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칼럼] 그리스도인의 여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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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이 다가왔다.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고 이런 저런 계획을 마련해보면서 정작 어떻게 하면 그리스도인다운 여가를 보낼까 진지하게 고민해 본적이 우리에겐 별로 없는 것 같다. 어쩌면,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여가나 휴가 상품들을 보면서, 이번 휴가는 남들 다가는 해외여행 한 번 가볼까, 경치 좋은 곳에 가서 잘 먹고 놀고 올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렇게 시간들을 보내기도 하지만 그런 식의 익숙한 모습에 등 떠밀려 가는 휴가가 쉼은커녕, 피로감만 안겨 줄 때도 많지 않았던가. 그 점에서 보면, 일터에서 그리스도인답게 일하는 것 못지않게 여가라는 쉼의 자리를 그리스도인답게 살아 낼 수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더욱 온전한 하나님의 자녀의 삶을 누리고 있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안식일의 정신과 쉼

그리스도인의 삶을 온전하게 하는 여가란 무슨 의미일까를 고민한다면, 우리는 안식일의 의미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바로 여가, 곧 쉼의 의미를 가장 잘 가르쳐주는 것이 안식일이기 때문이다. 400년간 종살이한 이스라엘민족에게 안식일은 노동으로부터 벗어나 쉼을 누릴 수 있었던 최초의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게 안식은 해방이었고, 해방된 민족만이 누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안식일을 통해 그들은 온 세상의 주관자 되시는 하나님을 예배했고, 여호와의 백성으로서의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식은 그들과 함께 한 모든 이들에게 주어진 것이었다. 그 날은 종들도 일하지 않을 수 있었으며 심지어 가축도 쉴 수 있는 날로, 소외됨 없이 공동체 모두를 샬롬으로 이끄시기 위해 하나님이 친히 구별하신 거룩한 시간(2:3), 그 안식에 참여함으로 그 분의 거룩하심이 온 세상에 드러나는 시간이다. 성경을 관통하고 있는 이 안식의 정신은 예수 그리스도로 구원사역을 통해 새롭게 드러난다. 안식이란 결국 죄에서 구원받은 모든 백성이 피조물들이 새롭게 경험하는 순간이요, 이 세상이 생명을 얻게 하되 더 풍성이 누리게 하는(10:10) 주님의 은혜이다.


모든 시간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

이러한 안식, 쉼의 정신은, 우리의 모든 시간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하나님의 자녀가 맞이하는 여가의 시간은 일과 일 사이에 막간으로 주어지는 자투리시간, 단순히 무엇으로부터의 도피하여 자유를 얻는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가는 일에 찌든 이들이 소비문화가 만들어내는 어떤 환상적인 장소로 도피하는 수동적인 행위가 아니라 보다 창조적인 시간으로, 우리를 새롭게 하는 시간으로 바뀌어야 하는 시간이다. 이점에서 로버트 리(Robert Lee)는 그리스도인의 여가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1)모든 시간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이다. (2)우리는 시간의 질적인 면을 의식하면서 그것에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3)하나님이 그러하시듯이 우리도 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책임을 위하여 노력한다. (4)삶의 진정한 본질은 기쁨임을 기억한다. 우리는 하나님이 창조세계 안에서 우리가 그러한 기쁨을 충만히 누리기 원하신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은 이 세계 안에서 삶의 기쁨을 누리며 창조적 삶을 살기 위해 힘쓰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여가는 더 이상 육신의 자랑이나,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요일 2:16)을 위한 시간일 수 없다. “온 우주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낸다고 고백한 깔뱅의 표현대로, 여가는 우리로 주어진 모든 시공간 속에서도 온 세상의 주관자 되시는 하나님의 영광의 세계를 경험하고, 창조세계의 다양성과 섭리를 발견하는 시간으로 바뀐다. 우리는 여가를 통해 영과 육의 깨어진 균형을 다시 찾고, 나를 발견하며 또 나를 넘어 이웃으로, 온 세상으로 우리의 시야를 넓히는 창조적 시간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이 새로운 시간의 의미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여가는 향유되어야 한다. 특정한 장소나, 돈을 지불하고 누려야 한다는 물질주의적 여가문화에서 벗어나 그리스도 안에서 자족하고 자유 할 수 있다면, 삶의 순간마다 주어지는 짧은 시간들 속에서도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삶의 기쁨과 영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것이든 좋다. 특정한 장소가 아니어도 좋다. 독서나 음악 감상이건, 영화, TV 등 대중문화를 통해서건, 스포츠 활동이나, 취미 활동이건,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이 하나님의 은총 가운데 있는 것임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하나님을 발견하려고 힘쓴다면, 여가는 일(work)과 예배(worship)라는 삶의 리듬 속에서 우리는 더욱 풍성한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무한경쟁의 이 세대 속에서 우리의 시간이 일과 돈을 위한 활동으로 채워지지 않으며, 하나님과 이웃을 향하여 열린 사랑과 봉사의 시간으로 채울 수 있다면, 우리는 또 다른 의미의 성숙한 여가를 향유하는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 10:31)는 사도바울의 권면대로,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들 속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진정 자유롭고도 책임적인 존재로 이 땅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더욱 더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백광훈 원장(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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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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