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열풍-1] 아동 유튜버를 바라보는 몇 가지 시선: '보람튜브' 논란과 관련하여




<보람 튜브>, ‘선망’과 ‘비판’ 사이

끊임없이 유튜브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얼마 전 한 유튜버는 강남에 95억짜리 빌딩을 샀다고 하고, 또 어떤 유튜버는 자기 아이를 내세워 방송하는데 아동학대 수준의 연출로 문제가 많단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게 서로 다른 사례가 아니라 같은 운영자 이야기란다. <보람 튜브>라고……. [각주:1]

누군가에게는 선망의 대상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비판의 대상으로 화제가 된 <보람 튜브>는 유아 채널 부문 1위로 무려 구독자 수가 1,800만, 누적 조회 수가 59억 회에 다다른다. 얼마나 수치가 높은지 가늠이 잘 안될 텐데, 참고로 BTS 채널 구독자가 2,100만이다(재미있는 사실은 이번 이슈로 일주일 사이에 구독자 수가 100만, 누적 조회 수가 3억 회나 더 늘었다).     

인기 유튜버의 천문학적 수입이 부동산으로 흘러드는 건 새삼 놀랍지 않은 일이나, 6살 꼬마 아이가 그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대출금 갚느라 퇴사도 못 하는 직장인들에게 있어 헛웃음 나올 일이긴 하다. 그렇다면 얼마나 연출이 심했길래 아동학대라는 걸까? 

[해당 영상이 삭제되기 전 보도자료로 인용된 캡쳐 이미지 (2017.3.30). ⓒdispatch]   


5살짜리 아이가 아빠 지갑에서 돈을 훔치고, 아빠 차 운전석에 앉아 실제 도로를 주행한다. [각주:2]  최근 영상은 아니다. 그리고 해당 영상은 이미 삭제됐다. 참고로 <보람 튜브>는 2017년 한 아동 구호 단체에서 아동학대 사유로 고발을 해 부모가 사과하고, 법원으로부터 상담 조치까지 받았다. 그 뒤로는 영상 연출에도 다소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그런데 이는 <보람 튜브>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동 유튜브 채널 <뚜아뚜지TV>는 6세 쌍둥이 아이에게 자르지도 않고 대왕 문어를 먹게 해 여론의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각주:3]

 

‘극단적 이윤 추구’가 함부로 밀어내는 것들

항간에는 뒤이어 불거진 아동학대 이슈가 남 잘 되는 꼴 못 보는 사람들이 들쑤시느라 급부상한 거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그렇게 단정 지을 사안은 아닌 듯하다. 이윤창출 과정에서 비윤리적인 혹은 불법적인 요소가 배어드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이를테면 기업 운영 과정에서 드러나는 탈세, 노동권 침해 등의 문제처럼 말이다. 사회가 극심하게 자본주의화됐지만 그래도 아직은 극단적인 이윤 추구가 어떠한 것들을 함부로 밀어내고 있는지 지켜보는 눈들이 있다. 이처럼 <보람 튜브> 이슈는 ‘아동 인권’ 사안만 녹아든 게 아니다. ‘왜곡된 이윤 추구’에 대한 문제의식도 한데 버무려져 있다. 단지 대중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아이 앞세워 돈벌이하는 부모’라고 표출했을 따름이다. 

한편 이러한 현상은 방송가의 해묵은 이슈이기도 하다.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는 아동들이 촬영 현장에는 허다하다. 과도한 연출로 인한 정신적 손상, 학습권 침해, 수면권 침해, 의사결정 배제, 폭언 등, 아동이기에 고려해야 할 기본 요건들이 유명무실에 그치고 만다.[각주:4] 

물론 시대가 변하면서 현장 개선에 진전이 있기도 했다. 과거 영화 <도가니>(2011)의 경우 아동학대 연출 장면으로 인해 아동 연기자 보호에는 미흡했던 게 아니냐는 여론의 지적이 있었다.[각주:5] 

그러나 영화 <미쓰백>(2018)의 경우 마찬가지로 아동학대 내용이 있었으나, 연출을 최소화하고 아동 연기자의 심리상태를 전문가와 지속적으로 체크하는 등 많은 배려를 보였다.[각주:6]

그런데 이제는 아동 인권 제고의 목소리가 유튜브 운영자들을 향해 빗발친다. 이는 방송가 PD들이나 유튜브 운영자들이나 시청률과 수익을 위해 무리한 연출을 감행한다는 점에서 전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가 좋다는데, ‘아동학대’?

