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수] <태양은 밝게 빛난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사는 것이 곧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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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사는 것이 곧 정치

<태양은 밝게 빛난다>(존 포드, 코미디/드라마, 12, 1953)

 

최성수 목사(신학박사, 영화평론가)





태양은 밝게 빛난다

The Sun Shines B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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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존 포드
출연
찰스 위닝어, 아를린 웰런, 존 러셀, 스테핀 펫치트, 러셀 심슨
정보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90 분 | -


몇 년 전에 들은 이야기지만, 대한민국 정치인 가운데 약 30%가 기독교인이라고 한다. 그들에게 기독교적인 정치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 같은 모습으로 산다면,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치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가끔은 그들이 그리스도인 정치인으로서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서 상황에 따라 그리스도인과 정치인 사이에서 선택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때가 있다. 과연 그리스도인과 정치는 분리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존 포드 감독의 1953년 작 <태양은 밝게 빛난다>를 감상하면서 필자는 그리스도인 정치인의 참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니 진정한 정치는 참다운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데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바른 정치와 그리스도인의 삶이 서로 멀지 않다는 말이다.

이 영화는 2014년 존 포드 회고전을 통해 새롭게 한국 영화 팬들에게 소개된 걸작 가운데 하나다. 문화의 차이로 다소 어색하고 또 시대의 간격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아도 영화가 전해주는 메시지는 비록 오래 전에 만들어진 영화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있으며 오늘날까지도 퇴색하지 않고 밝게 빛난다. 특히 현대 한국 기독교 현실을 비판적으로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영화를 통해 얻는 바가 적지 않다. 내용은 이렇다.

켄터키 주의 한 작은 마을에서 판사로 재직하고 있는 프리스트는 재선의 기회를 노린다. 그의 경쟁자는 검사인 메이듀다. 나이로 보나 비주얼로 보나 혹은 일의 추진력으로 보나 프리스토를 압도하기에 충분한 인상을 풍긴다. 과연 메이듀를 상대로 치러지는 선거에서 프리스트의 재선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감독은 관객에게 이런 의문을 갖게 하는 몇 가지 장면들을 연출해내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잠을 깨기 위해 독주 한 잔을 마시는 일, 나사가 풀린 듯이 보이는 흑인 비서를 대동하는 일, 판사로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조차 의심 들게 만드는 모습 등이다.

재선의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연속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존 포드는 다른 한편으로 프리스트의 따뜻한 면을 부각시킨다. 마을 사람들의 일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물론이고 게다가 그의 이력과 재선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됨에도 그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한 젊은 여성을 마음으로 따뜻하게 대해준다. 마을 사람들의 싸움을 말리고, 보호받지 못하는 한 흑인 소년을 보호하고 또 그의 억울한 강간혐의를 벗겨준다. 표를 잃을 각오가 없이는 불가능한 행위였다. 과거 남북전쟁 때 적이었던 북군들에게까지 따뜻한 마음을 보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목사까지도 거부했던 창녀로 알려진 여자의 장례식을 집례 한다. 선거 전략으로 피하는 것이 마땅했지만, 프리스트는 그녀의 장례식을 집례하는 일을 결코 거부하지 않았다.

이처럼 인종 및 성차별 그리고 편견과 이념적인 갈등이 당연시 되는 시절에 프리스트는 이념을 초월해서 흑인과 여성 그리고 사회적인 약자들에게 인간으로서 따뜻한 마음을 표현하는 데에 인색하지 않았다. 단순한 정치적인 퍼포먼스가 아니었다. 비록 상대인 검사 메이듀와 능력 면에서 비교할 때는 결코 상대가 안돼 보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마을 주민을 위한 통치자로서 진정성은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그의 진정성은 마을 사람들에게 통했고, 프리스트는 재선에 성공한다.

 

존 포드가 그려내고 있는 프리스트의 모습을 보면서 느낀 점은 그가 정치인으로서보다는 그저 평범한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았다는 것이다. 정치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는 모습을 프리스트에게 볼 수 있었다. 물론 문화와 시대가 달라 현대 한국 정치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진정성을 갖고 사는 것이 정치인에게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정치적인 전략에서 나오는 제스처가 아니라 진정성을 갖고 사람을 대하고, 그들을 공감적으로 이해하며, 사회적인 약자를 돌보고 또 과거 자신의 적수였다고 해도 그들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기꺼이 도움을 베푸는 모습은 사람들이 정치인에게 요구하는 덕목이다. 그런데 이것은 누구보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지극히 일상적인 실천 덕목이 아닌가! 그러므로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일이 곧 참다운 정치를 실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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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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