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과학-6]포스트휴먼 기술 시대의 인간(2)



지난번 글에서 살펴보았듯 트랜스휴머니즘은 노화, 질병, 그리고 죽음을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과 그것의 실현을 위한 기술개발을 의미한다. 만약 트랜스휴먼 기술이 완성되면 인간은 이 땅에서 영원히 불사할 수 있는 존재로 영속할 수 있을 것이다. 

트랜스휴머니즘 철학자들과 기술자들에게 종종 발견되는 철학적 이해는 주어진 것, 곧 자연적 본성이 “불완전하다”라는 것이다. 자연을 포함한 인간은 그러한 의미에서 니체가 이야기하듯 “극복되어야 할 무언가”이다. 트랜스휴먼 철학자로 널리 알려진 맥스 무어(Max More)는 자연이 만들어 놓은 것은 훌륭하지만 완전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의심할 바 없이 그대(자연, Nature)는 최선을 다했어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당신이 인간을 형편없이 만들어놨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네요.”

무어는 엑스트로피(extropy) 증대가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모든 기술적인 목표라고 주장한다. 엑스트로피는 물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엔트로피(entropy), 곧 불가용성 에너지를 뜻하는 개념에 반대되는 다소 메타포적인 개념이다. 무어가 주장하는 엑스트로피는 생명체의 지능, 기능적 질서, 생명력 향상을 위한 능력과 욕구를 의미한다. (이 맥락에서 무어는 다소 엔트로피를 “무질서”로 이해하는 듯하다) 다시 말해, 무어에게 있어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목적은 이 엑스트로피를 계속해서 증대시킴으로써 주어져 있는 문제점, 한계 상황들을 극복하고 인간을 향상하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맥락에서 기술력 이전의 종교들이 내세에 관한 이야기들로 인간의 근본적인 엑스트로피적 욕구를 일시적으로 충족시켜 주었으나, 트랜스휴먼 기술은 단순히 내세에 그것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보장해줄 수 있으므로 미래에는 트랜스휴머니즘이 종교를 대체할 것이라는 대담한 주장도 내놓는다. (https://web.archive.org/web/20051029125153/http://www.maxmore.com/transhum.htm)

흥미로운 지점은, 하지만, 무어를 비롯한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은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은 없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이 그리고 있는 하나의 이상향과도 같은 인간, 곧 “노화와 질병을 경험하지 않는 영원 불사의 존재”를 하나의 이상향 삼아서 그것을 추구하며 철학적-기술적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힘으로 유토피아를”이라는 근대 이성의 지상낙원 건설 프로젝트가 다소 트랜스휴머니즘을 통해 반복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혹자는 이러한 움직임을 트랜스휴머니즘의 세속적 종말론(Secular Eschatology)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이해 안에는 인간의 이성과 능력에 대한 낙관이 숨어있다. 그래서 하바 티로쉬-사무엘슨(Hava Tirosch-Samuelson)과 같은 철학자는 트랜스휴머니즘 담론을 이끌어가는 학자들 사이에 근대 계몽주의 이성이 내재하여 있다고 지적한다. 그들에게 인간은 모든 것들을 측량할 수 있는 존재이고, 개별적 주체는 독특한 자기만의 본성을 가지며, 인간의 언어는 실재를 정확하게 기술할 수 있고, 인간종은 다른 종들보다 뛰어나며 그러므로 그들 자신을 위해서 주어진 자연을 그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확히 근대 계몽주의적 이성을 답습하지는 않더라도, 트랜스휴먼 담론에서 주어진 인간과 자연의 본성을 과학기술적으로 “완벽히” 파악 할 수 있고, 그를 토대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으며, 발견된 문제점은 능히 고칠 수 있는 존재로 인간을 이해하는 것은 그들의 주장들에서 빈번하게 발견된다.

