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앙으로 영화 <예수는 역사다> 읽기 - 기독교 신앙은 팩트 체크로 얻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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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연주자이면서 신학자요 아프리카에서 생명경외사상을 실천한 의사이며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알베르트 슈바이처는 예수 생애 연구(Geschichte der Leben-Jesu-Forschung)에서 복음서를 통한 역사적인 예수에 대한 연구는 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왜냐하면 복음서는 이미 신앙의 눈으로 조명된 그리스도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수의 생애를 역사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는 높은 관심을 끈다 해도 언제나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예수는 역사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듯이 보이는 영화 <예수는 역사다>는 근본주의적인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결코 예수 생애의 역사성을 입증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지 않다.

 

<예수는 역사다>는 미국의 베스트셀러 “The Case for Christ”를 원작으로 해서 만들어진 영화다. 기독교영화로서 간증영화. ‘시카고 트리뷴지의 법률전문 기자로 잘 나가던 리 스트로벨이 무신론자에서 회심하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회심 후 몇 년을 더 다니다 기자직을 내려놓고 현재는 목회자로서 살고 있다.

 

리의 목적은 오직 팩트에 근거한 진실만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자신이 어떻게 팩트 자체가 역사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여겨지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 대한 성경의 증언들을 믿는 자가 되었는지를 증거 하는 데 있다. 이런 변화는 어떻게 일어난 걸까? 그의 변화에 작용한 요인은 무엇일까? 팩트일까, 아니면 다른 무엇일까?

 

영화 안에는 크게 네 이야기가 겹쳐 있고, 이것들은 서로 교차하면서 리의 의심에서 회심까지의 여정을 이해하는 데에 크게 기여한다. 의도적으로 기획된 것이라 생각하는데,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자로 하여금 일상에서 경험하는 일과 관련해서 회심의 의미를 유비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곧 아내와의 관계, 아버지와의 관계, 경찰에 대한 총격 사건, 그리고 예수의 부활이 거짓임을 입증하려고 전문가들과 인터뷰하는 일련의 과정 등이다.

 

이야기의 단초는 무엇보다 음식점에서 딸에게 일어난 사건(사탕이 목에 걸려 질식사의 위기에 있었다)을 통해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된 아내와의 관계다. 그동안 무신론자 남편과 화목하게 지내기 위해 결혼 전까지 유지해 온 자신의 신앙을 내려놓은 채 지냈지만, 딸을 죽음의 위기에서 구해준 한 간호사와의 만남을 통해 다시금 신앙에 관심을 갖는다. 그녀가 마침내 신앙을 결정한 이유는 결코 우연이라 말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끌렸을 뿐 아니라 또한 딸의 생명을 구한 간호사의 설명을 통해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손길을 확실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는 달랐다. 그는 딸의 사건을 단순한 우연이라 여겼다. 아내가 위기의 순간을 겪으면서 그 충격의 여파로 경험하는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잠시 신앙에 귀의하여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도, 그렇다고 해서 확실한 근거가 없는 주장에 자신의 삶을 내맡기는 아내의 변화된 모습을 그는 쉽게 용납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그건 팩트에 근거한 진실만을 인정하는 자신의 신념에 어긋나는 일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아내와의 여러 차례 갈등을 겪으면서 리는 아내를 미신으로부터 구해낼 요량으로 기독교 신앙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예수의 부활이 거짓임을 입증할 계획을 아내 모르게 추진한다. 그는 부활이라는 현상은 불가능하며 따라서 부활의 증거들이 거짓임을 전제한 후에 다음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고자 했다. 예수의 부활에 대한 증거들은 신빙성이 있는가?

 

부활에 대한 반증 사례들을 탐색하는 동안 리는 두 개의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는데, 하나는 아버지의 죽음이고, 다른 하나는 경찰에 총격을 가한 혐의로 체포된 자의 범죄를 입증하는 기사이다. 먼저 리는 평소 자신과 관계가 안 좋았던 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한다. 성장 과정에서 자신에게 아무런 관심도 보여주지 않았던 아버지로만 기억하던 리는 아버지와 자신의 관계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아 알 수 없었지만 그동안 아버지가 아들인 자신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셨다는 사실을 그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확인한 것이다. 그리고 엄마가 그 사실을 증거 해주었다. 그 동안 아들인 자신에게 아무런 관심을 보여주지 않은 건 성격 때문에 그런 것일 뿐, 사실은 아들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없었던 건 아니었다는 사실을 리는 깨닫는다.

 

다음으로 경찰 총격 사건을 취재하는 중에 리는 범인이 경찰의 끄나풀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그리고 이 사실에 근거하여 기사를 작성하였다. 여론의 관심을 끈 사건은 피의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해 재판관은 15년 징역형을 언도하였다. 그러나 리의 기사는 오보였다. 리는 팩트에 근거해서 사건의 진상을 밝혀 나갔다고 했지만 미리 결론을 내린 후에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을 보려고 했을 뿐 마땅히 보아야 할 결정적인 증거를 간과한 채 기사를 쓴 결과였다.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중에 문제의 범인은 재소자들로부터 폭행을 당하는데 이를 계기로 리는 사건을 재조사하여 그가 혐의를 벗도록 해준다.

