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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연기하는 사람을 배우俳優라고 부른다. 俳(배우 배)란 글자는 재미있기도 하다. 人(사람 인)자에 非(아닐 비). 아무리 非자가 음을 뜻한다지만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만 같으니, 배우는 그 이름이 버겁기도 하겠다. 누가 그랬다. 배우라고 해봤자 무대나 스크린에서 천하도 호령하고 상상도 못할 일들을 척척 해내다가도 현실에 발을 디디면 별다를 것 없는 사람이고 보니, 그 사이가 너무 멀어 적응하기 어렵다고. 아마 <오늘>이 만난 박용우도 그랬던 모양이다. ‘연기하는 거, 사람 사는 거 따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말해줬으니까. 교수님과 선생님이 얘기해줄 땐 공감하지 못했지만,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변했다고 했다. 연기와 삶이 결국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웃으며 말해주는, 배우 박용우를 만났다. 글 원유진 · 사진 탁영한

 

삶을 이야기하는 배우로

2011년 12월, tvN의 다큐영화 <시간의 숲>이 방송되었다. 일본 애니메이션 <월령공주>의 배경인 야쿠시마 숲과 그 속에서 7000년을 넘게 살아낸 삼나무, ‘조문스기’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박용우는 기획부터 시작해서 출연, 해설 등에 참여했다. 다큐라고는 하지만 영화이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긴 것도 아니고 촬영한 지 1년이나 지난 이야기를 하려니 때늦은 감도 있었지만, 덕분에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연기하는 거 따로 사람 사는 거 따로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연기는 사람 사는 거더란 말이죠, 정말 연기를 더잘 하려면 그렇게 또 해야 되고. 나중에는 가장 비슷한 장르가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기회가 좀 늦게 온 건데 예전부터 많이 하고 싶었어요. 제 개인적인 바람은 영화나 드라마를 하면서 꾸준히 다큐멘터리를 하는 겁니다.” 작가가 자신의 글을 통해 세상에 발을 들여놓듯, 배우도 자신의 작품을 통해 세상에 말을 건넨다. “극과 극은 안 좋다고 봐요, 저는 조화로운 게 좋은데, 배우라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눈치를 보고 피해 다니는 것 말고 건강한 사회참여를 했으면 좋겠어요.”

배우에게 있어서 건강하고 좋은 사회참여는 작품으로 말하는 것이다. 1월 중순에 개봉하는 영화 <파파>는 이런 이유로 더욱 애착이 가는 영화다. “<파파>는 오락적으로 웃음이 많고 재미있는데, 그 이상으로 다가오는 감동이 있어요. 문화도 언어도 피부색도 다른 사람들이, 각기 외딴 섬처럼 따로 떨어져서 전혀 융화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결국 가족이 되고, 또 될 수 있다는 거죠. 이건 누가 봐도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요즘 들어서 되게 힘들다 힘들다 하시잖아요. 평상시에 굉장히 냉소적이고 이웃에 대한 피해의식도 많고. 무조건 빨리빨리, 그런 거에 길들여져 계신 것 같은데 본연의 마음은 다 중심에 갖고 계실 거라 봐요. 근원적, 근본적으로 따뜻한 정서들을 많이 잃고 지내시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을 건드렸으면 좋겠어요.”

 

배우, 선택받아야 하는 존재

하지만, 늘 이런 기회가 찾아오는 건 아니다. 우리는 자주 ‘배우가 시나리오를 보는 눈이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배우는 먼저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배우가 아무리 시나리오 보는 능력이 탁월하고 타고나도, 그쪽에서 시켜주지 않으면 할 수 없어요.” 캐스팅은 배우의 몫이 아니다. 그 때문에 배우는 계속해서 자신을 보여주면서 선택받기 위해 노력한다. 시나리오가 오기 전까지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박용우에게 이 한계는 도리어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다. 하나님과 함께 다음 작품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제중원>, 그때부터 시작인 것 같은데, 하나님이 작품을 정해주시는 것 같아요. 작품으로 인도하시는 최초의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교회를 다시 다니기 시작한 건 4년 전쯤이었다. 어렸을 때 교회를 다니긴 했지만, 중학생이 된 이후 교회에 염증을 느껴 그만뒀단다. 그런 그에게 다시 교회에 가야만 할 일이 생겼다. 이왕에 다시 시작한 이상 그냥 다닐 순 없는 노릇, 하나님을 느낄 수 없어 답답한 마음에 기도를 했다.“ 하나님, 진짜 살아계시면 느끼게 해주세요, 증거를 보여주세요. 가짜로 다닐 수도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요.” 기도한 지 두 달쯤 지나자 하나님이 찾아오셨지만 두려운 마음이 커 쉽게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러다 작품을 정해야 할 상황이 왔고, 그는 다시 하나님께 매달렸다. “정말 하나님이 살아계시고, 저를 인도하신다면, 하나님 이야기가 나오는 작품을 저한테 주실 수 있으세요?” 선물처럼 떨어진 게 바로 <제중원>이었다. 구한말, 조선 최초의 근대식 병원인 제중원에서 백정 출신으로 조선 최초 외과의가 된 황정 역을 맡게 된 것이다. 극에서 서양의학을 소개하고 주도적으로 제중원을 세운 알렌은 미국 북장로회 선교사다. 이뿐만 아니라 언더우드, 헤론, 앨러스 등 많은 선교사가 등장한다. <제중원>은 근대 서양 의학과 신분제를 뛰어넘은 성공과 사랑을 말하고 있지만, 초기 기독교 선교사들의 헌신을 보여주는 하나님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선교사에 대한 이야기라니, 참 감사하고 행복했어요.”

 


 

광야 길을 걷다

드라마를 마친 후, 그는 하나님께 더 기도했다. 다음 작품은 함께 작업하는 감독이 크리스천이면 좋겠다고. 아니나 다를까, 바로 왔다. <아이들...>의 이규만 감독이었다. 지금까지 촬영하면서 만난, 첫 크리스천 감독이었다. 함께 기도하며 즐겁고 행복하게 촬영을 했다. 착착 진행되고 보니 약간 들떴나 보다.“ 이 정도 나왔으면 진짜 잘 될 거다, 생각했죠. 으쓱으쓱 하고, 하나님을 좀 피했었단 말이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들...>은 흥행했다. 200만의 관객이 영화를 보았고, 개구리소년실종사건이 재조명을 받은 데다 박용우란 배우의 입지를 다졌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을 배우가 잘났거나 영화를 잘 만들어서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하나님이 그렇게 하셨기 때문이다.‘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잘난 것이 하나라도 있는가 생각을 해 봤다’고 고백하며 기도한 이규만 감독과 함께 하나님께 매달려 하나님의 계획하심을 구했다.

