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독교문화콘텐츠를 기다리며-8] 크리스찬이 만든 게임은 크리스찬 콘텐츠가 될 수 있을까? - 2016년 많은 상을 받은 게임 ‘That Dragon, Cancer’를 통해




프롤로그에서 이 시리즈의 제목 '새로운 크리스찬 아티스트를 기다리며'의 의미를 설명했다. 요약하자면 'ccm 등 기독교문화가 쇠퇴하고 있다고들 하는데, 이미 세상 속으로 들어가 다른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는 크리스찬 아티스트들이 있는 건 아닐까?'라는 탐구정신이 출발점이다.

오늘은 'pc(혹은 모바일)게임'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크리스찬 아티스트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게임을 만드는 일이 '아티스트'라는 표현과 (게다가 크리스찬 아티스트?) 어떻게 연결이 될까 싶으시겠지만, 이 글을 다 읽고 나면 그들이 크리스찬 아티스트임에 분명하다는 본인의 주장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2016년도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게임어워드에서 많은 상을 수상한 게임이 있으니 'That Dragon, Cancer'(암이라는 이름의 용)이다. 어떤 게임잡지에서는 '당신 인생에서 가장 플레이하기 어려운 게임일 것이다'라는 평을 싣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 게임이 어려운 이유는 특별한데, 바로 2시간 여의 플레이타임동안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유저들의 댓글도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게임이다'. '인생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등 특별한 내용의 것들이었다.

이 게임을 만든 그린 부부에게는 조엘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생후 12개월에 악성종양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의사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하고 실제 조엘은 힘겨운 항암투병 과정 가운데 4살을 넘기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가게 된다.

그린 부부는 아이를 영원히  기억하는 방식으로, 또한 자신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매체로 게임을 선택했다. 남편이 인디게임개발자 였기 때문이었다. 스토리텔링의 방식으로 영화, 책, 등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지만 그들에게 가장 친숙한 매체를 선택한것이었다.


 *이 내용으로 다큐멘터리도 제작되었다.


직접 게임을 다운 받아 플레이해본 유저로서(아이튠즈, 구글 스토어 등에서 구매 가능. 하지만 한글패치가 없어서 망..), 그들의 선택은 탁월했다고 본다. 2시간여 플레이를 하면서 조엘과 부부의 투병과정에 생생하게 동참하는 경험을 하였고, 어떤 영화보다 기억에 남을 임팩트를 경험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더욱 흥미로웠던 점은 이 게임에 담긴 기독교적 가치관이었다. 그린 부부는 신실한 크리스찬이었는데, 게임에는 그들이 신앙안에서 조엘의 투병과정을 겪어내고 또한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무게감 있게 잘 담아내고 있다. 물론 때로는 하나님께 따지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하지만, 그 죽음과도 같은 절망에서 믿음과 소망을 잃지 않는 신앙인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본인이 왜 이 게임 'That Dragon, Cancer'를 좋은 크리스찬 콘텐츠로 생각하는지 구체적으로 몇 가지 이유를 말해보려 한다.


1. 성경 텍스트로 가득차 있다. 하지만 단순한 인용이 아닌, 삶속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메시지로 표현되어 있다.

게임의 첫 장면은 어린 조엘이 호숫가에서 오리들에게 빵에 던져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면서 '물위에 네 떡을 던져라. 수 일 후에 찾을지 누가 알겠느냐'는 전도서 말씀이 첫번째 문장으로 뜬다. (물론 전도서라는 출처는 써 있지 않다.) 해석하기 쉬운 구절은 아니지만, 아마도 조엘의 투병생활이라는 긴 여정을 떠나면서 '우리네 인생이 예상한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는다는 뜻일 것 같다.


 

*계속 물속으로 빠져드는 아빠


약간 초현실적인 씬도 있다. 부부는 깊은 바다에 빠져있다. 조엘의 투병이 길어지면서 둘 다 지쳐있다. 그래도 아내는 '하나님이 조엘을 기적적으로 낫게 해주실 거야. 기도하자'는 쪽이었던거 같다. 아내는 조엘을 안고 보트에 앉아 있지만 남편은 무한히 깊은 바다로 빠져들기만 한다. '아냐, 우리는 점점 물에 빠지고 있어. 빠져 죽고 말거야' 깊은 절망가운데 남편은 예수님이 폭풍 가운데 배 뒷편에서 주무셨던 성경의 이야기를 꺼낸다. '예수님은 마치 지금도 우리의 기도를 듣지 않으시고 주무시고 계신 것만 같아.' 그들에게 그 성경본문은 우화와 같은 주일 학교 이야기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너무나 생생한 삶의 자리였다.

이 외에도 많은 장면에 성경본문을 기초로한 질문, 고민, 치유의 경험 등이 진심을 담아 표현되어 있다.


