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선교리포트] LA도시교회 탐방-진정한 교회되기와 신앙인되기 1부 다시 새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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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교회되기와 신앙인되기

- 1부 다시 새롭게 -


계재광 교수(한남대 기독교학과 / 문화선교연구원 자문위원)



많은 사람들이 한국 교회를 위기라는 이름으로 진단합니다. 동시에 쇄신과 개혁을 처방으로 내 놓으며 외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때에 선교적 교회에 대한 관심이 교회 안팎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선교적 교회란 제자 삼으라는 그리스도의 뜻에서 시작됩니다. 오늘날 위기적 상황에서 미셔널 처치에 대한 관심은 진정한 교회를 향한 갈망이 여전하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보다 폭넓은 사고와 생각의 전환을 위해 미국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계재광 교수(한남대 기독교학과)에게 선교적 교회론의 관점에서 LA의 도시교회 사례를 듣고자 합니다. 그리고 진정한 교회됨과 신앙인됨을 위해서 크리스천들이 일상의 삶과 공동체에서 실천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합니다. 총 4차례에 걸쳐 게시됩니다.

 

[연재 순서] 

1. 다시 새롭게 (현재글)

2. 선교적 교회론 다시보기

3. 복음으로 도시 품기 : 뉴시티 교회

4. 신실하게 살아가(Faithful Presence)


 


새신자가 되다




연구년으로 미국에 와 있으면서 처음 6개월동안은 걸어서 갈 수 있는 동네의 교회 두 곳을 3개월씩 출석했다. 첫 번째 교회는 과거 천명이 넘는 인원이 출석했던 회중교회였으나 지금은 2-30명이 모여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교회의 큰 공간과 부지는 현재 서로 다른 5개 인종그룹의 개척교회에 주일 시간대를 달리하여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그 장소의 사용료로 교회를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두 번째 교회는 지역의 거의 한 블록과 커다란 유치원까지 소유한 교회다. 교인들 대부분이 6-80대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졌다. 이 교회 역시 예전에는 수 백명이 모였다고 했지만 이제는 4-50명의 교인들만 남아있는 상태다.

두 교회를 6개월 동안 출석하면서 경험했던 사실은 환대의 부재이다. 그들 모두 누구나 환영한다는 글귀를 내 걸고 있었지만 정작 예배에 나온 새로운 신자에 대한 관심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예배 후에 갖는 자연스러운 커피타임에 나를 초청하는 이들이 아무도 없었으니 말이다. 나는 '누구나'의 범주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교회가 추구하는 가치가 구호로만 남아있고 실천에 옮겨지지 않았을 때의 파괴력을 경험했다고 하면 내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한 것일까? 

남은 몇 개월 동안은 건강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교회에 출석하고자 차를 타고 LA다운타운의 한 교회를 찾아 방문했다. 그 교회는 커다란 홀을 빌려 예배를 드리는 교회였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처음 방문 이후에 이 교회에 등록하기로 마음먹었다. 교회가 어떻게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눈다.

이 교회는 입구에서 주보를 나눠주면서 친절한 미소와 함께 말을 건넨다. “주차권이 필요하세요? 아니면 샤워가 필요하세요?” 이유는 차를 가져온 사람들에게는 주차권을 주고, 샤워가 필요한 홈리스(노숙자)에게는 샤워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던 것이다. 교회는 중상류층 이상의 백인들과 동양인, 라티노 그리고 흑인 홈리스들까지도 함께 예배를 드리는 곳이었다. 

이 교회에 두 번째 출석했을 때의 일이다. 주보를 나눠주던 한국계 한 분이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리고 어디에 사는지 물어보시더니 당신도 내가 머물고 있는 동네에서 세탁소를 운영한다고 하시며 말을 건네셨고 몇 마디를 나눌 수 있었다. 나는 두 번째 출석만에 교회 공동체에 아는 사람이 생겼다고 말할 수 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분이 교회에 출석하게 된 과정은 이렇다. 먼저는 딸이 교회에 출석했는데 교회가 혹시 이단은 아닌지 걱정되어 알아보기 위해 왔다가 등록했다고 하셨다. 그분과의 대화 중에 아주 밝고 명랑한 표정으로 이 교회 정말 교회 같죠?”라는 물음이 있었다. “정말 교회 같죠?” 이 말이 아직도 내 마음에 깊은 여운으로 남아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교회에서 두번째 출석했을 때의 일이다. 

주보를 나눠주던 한국계 한 분과의 대화 중에

아주 밝고 명랑한 표정으로

"이 교회 정말 교회 같죠?"라는 물음이 있었다.