과도한 연출만이 문제의 근원은 아니다. 여기에는 ‘아동학대’라는 개념을 둘러싼 인식 차이도 한몫한다. 사실 <보람 튜브>는 2017년 고발 사건 이전부터 댓글을 통해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하지만 쉽사리 개선되지는 않았다. 문제의 양상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사건이 법적 처벌로 진행되면서부터다. 부모는 공식적으로 사과했고, 해당 영상을 내렸다. 어쩌면 사건이 법적 문제로 치달아 가기 전까지 프로불편러 부모들이 댓글 창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아이가 다친 적도 없고 부모가 촬영을 억지로 시키지도 않았고, 심지어 아이도 즐거워했으니까. 

지난해, 한 포털에서 아동 연예 기획사 근무자와 현업 아동 모델 부모 간 공방이 이슈화된 적이 있다.[각주:7] 

당시 부모는 “아동학대가 절대 아닙니다”라는 말로 글을 맺었는데, 마치 현업 아동들의 부모가 죄다 아동학대의 가해자 혹은 방조자로 보이는 게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러나 낮잠 잘 시간인데도 “찰칵하러 갈까?” 했더니 아이가 좋아하더라는 이야기, 짙은 화장과 노출이 많은 옷을 입는 게 무슨 문제가 되냐는 이야기, 결과물을 보고 아이도 좋아했으니 됐다는 이야기는 대중이 공감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많다. 

‘학대’라는 말은 어감상 거친 느낌이 있다. 보통 욕설과 물리적 폭력이 난무하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러다 보니 정신적 손상이나 위력에 의한 침묵 등과 같이 보이지 않는 피해도 ‘학대’라는 범주에 포함해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학대’는 물리적 폭압 상태에 국한되지 않고 비가시적 상황들을 포괄할 만큼 전방위적이다. 마치 페미니즘적 시각이 단순히 남성들의 물리적 폭압을 고발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가부장적 인식이 깃든 상황들에 대한 고발이자 비가시적인 억압들을 깨는 과정이듯, 아동 인권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물리적 폭력이 없더라도, 폭언이 아니더라도, 강제성을 두지 않았더라도 아동의 기본권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건 정황상 학대가 맞다. 이는 ‘유엔아동권리협약’[각주:8]이나 국내 ‘아동복지법’[각주:9]에서도 명시하고 있는 사항이다.

- 유엔아동권리협약 (UN Convention on the Right of the Child) -

(제32조 1항)

당사국은 경제적인 착취를 비롯해 위험하거나, 교육을 방해하거나, 건강이나 신체적, 지적, 정신적, 도덕적, 사회적 발전에 유해한 모든 노동으로부터 보호받을 아동의 권리를 인정한다. 


- 아동복지법 -

(제17조) [금지행위]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5.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

9. 공중의 오락 또는 흥행을 목적으로 아동의 건강 또는 안전에 유해한 곡예를 시키는 행위


가족이라는 이름의 타인[각주:10]

아동 유튜브 채널 운영자는 콘텐츠 특성상 대개 부모다. 재미 삼아 영상을 게시하는 부모도 있고, 기록 보관 차원에서 게시하는 부모도 있지만, 수익을 기대하고 전문적으로 기획하는 경우는 이미 가족 사업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대개 아이는 배우 역할을 담당하고, 부모는 소재 선정과 구체적인 연출 구상, 영상편집, 홍보 등을 담당한다. 하지만 이들 부모와 아동의 관계가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로 명확히 나뉘는 건 또 아니다. 이미 다양한 업종의 가족 사업들이 노사 관계라고 하기에는 사적으로 밀착된 공유 형태를 띠는 것처럼, 아동 유튜브 채널 운영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여타의 가족 사업 현장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듯, 가족 구성원 간의 위력 격차는 간혹 불균등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양산하기도 한다. 아동 유튜버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유튜브 시청자들은 주연 배우 격인 해당 아동을 보고 채널을 찾아오지만, 정작 아동은 콘텐츠 기획과 제작에 별다른 발언권이 없다. 이는 기본적으로 타인을 대하는 방식의 문제다. 지적 수준 및 상황 이해와 판단이 성인과 같지 않으므로 부모가 아이를 대신해서 의사결정을 한다는 건 때로는 합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지나치기도 하다. 이를테면 위험물 경고처럼 안전 확보를 위해 부모가 지도하는 건 마땅하다. 그러나 매사에 부모가 결정을 대신하는 건 아이의 선택권을 부모가 침해하는 것이다. 일각에선 부모가 인터넷에 아이 얼굴을 게시하는 일도 아이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하는데, 2013년 독일의 한 방송사는 신생아의 출산과정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기획하려다 독일 의회로부터 제지를 당한 적이 있다. 부모가 촬영에 동의했다 하더라도 아이의 권한을 함부로 침해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참고로 유럽연합 및 미국에서는 아동의 온라인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각주:11]  

이 또한 같은 이유다. 이처럼 아이가 전면에 나서 콘텐츠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는 아동 유튜브 채널들도 같은 맥락에서 여러 논란을 내포하고 있다. 초상권부터 시작해서, 노동권, 재산권, 발언권 등이 부모에게만 수렴되지 않고 아동의 권한이 충분히 고려되고 있는지 많은 물음을 낳고 있다. 