“지금도 그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하나하나 가지치기를 하시는 것 같아요. 지금도 저는 양아치거든요. 기다려주시면서 하나씩 다듬으시고 조금씩 내려놓게 하시는 것 같아요. 독이든 약이든 한번에 안 주시고 다 내려놓을 수 있게, 애굽에서 가나안 가듯이, 그게 몇 십 년이 걸릴지 평생이 걸릴지는 모르죠.” 오만해질 수 있었던 그때, 하나님이 붙들어주셔서 넘어지지 않았다. 또한 감독님 뿐만 아니라 영화 일에 종사하는 믿음의 친구도 그 때 많이 만났다.

 

나를 내려 놓자 반짝이는 그들

<파파>를 통해서도 하나님은 박용우를 이끌어가셨다. 이번 과제는 희생이었다. “이건 소재와 주제가 그야말로 하나님의 말씀 중에 가장 중요한 것들을 이야기해요. 살아보니까 중요한 단어들이 너무 많지만, 성경에도 나와 있듯이 믿음·소망·사랑을 얘기하시잖아요. 정말 확실하게 들어 있어요. 저는 사랑의 말을 희생이라고 보는데, 희생이 들어 있어요.

사랑과 희생은 영화 속 춘섭(박용우)이 배우고 획득해야 하는 것이기도 했다. <파파>는 도망간 톱스타를 찾다 불법체류자가 된 매니저 춘섭이 시민권을 얻기 위해 위장 결혼을 하여, 여섯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는 과정을 코믹하게 풀어낸 영화다. 관객은 <파파>를 보며 웃고 즐기다 어느 순간 그 희생을 마주 대하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사랑과 희생을 먼저 보여주신 그분의 그림자를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

현장에서도 박용우는 많은 것을 양보하고 배려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얻었다고 했다. 해외 촬영이 대부분인데다가 아이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라, 현장에서는 아이들을 먼저 챙겨야 했다. 제한된 시간 안에 아이들에게 연기 지도를 하고 리액션을 맞춰주고 나면, 진이 다 빠져 버렸다. 그 상태에서 자신의 연기를 해야 했다. “자신 있었어요, 정말. 비록 양아치지만, 하나 믿는 건 있었어요.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거. 연기나 체력적으로 너무 힘든 시간이었지만, 함께 해주신다는 증거를 많이 보여주셔서 즐거웠어요.” 광야 길을 걷는 자들에게 신을 닳지 않게 하신 하나님은 오늘 그의 마음을 지치지 않게 도우신다.

 

깊게 사랑하기로

그래도 한없이 부족한 것이 사람이다. 서로에게 실망하고는 괜히 하나님과도 서먹해진다. 그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아뜩한 얼굴이 살짝 비친다, 그동안 겪은 고생은 적지 않았나 보다. “그런데 하나 확실하게 박혀 있는 건 있어요. 하나님은 하나님으로 봐야지, 사람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사람에 대한 공허함은 사람으로 풀 수 없어요. 그걸 하나님께서 저한테 정확하게 입혀주셨어요. 사람은 믿어야 할 것이 아니라 사랑해야 할 존재구나.” 그간의 고생은 값진 열매를 맺었다. 하나님을 온전히 바라보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보는 시선마저 달라진 것이다. “앞으로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갈등도 생길 테고 다툼도 있을 수 있고, 오해도 받을 수 있겠죠. 그런데 이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하나님이 매질을 가하든 당근을 주시든 어떤 형식으로든, 그게 얼마나 걸린 진 모르겠는데, 이끌어 주시지 않을까요.”

 

이제 마흔둘이 되는 박용우는 자신이 오늘 서 있는 자리를 쉽게 판단하지 않는다. 배우의 인지도나 영향력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배우의 길을 걸어간다, 물론 하나님과 함께. “지금 당장 제 모습은 모자란 부분이 많지만, 배우로서는 제 스스로 돌아봤을 때 나쁜 길로 가는 것 같지는 않아요. 괜찮은 길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2, 3년 전부터 제가 연기를 진심으로 즐기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그건 굉장히 행복하고 감사한 일죠. 더 깊이 몰두하고 싶어요.” 감정을 다루는 일이기에 더욱 연약해져야 하는 배우는 매너리즘과 같은 것 몇 가지 때문에 무너질 수 있다며, 자신은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는 박용우. 하나님과 함께 걸어갈 길이 좁고 고되더라도 씨익하고 미소를 지으며 지금처럼 그렇게 꿋꿋이 걸어 나갈 그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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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거진-오늘 l 2012/02/08 10:49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의 문화나눔터

<오늘> 1-2월호



 특집 - 문화, 잔치를 벌이다


새해를 맞았습니다. 다이어리를 사고 새해인사를 하고 해맞이를 하며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았다 자부하면서도 챙기지 못한 것은 없는지, 돌보지 못한 것은 없는지 마음 한 켠이 아릿하진 않으셨는지요. 아마도 이런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또 한 해를 잘 살아보마 다짐하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12년의 첫 <오늘>인 1-2월호(통권 67호)도 이런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했습니다. 습관처럼 적어왔던 한 해 계획을 조금 바꿔보자는 생각이었지요. 밤샘, 야간 근무를 하고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도 그저 잠들기 아쉬운 것은 나를 채우는 그 무언가를 원하기 때문일테지요.

2012년에는 문희정 작가와 함께 새로운 습관을 들이기 위해 노력해보고, 박윤지 기자와는 우리보다 먼저 치열한 삶을 살다간 인생선배들이 걸었을 길을 찾아 걸어보는 거예요. 안휘석 영화제를 살펴보며 오로지 나만을 위한 영화제를 기획하고 실행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물론, 나만이 아닌 남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김시온 팀장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더욱 착한 여행을 꿈꿔볼 수도 있을 테고 춤추는 청년들의 유쾌한 봉사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을 거예요. 아, 인천 효성동에선 마을주민들과 함께하는 축제를 준비하는 교회도 있다고 하니,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놓칠 수 없는 계획이 있다면, 꼭! 이루도록 노력해야겠죠. 주위의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고, 하루 날을 잡아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아직 계획을 세운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어깨가 으쓱으쓱하네요. 어김없이 <오늘>과 함께 새해를 시작해보아요! 



표지 인물 - 배우 박용우의 신앙고백


 

 지금도 그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하나하나 가지치기를 하시는 것 같아요. 지금도 저는 양아치거든요. 기다려주시면서 하나씩 다듬으시고 조금씩 내려놓게 하시는 것 같아요. 독이든 약이든 한번에 안 주시고 다 내려놓을 수 있게, 애굽에서 가나안 가듯이, 그게 몇 십 년이 걸릴지 평생이 걸릴지는 모르죠. _인터뷰 기사 중

 

박용우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그 사정을 다 들어보지 않아도 쉽게 진행한 작품이 하나도 없을 것만 같다. 촬영 환경이나 배역에 대한 몰입만 보더라도 말랑한 건 없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작품 활동을 해 온 그에게 '배우'란 삶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 때문에 하나님은 작품을 통해서도 박용우를 이끌어 가신다. 