2. 이 게임이 좋은 크리스찬 콘텐츠인 이유는 기독교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반시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1번의 내용처럼 이 게임은 기독교신앙으로 가득 차 있지만 사람들은 거기서 위로와 치유, 소망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물론 뒷부분으로 갈수록 종교적 내용때문에 몰입이 좀 어려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유저들은 그런 부분에 크게 상관없이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호평을 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말한 성경내용은 그들의 삶 자체에 녹아있었기 때문이다. 억지로 갖다 붙이거나 종교적 이데올로기로 강요한 것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 삶의 무엇인지, 죽음이 무엇인지, 인간이라면 누구나 진지하게 여길 수 밖에 없는 진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린 부부는 삶속에 기독교 신앙이 녹아있는 참된 그리스도인이었다. 그 경험을 그대로 녹여내었기에 그들의 신앙은 비기독교인들에게 반감으로 다가오기 보다는 진정성으로 다가갔던 것 같다.


수년전 일이다. 어떤 영화가 기독교영화를 표방하며 기독교단체들의 후원을 받아서 제작되었다. 시사회에서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누군가 물었다. 

'이 영화가 어떤 점에서 기독교영화입니까?' 

사실 기독교성이 전면에 나오는 영화는 아니었다. 상처받은 두 사람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따뜻하고 좋은 영화임에는 틀림없었지만, 어떤 점이 기독교영화이게 하느냐는 질문은 좀 날카로웠다. 나도 답이 좀 궁금했다.

감독의 대답은 좀 실망스러웠다. 아니 좀 많이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제가 미장센으로 사무실 벽에 십자가도 좀 걸어놓고 컴퓨터 바탕화면세 성경구절도 써놓고 했습니다.'라고 농담 비슷하게 말하는 감독의 모습에 우리의 기독교문화 깊이가 딱 이 정도이구나 싶었다. 사람은 똑같은 사람인데 '기독교'라는 모자만 위에다 딱 씌워놓고 '이게 기독교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That Dragon, Cancer'는 절대 분리할 수 없는 방식으로 기독교성이 화학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3. 신학적인 면에서도 좋은 크리스찬콘텐츠라고 말하고 싶다.

보통  '기독교적' 작품이라고 하면 무한긍정이나 예쁘고 착한 이미지만을 생각한다. 하지만 이 게임은 가감없이 자신들의 비극에 대해 솔직하다.

중간에 아케이드 게임으로 변하는 부분이 있는데 조엘이 실제 꼬마기사가 되어서 캔서라는 용을 잡으러 가는 스테이지이다. 구덩이도 점프해서 피해야하고 나쁜 악당 졸개들에게도 창을 던져서 물리쳐야 한다. 마지막에는 드디어 용을 만나는데 조엘이 창을 던지면 드래곤의 에너지가 줄고 상처를 입히기도 하지만 절대로 죽일 수는 없다.

 

조엘의 엄마는 이 부분이 이 게임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비록 조엘은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죽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 병과 최선을 다해 싸웠다는 것, 그리고 그 싸움에 하나님이 함께 하셨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또한 결국에는 그 병과 죽음 마저도 하나님이 패배시키실 것이라는 믿음의 고백이었다.

게임의 거의 뒷부분에는 The Temple of God이라는 스테이지가 나온다. 말 그대로 하나님의 거룩한 임재가 있는 성전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조엘은 병과 싸우는 나약한 모습 그대로 있다. 하나님은 쉽게 나타나시지도, 조엘을 기적적으로 낫게 해주시지도 않는다.

 

제단에 가까이 나가자, 그동안 하늘에 상달된 듯한 기도의 소리들이 들려온다. '이 육신이 건강해질지어다'는 내용의 강하게 명령하는 듯한 기도도 있고 논리나 이성 없이 그저 흐느끼며 부르짖는, 아이를 살려달라는 기도도 있다. 하지만 어두움은 그대로이다.

플레이어가 가장 높은 지성소(?)에 다다랐을 때 글자가 나온다. 

'하나님은 큰 바람 가운데 계시지 않고, 지진 가운데 계시지 않고, 불 가운데 계시지 않는다. 세미한 소리 가운데 계신다.' 

기독교콘텐츠는 꼭 승리한 이야기, 병이 나은 이야기, 성공한 이야기만 다루어야 할까. 너무나 아프고 싫은 현실이지만, 교회에서 병이 기적적으로 나은 간증을 할 수 있는 축복받은 경우보다, 어쩔 도리 없이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겪어내야만 하는 우리의 동료 신앙인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네 삶에서 더 흔히 겪는, 또 신앙으로 이겨내기 쉽지 않은 아픔의 이야기들을 잘 담아내는 것도 기독교콘텐츠의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싶다.


4. 마지막으로 이 게임이 좋은 크리스찬 콘텐츠의 모델이 된다고 느끼는 이유는 일반시장에서 일반콘텐츠의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유통되고 소비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2번과도 연결되는데, 이 게임은 기독교게임전문매장(?) 또는 교회에 가야만 접할 수 있는 콘텐츠가 아니다. 아이튠즈 스토어, 구글 스토어 또는 일반 게임 매장을 통해 어디서나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앱스토어에서 5천원 정도 했던 듯하다.) 그리고 '기독교게임' 이런 딱지나 장르 구분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기독교음악, 또는 CCM을 생각해보자. 멜론 등의 음원싸이트에서는 CCM 카테고리가 분류되어 있고 그 CD는 기독교서점 매장에 분리되어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크리스찬 콘텐츠의 선교적 의미를 생각할 때에 일반유통구조에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콘텐츠는 큰 장점이 있다.