소셜미디어가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일상에 스며든 지 거의 10년, 여전히 지금도 기술적으로나 사업적으로나 플랫폼 영역 확장의 시대에 놓여있지만, 20~30년 뒤는 과연 어떨까? 모든 전환의 시대가 그러하듯 기술의 발전은 빠르게 체감되지만, 사회병리적 현상의 징후는 다소 늦게 드러난다. 현재 아동 유튜버로 맹활약하는 아이들은 과연 성인이 되고 나서 어떠한 생각들을 쏟아 놓을까? 12년에 걸쳐 촬영했다는 영화 <보이후드>처럼 청소년을 지나 성인이 되기까지 생애 전반을 유튜브 영상으로 여전히 접할 가능성도 있지만, 지난 어린 시절 촬영 활동에 대한 기억을 이들의 목소리로 직접 들을 수도 있지 않을까? 참고로 드라마<순풍산부인과>에서 ‘미달이’로 열연했던 배우 김성은은 이번 아동 유튜버 논란과 관련해 인터뷰하면서 과거 아역 시절의 고충을 토로한 바 있는데,[각주:12] 20~30년 뒤에는 현 아동 유튜버들이 성인이 된 모습으로 자리할 가능성도 있다. 

다소 조심스러운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특히 재산권과 관련해 아동들이 법적으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할 경우, 훗날 이권 다툼이 생겨 날 여지도 없지 않다. 일례로 찰리 채플린이 주연했던 무성영화 <키드>의 아역이었던 재키 쿠건(Jackie Coogan)은 어릴 때부터 왕성한 활동으로 많은 수입을 벌어들였으나, 부모의 탕진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는 아역 배우들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쿠건 법”을 마련해, 수입의 15%를 쿠건 법에 의해 보호하고 있다.[각주:13] 

     

아동, 동일하게 존엄한 타인

아동 유튜버 논란이 이렇게까지 심화된 것은 부모-자녀의 관계가 자본을 매개로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고, 그 자본이 아동학대를 용인하도록 두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실 성인들 사이에 관계가 이렇게 치달아 가면 부당함을 겪는 쪽에서 응당 목소리를 내게 마련인데, 이 논란은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아이들을 둘러싼 사안인지라 대중이 이를 대신하는 게 아닌가 싶다. 여러 비판과 비난의 표현들이 난무하지만 적어도 논란 속 부모-자녀의 관계는 분명히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다들 느끼는 것 같다.  

사람 사이 관계라는 게 마치 흐르는 물과 같아서 잔잔할 때는 호숫가 수면처럼 고요하게 일렁이다가도 제 뜻대로 안 되면 쓰나미처럼 잔뜩 힘을 부려 놓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웃픈 현실은 쓰나미가 약한 외벽을 골라 균열을 내듯, 사람도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여기는 타인만 골라 힘을 쓴다는 것이다. 물론 원래부터 타고난 인간의 본능은 아닐 것이다. 단지 그렇게 살아도 되는 양 그런 모습들을 보아왔고, 그대로 답습한 결과다. 실제로 약한 타인들만 골라 그 못된 힘을 쏟아붓는 일상의 예는 또 얼마나 많은가? 부자가 빈자에게, 상사가 부하에게, 남자가 여자에게 그리고 특히 지금까지 다룬 내용대로 ‘어른이 아이에게’……. 

그러나 누구도 그런 푸대접을 받기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는 없다. 설령 아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사람의 존재는 값으로 따질 수 없다. 적어도 값어치라는 말은 사람을 두고 쓰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을 담은 사람의 존재라는 말은 참 의미가 깊다. 누군가는 우월하고 누군가는 열등하다고 여겨 때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그런 관계가 아닌, 절대적 존엄의 관계. 이는 진정한 이웃사랑의 시초이기도 하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가장 가깝지만, 너무도 어려운 이웃인 가족. 특히 우리는 아이들을 얼마나 어려운 이웃으로 바라보고 있는 걸까? 아이도 어른과 동일하게 존엄한 타인이라는, 그 생각의 언덕에 우리 자신을 놓고 일상을 반추하며 살 수는 없는 걸까? 우리 자신을 스스로 존엄하게 여기듯이.


글쓴이 안동석 목사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매체철학, 문화연구, 저널리즘 등이 주된 관심사라고 말하고 다닌다. 글쓰기란 결국 억눌린 의식의 배설이라 느끼며, 이따금씩 차오를 때마다 싸지른다. 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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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아동복지법>, 국가법령정보센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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