지금 당장 제 모습은 모자란 부분이 많지만, 배우로서는 제 스스로 돌아봤을 때 나쁜 길로 가는 것 같지는 않아요. 괜찮은 길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2,3년 전부터 제가 연기를 진심으로 즐기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그건 굉장히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죠. 더 깊이 몰두하고 싶어요._ 인터뷰 기사 중

 

 

<1-2월호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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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거진-오늘 l 2012/01/03 17:55


대학생일때 들르던 대학가街책방은 숙명처럼 언제라도 함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그래서인가 한때 책방 주인을 꿈꾼 적도 있었다. 시간의 발 빠른 걸음에 따라 대학도 변했고, 대학생도 변했고, 대학 주변의 문화도 변했다. 그에 맞게 대학 주변 서점들은 하나 둘씩 자신의 자리를 각종 업소에 내주고 말았다. 연세대학가는 그 변화를 제일 먼저 겪었다. 그런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간이 멈춘 듯 우두커니 그 자리에 그대로 42년 동안 서 있는 서점이 정은서점이다. 가만히 둘러보니 대학교 학생처럼 보이는 두세 명이 책을 찾아 좁은 통로를 오간다. 나도 그 시절 그 때로 돌아간 듯 책 한 권을 찾아 들었다. 펼쳐보니 이전 주인이쳐 놓은 줄이 눈에 들어온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만남이 퀴퀴한 헌책방의 한 장소에서 이루어진다. 어쩜 이 공간에 드나들었던 아버지 세대 선배들과 난 지금 만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은서점은 옛날 돈, 우표도 사고 팔 수 있다. 

 







글ㆍ사진 김준영 
 

위치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창천동 92-6 의정빌딩 1층 연대 창천교회 건너편 골목을 따라 걷다가 굴다리 밑을 지나면 보인다.

시간 : 11:00-21:00 (연중무휴)

문의 : 02-323-3085 | jbst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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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거진-오늘 l 2011/12/08 11:14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의 문화나눔터

<오늘> 11-12월호 발행



 특집 - 오늘, 깨어있음


 

다시 연말입니다. 새해가 밝으면 시작하겠다 마음 먹었던 계획이 많았는데, 실행에 옮기지도 못 하고 지나간 것이 수두룩하지요.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새 일을 시작한, 일년이라는 시간. 남들과 동일하게 주어진 그 시간동안 나는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살았던 것일까요. 또한, 이렇게 지내온 나의 일년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되어 남을까요.

 

<오늘> 11-12월호(통권 66호)는 이런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했습니다. 내가 보고 듣고 행했던 삶의 부분들을 민감하게 인식하고 깨달아 내 것으로 남기는 것을 말이지요. 해서, 김기석 목사님과 이호은 기자의 글과 함께 매해 같은 배역을 연기하면서 변하는 나와 사회에 대해 고민하시는 박재련 장로님, 나태해져 둔해질 수 있는 우리의 삶을 불편이란 도구로 예리하게 다듬으시는 박대성 화백. 호기심 가득 안고 언제나 도전하는 삶을 살고 있는 아티스트, 275c와 영성일기를 통해 깨어 있기를 노력하는 선한목자교회 박리부가 사모를 만나보았습니다. 

 

<오늘>과 함께 한 해를 잘 마감하고 찾아올 새 해를 반갑게 맞이해보아요.



 

표지 인물 - 가수 박지윤의 신앙고백



박지윤답다. 박지윤이 데뷔할 때만 해도 10대의 방송활동은 활발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른 나이란 이유로 남들보다 먼저 아프고 먼저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힘들기만 했던 시절을 이겨내고 나다운 모습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치열하게 찾아낸 박지윤은 참 박지윤다웠다.

 

“2003년 소속사를 나와서 7년 동안 제 자아를 찾아가는 시간으로 보냈어요.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찾아가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가며, 그 과정에서 하나님을 더 가깝게 만날 수 있었어요. 사람이 어렸을 때야 남이 만들어준 옷을 입을 수 있지만, 자신의 생각이 생기면 자신만의 것을 표현하고 싶어지잖아요. 그것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고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듯 저 또한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_ 인터뷰 기사 중 




박지윤은 <I am melody 2> 음반에 '주 예수보다 더 귀한 것은 없네'로 참여했다. 박지윤에게 하나님은 위로였고 도움이었고, 결국에는 '삶'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 위에 계시는 하나님을 말하는 박지윤의 눈이 반짝거렸다.  

“하나님을 만나고, 먼 미래는 계획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웃음) 분명히 나를 더 잘 아시는 하나님이시니까 주님이 가라고 하시면 가고, 멈추라고 하시면 멈추고…. 주님 없는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하나님이 제게 더 좋은 것을 주시더라고요.” _ 인터뷰 기사 중 


가장 박지윤다운 노래로, 박지윤을 닮은 배역으로 우리에게 찾아올 박지윤을 기대해본다.

 




<11-12월호 간략 목차>

매호 심층적인 내용을 싣는 특집 이외에 사람, 영성, 삶, 문화읽기 등의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People

표지인물 가수 박지윤의 인터뷰를 담은 [문화동네 사람들], 십자가 조각가 박형만을 만나 작품세계와 고민에 대해 이야기 나눈 [사람과 사람], 컵케이크와 함께 발랄한 인생을 사는 이샘을 만난 [아름다운 당신의 오늘] 등 삶과 신앙에 대한 인터뷰를 담았다.



Spirituality

대전에서 선교와 대안적 교육을 통해 안팎으로 성장하는 선창교회를 담은 [문화선교리포트], 탄광지역의 지치고 힘들어 거칠어진 아이들과 부모를 위해 사역하는 소달교회 한만경 목사와 이야기를 나눈 [두 손을 모으다] 등 삶 가운데 영성을 담았다.


Life

여행작가 신미식 씨의 가을 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 [길에게 길을 묻다], 종이 한 장에 담긴 짧은 소설 [한페이지 단편소설] 등 삶에서 만나는 문화 이야기를 담았다.


Culture Lens

바흐의 '커피 칸타타' 탄생 배경과 내용을 다룬 [클래식의 숲을 거닐다],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와 기독영화제 이야기를 다룬 [인디 : 구름에 달 가듯이 산다], 성서주일을 맞이하여 말씀으로 오신 분을 생각해보는 [오늘과 함께하는 컬처 캠페인] 등 문화읽기를 돕는 칼럼들을 담았다.


