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선교리포트] 2019년 독일교회 총회는 무엇을 결의했나?



2019년 독일교회(EKD) 총회가 드레스덴에서 열렸다. 총회의 주제는 “정의와 평화의 교회로 가는 길”이었다. 독일교회의 총회를 통해 우리나라 교회의 총회가 가야 할 길을 되짚어 본다.

한국교회 교단 총회를 돌아보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9년 우리나라 주요 교단들의 총회가 끝났다. 특별히 예장 통합측의 지난 104회 총회가 결의한 명성교회의 세습 수습안은 아직까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다. 여러 주요 교단들의 총회에서 보여준 시대착오적이며 자가당착의 논의 및 결의안 등을 보며, 수많은 사람들이 절망을 한숨처럼 쉬었다. 혹자들은 교단에 대한 희망을 접기도 하고, 공교회에 대한 깊은 회의와 함께 교단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교단들의 총회는 어째서 이런 모습으로 머물러 있을까? 이미 총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의 진단과 분석은 다양한 기관과 모임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사실 우리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 질문이다. 그럼 앞으로 총회는 어떤 모습, 어떠한 방향성을 갖고 나아가야 할까? 교단의 최고 치리회로서의 총회는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 총회가 어떤 방향으로 향후 교단의 향방을 설정하고 안건을 논의할 때, 이를 통해 지역교회가 더욱 능동적으로 그 선교적 지경을 넓혀 나갈 수 있을까? 최근 독일교회의 총회는 이러한 우리의 물음에 작은 나침반을 제시해준다. 

 

2019년 독일교회 총회의 결의

지난 11월 독일교회(EKD)의 제12회 총회가 드레스덴에서 열렸다. 이번 총회의 주제는 ‘정의와 평화의 교회로 가는 길’(Auf dem Weg zu einer Kirche der Gerechtigkeit und des Friedens)이었다. 이러한 주제선정은 2019년 독일교회의 표어와도 관련이 있는데, 2019년 독일교회의 표어는 시편 34:15의 말씀을 중심으로 “평화를 찾아 따를지어다”(Suche Frieden und jage ihm nach)였기 때문이다. 독일교회에서는 평화라는 주제를 가지고 2년간 더 깊은 논의와 협력을 통해, 교회의 방향성을 재설정하고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자고 결의했다. 

물론 독일교회 내에도 평화라는 주제 설정이 너무 추상적인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늘날 교회가 이 세상에서 어떻게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교회 스스로가 과연 평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에 독일교회는 약 430페이지의 달하는 보고서를 제작하여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다운로드) 보고서의 각 항목에는 신앙과 평화에 대한 다양한 신학적이고 사회학적인 논의와 주제들이 논의되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된 주제들에는 기후변화의 위기와 이로 인해 확대되는 난민문제, 세계적인 빈부의 격차로 인한 갈등, 국제적으로 확산되는 테러, 군사무기의 확대 배치 등에 관한 것들이었다. 독일교회는, 정의로운 평화가 교회가 선포해야 할 평화임을 강조한 뒤, 이를 깨트리는 오늘날의 문제와 상황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지고, 다음의 4가지 주요 방향을 설정하기로 결의했다. 

  1. 비폭력의 길: 교회는 비폭력의 방법을 통해 정의로운 평화를 선포한다. 그리고 교회는 계속되는 기도와 평화운동 그리고 사회적 연대와 토론을 통해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선포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교회는 평화운동에 적합한 인재들을 지원하고, 교육 및 훈련을 확대하기로 결의했다. 또한 독일교회는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2%를 범죄예방과 비폭력 중재기관 및 조직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라고 강력하게 요청할 것이다. 
  2. 지속 가능한 발전 모색: 교회는 오늘날 환경파괴와 오염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과 책임의식을 가지고, 환경보호 단체들과의 공조와 토론을 통해 창조세계 보존과 지속 가능한 발전의 균형을 맞추는데 노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 환경보호 단체들을 지원하고, 환경보호기준을 높이기 위하여 독일 정부에 지속적으로 강력히 요청할 것이다. 
  3. 사회적 평화: 교회는 학교내 기독교교육을 통해 평화교육과 사회적 합의에 대한 교육 방법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교육할 것이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혐오 문화에 대한 경계의식을 가지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교육적 방법론을 모색할 것이다. 
  4. 평화를 위한 유럽의 책임: 유럽과 세계의 평화를 위해 유럽에 있는 다양한 교회 전통과 에큐메니칼적 협력관계를 강화할 것이다. 이를통해 유럽의회(EU)와 UN 등 국제기관에 평화를 향한 교회의 입장과 요구를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는데 지속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400페이지가 넘는 총회보고서와 주제 설명서를 모두 해석하고 번역할 여지는 없지만, 정리하자면 이번 독일교회 총회에서 논의된 정의로운 평화의 방향은 위와 같았다. 