나는 이 교회에 등록하고 3개월째 출석중이다. 교회의 담임목사님은 내가 출석한 그 주부터 4개월 동안 안식월이라 아직 한 번도 뵌 적이 없다. 하지만 담임목사의 부재로 인한 흐트러짐이나 어수선함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매주 3-400명이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다. 그리고 매주 교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왜 그럴까? 이번 주에도 내 앞에는 목소리 크고 밝은 인상의 백인 부부가, 한쪽에서는 홈리스 Bro(형제),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쑥스러움 많은 라티노 형제가 함께 앉아 예배를 드렸다. 

정말 교회 같죠?”라고 물으시는 그분을 통해 일상이 힘들더라도 정말 교회 같은 교회를 찾고 있는 모습에서 감사함을, 그런 교회가 많지 않음에 목회자로서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면 정말 교회 같은 교회는 어떤 교회인가? 이번 기획 연재를 통하여 교회의 교회됨의 회복을 위해 모범적이며 더 깊은 변화의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첫째, 우리가 결별해야 할 것들의 모습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둘째, 다시 교회의 본질을 찾고자 노력하는 선교적 교회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 볼 것이다. 셋째로 선교적 교회의 사례로 복음으로 도시를 품고 사역하는 지금 출석하는 교회를 소개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교회됨과 신앙인됨을 위해 크리스천들이 일상의 삶과 공동체에서 실천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함께 방법을 찾아보는 내용들로 구성하고자 한다.

 



크리스텐덤의 방식

짐 콜린스(Jim Collins)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How the Mighty Fall)’라는 책에서 잘나가는 기업들이 쇠퇴의 길로 들어서는 첫 단계가 바로 성공에서 오는 오만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만에 빠진 조직이나 개인은 다른 의견과 소리를 경청하기 보다는 자신의 시각을 정당화시키는 자기파괴적인 습관에 빠져서 상황변화에 따른 적절한 노력을 하지 않음으로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변화라는 것이 쉽지 않다. 왜냐하면 모든 조직에는 기존의 습관을 따라 익숙한 방식대로 행동하게 만드는 관성(inertia)”이 있기 때문이다.[각주:1] 대부분의 공동체나 조직은 오랜 경험을 통해 검증되어 관행처럼 굳어져 온 일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변화가 필요한 시기에도 여전히 관성에 따라 리더들이 일하기에 때론 조직의 소멸을 가져오기도 한다. 

한국 교회는 기독교 사회운동의 형태로 사회적 변혁을 주도했고, 신앙 부흥운동의 형태로 개인의 신앙적 회심을 이끌어 냄으로 한국사회 근대화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었다. 과거 한국 교회는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였고, 동시에 사람들은 교회를 존중했고 목회자와 교회 지도자들에 대한 존경심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짧은 기독교 역사속에서 사회·경제 발전의 원리를 충실하게 따른 한국교회는 급작스러운 고도성장 시기를 맞이하였고 기독교의 가치와 세계관이 온전히 교회에 입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힘과 권위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한국교회는 세속화의 물결에 휩쓸렸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힘을 복음 선포의 유용한 수단으로 착각하고 권력과 힘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결국 교회의 대형화와 권력화는 이루었지만 교회의 본질을 잃어가고 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세속화와 후기 세속화 모습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모습은 한국 사회에 반기독교적인 모습과 동시에 종교의 공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모습으로 혼재되어 나타나고 있다. 기독교가 공적인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반기독교적인 담론들이 더 나타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국 교회 지도자들은 이렇듯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문화 가운데서 고립되어 크리스텐덤(Christendom, 기독교세계)식의 교회를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하겠다.

 


크리스텐덤의 방식과 패러다임으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교회의 모습일까? 원래 크리스텐덤이란 용어는 4세기 이후 서구 사회를 지배해 온 종교문화를 일컫는 명칭이다. 크리스텐덤은 로마의 콘스탄틴 황제가 그리스도인들에게 완전한 예배의 자유를 주고, 기독교를 인정함으로 다른 종교들을 훼손시켰던 때부터 출발한다. 기독교는 소외되고 핍박받는 하나님 나라 운동에서 제국 내 존재하는 유일한 공인종교로 변화했고, 크리스텐덤을 거치는 동안 기독교는 역동적이고 사회적이고 영적인 운동에서 정적인 종교기관으로 변화되었다.[각주:2] 프로스트와 허쉬(Michel Frost and Allen Hirsch)는 크리스텐덤 방식의 교회 특징에 대해서 끌어모으기 식(attractional), 이원론적(dualistic), 계층적(hierarchical)’으로 정의한다.[각주:3] 그런데 [2013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의식조사보고서]에서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목회자들은 신앙의 실천 부족’ 31.0%(이원론), ‘지나친 양적 성장 추구’ 27.6%(끌어모으기식), ‘목회자의 자질 부족’ 14.8%(계층적 리더십)의 순으로 대답하고 있다.[각주:4] 목회자들이 한국교회의 문제점이라고 대답한 부분이 크리스텐덤 방식의 교회가 보여주는 특징과 비슷하다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정말 교회 같죠?"