오늘,을 읽다 

팟캐스트 규제에 대해 고민해보는 [비뚤어질 테다], 1%를 향한 99%의 소리에 대해 알아보는 [뉴스 따라잡기],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를 새롭게 읽는 시간 [고전으로 오늘을 읽다] 등 <오늘>의 시선으로 문화를 읽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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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거진-오늘 l 2011/11/01 10:08

제9회 서울기독교영화제와 함께 하는

<오늘> 9-10월호


특집 - 영화, 경계를 넘어서다

영화는 영향력 있는 대중문화 매체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반대로 대중들의 오늘을 영상이라는 매체로 파급력 있게 보급할 수 있는 매체는 영화만큼 좋은 도구도 없다. 그중 기독교 영화는 세대별로 나누어 생각해보면 1세대를 성경인물이나 사건을 그대로 영화화한 성화의 형태, 2세대를 기독교 내 위인을 중심으로 한 개인과 그 개인을 둘러싼 일들에 대한 극영화 형태, 3세대를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와 삶을 차분히 보여주며 그 안에 기독교적 가치를 드러내는 형태로 구분해 볼 수 있겠다. 시대가 변화하듯 기독교 영화에 대한 주제와 한계, 그리고 범위도 변했지만 그 기저에 기독교의 핵심 가치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작년 1월 개봉한 영화 <회복>은 3세대 기독교 영화 형태로서 기독교인뿐 아니라 비기독교인에게도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반응에는 기독교적 가치를 담은 기독교 영화가 그 울타리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그 너머 더 넓은 시선으로 일반 대중과 소통하려는 일종의 노력이 맺은 선한 열매라 할 수 있다. 그 시점에서 올해로 9회째에 접어든 ‘기독교영화제’는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기독교 영화 제작과 영화 읽기 등을 지원하고, 비기독교인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영화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기독교 영화의 제작 촉진이 영화의 대중성과 영향력을 통해 기독교적 삶의 방식과 내용을 대중에게 알리려는 하드웨어적 방법이라면, 기독교적 영화 해석은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은 이 지점에서 기독교 영화의 소통가능방식을 생각해보고, 그에 따른 영화에 대한 실천적 접근 방식을 다뤄보고자 한다.  


 

 

 















 

표지 인물 - 배우 성유리의 신앙고백

 

얼마 전 KBS 2TV 드라마 <로맨스 타운>을 통해 새로운 연기를 보여준 성유리. 순금 역은 아직도 떠나지 않고, 여운을 남기는 특별히 더 애정이 가는 캐릭터였다고.  

“<로맨스타운>의 순금은 제게 많은 기쁨과 아픔을 안겨 준 캐릭터예요. 그 어떤 캐릭터보다 열정을 품고 연기했지만 작품이 끝난 지금까지 가장 아쉬움을 남겨 준 캐릭터이기도 하고요. 그만큼 많이 몰입해서 찍은 작품인 것 같아요.” - 인터뷰 기사 중 


그렇게 연기에 몰입했던 순간을 지나 종영을 하고 난 뒤에는 왠지 모를 허전함이 찾아들곤 한다.  

“이번 작품을 끝내고도 많이 방황했어요. 마음의 공허함이 너무 컸거든요. 내 안에 열정과 에너지는 가득한데 그걸 해소할 방법을 모르겠더라고요. 그 방법을 세상에서 찾으려 하니 더 공허해지고, 우울해지고, 외로워지고,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결국 다시 하나님에게로 돌아가게 되더라고요. 요즘은 친구와 같이 새벽기도를 다니고 있어요. 기도 제목은 마음의 평온과 내려놓음이죠.” - 인터뷰 기사 중 


마음의 평온과 내려놓음을 위해 기도하며 하나님 앞에서 성숙하기를 기도하는 성유리. 그녀가 작년 여름 고생 끝에 마무리한 영화 <누나>가 제9회 서울기독교영화제 폐막작으로 개봉된다. 함께 서울기독교영화제 홍보대사까지 맡은 성유리는 이번 기회를 통해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를 감사함으로 쓸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고백했다.  

“윤희(성유리 역)의 상처가 회복되고 치유되는 과정을 연기하면서 저도 조금씩 회복되더라고요. 이 작품은 내가 하나님을 위해 선택한 게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위해 준비해 주신 작품이란걸 깨달았죠. 기도하면서 또 한 번의 기적을 꿈꾸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 인터뷰 기사 중  


하나님을 신뢰함으로, 하나님께 쓰임받기를 원하는 그녀의 고백이 아름답다. 그녀가 올 가을 서울기독교영화제 홍보대사를 통해 쓰임 받음에 대한 기쁨과 감사를 누리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9-10월호 간략 목차>

매호 심층적인 내용을 싣는 특집 이외에 사람, 영성, 삶, 문화읽기 등의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People

표지인물 배우 성유리의 인터뷰를 담은 [문화동네 사람들], 기타리스트 함춘호를 만난 [사람과 사람], 인디 가수 이아립의 하루를 담은 [아름다운 당신의 오늘] 등 삶과 신앙에 대한 인터뷰를 담았다.



Spirituality

서울 노원구에서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높은뜻정의교회를 담은 [문화선교리포트], 로고스서원 김기현 목사의 인터뷰를 담은 [두 손을 모으다] 등 삶 가운데 영성을 담았다.



Life

여행작가 신미식 씨의 몽골 인물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 [길에게 길을 묻다], 종이 한 장에 담긴 짧은 소설 [한페이지 단편소설] 등 삶에서 만나는 문화 이야기를 담았다.


Culture

솔베이그의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클래식의 숲을 거닐다], 록밴드 <게이트 플라워즈>의 이야기를 담은 [인디 : 구름에 달 가듯이 산다], 가을을 맞이해 함께 하는 특별한 실천 [오늘과 함께하는 컬처 캠페인] 등 문화읽기를 돕는 칼럼들을 담았다.


오늘,을 읽다

사역자들의 결혼에 대한 고민을 담은 [어른이 된다는 것], 영화 <여인의 향기>를 통해 바라본 인간 악의 문제를 담은 [영화 속 현실과 만나다],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새롭게 읽는 시간 [고전으로 오늘을 읽다] 등 <오늘>의 시선으로 문화를 읽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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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거진-오늘 l 2011/09/02 10:12


해마다 미국인은 세계 인구의 절반이 상품 구매에 쓰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쓰레기봉투를 사는 데 쓴다. 세계 인구의 10억이 깨끗한 물을 얻지 못하는 반면, 미국인은 하루 평균 400 ~ 600L의 물을 쓴다. 7초마다 세계 어디에선가 5살 미만의 아이가 기아로 죽는 반면, 미국인은 자신이 구매한 식품의 14퍼센트를 내다 버린다. 세계 인구의 16억이 전기를 공급받지 못한다. -<네 이웃의 탄식에 귀를 기울이라>-
글 신윤주·사진 김준영

 

 

극명한 대조를 제시하는 위의 인용구의 한 축에는 ‘미국인’이라는 주어가 있다. 이번에는 이 주어를 ‘한국인’으로 바꿔서 읽어보자. 구체적인 비율이야 다르다고 해도 ‘한국인’ 역시 유사한 혜택을 누리며, 비슷한 소비 풍조를 기록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깨끗한 수돗물을 어렵지 않게 구하고, 알지도 못할 양의 음식물쓰레기를 내다 버리는 우리가 극도의 빈곤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안타까운 마음을 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개중에는 ‘처음 듣는 이야기도 아닌데, 새삼스레 뭘’ 하며 둔감하게 반응하는 이도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반짝, 빛나는 양심의 반응에 안도하던 사람마저 하릴없이 부끄럽게 만들 이가 있다. 온 몸과 온 삶으로 고민을 실천하는 사람, 바로 ‘에너지팜Energy Farm’을 세운 김대규 대표다.

