에큐메니칼 운동을 통해 나타난 아시아 에큐메니칼신학과 아시아의 맥락 가운데, 이것들과 상호성을 갖고 있는 한국 교회의 에큐메니칼신학에 더 집중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신학적 자세는 매 장(章)마다 나타나 있다. 그러므로 이 역작을 한국 교회의 신학, 한국적 신학을 찾아가는 수고로움 중의 열매라고 봐도 될 것이다. 물론 한국적 신학을 말할 때, 민중신학과 토착화신학이 기준이 되거나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교회가 한반도 안에서 만난 사건/상황에 대해 신학적 답을 내놓는 것도 에큐메니칼의 입장에서 한국 교회의 신학, 한국적 신학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통일신학에 관심이 높은 저자이기에 한국 교회의 신학을 ‘한반도의 신학’이라고 불러야 할 날이 곧 올 것 같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루지 못한 주제들, 4차 산업혁명과 신학, 장애인신학, 노인신학, 종교 갈등과 신학, 차별과 신학, 반핵과 신학, 새로운 교회론과 신학 등에 대해서는 차후 연구 과제로 남겨둔다고 했다. 이는 신학자의 연구 욕심이 아니라 한국 교회가 당면한 신학적 과제들이 이러하고 또한 이렇듯 산적해 있다는 것을 공감하며 공유하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

분명 독자에 따라 이 책은 아쉬움이 있을 수 있다. 지면의 한계와 연구 방향의 다름을 인정하더라도 서술 방식이든, 자료 채택 및 인용 방식에 아쉬움이 있을 수 있다. 전공분야에 따라 다른 의견과 논증 방식의 차이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럼에도 안교성 교수의 『한국 교회와 최근의 신학적 도전』은 우리가 놓치고 있거나 용감하지 못했던 것들을 신학담론, 특히 한국적 신학담론으로 이끌어냈다는데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저자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용어들과 논증들을 사용한 것을 두고 서평자가 저자의 자신감, 과감함이라고 표현한 것은 공감의 박수를 보냄과 동의어이다.

아무쪼록 안교성 교수의 『한국 교회와 최근의 신학적 도전』이 ‘한국 교회의 한국적/한반도 신학 찾기’에 크게 일조할 것을 기대해 본다.

 

이 글을 쓴 이동춘 목사는 장신대 기독교와문화 겸임교수이자 비전교회 담임으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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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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