체제전복적인 하나님 나라 운동에서 공인된 종교기관으로 변한 후 보여주었던 크리스텐덤 방식의 교회 모습이 한국 교회에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나님 나라를 일궈야 할 교회의 본질을 잊고 교회 밖의 사람들과 지역사회의 필요를 외면한 채 내 교인만 챙기는 모습, 삶의 실천이 없는 이원론적인 교인들의 삶, 소통이 어려운 교회 리더들의 계층적인 리더십의 문제들이 한국 교회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 즉 올슨(David T. Olson)이 리서치한 미국 교회들 중 쇠퇴하고 있는 교회들의 특징처럼,[각주:5] 많은 교회들이 교회 건물과 유지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고, 사역자의 역할은 교인들의 안녕을 보살피고, 교회가 별 탈 없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운영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한국 교회의 문제점이 어떤 것인지 목회자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문제의 대안으로 한국교회는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한 사회적 변화들로 인하여 전략적 선택지에 대한 경험을 충분히 쌓지 못한 상황이다. 쉽게 과거의 성공 경험을 통해 얻은, 이전의 익숙한 방식을 선택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전의 익숙한 성공방식이 미국 스탠퍼드대 칩 히스(Chip Heath) 교수가 설명한 것처럼 지식의 저주 (The Curse of Knowledge)’가 되어 기존 지식에 매몰되어 그 이상을 상상하기 어려운, 그래서 전문가일수록 비전문가의 마음을 모르는 선택을 하게 될 수 있다. 목회자들이 추구하고자하는 교회의 모습이 전문가적인 자신들만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 되어 성경적이지도 않고 교인들과 세상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될 수도 있다. 한국 교회는 교회됨의 회복을 위하여 그동안 익숙한 성공전략으로터 결별해야 할 시기이다. 이 결별로부터 교회가 교회의 본질이 추구하고 요구하는 교회의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는 일이 시작된다고 말하고 싶다. 한국 교회는 지금까지의 성공방식이었던 끌어모으기식, 이원론적, 계층적 사고로부터 결별해야 한다. 아무것도 나아지거나 이룰 수 없는 상태를 고수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말아야한다. 교회의 성공은 교회의 본질이 추구하고 요구하는 교회의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는 것이다. 교회의 사명이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그리스도를 따르려는 자들을 발견하고 양육함으로 이 땅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진정한 제자도의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라면 그 사명을 신실하게 감당하는 일에 마음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

이제 익숙한 것들로부터 결별하고 다시 새롭게(renew, 12:2) 시작함으로, 밝고 환한 표정으로 이 교회 정말 교회 같죠?”라고 말하는 이들이 한국 교회 공동체 안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날들을 기대해 본다. (다음 글 "2부 선교적 교회론 다시보기" 보러 가기) 



글쓴이 | 계재광

한남대학교 기독교학과에서 기독교 리더십이라는 학문을 도구로 섬기고 있으며, 학생들이 한 사람이라도 더 주님의 제자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에 데려다 밥 먹이는 신공을 발휘하다 살만 찌고 있다개인적으로는 신앙인 다움을 실천하려 애쓰지만 맘에 차지 않아 실망하며 교회의 본질을 찾아 사명을 감당하길 원하는 대전임마누엘교회에서 협동목사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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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황인경, “리더십 이너샤(Leadership Inertia)- 조직 변화를 가로막는 벽을 깨려면” LG Business Insight 2012(12) (서울: LG경제연구원), 16. [본문으로]
  2. 마이클 프로스트/ 이대헌 역, 『위험한 교회: 후기 기독교 문화에서 선교적으로 살아가는 유수자들』 (서울:SFC, 2009), 15-16. [본문으로]
  3. 마이클 프로스트, 앨런 허쉬/ 지성근 역, 『새로운 교회가 온다』 (서울:IVP, 2009), 45. [본문으로]
  4. 1998년과 2004년에 한 [한국 개신교인의 교회 활동과 신앙 의식조사(한미준)]에 이은 세 번째 조사로 앞의 두차례 조사와 시계열적인 분석을 한 [2013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의식조사 요약보고서]이다. 『한국기독교 분석리포트』 (서울: 도서출판URD, 2014), 370-371. [본문으로]
  5. David T. Olson, The American Church in Chrisis: Groundbreaking Research Based on a National Database of over 200,000 Churches (Grand Rapids: Zondervan, 2008), 16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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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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