 

에너지팜은 재생 에너지와 적정기술을 다루는 회사다. 그런데 김 대표의 전공은 학부에서 석사에 이르기까지 신학이었다. 에너지 문제가 고민의 출발점이 아니었으리라는 것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신학 박사가, 교수가 되어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었던 그가 미국 유학길에 나서려던 마음을 돌려 제3세계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석사 과정을 시작하기 전에 방문했던 네팔의 가난한 일상을, 청년 예수가 우리 시대에 했을 법한 선택을 고민했기 때문이었다. “제3세계의 가난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요. 이들에게는 목숨이 붙어있을 만큼의 식량만 계속 공급돼요. 의복은 벌거벗은 상태를 겨우 모면하는 수준이고요, 집은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일 뿐 안전이나 위생, 안락함과는 거리가 멀어요. 인생의 좋은 것들을 경험하고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죠. 더 좋은 삶으로 넘어갈 수가 없어요.” 그는 예수님의 전인적 치유사역을 떠올렸다. “그들에게는 꼭 필요한 도움을 주고, 나는 예수가 내 삶의 전부임을 고백하며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했어요. 그러던 중 그들이 소외되는 이유 중 하나가 에너지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에너지 문제란 곧, 전기와 땔감의 문제이고, 전기와 땔감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은 위생과 안전, 나아가 교육 상태가 취약해진다는 뜻이다.

 

김대규 대표는 3년 째 캄보디아, 네팔, 탄자니아 등을 방문하여 빈곤퇴치 활동을 하고 있다.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팀을 이루어 자연농업을 가르치고 적정기술을 이전하여 최초의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보통의 구호활동이라면, 물고기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심고, 나아가 그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그의 목표다. “현재 캄보디아의 따케오 지역으로 기술을 이전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이 현지에 적합한가의 여부는 10년 정도지나봐야 알 수 있어요.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쇠를 다루고 치수를 재고 용접하고 전기를 만들어 내면서 설비와 인적자원이 구축될 거예요. 그러면 그들은 고유의 것을 창조할 그루터기를 갖는 셈이죠.” 이렇게 구축된 인프라를 기반으로 삼아 현지인들이 직접 생산과 판매를 담당하고, 그렇게 발생한 이윤으로 다시 보건위생 교육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 김 대표의 청사진이다. 물론 이 활동의 중추에는 ‘에너지팜’이 있다. ‘에너지팜’은 기업이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형태로 존재하고, 정당한 방식으로 이윤을 내며, 약속된 급여를 제외한 추가 수익의 전부를 ‘우리’의 이름으로 이웃과 나누는 것이 가능한가를 실험하는 장이다. “사람들은 흔히 이야기합니다. 저 사람은 신부니까, 저사람은 학교 다닐 때부터 운동권이었으니까 저런 활동이 가능한 거야. 그래서 저는 그런 틀을 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일, 기업의 활동을 통해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 것이죠. 우리가 꿈을 이루면 우리는 다시 누군가의 꿈이 되니까요.”

 

에너지팜에서 생산하는 제품들은 자동 추적식 태양열 조리기, 풍력 발전기, 자전거 인력 발전기 등이 있다. 특히, 쉐플러 리플렉터Scheffler Reflector라고도 부르는 자동 추적식 태양열 조리기는 태양의 이동경로를 추적할 수 있으며, 1리터의 물을 끓이는데 약 6분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미 에너지를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기고 소비하는 한국 사회의 경우, 태양광 발전만으로 에너지 소비량을 충당하기는 어려운 실정이에요. 그만큼 석유 원자력 에너지 사용량이 상상을 초월

할 만큼 막대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김대규 대표는 한국의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녹색의 실천은, 발전 형태의 전환이라기보다 ‘에너지 절약’이라는 가치의 재정립과 의식의 전환이라고 역설한다. “한국에서 녹색 에너지를 접근할 때 정부나 기업이 주도하는 경향이 있어요. 단위 면적당 경제의 효용가치를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녹색 에너지를 생산하려면 경제가 아닌 가치를 따져야 돼요. 돈이 되기 때문이 아니라, 옳기 때문에 실천해야 하는 거죠. 개인들의 신념, 풀뿌리 운동은 이런 이유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전차의 연료를 바꿀 게 아니라 전차의 속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현대인들은 이미 지역사회와 국가를 넘어 전 지구와 연결된 삶을 살고 있다. 적어도 교역을 통한 재화의 교환으로 사람들은 지구 저편의 사람들과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렇다면 이제는 조금 더 너른 시선으로 이웃을, 우리를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공과금을 덜 내기 위해, 웰빙을 위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일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을 품고 사는 우리에게 너무 소극적인 실천이다. 더 큰 우리를 위해 가치와 신념을 살아내는 행함과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바로 지금,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뽑자. 바로 오늘부터, 이를 닦고 얼굴에 비누칠을 하고 머리에 샴푸를 하는 동안 수도꼭지를 잠그자. 더 큰 우리를 위해 작고 아름다운 실천에 가치를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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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거진-오늘 l 2011/08/17 13:30
 

집에 앉아 글을 쓴다. 아니 요즘은 글을 ‘쓴다’가 아니라 ‘친다’고 표현해야 맞다. 불과 20여 년 사이에 글 ‘쓰기’ 행위가 변모했다. 한 손에 연필을 쥐고서 원고지의 칸을 메워나가던 형태에서 두 손을 활용해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형태로 말이다. 이러한 변화에 수반된 문명사적 의미는 무엇인가. 바로 ‘에너지’의 과잉이다. 글을 ‘쓰던’ 시절에는 오로지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되었다. 쓰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쓰면 그만이었다. 그랬던 것이 요즘은 컴퓨터의 전원 스위치부터 누른다. 요컨대 글을 ‘치는’ 시대에는 값비싼 컴퓨터를 갖춰야 함은 물론, 이 물건을 작동하기 위해 초대형 원자로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다.

 

365×24, 항시 대기

물론 이 때 컴퓨터의 플러그가 콘센트에 꽂혀 있지 않으면, 제 아무리 성능 좋은 녀석이라도 고물 먹통에 지나지 않을 것이므로, 플러그가 제대로 꽂혀 있는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은 그때그때 플러그를 꽂았다 뺐다 할 여유가 없다. 하여 자주 쓰는 전기제품은, 마치 주인이 램프를 문지를 때마다 무조건 튀어나와야 하는 ‘지니’처럼, 버튼만 누르면 언제든지 켤 수 있도록 대기 중이기 십상이다.

