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독교 문화콘텐츠를 기다리며-9] "가치는 없어진 게 아니라 단지 이동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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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랏 아난드는 <콘텐츠의 미래>라는 책에서 MP3때문에 음악산업이 망했다고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을 한다. 통계를 보면 소비자 물가지수보다 콘서트 티켓 가격은 훨씬 올랐다. 실제로 탑 뮤지션들의 수입은 예전보다 늘었다. CD판매는 줄었지만 대체재(디지털 음원, 콘서트 티켓 등)의 판매가 늘었기에 전체음악시장은 오히려 커졌다. 가치(value)가 없어진게 아니라 단지 이동했을 뿐이다. 심지어는 아이팟 등의 하드웨어 까지로 영역을 넓혀서 말이다.

이 시리즈를 시작하며 멜론 CCM차트 Top 100에 예배음악이 아닌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을 보고 ‘그 많던 CCM은 어디갔을까’라는 고민을 했다. 그리고 이어서 ‘어딘가 다른 영역으로 옮겨서 다른 방식으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탐구의 정신으로 이 시리즈를 시작했다.

이번 호에서는 교회사역현장, CCM 포털 등의 전통적 활동영역을 벗어나 SNS, 즉 유투브와 페이스북, 심지어 카톡까지 이용해서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하며 활동하는 크리스찬 아티스트들의 움직임을 탐구해보고자 한다.

활동한지 17년차되는 CCM가수인 김브라이언은 최근 카톡으로 라디오방송을 하고 있다고 한다. 카톡라디오라는 플랫폼은 본인도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는데 특별한 형식이 있는 것은 아니고 집에서 노래하고 사연을 전하는 라디오방송을 녹음하여 원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보내주는 방식이었다.

꽤 수고로운 작업이었는데 그 결과는 너무나 좋았다고 한다. 한주에 2시간 정도 분량의 방송을 녹음해서 보내는데 청취자들이 매주 장문의 사연을 보내온다고 했다. 자신의 삶을 나누고 찬양가운데 서로 위로의 메시지를 나누는 시간을 통해 인터넷 상의 떠도는 피상적 관계가 아니라, 정말 가족같은 끈끈함이 생겼다고 한다. 그렇게 매주 방송을 받아 듣는 사람이 300명정도 된다고 한다. 브라이언의 지난 단독공연에서 200여석이 금방 매진되었는데(요즘 CCM시장에서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바로 이러한 끈끈한 관계가 있는 팬들의 힘이었다. 

브라이언은 유투브 계정을 통한 소통도 꾸준히 하고 있다. 본인이 미국이민 1.5세이기 때문에 영어권 사역이 가능하다. 전 세계에서 유투브 구독자 1만여명이 있으며 영상을 통해 해외에서도 초청 메시지가 오곤 한다. 최근에는 필리핀의 한 대학가 카페의 사장님에게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크리스찬인 그 분은 복음화율이 너무 낮은 그곳의 대학생들에게 팝음악과 문화를 통한 전도집회를 계획하고 있는데 브라이언이 와줄 수 있겠냐고 부탁해왔다. (물론 영어로 진행이 가능하기에 이루어진 초청이다) 유투브나 SNS가 지금처럼 발달하지 못했던 수년전에는 연결될 수 없는 사역의 영역이다. 

세계 최고의 과학 기술 문화 전문 잡지 <와이어드>의 공동 창간자인 케빈 켈리는 ‘골수 팬 1000명만 있으면 개인창작자가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자신의 작품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홍보에 대한 이야기, 돈버는 이야기에 대한 것 만은 아니다. 김브라이언은 말한다. ‘늘 사람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가치”(value)가 무얼까 고민해요’ 특히 지친 현대인들에게(그중에서도 청소년, 청년) 하나님 안에서 위로의 메시지를 주는 것이 그의 사명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브라이언의 카톡이 울렸다. 나에게 보여준다. 지난 주에 일본에 갔을 때 한 집회에서 만났던 초등학생이라고 했다. 일본 투어라고는 하지만, 복음의 불모지라는 일본의 특성상, 작고 소박한 교회의 집회일 때가 많다. 집회 후 한 초등학생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주겠다고 카톡을 등록하게 되었는데 문득 그 초등학생에게 온 메시지. ‘삼촌의 하나님은 어떤 존재에요? 궁금해요’

이것이 바로 사역의 현장 아니겠는가. 하지만 예전에는 없던 전혀 새로운 영역이다. 김브라이언이 처음 사역을 시작했을 때는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통해 이러한 일들을 했었다. 지금은 싸이월드는 유행이 지났고 새로운 통로들이 생겨났다. ‘가치’는 없어진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전달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사람 있다면’ - 김브라이언  

