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시즌> 새로운 미래를 위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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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미래를 위한 길

<Three Seasons>(토니 부이, 드라마, 15, 1999)

 

전후 시대 베트남은 전쟁의 상흔에도 불구하고 생존을 위해 현실의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과도기와 격변기였다. 이 시기 베트남 사람들의 현실을 토니 부이 감독은 시적인 영상으로 표현했다. 영화는 특히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된 세 종류의 사람을 통해 혼잡한 시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 한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성찰로 여겨졌을 것인데, 새롭게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지금 보아도 여전히 감동적이다.

배경은 전후 자본주의의 영향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여 과거, 현재, 미래를 공시적으로 경험하며 살 수밖에 없는 호치민(과거 사이공)이다. 사람들은 자의든 타의든 슬프고 아픈 과거로부터 속히 벗어나 미래를 위한 삶을 살아야만 한다. 그 일이 쉽지 않지만 또한 무조건 과거를 잊을 수도 없다. 미래는 단지 과거를 망각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일이 아니며, 밝은 미래는 과거의 상처가 제대로 치유될 때 비로소 전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토니 부이 감독은 과거의 기억들을 단순히 떨쳐버리지 않으면서도 치유된 상태로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시적인 영상과 공감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연출력은 선댄스 영화제의 주목을 받아 3개 부문(촬영상, 관중상, 그랜드 심사위원상)에 걸쳐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영화에는 과거의 상처를 말하기 위해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있다. 한 사람은 매춘부이고, 다른 한 사람은 젊은 시절 제 멋대로 살다가 한 여인과 아이를 버리고 떠나 살다가 여인의 사망 소식을 접하며 깊은 죄책감에 사로잡힌 과거 미해병대 소속 남자이며, 마지막 한 사람은 젊어서 미남 시인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나병으로 얼굴과 손을 잃은 후에 한적한 사원에 유폐되어 연꽃을 키우며 살아가는 한 늙은 시인이다. 이들은 어떻게 슬프고 아픈 과거와 현실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이들의 변화에 기여하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그녀를 사랑하는 시클루(인력거)를 끄는 남자다. 호텔을 직업적으로 드나들어도 하룻밤을 편히 쉬지 못하는 그녀에게는 꿈이 있었다. 별천지 같은 호텔 방에서 아침까지 잠을 자는 것이다. 남자는 그녀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시클루 경주대회에 참가한다. 일등 상금으로 그녀를 호텔에 불러들이는데, 그는 그녀가 호텔 침대에서 편하게 잠을 잘 수 있게 해준다. 무엇보다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지를 스스로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여인의 죽음으로 죄책감에 사로잡힌 남자는 몇 주 동안 호치민에 머물면서 딸을 수소문한다. 우연히 술집 접대부로 일하는 딸을 발견하고 오열하지만, 용기를 갖고 그녀를 만나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

나병으로 손을 잃은 후에 더 이상 시를 쓰지 않고 연꽃을 키우며 사원에 유폐되어 살던 시인은 자신의 집에서 일하는 여자가 부르는 옛날 노래를 듣고 뜨거웠던 과거의 열정을 다시금 불태우게 되는데, 그는 자신의 흉측한 모습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의 시작을 도우려는 마음을 가진 그녀의 손을 빌려 시작을 재개할 뿐만 아니라 마침내 흡족한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세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미래는 잃어버린 것을 되찾은 것으로 표현되고 또한 모두 연꽃을 매개로 연결되어 있다. 진흙 속에서 아름답게 피어나는 연꽃 이미지를 영화로 표현했다고 말할 수 있다. 불교적인 상징을 통해 만들어졌지만 기독교인에게도 의미 있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모든 인간에게는 숨겨진 아름다움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진흙 속에서 꽃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연꽃은 환경과 처지에 상관없이 인간은 모두 아름다운 존재일 수 있음을 역설한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존재라고 믿는 기독교인은 스스로 아름답다고 믿지만, 특히 다른 사람의 아름다움이 밝히 드러나도록 돕는 사람으로 부름을 받았다. 따라서 온갖 매체를 동원해 자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내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대에 기독교인에게 사명이 있다면, 오히려 외지고 그늘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도록 돕는 일이 아닐까.

과거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감독은 영화를 통해 말한다. 단순한 망각이나 맹목적인 진보가 아니라 자신의 아름다움을 보고, 잘못을 회개하며, 또한 사심 없이 남에게 도움을 베풀어 상실했던 삶의 열정을 되찾게 해줄 때 가능한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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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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