주위를 둘러본다. 글을 친답시고 컴퓨터를 켠 지가 한참이다. 하지만 곧바로 글을 치는 경우란 거의 드물다. 하릴없이 이메일을 체크하고, 괜스레 찜해둔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뺐다를 반복한 뒤에야 글을 치는 행위로 돌아온다. 그 사이에 제목에 낚여 클릭한 기사는 또 얼마나 허접하던지. 환하게 켜져 있는 형광등, 하루 종일 돌아가는 냉장고, 24시간 대기중인 세탁기, 텔레비전, 오디오, 전자렌지…. 그밖에 선풍기, 헤어드라이어, 휴대폰 충전기, 전화기, 커피포트 등 온갖 기구들이 이른바 ‘전기’를 먹고 사는 녀석들이다. 작년 여름,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통에 에어컨을 사고 싶어 얼마나 안달했던가. 그러고 보니, 전기 에너지 없이는 하루도 살지 못하는 ‘문명인’이야말로 정말 구제불능의 취약한 동물이지 싶다.

 

고스란히 돌아오는 것들

헌데 문제는 그렇게 귀한 줄 모르고 펑펑 써대는 흔하디흔한 전기가 결코 안전하지 않을 뿐더러 무한하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올봄에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보라. 가히 ‘재앙’ 수준이다. 편서풍 덕분에 우리나라는 안전하다고 아무리 정부에서 홍보전을 펴도, 국민 대다수가 믿지/속지 않는다. ‘방사능 비’에 대한 공포는 산성비에 비할 바가 아니다.보슬비만 내려도 남녀노소 모두 우산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그 난리 통에 사람 말고 다른 생명체들은 꼼짝없이 방사능 비를 맞았다. 이들이 가쁘게 뿜어내는 호흡에 함유된 방사능은 마침내 돌고 돌아 다시금 사람 몸에 축적될터이다. 이 순환의 이치를 모르고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제 한 몸 보신하기에 바쁜 인간을 내려다보며 하늘이 얼마나 우습다 하겠나.

이번이 처음인 척 요란을 떠는 모습도 가증스러울 것이다. 1979년 3월에 일어난 미국의 스리마일 섬 원전사고와 1986년 4월에 일어난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통해 충분히 깨닫지 않았냐고 호통을 칠 법도 하다. 하기야 이듬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유제품 회사인 남양유업이, 아기들이 먹는 이유식을 제조하며 체르노빌 방사능에 오염된 식품원료를 들여와 만들었을 정도이니, 더 말해 무엇 할까. 심지어 당시 식품안전법에는 방사능 항목이 없다는 이유로 그 회사의 이유식이 ‘합법’ 판정을 받았으니, 모르고 먹인/먹은 사람만 억울하다.

 

손의 회복을 시작할 때

다시 ‘손’ 이야기를 해보자. 그러니까 뭔가를 쓰기 위해서 자판을 두드리는 대신에 연필을 잡던 그 손 말이다. 그 시절 내 손은 봄이면 쑥을 뜯고, 여름이면 아카시아 줄기로 동무의 머리를 파마해 주었다. 가을에는 감자를 캤고, 겨울에는 고드름을 땄다. 메뚜기를 잡아서 강아지풀에 끼워 구워먹기도 했으며, 흙을 만지고, 물놀이를 하고, 실뜨기를 하고, 풀피리를 불었다. 어느 시인의 적절한 표현대로 우주와 나 사이에 손이 있었다. 자연과 교감하고 온갖 놀이를 창조해내

는 대단히 생산적인 활동이 모두 그 손을 통해 이루어졌다. 과연 어여쁜 손이었다.


그랬던 손으로 지금은 온종일 생명 없는 것들만 만지작거린다. 운전대, 휴대폰, 컴퓨터, 리모컨…, 도대체 이 손으로 얼마나 ‘쓸 데 있는’ 짓을 했을지 자괴스럽다. 창조적으로 생산하던 손이 탐욕스럽게 소비하는 손으로 바뀌었다. 이 손이 가장 즐거운 순간이란 더 이상 자연과 접촉하는 때가 아니다. 동무의 손을 잡고 함께 뛰어노는 때가 아니다. 오로지 돈을 만질 때만, 그 돈으로 원하는 상품을 구입할 때만 비로소 흡족하여 부지런히 움직이는 교활한 내 손이여!

공관복음에 모두 소개되는 치유 기사 중에 ‘손 마른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마 12:9-13; 막 3:1-6; 눅 6:6-11). 예수께서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 가르치던 중, 오랫동안 손이 말라 있던 사람을 불쌍히 여겨 고쳐주셨다는 내용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기적은 바로 손의 회복이 아닐까. 머리로는 한 세상 살면서 ‘생태발자국’이든 ‘탄소발자국’이든 덜 남겨야 한다는 것, 잘 안다. 입으로는 생태가 어떻고, 생명이 어떻고, 환경이니, 자연이니, 이른바 의식 있는 말들을 잘도 쏟아낸다. 하지만 끝내 손이 말썽이다. 이 손에 붙은 습속이 항시 머리와 입을 배반하는 게 문제다.

 

호모 파베르(Homo faber)라 했던가. 인간이 그 손으로 만들어내는 것들은 모두 하나님의 형상성을 구현하는 것들이어야 마땅하다. 창세기 1장 28절은 땅과 연결된 손에게 주어진 명령이다. 인간은 땅을 다스리라는, 땅에 몸 붙여 사는 모든 생명체를 돌보라는 하나님의 위대한 위임 앞에 서 있다. 그러니 어쩔 텐가. 영영 움켜쥔 채로 말라 버린 손을 하고서 망연자실 그냥 살 셈인가. 아니다. 참된 구원은 마른 손이 펴져야 이루어진다. 그 손길 닿는 모든 존재마다 새생명을 얻게 만든 예수의 손이 오늘 내 손 위에 포개지기를 간구한다.

 

구미정|여성과 자연, 생명과 평화를 화두로 삼고 다양한 인문학적 글쓰기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기독교윤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숭실대학교 기독교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생태여성주의와 기독교윤리>, <한 글자로 신학하기>, <핑크 리더십> 등 여러 책을 썼고, <교회 다시 살리기>,<작은 교회가 아름답다>, <아웅산 수지, 희망을 말하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요즘 <주간기독교>에 매주 ‘두 글자로 신학하기’를 연재하는 동시에 CBS TV 성서학당에서도 강의하는데, 이렇게 ‘바쁜 척’하고 살아도 되나,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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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거진-오늘 l 2011/07/26 11:29

 ■ 문화매거진 오늘

 

새로운 세대의 살아있는 감성과

예술적 영성을 통해

아름다운 삶의 문화를 꽃피워가는

문화매거진 오늘

 

살아있다는 건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것이라고 합니다. 문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교회의 안과 밖, 삶에서 일어나는 고민과 깨달음을 나누며, 건강하고 행복한 기독교문화의 삶을 이루어가기 위해 당신에게 말을 거는 <오늘>이 있습니다.

2002년 9월, <신앙과 문화>에서 시작한 <오늘>은 '복음·사람·문화'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변화하는 시대에 교회와 세상 사이의 '소통'을 꿈꾸며 커왔습니다.  

