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화해와 치유를 이룰 수 있을까? - KPI 평화 씨네토크 <액트 오브 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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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3일 토요일 아침 9시부터 좋은영화관 필름포럼에서 'KPI 평화 씨네토크'가 있었다. 'KPI 평화 씨네토크'는 평화통일에 대한 공동의 인식을 형성하고자 한반도평화연구원에서 3년 여 진행해오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그 내용을 녹취해 게시한다. 이번 영화는 인도네시아의 쿠데타 이후 학살 현장을 그려내고, 증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형식의, 70여 개의 상을 수상한 수작 <액트 오브 킬링>이다.


※ 영화소개

가해자가 승리한 세상! 윤리와 도덕의 진공상태에서 벌어지는 파국과 갈등! 1965년 인도네시아, 쿠데타 당시 군은 반공을 명분으로 100만 명이 넘는 공산주의자, 지식인, 중국인들을 비밀리에 살해했다. 40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 대학살을 주도한 암살단의 주범 '안와르 콩고는 국민영웅으로 추대 받으며 호화스런 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들의 위대한살인의 업적을 영화로 만들자는 제안이 들어온다. “당신이 저지른 학살을, 다시 재연해보지 않겠습니까?” 대학살의 리더 안와르 콩고와 그의 친구들은 들뜬 맘으로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기도 하며 자랑스럽게 살인의 재연에 몰두한다. 하지만 촬영이 진행되면서 대학살의 기억은 그들에게 낯선 공포와 악몽에 시달리게 하고, 영화는 예기치 못한 반전을 맞는다. 전대미문의 방법으로 인간의 도덕성을 뒤흔드는 충격의 다큐멘리로 2014년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다큐멘터리상 노미네이트 등 70여개 아카데미에서 수상했다.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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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자 

토론 오동진(영화평론가), 임정택(연세대 교수) / 사회 임성빈(한반도평화연구원 부원장, 장신대 교수)


씨네토크 중. 왼쪽부터 임성빈 부원장, 임정택 교수, 오동진 영화평론가 (사진 한반도평화연구원 제공)


오동진(영화평론가)  영화는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정권 당시 자행했던 100만 명의 양민학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텍스트가 불편하긴 하지만 서사가 잘 짜여 있어서 어렵지는 않다. 다만 제작과정이나 설정이 기묘하다.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은 <침묵의 시선><액트 오브 킬링> 두 작품을 제작했다. 가장 논쟁적인 작품을 만드는 미국의 마이클 무어 감독 이후에 가장 주목받고 있다. 마이클 무어가 국내 정치적 문제에 집중하다면 조슈아 오펜하이머는 거시적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이야기를 하는 척 하지만, 한국의 광주 5·18 민주화운동도 잘 알고 있는 등 세계적으로 자행되는 국가적 폭력이나 이념적 폭력에 대해 다큐멘터리로 고발하고 논쟁을 일으켜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때 다큐멘터리임에도 중간 중간에 연출이 개입된 흔적이 느껴졌다. 특별히 이 영화는 오프닝과 클로징에 판타지적 요소까지 있어서 감독이 많이 연출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후반부로 가면서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매우 놀랐다. 인도네시아에 출연한 비전문 배우들, 학살의 당사자들의 역사적인 죄의식들이 다른 각도로 펼쳐지고 있다.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끄집어내게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온 세계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임성빈(KPI 부원장) 영화제 수상이 끝이 없는데?

 

오동진  70여 개 수상을 했다. 그에 비해 국내에는 늦게 소개됐다. 이 작품 때문에 여러 가지 정치적, 역사적 문제를 다시 한 번 일깨우고 5·18, 거창 문제 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오펜하이머가 한국에 왔을 때, 한국적 정치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음에도 인도네시아 문제도 아직 해법을 찾지 못해 그에 집중하고 싶다는 언급을 했다.