 

미신으로부터 아내를 구해내기 위해 리는 예수의 부활이 거짓임을 입증할 계획을 추진하는데, 무엇보다 그는 부활에 대한 증언이 예수를 따르는 자들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사실에서 증언의 신뢰성을 의심한다. 이와 관련해서 연구하는 중에 부활을 의심하는 여러 이론들을 접하고, 그에 대한 확실한 근거들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한다. 그러나 반증 사례를 얻기 위한 인터뷰가 아니라 성경의 증언을 믿는 사람들의 인터뷰만 보여준 건 매우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왜냐하면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인터뷰를 통해 리는 자신의 의심을 확인해주는 증언보다는 오히려 성경의 증언을 확인하는 이야기들을 접하고 충격을 받는다. 예컨대, 부활에 대한 증거가 여성들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은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당시 여성들의 증언은 증거 능력을 얻지 못하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숨기지 않은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거 하는 사례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예수가 사실은 죽은 것이 아니라 기절했었다는 기절설은 의학적인 소견으로 부정되고, 500여명이 부활한 예수를 보았다는 증거를 집단 환각이라고 보는 것은 부활했다는 증거보다 더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하는 정신분석학자의 증언과 고고학자로부터 성경의 사본들이 다른 사본들보다 더욱 신빙성이 있다는 증언을 듣는다.

 

리는 예수의 부활을 부정하기 위해 증언들을 의심하며 팩트를 체크해 나갔지만, 오히려 예수의 부활에 대한 증거가 그것을 의심하는 이유보다 더욱 설득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리는 문제가 처음부터 예수의 부활에 대한 진실을 알려는 의지 자체가 없었다는 사실에 있었음을 깨닫는데, 이는 경찰 총격 사건에 대한 오보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을 봤기 때문에 생긴 결과라는 깨달음을 통해 더욱 강화된다.

 

엄밀히 말해서 리가 의심에서 믿음에 이르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팩트 확인에 있지 않다. 그는 다만 성경의 증언이 거짓임을 입증할 수 없다는 사실만을 깨달았을 뿐이다. 그렇다면 리의 회심에 작용한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일까? 그는 마침내 다음의 질문에 이르게 되는데, 무엇 때문에 예수는 그런 죽음을 당해야 했는가? 이 질문에 대해 그는 사랑이라는 대답을 얻는다. 그동안 그가 알지 못했고 또 느끼지도 못했지만, 사후에 알게 된 아버지의 사랑은 예수의 죽음으로 밝혀진 하나님의 사랑을 인정하는데 크게 작용한다. 다시 말해서 비록 보이지 않는다 해도 아버지가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고 또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처럼, 비록 하나님의 사랑이 보이지 않고 느끼지 않았지만, 그는 아내의 사랑을 통해 하나님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인정할 수 있었다.

 

영화는 리의 회심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요인은 팩트 체크가 아님을 역설한다. 남편을 위해 아내가 기도하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의도한 건 오히려 리의 마음을 성령께서 리의 완악한 마음을 제거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주셨다는 것이다, 이로써 결국 믿음은 팩트에 근거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하나님이 성령을 통해 주신 선물임을 역설한다. 이 과정에서 크게 작용한 요인은 아내의 사랑이다. 성령은 아내의 사랑을 매개로 성경의 증거에 관심을 갖고 접근하는 리에게 믿음을 선물로 주셨다고 말할 수 있겠다.

 

서두에 언급했지만, 이 영화는 선교영화라기보다는 간증영화다. 믿음은 팩트에 근거하지 않으며 오히려 진실을 알기를 원하며 탐구하는 자들의 마음을 성령께서 부드럽게 해주신 결과임을 증거 한다. 또한 예수의 부활을 부정하는 여러 이론들을 반박하는 자료들을 제시함으로써 기독교를 변증한다.

 

리 스트로벨이 미국에서는 변증가로 잘 알려져 있고 또 그 공로로 명예박사학위까지 받았지만, 적어도 영화적으로 볼 때는 믿지 못하는 자를 설득하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보인다. 특히 부활을 부정하는 사람들의 논리가 리에 의해서만 제시될 뿐이고 그것도 너무 피상적으로 표현된 것은 불신자를 배려한 영화로 보는 것을 어렵게 한다. 믿지 않는 자들의 회심을 겨냥하기 보다는 그리스도인의 믿음을 설명하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신앙인들이 보면 좋을 영화로 추천한다.

 

최성수 박사가 본 <예수는 역사다>는?   

기독교적 가치  (4.5)         작품성 (3.5)        대중성 (3.0)  


최성수  서강대 철학을, 본 라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호신대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특히 영화에 남다른 관심을 두고 신학과 영화라는 주제를 깊이 있고, 적절하게 녹여 여러 매체를 통해 독자와 만나고 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문화선교연구원의 취지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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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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