예를 들어, 노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노화 작용 자체를 막으면 결국 죽음까지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오브리 드 그레이(Aubrey de Grey)에게 인간은 이성을 통해 완벽히 파악될 수 있는 존재이다. 인간을 기계적으로 파악하는 그레이는 자동차의 고장난 부분을 고치듯 인간의 노화를 하나의 질병이나 기계적 결함으로 규정하고 고칠 수 있다고 공헌한다. 트랜스휴먼 담론에서 인간은 기계화된 인간이다. 주어진 기계로서의 인간은 완벽히 파악될 수 있는 존재인 동시에 고쳐질 수 있는 존재이다.

정리해보자면, 트랜스휴머니즘 담론에 내재하여 있는 몇 가지 철학적 전제들은 “주어진 인간과 자연의 본성이라는 것은 불완전하고, 그 불완전성을 극복할 힘이 인간이성에 있으며, 이성적-기술적 노력을 통해 극복함으로써 세속적 유토피아를 이 땅에 건설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기술을 통해 인간을 모든 생물학적-자연적 억압으로부터 구원하고자 하는 것이 트랜스휴머니즘의 목표이다. 

기독교 신학은 이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트랜스휴머니즘이 담고 있는 위의 철학적 전제들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비록 인간의 참여가 동반되기는 하지만 기독교 신학은 분명하게 종말의 완성을 하나님의 행위에 의한 것으로 규정한다. 견제되지 않는 인간 이성과 그에 대한 낙관적 신뢰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였는지 우리는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과 현재 생태위기를 통해 처절히 경험해왔다. 아무리 기술력이 인간에게 주어진 고통과 한계를 극복하게 해준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인간 앞을 가로막는 하나님 경험 (출4:24-26) 안에서 개발되고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피조된 존재로서의 인간, 모든 것들과의 관계 안에 놓여 있는 신학적 인간이해는 무분별한 기술개발과 그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트랜스휴먼 시대의 인간 소외와 불평등의 심화를 막을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트랜스휴먼 기술력 자체는 어떻게 생각해봐야 할 것인가? 기술 자체를 거부해야 하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신학자 테드 피터스(Ted Peters)는 하나님의 자기 계시로서의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을 본다면 어느 정도 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그리스도의 사역이 인간을 질병으로부터, 그리고 죽음으로부터 살리는 치유사역이었다면, 트랜스휴먼 기술이 가져올 생물학적인 혜택들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생의학적 진보가 일정 부분 질병으로부터 인간을 해방해주었고, 그러한 혜택을 근본적으로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으로 여긴다면, 트랜스휴먼 기술이 가져올 혜택 또한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트랜스휴먼 기술 자체는 받아들이면서, 트랜스휴머니즘에 내재하여 있는 철학적 전제들을 고발하고, 끊임없이 비판하며 견제한다면, 그래서 그것을 신학적 통찰 안에 둔다면 (마치 야훼 하나님이 바다의 경계를 지으시고 그것을 통치하시는 것과 같이, 시편 74:12-15) 기술력 자체는 수용할 수 있지 않을까?


참고문헌

Aubrey de Grey, Ending Aging: The Rejuvenation Breakthroughs that Could Reverse Human Aging in Our Life Time (New York: St. Martin’s Press, 2007)

Gregory R. Hansell and William Grassie eds., H+/- Transhumansim and Its Critics (Philadelphia: Metanexus Institute, 2011)

Hava Tirosh-Samuelson, ”Transhumanism as a Secular Faith,” in Zygon 47.4 (2012): 710-734.

Ted Peters, “Theologians Testing Transhumanism,” in the Theology and Science 13.2 (2015): 130-149


정대경(명지대학교)

학창 시절 배운 자연과학 이론들 때문에 종교에 회의적이었다가, 회심 체험 후 기독교인이 되었다. 장로회신학대학교와 샌프란시스코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버클리연합신학대학원(GTU)에서 “생명의 기원과 하나님 행위(Divine Action)”로 논문을 쓰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명지대학교에서 교목 및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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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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