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시대의 창조신앙] 첫 번째 이야기: 과학 시대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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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과학 시대의 도전

오늘날 우리는 21세기 과학 시대를 살고 있다. 21세기 과학 시대는 17-18세기 과학 혁명 시대에 큰 빚을 지고 있지만 과거와는 많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과학 혁명의 시대는 근대 과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근대 이전의 세계관을 대체하기 시작한 시기였다면, 오늘날 과학 시대는 과학적 세계관이 사회문화 전반에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기이다. 과학 혁명의 시대에는 여전히 전통적 세계관과 과학적 세계관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면, 과학 시대에는 전통적 세계관이 아직까지 완전하게 소멸된 것은 아니지만 과학적 세계관과 경쟁할 만큼의 영향력을 더 이상 갖고 있지 않다. 또한 오늘날 우리의 삶은 스마트폰을 상징으로 하는 과학기술이 가져온 문명의 이기를 빼놓고는 전혀 상상할 수가 없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21세기 과학 시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한편, 과학 시대는 그리스도인들뿐 아니라 모든 현대인들에게 큰 도전을 주고 있다. 과학 시대의 도전은 크게 세계관, 인간관, 무신론의 세 가지 차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1) 변화하는 세계관. 과학 혁명 이후 지난 수백 년 간 과학의 발전이 가져온 세계관의 변화는 참으로 놀랍기 그지없다. 최근에는 구글의 빌 게이츠 재단이 지원하는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가 최근까지의 과학의 발전을 집대성하여 그린 하나의 큰 그림(세계관)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https://school.bighistoryproject.com/bhplive). 적어도 상당수의 다음세대가 빅 히스토리를 ‘표준적인’ 세계관으로 배우며 성장할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이 세계관을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과학의 발전이 가져온 세계관의 변화는 (천동설에서 지동설로의 패러다임 전환처럼) 우리가 가진 신앙의 본질적인 내용과는 직접적으로 큰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과학적 세계관의 내용 중 일부는 전통적 기독교 세계관과 충돌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반대로 과학적 세계관을 통해 기독교 신앙의 내용이 더욱 풍성해지는 경우도 있다. 또한 기독교 신앙이 세계관의 문제로 고민하는 현대인들에게 빛을 던져줄 수 있는 기회도 있다. 과학의 발전이 가져온 세계관의 변화라는 현실 앞에서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 

(2) 변화하는 인간관. 과학 시대가 우리에게 던지는 두 번째 도전은 인간관의 문제와 관계된다. 과학의 발전을 통해 밝혀진 바, 인간이 우주의 중심에 있지 않다는 사실, 인간이 다른 모든 생물들과 같이 공통 조상으로부터 기원했다는 사실 등은 인간의 자기 이해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나 오늘날 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인간이 기계와 공존하는 시대를 넘어 인간 문명이 기계 문명에 의해 대체되는 어두운 미래를 전망하게 할 때도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인간관의 변화는 앞서 언급한 세계관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종교와 상관없이 모든 현대인에게 큰 도전이 되고 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 것인가?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질문을 두고 씨름하고 있는 현대인들과 함께 고민하고 대하며 그들을 섬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과학 기술의 발달에 따른 인간관, 가치관의 변화 가운데 일부는 전통적인 기독교 인간관에 큰 도전을 안긴다. 예를 들어, 인간의 기원과 본성에 관한 최근 과학 이론들은 인간의 특별 창조, 아담과 하와 및 타락의 역사성, 원죄의 유전, 영혼과 육체의 관계, 기독교의 고유성과 절대성, 인간과 자연의 관계 등의 이슈들에 있어 전통적인 견해를 재고하게 만들고 있다. 과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가치관이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 

(3) 과학적 무신론. 마지막으로, 과학 시대가 우리에게 던지는 세 번째 도전은 세속주의 혹은 무신론의 도전이다. 과학의 발전은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개입을 요청하지 않고도 우주와 생명과 인간의 역사가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고, 기술의 발전은 초월적인 하나님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 이 땅의 역사를 결정하는 주권자라는 인상을 준다. 말하자면, 아무런 목적도 의미도 없어 보이는 우주와 생명과 인간의 역사 속 그 어디에서도 하나님이 설 자리가 없어 보인다. 

“새로운 무신론자들”으로 알려진 이들은 현대 사회에서 과학 기술이 누리고 있는 권위에 호소하여 자신들의 세속주의적, 유물론적, 무신론적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려고 한다. 물론 이러한 과학적 무신론자들의 논리에는 과학의 ‘방법론적 자연주의’와 무신론의 ‘형이상학적 자연주의’를 혼동하는 큰 맹점이 있다. 하지만 기독교에 적대적인 한국의 사회문화 속에서 과학적 무신론자들이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은 심각하게 우려할 사항이다. 과학적 무신론의 득세는 한편으로 오늘날 과학이 누리는 권위를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 역시 과학적 무신론에는 거부감을 갖지만 현대 과학 기술이 누리는 권위에는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과학의 권위에 기댄 무신론자들, 유물론자들, 세속주의자들의 주장 앞에서 과연 우리는 물리적인 세계를 넘어선 초월적인 세계의 존재에 대한 우리의 믿음, 나아가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천지의 창조자” 곧 사랑과 능력으로 천지만물을 창조하시고 사랑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신앙고백을 지켜낼 수 있을까? 


앞으로 6회에 걸쳐 발표한 글들은 필자가 최근 <한국기독교신학논총> 110집(2018.10)에 발표한 논문(“과학 시대의 도전과 기독교교육의 과제”)의 내용을 일부 편집하여 재구성한 것이다. 


글쓴이 김정형

예수님을 사랑하고,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으며, 평화의  나라를 소망하고, 교회의 미래를 고민하며, 과학 시대를 살아가는 신학자. 우주의 종말에 관한 신학과 과학의 대화를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 작성, <분단 한국을 위한 평화의 신학>의 저자, 현재 장로회신학대학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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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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