이제 <오늘>은 젊은이들이 교회에 관심과 애정을 잃어가고 있는 이때, 새로운 세대의 문화적 감수성과 만나는 지점에서 그들에게 더욱 솔직히 다가가려 합니다. 급변하는 미디어 2.0 환경을 맞이하여 온라인의 블로그 웹진을 통해 더욱 열린 소통과 깊은 공감을 나누고자 합니다. 오프라인 잡지와 온라인의 나눔을 통해 문화매거진 <오늘>은 젊은이들의 문화적 욕구와 눈높이를 맞춰 가며 함께 호흡할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복음과 문화 사이, 어제와 내일 사이, 언제나 <오늘>이 함께 있겠습니다.

 

<섬기는 이들>

편집장 : 김준영  

기   자 : 원유진, 이재윤

객원기자 : 김승환, 정효진, 이호은, 신화민, 신윤주, 김지혜, 송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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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거진-오늘 l 2011/07/13 15:49

1주 7/3 ~ 7/9

인디포럼 2011 _ 7월 6일(수) ~ 12일(화)

기발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독립영화들이 온다.

올해 개막작으로 선정된 김준우 감독의 <만들고 싶다>, 김용삼 감독의 <가족 오락관>, 이지상 감독의 <돈 좀 더 줘> 등 세 작품은 감독이 연출 및 각본, 제작, 음향은 물론 미술과 CG, 주연까지 해낸 작품들이다. 상황과 여건을 뛰어넘어 영화를 향한 뜨거운 열정으로 완성된 작품들과 뜨거운 눈맞춤을 해주시길! 세상을 향한 새로운 시선을 경험하고, 잠자고 있던 창작 에너지를 충전할 좋은 기회다.

 

 

2주 7/10 ~ 7/16

보령 머드축제 _  7월 16일(토) ~ 24일(일)


뜨거운 태양 아래서 즐기는 여름 축제로는 머드축제만한 것이 없다. 머드를

이용한 갖가지 놀이들을 즐기며 온몸에 머드 마사지를 하는 동안 머릿속에꼬깃꼬깃 들어찼던 생각들은 먼지처럼 날아가고, 시원한 바닷물에 풍덩 뛰어들면 더위까지 날아간다. 1년 내내 책상 앞에만 앉아 있는 그대여, 이번 여름은 몸으로 즐겨보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_ 7월 14일(목) ~ 24일(일)

여름 알레르기가 있어 태양을 피해 마음까지 서늘해지는 휴식을 원한다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추천한다.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섹션은‘ 금지구역’이다. 피 튀기는 중에도 웃기는 일본산 본격 B급 스플래터 영화splatter film들을 잔뜩 준비했다. 특별히 15(금) ∼ 17일(일)에는 부천영상문화단지 잔디 광장에 26개를 텐트를 설치, 캠프파이어를 곁들인 공연과 영화제 집행위의 바비큐가 무료로 제공된다. 홈페이지(www.pifan.com)를 통한 사전 참가 신청은 필수다.

 

 


3주 7/17 ~ 7/23

2011 프로야구 올스타전 _ 7월 23일(토)

프로야구 출범 30주년을 맞는 2011 프로야구가 시즌 40%를 소화하며 300만 관중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11 프로야구 올스타전은 놓칠 수 없는 또 다른 재미다. 야구팬이 아닐지라도 SK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동군(SK, 삼성, 두산, 롯데)과 KIA 조범현 감독이 이끄는 서군(KIA, LG, 넥센, 한화)의 경기를 통해 2011 프로야구 맛을 살짝 보시길. 7월 10일까지 스마트폰으로 올스타 투표에도 참여할 수 있다. 7년 연속 베스트 10 선정에 도전하는 롯데 이대호 선수가 1위를 달리는 중이다(6월 20일 현재).

 

 


4주 7/24 ~ 7/30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2011 _ 7월 29일(금) ~ 31일(일)

록의 계절, 여름! 페스티벌이 시작됐다. 뜨거운 태양 아래 캠핑을 즐기며, 밤낮으로 음악에 빠져보자. 4인조 꽃미남록밴드 악틱 몽키스Arctic Monkeys, 귀가 찢어질 듯한 최고 레벨의 사운드를 선사하는 아타리 틴에이지 리오트Atari Teenage Riot, 펑크 팝 밴드 지미 잇 월드Jimmy Eat World, 3년 만에 가요계로 컴백하는 델리스파이스, 매력적인 혼성 5인조 밴드 디어클 라우드, 멋진 언니 김완선 등 화려한 진용에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두근~ 매일 이어폰으로 혹사당한 귀를 라이브로 호강시켜줄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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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거진-오늘 l 2011/07/05 09:55

 

무거우면 쉬이 지친다. 몸이 무거우면 멀리 갈 수 없고, 생각이 무거우면 행동으로 이어지기 어렵고, 마음이 무거우면 상대방에게 가까이 갈 수 없다. 몸도, 생각도, 마음도 가벼워야 춤추듯 살 수 있다. 어떤 것이 다가와도 유연하게 대처하며 반가이 맞이하는 삶. 그것은 어느 때나 나를 지키시고 돌봐주시는 분이 있음을 기억하고 신뢰하며 자신의 전부를 맡겨야 가능한 것이 아닐까. 홀로 완벽히 책임지려 하고, 흘러오는 것들을 애써 거스르는 삶은 고인 물처럼 신선함을 잃어버린 채 앞으로 잘 나아갈 수가 없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하나님께 다 맡겨요. 그냥 다.” 그렇게 말갛게 고백하는 탤런트 박수진을 만났다.  글 정미희 | 사진 탁영한

 

그대로 ‘나’인 시간, 가장 빛나다

10대에 데뷔했지만, 그녀에게선 그 나이 이상의 능숙함도, 필요 이상의 세련됨도 느껴지지 않는다. 20대 중반의 풋풋하고 발랄한 여자, 그 자체의 아름다움이 배어난다. 자신의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것이 곧 아름다움의 기준이자 미덕인 사회에서 그 또래다움은 얼마나 귀한 것인가.

케이블 채널 올리브에서 ‘2030 여성을 위한 로드맵’을 표방한 <테이스티 로드>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그 자연스러움은 빛을 발했다. “제가 뭔가 틀에 박혀있는 걸 어려워하고, 어색해하는 편이에요. 정식 MC처럼 경직되어 진행하지 않고, 지선이 언니개그우먼 박지선와 제가 수다 떠

는 것처럼 촬영하는 스타일이어서 저와 잘 맞았어요. 진행자였다기보다 보통의 20~30대 여자들처럼 자연스럽게 돌아다니며 즐기는 동안 제 원래 모습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던 것 같아요.” 그런 장점은 서서히 연기를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작년 여름,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

았던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20대중반의 여대생 은혜인 역을 맡아 연기하며 그동안의 연기력 논란도 떨쳐버릴 수 있었다.

