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비안의 해적 - 해적 선장이 전하는 구원의 내러티브






캐리비안의 해적-낯선 조류

 

칠흑 같은 어둠 속의 스페인 어느 해안가. 작은 고깃배에서 어부가 그물을 천천히 끌어올린다. 그런데 낚인 것은 고기가 아니라 사람이다. 그는 ‘폰세 데 레온’이라는 말을 남긴다. ‘젊음의 샘’을 찾아 떠난 스페인의 탐험가 폰세 데 레온은 그렇게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죽지 않고 영생을 누릴 수 있다는 샘물을 차지하기 위한 모험에 ‘잭 스패로 선장’을 비롯한 ‘캐리비안의 해적’ 캐릭터들이 앞 다투어 뛰어든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는 ‘피터 팬’의 후크나 ‘보물섬’의 실버 선장에 익숙한 해적 내러티브를 조니 뎁이라는 배우를 통해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바꿔놓았다. 마초의 화신이자 럼주를 즐겨 마시는 해적의 전형 ‘애꾸눈 외다리’ 실버 선장과 달리 ‘블랙 펄’의 선장 잭 스패로는 수다스러운 아줌마의 모습과 다름없다. 하늘하늘한 손짓과 입놀림, 지칠 줄 모르는 오지랖, 게다가 해적의 필수요소인 칼솜씨는 멋지다기보다는 어딘가 익살스럽다.

 

외계인과 영웅이 지배하는 지금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해적이야기는 이미 단물 빠진 껌처럼 보였다. 이를 너무도 잘 아는 할리우드의 이야기꾼들은 비주류의 전형과도 같은 잭 스패로를 비롯한 다양한 캐릭터를 창조해 주류로 복귀시켰다. 능동적 팜므파탈 페넬로페 크루즈의 ‘안젤리카’,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딸까지도 버리는 절대 악 ‘검은 수염’과 오로지 복수를 위해 모험 극에 합류한 제프리 러셀의 ‘바르보사’ 역까지 할리우드의 자본과 기술은 철지난 해적이야기를 스펙터클 판타지로 바꿔놓았다. 여기에 ‘로렐라이’ 이야기와 그리스 신화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바다의 여신 ‘세이렌’을 인어로 부활시켰다. 어두운 바닷가에서 뱃사람의 노랫소리를 듣고 나타난 인어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와 같은 광채를 뿜어낸다. 등대 불빛에 반짝이는 인어의 황금색 비늘은 출렁이는 물결에 반사되어 살갗과 비늘 사이를 나풀나풀하게 넘나든다. 이제껏 보지 못한 영화적 쾌감을 극대화하는 장면이다. 칙칙한 바다위의 배와 남자에 지쳐 있을 즈음 나타난 인어의 장관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그러나 이 판타지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바는 놀랍게도 각 캐릭터들이 구원을 목적으로 스토리를 전개한다는 점이다. 검은 수염과 바르보사는 각자 자신의 구원을 위해 영원한 생명과 복수를 원한다. 반면에 잭 스패로는 한때의 연인 안젤리카가 아버지 검은 수염의 간교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구원의 내러티브에서 가장 대비되는 관계는 바로 인어 세리나와 선교사 필립의 그것이다. 필립은 신에게 버림받아 바다의 상어와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관객이 그렇게 믿는) 인어 세리나의 이름을 불러주고 도움이 필요할 때 요청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세리나는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응답하고 서로가 교감한다.

 

이는 우리가 응답을 얻고자 기도할 때 느끼는 그분과의 교감과도 닮아있다. 이것은 이 여정의 끝에서 그녀가 받은 구원을 필립에게 다시 돌려줌으로써 완성된다. 그리고 세리나는 필립을 데리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심연으로 돌아간다. 그곳은 구원받은 자들이 사는 곳일까. 아니면 세리나를 구원하기 위해 필립을 희생시켰을까.

 

이 영화는 대항해의 시대를 배경으로 신화와 미신적인 요소를 버무려 또 하나의 판타지 세계의 원형을 창조했다. 다만 관객을 상대할 줄 아는 노련한 할리우드는 이 오락적인 상업영화에 크리스천을 포함한 다양한 관객층을 겨냥, 구미에 맞는 여러 가지 재료를 적당히 녹여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하여 아이부터 어른까지 즐길 수 있는 해양 어드벤처 액션물을 만들어냈다.

 

사실 우리도 유구한 역사와 문화가 있기에 훌륭한 스토리텔링의 소재를 어느 나라보다도 많이 가지고 있다. 기독교적 세계관이 함께한 우리말로 된 상업적 기독교영화도 빨리 만나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게 시 글 공 유 하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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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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