 

임정택(교수) 영화의 형식이 굉장히 특이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전통적인 다큐멘터리처럼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시선을 견지하면서도 연출의 개입을 노출시킨다. 물고기와 춤추는 무리가 등장하면서 그 안에 민병대 리더 안와르 콩고가 있다. 연출이 되면서 평화롭고 자연스럽게 멘트를 하면서 영화가 시작되는 것이 전체적인 암시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연출된 것이 아님을 알고 있지만 첫 번째의 메시지는 이 모든 것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실제적으로 알려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화해가 없다고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음에도 평화롭고 자연스럽다는 것은 이 영화에서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 영화 안에 또 다른 영화가 제작되는 과정이 노출되면서 영화가 되는데이것은 안와르 콩고 등 가담했던 가해자들의 파편적 에피소드가 재현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연속성의 차원에서 어렵고 지루하고 난해할 수 있다연속성이 있다면 이들이 사건에 대한 영화를 만들려고 끝없이 시도하는 것이다.

안와르 콩고가 배우이면서 감독 역할을 하고주변의 뚱뚱한 남자가 연출을 하면서 영화를 만들 때 집단적인 감정이 노출이 되고 그것을 보는 관객의 감정이 얽혀지면서 영화의 메시지가 함께 전개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초현실적인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의 첫 장면(위)과 감독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안와르(아래 좌우)

오동진  액자이다. 영화 속에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5·18과 연관시켜 생각해보면, 그당시 관련된 군인을 만나서 영화 만들자. 네가 감독해그런 거죠. 오펜하이머가 가서, 과연 그것이 되겠느냐 했는데 되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정교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들을 회유하는 과정이 있었고, 또 목적성이 달랐다. 오펜하이머의 이념적, 영화적 목적과 가해자들이 참여하는 목적이 달랐다. 그런 차이 가운데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굉장히 정치적인 방법론이 있었을 것이다.

다큐멘터리가 객관성과 중립성을 가질 수는 없다. 중립성, 객관성은 누군가 만들어낸 환상에 불구하다. 다만 공정하려고 노력하는 것뿐이다. 오펜하이머가 갖고 있는 정치적인 이념은 명확히 보이지만, 그것을 합의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임성빈  영화 안에 영화가 몇 개 있는 것인데, 제가 갖고 있는 영화에 대한 자료 중 감독 Q&A을 보면, 등장인물들이 지금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어떤 반응일 거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을 한다.

안와르에게 작품이 완성되면 꼭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지만, 그는 겁에 질려 좀처럼 영화를 보려고 하지 않았다. 토론토영화제에 와서 봐달라고까지 부탁했더니 그는 알겠다고 했다. 이후 관객들이 당신을 호의적으로 대하지 않을 것 같아 오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하자, 그는 왜냐고 물었다. 내가 엔딩의 내용을 설명하자 놀랍게도 그는 그 장면을 촬영한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잊어버렸다기보다 기억에서 지워버렸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작품이 발표될 시점에 인도네시아에 입국하는 것은 너무도 위험했기에, 그에게 영화를 보여주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신뢰할만한 알자지라 기자에게 부탁해 그를 자카타르의 한 호텔에 데려와 스카이프를 통해 영화를 보여줬다. 영화를 본 후 그는 감정적으로 격앙되었고, 충격을 받았는지 20분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해 있었다. 그 후 화장실에 다녀온 그는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제 알겠어.” 라고 말했다. 그리고 또 한참 동안 침묵해 있다가 내가 한 일을 그냥 보여준 것이 아니라, 그 일의 의미를 보여줘서 안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픈 경험을 했지만, 조금이나마 무언가를 느낀 것이라 생각한다.”

 

오동진  이 영화의 놀라운 지점은 남자 2명이 연출과 배우로 참여하면서 자각하지 못하는 중에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엔딩에서 안와르가 구토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스스로가 변한 것이다. 자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 것 같다. 주인공 스스로 역설적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점층법적 구도가 있다.

 

임성빈  구토가 상징적이었던 것 같다. 안와르라는 사람과 끝까지 뺀질뺀질하게 나오는...

 

오동진  그 인물이 굉장히 논리적이다. 자신은 전쟁을 했지 학살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자신의 논리를 갖고 있다.

 

임성빈  세 사람이 악에 동참하면서도 자기 정당화의 과정이 각각 다르다.