<난민 구조 상황을 보고하는 중령 마티아스 마이어후버>



교회가 만드는 평화 문화

사뭇 거대담론과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교회가 모든 것에 다 책임을 지겠다는 말은, 사실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정의로운 평화라는 말 자체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 그리고 교회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 일은 지난한 논의와 과정을 감내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러나 독일교회는 평화라는 주제가 단순히 공교회 조직이나 대기업 또는 정부 같은 주체들의 거대담론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교회는 그 정체성을 잃고 그저 하나의 사회기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독일교회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단순한 마음의 안정이 아니라, 인권과 비폭력, 불평등과 부정의에 항거하는 요청, 자유와 인권에 대한 싸움 등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교회가 이것을 위해 싸울 때에, 하나님께서 우리의 눈물을 들어 찬양으로 바꾸신다고 총회는 강조했다. 

그리고 평화의식의 확산을 위해 독일교회가 성도들에게 제시한 실천적인 문화운동은 바로 종이접기다. 종이로 평화의 비둘기를 접어 게시를 하고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 공유하는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또한 독일교회는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 및 조직 그리고 예술가들을 소개하고, 어떻게 이들과 동역할 수 있고 또 어떻게 이들을 후원할 수 있는지를 자세하게 알려주는 일도 역시 시작했다. 또한 사회의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여해 평화운동의 진행상황을 보고하여, 교회의 사회적 역할이 어떠한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Bildergalerie Friedenstauben

Hier finden Sie Fotos von gebastelten Friedenstauben an öffentlichen Plätzen.

www.ekd.de

<평화의 비둘기 종이접기 캠페인>

 

우리 교단 총회가 나아가야 할 길

올해 독일교회가 토론하고 결의한 총회의 내용을 살펴보면, 독일교회가 얼마나 공적인 의식을 가지고 그 공공의 역할을 사회적으로 감당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물론 사회 내에서 교회의 역할과 위치가 다르므로 이를 한국교회의 상황에 일대일로 대입을 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교단 총회와 비교해보았을 때 독일교회의 논의 주제와 내용은 시종일관 공공신학의 성격을 갖는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세밀하게 준비한 신학적 작업과 문화목회적 운동은, 향후 지역교회와 개개인의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이 총회의 결의를 이해하고 수용하며 어떤 방향으로 확산시켜 나가야 할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보고는 사대주의적인 독일교회 찬양이 아니다. 다만 독일교회의 바로 이러한 총회 모습은 한국교회의 총회가 본받아야 할 부분이라는 차원에서 소개한 내용이다. 즉 총회는 교단의 최고 치리회로서 그에 걸맞은 안목과 비전을 보여주어야 하는 의결기구이다. 교단의 총회는 그저 단순한 보고나 각종 사건과 사고를 수습하라고 모이는 모임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교단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한국사회 속에서 교회의 공적기능과 역할을 논의하고 실행하는 곳이며, 동시에 총회 산하 지역교회와 개개인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든든한 신앙의 버팀목이자 신앙적 실천의 근거로 작용해야 하는 곳이다. 실제로 한국교회사 속에서 우리나라 주요 교단들의 총회는 당대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논쟁을 넘어, 더 나은 의의 길을 제시하고 담대하고 분명하게 정의와 평화의 길을 제시한 사례들이 많았다. 그러나 오늘날 주요 교단의 총회는 어떠한가? 시대착오적인 구성과 정치적이고 소모적인 논쟁, 그리고 자가당착의 지침으로 지지부진한 갑론을박을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앞으로 총회가 이러한 모습을 반복한다면, 과연 어떤 산하 지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총회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그 방향성을 따르겠는가? 

글쓴이 이재용 
독일 빌레펠트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Ruhr Universität Bochum에서 조직신학과 기독교 윤리 박사과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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