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빈의 문화칼럼] 신은 어디에 계시는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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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못한 재해나 부정의한 현실을 마주할 때 신앙인들은 그 신앙의 대상을 찾아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기독교 신앙의 기준인 성경을 살펴보면 다소 당혹스러운 증언들을 접하게 된다. 특히 의로운 삶을 살려고 애썼던 신앙인들의 답답함이 눈에 띈다. 그들은 하나님께 호소하며 묻곤 했다. “하나님! 왜 악인이 이렇게 번성하고 의인이 핍박을 받습니까?” 심지어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 하고 울부짖으셨다. 
 
오늘의 신앙인들 또한 현실 속에서 침묵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며 당혹스러움을 느낄 때가 많다. 어떤 이들은 비극적이고 어두운 현실과 전지전능하시고 정의로우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신앙을 포기한다. 또 어떤 이들은 현실의 경험을 설명하려고 성경의 증언들을 애써 자의적으로 갖다 붙이며 오히려 비극을 외면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닥치는 아픔과 비극은 우리의 지식과 신앙을 동원해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사건에 담긴 하나님의 의도와 계획을 쉽게 설명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누구의 죄악 때문에 일어났다거나, 이것도 축복을 위한 과정이라는 식의 상투적 설명은 위로는커녕 사람들의 오해와 공분을 사고 만다. 사실 많은 경우 하나님께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우리는 명확히 말할 수 없다.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신앙의 선배들이 이러한 비극적 현실을 직면할 때마다 진솔하게 고백하고 울부짖었던 것처럼 하나님 앞에서(Coram Deo) 애통해하며 기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종일 내게 하는 말이 네 하나님이 어디 있느뇨 하오니 내 눈물이 주야로 내 음식이 되었도다.”(시 42:3) “여호와여 내가 깊은 곳에서 주께 부르짖었나이다. 주여 내 소리를 들으시며 나의 부르짖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소서.”(시 130:1∼2) 


그러나 우리보다 앞서 이러한 경험을 했던 선배들의 증언을 통해 결국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침묵하시는 것 같아도,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것이다. 육신의 어버이가 자식을 잃고 나서 통절히 아파하듯 우리 아버지이신 하나님께서도 자녀들인 우리와 함께 아파하신다는 것이다.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방법과 때에 하나님은 그의 뜻을 결국에는 이루실 것임을 신앙인들은 믿는다.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이다’라는 기도는 주문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그 뜻을 지금, 여기에서 실행하는 이들이 되겠다는 결단을 뜻한다. 

모순 가득한 현실 가운데에서도 생명을 이어가야 할 남은 자들의 몫은 하나님의 마음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를 그분의 형상대로 창조하시고 세상을 섬기는 청지기로 삼으신 이유이자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종교개혁자들이 강조한 소명이다. 소명은 우리의 존재 이유와 목적을 기억하며, 생명을 풍성케 하는 일에 삶의 의미를 두도록 인도한다(요 10:10). 그 생명이야말로 이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통해 우리에게 준 선물이며 온 우주를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로 새롭게 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신앙인들은 이 생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이들이다. 신앙이 성숙해 간다는 것은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귀히 여기고, 그 힘으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생명을 파괴하고 사람을 사람답지 못하게 하는 악과 부조리에 하나님의 마음으로 맞서는 일이다. 신앙인들은 사회와 교회에서 일어나는 아픔과 비극을 외면하지 않고, 사랑의 실천과 정의의 길로 이끄시는 하나님의 일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하나님의 뜻과 계획도 결국 사람을 통해서, 사람과 함께, 지금 이 땅에서 이루어져 감을 기억하자! 하나님의 형상다운 자부심과 청지기로서의 소명과 사명을 기억하며, 부름 받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만인제사장으로서 살아가는 신앙인들이 더욱 많아지길 소망한다.

 

CVO(Chief Vision Officer) 임성빈(장신대 총장)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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