험한 세상 속에서 사는 것은 힘들죠 

누군가를 믿는 건 더욱 더 할 수 없죠 

사람들은 나에게 웃으며 다가오죠 

하지만 나에게는 웃을 힘이 없어요

  ...그런 사람 있다면 사랑 있다면 

어디로 난 가야 찾는 거죠 

(그가 개인적으로 인생의 힘든 시기를 지나며 자신의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만든 곡) 

브라이언은 카톡라디오의 저력을 실감하고 내년부터는 좀 더 시스템을 갖추어 ‘보이는 라디오’라는 진화된 형태로의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또 최근에 크리스찬 음악시장에서 인상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오화평트리오’도 새로운 방식으로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화평트리오는 최근 제주, 광주, 대구, 부산, 대전 등 대부분의 지방도시들을 거치는 전국투어 콘서트를 마쳤다. 교회에서 초청되는 형태가 아닌 전국투어 콘서트는 사실 요즘의 크리스찬 음악계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그들의 저력은 어디서 나왔을까? 

바로 리더인 재즈피아니스트 오화평의 SNS소통에서 큰 힘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들의 음악은 탁월하고 무대를 잘 이끌어 가지만, SNS를 통한 소통이 없었다면 이렇게 단시간에 전국투어콘서트까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현재 멤버로 재결성하여 본격적으로 다시 활동한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오화평은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 전국의 건반연주자들을 위한 작은 팁을 담은 영상을 꾸준히 올린다. 거창한 연주레슨이 아니라, 툭툭 던지는 농담 가운데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컨셉으로 자신의 방안에서 영상을 찍는다. 특히 비전공자 교회반주자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팁들을 제공하여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올라온 영상들은 보통 1만회 전후의 조회수를 기록한다. 페이지 구독자 수 역시 1만에 이른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정작 ‘오화평트리오’의 공식 페이지는 구독자가 645명 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은 약간 다른 주제일 수도 있는데, 오늘의 문화콘텐츠 특히 SNS상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양상 중에 하나이다.

예를들어, 서울예대에 합격한 새내기 베이시스트의 자작 영상은 조회수가 100만에 이른다. 그런데 서울예대에서 그를 가르치는 베이시스트 교수님이 공들여 만든 재즈 음원의 조회수는 수천에 머무른다. 그 교수님이 존경하는 세계적인 재즈뮤지션의 유투브 영상도 앞서 말한 서울예대 새내기의 자작영상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조회수를 기록한다. 

이것은 무얼 말할까. 요즘의 청자들은 깊이 있는 음악세계를 즐기기보다는 눈을 잡아끄는(splendid) ‘볼거리’에 관심이 많은 듯 도하다. 원곡자의 정식 음원보다 학생이 그것을 카피한 영상의 조회수가 훨씬 높은 경우가 많다. 사실 매주 나니아의 옷장이라는 클럽에서 뮤지션들을 모시고 퀄리티 높은 음악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입장에서는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변화하는 시대에 정말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이 편하게 느끼는 소통의 방식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기회도 된다. 예전의 방식으로 ‘나는 이런 것을 만들었으니 와서 이해하고 감동하라’는 방식은 어쩌면 이미 소통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재즈피아니스트 오화평씨도 재즈, 가요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무려 방탄소년단 투어세션!) 뛰어난 연주자이지만, 페북라이브를 통한 소통에서는 그러한 힘을 모두 빼고 사람들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그렇게 쌓인 소통의 노력의 결과가 성공적인 전국투어 콘서트까지 이어진 것이라 본다. 여기서도 숫자와 효율성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개인적이고 소소한 소통으로 이어진 관계를 통해 청자 한 사람 한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는 더 강력한 면이 있다. 그것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 크리스찬 아티스트들에게는 매우 큰 메리트이다. 

이번 글을 마치며 다시 바랏 아난드의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 ‘가치는 없어진 게 아니라 단지 이동했을 뿐이다’ 시장여건이 안좋고 환경이 열악해졌다고 하지만, 열정이 있는 크리스찬 아티스트들은 이미 다른 채널을 통해 새로운 형태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오늘 언급한 아티스트들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자신만의 소통의 채널을 탐구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만이 줄 수 있는 ‘가치’를 주려고 노력하는 것은 정말 귀하다. 이러한 시도들이 이 시대 크리스찬 아티스트들에게 주어진 몫이 아닐까 싶다.

글쓴이 이재윤

20대부터 문화선교 영역에 부르심을 느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시도를 해왔다. 인디밴드를 만들어 홍대클럽에서 복음이 담긴 노래를 하는 무모한 시도를 하기도 했고, 문화선교연구원에서 기독교 뮤지컬, 영화, 잡지 만들기 등의 일도 했다. 현재는 성신여대 앞 '나니아의 옷장'(옷장 문을 열면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이라는 작은 클럽의 사장이자 같은 장소의 '주님의 숲 교회' 목사로 살아가고 있다.

 

 

나니아의 옷장 1월 공연 소식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공연 안내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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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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