 

오동진  이 영화의 의미는 역사적 청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 정권, 칠레 피노체트 등 역사적 의미로 청산하지 못했다. 그 사람의 악의 뿌리가 무엇인지 찾아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역사적 문제를 청산하지 못하니까 사회적으로 공정한 잣대가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굉장히 큰 문제다.

 

임성빈  이 영화의 크레딧에 익명으로 나오는 사람이 많다. 그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임정택  참여했던 가해자들이 지금도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지도적인 위치에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꺼내는 것이 어렵다. 이 영화는 철저하게 안와르 콩고라는 가해자 입장에서 만들어진 영화고, <침묵의 시선>은 피해자 입장에서 만들어졌다.

광주 항쟁에 참여했던 군인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린다고 알려져 있는데, 여기서는 전혀 트라우마에 시달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그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만약 이 영화가 성공하면 공산당보다 더 잔인하다는 것이 알려지니 자랑할 수 있다고 표현하는 것은 중요한 요소이다. 가해자가 배우가 되어 영화를 성공시키며 자신들의 학살을 정당화하고자 한다. 물론 나중에 주인공이 피해자 입장에서 느낀 바를 이야기하고 구토하면서 약간의 후회를 하지만 형식적으로 픽션과 리얼리티가 융합되면서 양가적인 측면을 보인다.

 

오동진  광주 트라우마 센터에서 주최하는 행사를 간 적이 있다. 거기서 5·18과 관련된 영화를 상영하고 감독과 관객이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어 가게 되었다. 그때 텍스트를 따라가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닌데, 의미를 따라갈 때 다양한 해석을 낳는 측면이 있음을 보았다. <액트 오브 킬링>은 양가적이라기보다 오펜하이머가 기묘하게 피해자의 시선과 감정을 증폭시키는데 가해자의 시선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작품이다. 이것을 보면서 어떤 정당한 지점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역사는 어떻게 진화되어야 하고 정치 사회가 어떻게 지지해야 하는지를 비교적 주제를 명징하게 이야기한다. 간명하게 말하기 때문에 불편할 뿐이지 역사적으로 늘 생각하고 바라본 행동가로서 오펜하이머가 용기 있게 지성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대학살의 리더 안와르와 그의 친구들 헤르만과 에디와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이 영화 찰영 중 함께 이야기 나누고 있다.

 

임성빈  질문이나 함께 생각할 주제가 있으면 말씀해달라. 본인소개도 해주시고...

 

관객1  남서울교회 협동목사로 한국피스메이커에서 사역하고 있는 여삼열 목사다. 영화 속의 영화를 보았는데, 영화가 훌륭하게 만들어졌다. 가해자가 영화를 만들면서 만족하는 등 제작자가 영화에 대한 가해자들의 동기 부여를 하지 않았나?

 

관객2  한반도평화연구원 연구위원 김중호 박사다. <태양의 후예>라는 드라마가 열풍을 일으키고, 한류를 이끌고 있다. 많은 젊은이들이 특전사에 지원하겠다, 충성하겠다는 기사가 많다. 내가 사랑하고 소속되어 있는 조직이 사람을 죽일 때 오는 혼란들이 있다. 80년대 그런 혼란을 겪었고, 2000년대에 우리가 보는 조국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고 정치권에서 이야기되고 있다. 북한에는 아직 그런 과정이 안 일어난 것 같고, 우리가 이 영화를 보고 그런 치유의 과정에 얼마나 용감하게 시도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임성빈  자료를 다시 살피면, 익명의 공동 프로듀서가 한 말이 있다.

“2004년에 조슈아를 만나 북수마트라에서 일어난 대학살에 관한 영화 작업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 달을 도와 줬지만, 그 한 달이 8년의 시작이 될 줄은 몰랐다. 이 사회와 정치가 왜 이토록 정체되어 있는지 밝혀내는 과정을 통해 이 영화 작업은 내 자신의 개인적인 여정이 되었다.

대학살의 살인자이자 이 부패를 만들어낸 당사자인 한 남자의 상상과 기억을 통해, 나는 어떻게 과거 정권의 잔재가 아직까지도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 이해했다. 모든 인도네시아인들의 머릿속에는 계속해서 영화 필름을 돌리고 있는 영사기가 있다. 안와르와 그의 친구들 같은 사람들은 그 영사기를 돌리는 영사기사다. 미묘하지만 피할 수 없는 선동영화를 계속 영하는 영사기사다. 선동영화는 폭력에 따른 처벌을 받지 않는 우리 사회에 대해 둔감하게 들어주는 환상이다. 이것이 바로 독재의 유산이며 다른 것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말살이다.

