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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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수업

<인사이드 아웃>


피트 닥터 | 애니 | 전체관람가 | 2015



영화의 매력 중 하나는 지각하지 못하는 세계를 지각 가능하게 만드는 데에 있다. 관객으로 하여금 일종의 전지적인 관점을 경험하도록 한다. 이것은 카메라를 통해 혹은 상상력을 현실로 옮겨놓는 각종 시청각 기술을 매개로 이뤄진다. 영화의 흡입력은 이런 특징을 제대로 살릴 때 발산한다. 물론 더욱 결정적인 것은 스토리텔링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런 특징은 SF 영화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아바타><인셉션> 그리고 <인터스텔라>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상상의 세계, 인간의 무의식의 세계, 그리고 우주의 세계는 다만 상상할 수 있을 뿐, 인간이 그것을 지각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영화는 이것을 가능하게 했고, 이것을 본 관객들은 열광했다.


<인사이드 아웃> 역시 영화적인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뿐만 아니라,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해 우리가 볼 수 없는 뇌 안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대단히 매력적이다. 특히 인간의 감정과 뇌의 상호작용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학습기능을 갖고 있고, 또한 그것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어른을 위한 애니로도 손색이 없다. 68회 칸 영화제에서 격찬을 받았는데,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피트 닥터의 2009년도 작품 <>의 상상력에 감동을 받은 관객들은 이번 영화에서도 다시 한 번 깊은 인상을 받을 것이다. 영화는 형식적으로는 기쁨과 슬픔의 모험이야기로 전개되지만, 내용은 라일라라는 이름의 소녀가 미네소타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사 간 후에 심경의 변화를 겪는 과정에서 다섯 가지 감정이 어떻게 작용하고 또 행동의 변화와 성격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포인트를 두고 전개된다. 다섯 가지 감정을 캐릭터로 표현해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경험하도록 했다. 부모가 자녀를 이해하기 위해 혹은 사춘기 시기의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는 영화라 생각한다.

 




뇌 신경생리학의 발달로 뇌의 신비가 많이 풀렸고, 비록 밝혀진 부분이 전체의 10% 안팎에 불과하다 해도 인간의 행동과 뇌 작용의 상관관계에 관한 많은 것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단지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인류역사에서 대단한 진보가 아닐 수 없다. 성급한 사람들은 뇌 기능의 원리가 완전히 밝혀져야만 가능한 인공지능의 현실을 예측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뇌와 인간의 행동과 감정의 관계에 관한 한, 단지 밝혀진 뇌의 기능과 작용 그리고 원리에 한해서만 알고 있을 뿐, 실제로 인간의 행동과 감정과 관련해서 뇌에서 어떤 일어나는 일이 진행되는지를 볼 수는 없었다.


<인사이드 아웃>은 바로 이런 문제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딸의 급격한 성격 변화에 관심을 가진 감독이 딸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시작한 작업이 결국 영화로 결실한 것이다. 비록 상상력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과학적인 사실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설득력 있는 영화가 되었다. 특히 감성시대에 맞게 성격 형성에 있어서 감정의 역할에 초점을 두었는데, 영화를 통한 감정수업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강신주가 스피노자가 분류한 48가지 감정을 바탕으로 쓴 책 감정수업이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감정수업 혹은 감성리더십은 이미 다니엘 골먼이 감성지능” “감성 리더십에서 강조한 바다. 그는 그동안의 뇌 신경생리학 연구 결과를 정리하여 이성에 대한 감성의 우위를 주장하고, 또한 감정에 대한 통제가 인간의 학습행위와 인격 형성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역설하였다.


사실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에 관한한 그 숫자에 관해서 이견이 분분하다. 스피노자는 48가지로 분류했고, 중용에서는 7가지로 분류한다. <인사이드 아웃>은 기쁨, 슬픔, 분노, 짜증, 두려움 등 다섯 개로 보고, 감정이 인간의 행동 결정과 성격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이로써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있어도 감정적으로는 도저히 납득하지 못하는 일들에 대해서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를 알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점은 기쁨과 슬픔의 상호관계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한다. 행복을 위해 비록 고생을 하더라도 기꺼이 참으며 살고, 행복이 깨지지 않도록 온갖 수고를 다하며 산다. 슬픔과 고통을 피하고 즐겁고 기쁜 인생을 원하는 인간의 마음이 잘 반영된 경향이다. 행복을 향한 노력 자체가 삶의 본질이라고 말할 정도다. 행복은 기본적으로 기쁨의 정서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슬프면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거니와 비록 슬픔을 겪는 중이라도 그것이 행복을 위한 한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는 한에서 의미와 가치를 둔다. “긍정적인 사고의 논리가 지배적일 수 있었던 까닭은 그만큼 사람들이 행복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행복하지는 않아도 긍정적인 생각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긍정이 지나치면 오히려 신경증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재독 한인 철학자 한병철은 피로사회에서 병리학적인 관찰에 근거해 역설하였다. 게다가 긍정의 배신의 저자는 긍정이 어떻게 현실을 왜곡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긍정적인 사고의 논리를 반박하였다. 결국 인간은 기쁨만으로 살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무엇보다 무수히 서로 얽혀있는 관계의 그물망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기쁨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들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공감의 능력은 슬픔의 정서에 기초하고 있는데, 이것은 슬픔을 당한 사람을 위로해줄 수 있다.



라일라의 출생과 성장 과정을 통해 감정과 뇌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면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어렵지 않게 독해된다. , 건강한 인격 형성은 감정이 적절한 때에 제 역할을 발휘하는 것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는 것이다. 슬퍼할 때는 슬퍼하고, 기뻐할 때는 기뻐하며, 분노할 때는 분노하고, 까칠할 때는 까칠해야 한다. 그리고 살다보면 소심해지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다. 어떤 한 감정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기쁨이 모든 감정을 지배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관건은 모든 것이 제 때에 제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감정수업은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다. 다니엘 골먼이 감성의 우위에 대한 발견을 교육의 현장에 응용하였는데, 감정 학습을 통해 학습효과가 높아진 통계를 제시하고 있다. 감정을 지나치게 억압하는 것도 건강에 해로운 일이며, 또한 무절제한 감정표현도 정상적인 인격 형성에 치명적일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관계를 떠나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최성수 │ 서강대 철학을, 본 라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호신대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특히 영화에 남다른 관심을 두고 신학과 영화라는 주제를 깊이 있고, 적절하게 녹여 여러 매체를 통해 독자와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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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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