“부족하지만 이제야 저와 맞는 캐릭터들을 만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아직 경험도 많이 없고, 연기를 잘 모르지만 자신과 잘 맞는 캐릭터를 만나는 게 연기자들에게는 큰 행운이고, 어떨 땐 전부인 것 같기도 해요. 이것저것 하면서 부딪치고, 깨지며 이런 역할은 좀 더 쌓이고 해야겠다, 이런 역할에서는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이 나오는구나 하면서 저에게 맞는 역할이 어떤 건지 이제야 조금씩 알 것 같아요.” 자신의 장점과 부족함을 깨닫고, 조금 더 지혜로운 선택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 그녀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가수 출신 연기자라는 꼬리표가 그 중 하나였다.

 




 

그 시간 할 수 있는 것들

연기자를 꿈꾸다 18살에 걸그룹 ‘슈가’의 멤버가 된 박수진은 3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하며, 2006년까지 활동했다. “확실히 지금보다 육체적으로는 더 힘들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 스케줄을 어떻게 다 소화했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요. 엄청 힘들었지만 서로 위로할 수 있으니까 정신적으로는 힘들지 않았어요. 전 여자 형제가 없이 자라서 여자 넷이 하루 24시간을 항상 같이 있는 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그 나이였기에, 시작이었기에 더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인것 같아요.” 그렇게 5년의 가수 활동을 마치고, 준비 기간을 거쳐 연기자로 데뷔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었다.

“처음에 연기할 때는 그 캐릭터에 누구라고 불리기보다 슈가 박수진으로 보는 시선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돌이켜 생각하니 시간과 경험의 문제였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너무 큰 것을 바랐던 것 같기도 해요.” 그녀의 연기를 두고, ‘연기력 논란’이라는 기사가 뜨고, ‘가수 출신 연기자’의 연기력 부재를 이야기했다. “그 때는 내가 가수 출신 연기자라서 안된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 자질의 문제였던 것 같아요. 그 때는 제가 연기를 잘 하지 못했었고, 솔직히 많이 부족했었어요. 그런데 그 순간을 그냥 모면하고 싶어서, 이건 가수 출신 연기자들의 문제야, 다들 가수 출신이기 때문에 더 색안경을 끼고 연기력 논란이라고 하는 거야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가 만약 사람들이 감동할 만한 연기를 하고, 역할을 잘 소화했다면 그런 논란은 없었을 것 같아요.” 그렇게 부딪쳐서 깨달으며, 그녀의 생각과 마음이 함께 자라갔다.

“데뷔 전에는 엄청 밝은 성격이었어요. 연예인을 하면서 별 생각 없이 한 한 마디가 큰 파장을 일으키는 것을 보며 말 한 마디라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러면서 조금 내성적으로 변했던 것 같아요. 좀 더 신중해지고. 결과적으로는 활동하면서 생긴 노련함으로 다시 제 밝은 모습을 찾았죠.”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따지지 않는, 큰 소리를 내고 분란을 일으키는 것을 싫어했던 성품도 변했다. 지금도 화평이 모든 관계의 핵심이긴 하지만, 무조건 참기보다는어떤 면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이야기 할 줄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성품이 무르익는 동안 연기에서도 조금씩 자신의 모습을 찾아갔다. “계속 일을 하다 보니 <천만번 사랑해> 때는 난정이로 봐 주시고,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때는 혜인이로 봐 주시더라고요.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그 캐릭터 이름으로 불러주시는 거예요. 그 때 깨달았어요. 아, 이게 한 번에 되는 게 아니라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구나. 이제 내 노력들을 조금씩 알아주시는구나…” 그런 작고 소중한 경험들이 그녀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끈다. 올해 큰 축복 중 하나는 그런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중보해주는 사람들을 만난 것이다.

 



가장 솔직하게 서로를 만나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미인들의 모임, 일명 하미모를 통해서다. “저보다 탤런트 김성은 씨가 먼저 그 모임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함께 연탄봉사를 가자고 해서 모임에 가게 됐어요. 교회를 다녔지만, 함께 모여서 성경 공부를 하는 건 부담스러웠어요. 모든 시선이 저한테 집중되는 것 같아서요.” 하나님 중심으로 신실하게 사는 사람들만 모여 있다는 생각에 부담스러웠던 마음은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변했다.

화요일마다 성경공부 모임에 참석하며,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됐다. “신앙이, 확실히 삶의 질을 바꿔놔요. 같은 직업의 동료들과 함께 하니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되고, 제게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모두 본인의 일처럼 생각하고 위로해 주시고, 자신의 경험들을 나눠주세요. 힘들때 모임에 가서 털어놓으면, 항상 마음이 가벼워져서 돌아와요.” 인기 많고, 인정받는 여배우들이 본인에게 흠이 될 수도 있는 고백을 하면서 눈물로 회개하는 모습은 그녀에게 큰 도전을 주었다.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하나님 안에서 다시 깨닫고 있다. “어렸을 때는 습관적으로 교회를 다녔어요. 그러다 사회생활을 통해 많은 고통과 힘든 시간들을 겪으면서 이렇게 열심히 기도하고 있는데 이런 일이 생긴다면 교회에 간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 생각했었어요.” 믿음이라기보다는 습관으로 기도를 하던 시절, 그녀는 가족의 건강 때문에 간절히 하나님을 붙잡게 되는 시간을 만났다. “그 시간들을 통해서 하나님의 정말 살아계시고, 전지전능한 분이시라는 것을 경험했어요. 아무 것도 없을 때, 자신의 모든 것이 무너질 때 하나님의 힘을 경험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항상 재밌는 일, 신나는 일만 주세요라고 기도하지 않아요. 항상 겪어낼 수 있는 만큼의 고통만 주시고, 또 그 상황에 따른 배움을 주시니까. 그냥 흘러가는 대로 하나님께서 다 맡겨요. 그냥 다.” 요즘 그녀는 하나님과 항상 대화하며 친밀함을 누린다. 그 친밀함으로 인해 스며드는 기쁨은 날마다 그녀를 새롭게 한다.

 

조만간 <박수진의 뷰티 테라피>라는 제목으로 그녀의 책이 발간된다. 피부에 관해 관심이 많은 그녀를 두고 주변 사람들이 농담처럼 말했던 일을 실천했다. 책 역시도 그녀의 평소 모습이 담백하게 담겼다.

드라마나 영화와는 달리 스스로 주도해서 일을 진행해 가면서 존중 받는 느낌에 행복했고, 새로운 자신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책에 대한 기대를 조심스럽게 조근조근 풀어놓는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누리고,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자기처럼 소화해내며 조금씩 자라가는 그녀의 내일이 기대된다. 그냥 여자로서 그 시기, 그 나이에 하는 일들을 하며 겪는 것들이 연기의 힘일 거라고 생각한다는 그녀의 믿음처럼 그 모든 삶의 과정들을 그녀다운 모습으로 여유롭게 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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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거진-오늘 l 2011/06/2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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