나는 조슈아와 함께 <액트 오브 킬링>을 만들었다. 내 자신과 인도네시아인들, 그리고 우리와 비슷한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였으며, 우리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상상하는가에 대한 질문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우리가 이 세상의 미래를 다르게 그려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

인도네시아의 정치 상황이 너무나 위험하기 때문에 당분간 나는 익명으로 활동해야 한다.”

안와르와 헤르만과 에디가 느끼는 게 조금씩 다른데, 악의 평범성과 일상성 속에서 윤리적 제어의 근거가 뭘까? 기도하지만 전혀 제어되는 것이 없고, 특히 에디는 자본주의, 물질주의의 기제 속에서 모든 것을 정당화한다. 안와르 입장에서는 뉘우치는 게 어느 정도 보이고. 인간의 윤리적 행동, 인간다운 행동이 어디서부터 가능할 것인가를 보편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며 인간의 타락, 뿌리 깊은 죄성에 대해서 느꼈다. 그러면서 진실과 화해의 이슈를 한반도평화연구원이 다루고 있는데, 이 주제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드린다.

 

관객3  광주영상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다. 805월에 광주 그 현장에 있었는데 당시 29살이었고, 교사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5·18이 끝나고 날마다 울었다. 지난 해 이 영화를 부천에서 했을 때 보고 싶지 않았다. 광주의 어떤 초등학교 교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가 저는 이제 교사를 못하겠어요.”라고 했다. “왜요?”라고 반문하니 아이들이 사회 문제지에 좋은 사람들은 누구이냐고 묻는 항목에 국군 아저씨’, ‘경찰 아저씨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교사가 통곡을 했다. 그 때 상황이 그랬다. 5·18이 지나고 6월에 도청 앞을 나가니까 어떤 할머니가 통곡을 하고 있었다. “야 이놈들아 내 아들이 경찰이고, 군인이고, 선생이고, 학생인데 끌려갔다.” 제가 그 통곡을 잊을 수가 없다.

제가 가톨릭 신자라 성당에 있을 때, 외신 기자가 인터뷰를 하자고 왔는데 거부했다. 침묵하고 싶었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 방송국인 MBC, KBS에서 클래식 음악을 틀고 있었다. 대구와 서울 친구들에게는 냉정한 반응이 있었다. 그때 이 나라 이 땅에 살고 있지만 누가 이웃이지?”라는 생각을 했다. 당한 사람과 당하지 않은 사람은 입장이 너무 다르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과 현장에 없었던 사람의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 해마다 5월만 되면 살고 있나그런 생각을 한다. 10년 동안 트라우마가 있었다. 과연 그 치유라는 단어가 저희에게 가능한 것일까?

 

임성빈  본질적이고 실존적인 이야기다.

 

임정택  오펜하이머가 교묘하게 영화라는 픽션의 세계를 설정해주고, 영화니까 마음대로 너희가 저지른 일을 자유롭게 만들어 봐라 설정해주니까 신바람이 나서 가해자들이 작업에 몰두했다. 자기들이 마음껏 투사를 하고 만족한 것이다. 두 명의 손자에게 자기가 만든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영화니까 재밌게 즐기고 있는, 만행을 즐기는 그런 설정이 오펜하이머의 천재적인 설정이다.

이 사람들에게는 황홀경적인 생각이다. 부당하다는 생각조차 안 한 것이다. 이 사람들한테 학살과 만행이 엑스터시를 한 것처럼 현실과 비현실을 분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치유가 가능한가? 치유는 장기적이고 국가적인 과제인데, 예술가들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할 수 있게 만드는 스토링텔링을 통해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북아일랜드에서도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그들이 가슴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꺼내게 만드는 것이 치유의 가장 일반적인 방법론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전우택(KPI 원장)  영화를 보면서 어쩌면 저토록 한국 상황하고 똑같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문제를 밖으로 꺼내기가 힘들다. 요즘 남남갈등의 극복 문제를 연구하면서 제주 4·3사건을 보고 있다. 화해와 치유가 가능한가? 제주도는 광주와 다른 면이 많다. 먼저 제주도는 화해와 상생에 대한 단어 이야기를 많이 한다. 4.3사건은 진실규명위원회에서 보고서가 나왔다. 광주는 진실규명이라는 것이 명확하지 않다.