더 나아가 이 게임은 제작비를 조달하는데 있어서도 일반시장의 방식을 자연스럽게 활용하였다. Kickstarter(2009년 시작된 미국의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  다양한 분야 프로젝트의 투자를 유치 - 위키백과. 편집자 주)를 통해서 모금을 진행했는데 3,687명의 후원자에게 약 104,500달러의 후원금을 모아서 인디의 방식으로 게임을 완성했다. 교회의 후원을 받거나 헌금을 받는 형태가 아니라, 순수하게 시장의 논리를 적용하여 성공적으로 상품을 만들어 냈다.

지난달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크리스찬 콘텐츠의 제작비 조달 문제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부분인데, 'That Dragon, Cancer'가 해낸 방식은 좋은 모델임에 틀림없다.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을 해본다. 크리스찬 콘텐츠라고 반드시 돈도 교회가 대고 기독교단체가 직접 제작자가 되어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종교를 넘어 일반인들도 공감할 수 있는 주제와 시나리오만 있다면, 일반시장의 자금으로 일반시장의 프로덕션 프로세스와 유통망을 통해 제작될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 싶다.

최근 드라마 '구해줘'가 좋은 반응을 얻으며 이슈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참 반가웠는데 '구해줘'의 작가인 정이도님(본명 정신규)은 본인이 문화선교연구원 재직시절 함께 작업을 했던 크리스찬 시나리오 작가였다. 문화선교연구원에서는 매년 한편씩 교회들이 모아준 귀한 제작비로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기독교단편영화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그 프로젝트로 문선연과 함께 정이도 작가는 유대얼 감독(나얼의 쌍둥이 형제)의 '듀오'라는 작품과 다른 애니메이션 작품 한 작품을 진행했다. 개인적 기억으로 정작가님은 실력있고 기대되는 젊은 작가였으며 동시에 신실한 크리스찬이었다. 자신의 작품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흘려보내려는 의지가 있는 분이었다.


 

*2011년 문선연제작 교육영화 '듀오' 제작발표회. 왼편에서 첫번째 유대얼 감독, 세번째 정신규작가.


이번 '구해줘'는 정작가님의 단독작으로서는 입봉작이었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듯 하여 기쁘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구해줘'는 여러가지 의미에서 크리스찬 콘텐츠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점이다. 어떤 기독교단체에서 이러한 주제를 가지고 제작한다해도 전혀 생뚱맞지 않을, 기독교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고 사회와도 소통 가능한 주제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과연 기독교계에서 만들 수 있었을까? 모르긴 해도 수십억이 넘었을 제작비는 물론이며 전문스탭들의 구인 문제, 프로덕션 프로세스 부분 등..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실하고 능력있는 크리스찬 시나리오 작가의 핵심 스토리텔링이 있었기에 일반시장의 프로세스를 통해 좋은 콘텐츠가 나오게 되었다. 본인은 이런 방식이 새로운 기독교문화콘텐츠가 태어날 수 있는 좋은 인사이트를 준다고 생각한다.

That Dragon , Cancer도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교회나 기독교단체에서 '기독교콘텐츠'라고 따로 후원하거나 모금하지 않았지만, 일반시장에서 일반콘텐츠의 방식으로 제작되어 성공적으로 런칭한 케이스이다.



이번 달에도 두서없이 개인적 취향을 중심으로 아주 사소하고 매니악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도대체 이런 지엽적이고 사소한 부분에까지 관심을 갖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글을 관심있게 읽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조하게 되기도 하지만,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미국에는 크리스찬 게임 전문 팟캐스트도 있더라. That Dragon, Cancer의 제작자 그린씨가 출연한 것을 통해 알게 되었다. (Podcast #56: ‘That Dragon, Cancer’ is  “Not Very Comfortable Christian Art” ('암이라는 이름의 용'은 그다지 편한 크리스찬 아트는 아니다.))

세상은 점점 더 넓어지고 다양해지고, 새로운 영역에서 새로운 방식의 크리스찬 콘텐츠가 생겨나리라 믿는다.


 

 글쓴이 이재윤

20대부터 문화선교 영역에 부르심을 느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시도를 해왔다. 인디밴드를 만들어 홍대클럽에서 복음이 담긴 노래를 하는 무모한 시도를 하기도 했고, 문화선교연구원에서 기독교 뮤지컬, 영화, 잡지 만들기 등의 일도 했다. 현재는 성신여대 앞 '나니아의 옷장'(옷장 문을 열면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이라는 작은 클럽의 사장이자 같은 장소의 '주님의 숲 교회' 목사로 살아가고 있다.




나니아의 옷장 11월 공연 소식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공연 안내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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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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