두 번째는 국가적 사과가 제주 4.3사건은 노무현 대통령 때 있었는데, 광주는 전혀 사과라는 단어를 쓴 적이 없다. 배보상 문제가 있다. 광주는 진실규명과 사과가 없는 상태에서 배보상이 먼저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 상황에 대한 소위 오염이 굉장히 심하다. 제주도는 거꾸로 개인적 보상이 없이 집단적 보상차원의 일만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개인적 보상이 불가능한 측면이 있을지 모른다.

세 번째로 명예회복의 문제이다. 명예회복에 있어서 광주도 국립묘지화 시켰기 때문에, 해결이 추진된 것 같은 부분이 있긴 하지만 광주와 제주 모두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제주는 대통령이 직접 내려가서 4.3 때 참석을 못하고 있는데, 불량 위패 문제 때문에 그렇다.

기념사업문제도 있다. 제주는 이것을 한국적 상황의 화해, 상생 모델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논의가 있는데, 아직 어려움이 남아있다. 또한 이 사안들이 교육문제, 교과서에 어떻게 실려 있는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감독의 천재성에 대해 생각했다. 어찌되었든 가해자들이 자신이 한 이야기를 신나게 할 수 있게끔 상황을 만들어주었다. 만약 저 사람들 고문하면서 이야기하라고 하면 절대 이야기 안 했을 텐데 말이다.

저는 많은 이야기를 드리기는 어렵지만, 먼저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폭력의 세 가지 측면을 말씀드려보고자 한다. 먼저 물리적 폭력, 진짜 죽이는 것이다. 그리고 구조적 폭력이 있다. 신체적 폭력을 가했던 사람들이 주지사 등 모든 돈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피해자들이 절대 일어설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든다. 또 하나가 문화적 폭력인데, 폭력을 당한 사람들이 당해도 싸다는 논리이다. 경제적, 철학적, 사상적 이유를 붙인다. 오죽하면 영화로 찍어서 정당화할 생각을 하겠는가.

개인차는 있지만 누구나 사람이라면 양심이 있다. 안와르는 실수로 어린 아이가 오리 다리를 부러뜨렸을 때 그것이 실수였다고 미안하다고 표현을 오리에게 하라고 한다. 하지만 안와르는 정작 자신이 학살한 사람에게 사과하지 않는다. 다른 가해자의 경우에도 자신의 논리가 워낙 강하다. 그러다 안와르는 뜻밖에 철사가 목에 감기는 체험을 하고 영화를 보면서도 피해자의 감정을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폭력의 문제가 인도네시아만의 문제는 아니다. 몇 달 전 캄보디아에 다녀왔는데 어느 나라나 똑같다. 여기 계신 분들이 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말로 끝을 맺겠다.

 

임성빈  조슈아 오펜하이머가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이러한 학살의 역사를 나와는 상관없는 문제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힘든 문제를 바라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야만 한다. 우리의 삶 또한 누군가의 고통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신앙인은 작은 자들과 함께해야 하는데, 이런 고통이 있다는 것을 신앙을 가진 자들이 더 공감하고 예민해져야 한다. 성경에서 양심이 화인을 맞는다”(딤전 4:2)는 말씀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계몽적, 이념적인 것보다 방법론적으로 표현의 폭이 다양하게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반도평화연구원은 학술 뿐 아니라 문학, 정신분석학, 신학으로 영화를 보면서 평화의 여정, 피조물로서 피스메이커적 역할을 함께 감당하고자 한다. 마음은 무겁지만 함께 할 수 있는 분들이 있어 감사하다.


씨네토크를 마치고 다함께 (사진 한반도평화연구원 제공)

◆ 한반도평화연구원 바로가기 www.koreapeac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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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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