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독교 문화콘텐츠를 기다리며-15] 오직예수에서 '오진예수'로, 문화사역자는 언어연구자에 가깝다 - CCM팀 CPR의 사례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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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ㅋ,ㅇㅈ,ㅇㄱㄹㅇ,ㄲㄲㅃㅃ"

당신은 위 단어 중에 몇 개를 알고 있는가? 한글이 맞냐고?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되고 있는 단어들이다. 청소년부, 청년부 사역자라면 이 정도 소양은 있어야 학생들과 소통이 될 것이다. (정답은 이 글의 마지막에)

얼마 전 이런 청소년들의 언어로 CCM을 발표해서 이슈가 되었던 팀이 있다. CPR (Church Praise Revolution)이라는 야심찬 이름처럼 그들의 신곡들은 핫이슈가 되었다.


"예수는 오지신 분 오지구요. 예수는 진리신 분 진리구요. 그의 능력친 만렙. 한계가 없으신 클래스. (중략) ㅇㅈ 범사에 그를 인정해 주는 나의 모든 것 나의 최애 되신 주님." - CPR의 <오진예수> 찬양 중

그들은 왜 이런 가사로 찬양을 쓰는가. 다음세대라는 명확한 청자를 겨냥하여 그들과의 소통을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교회 내부에서도 호불호가 갈렸다. 의도는 알겠는데, 저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입장부터 격하게 환영한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세상이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작년 CPR에 대한 기사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에 실렸다. 한국 CCM 중에 주력 일간지에 소개된 경우가 있던가 싶다. 내용은 주로 신선하다는 반응과 소통의 의지를 높이 사는 것들이었다. 또한 발표되자마자 멜론 실검 1위를 찍었다.



선교는 주로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는 경계점에서 일어난다. 거기서 중요한 것은 언어이다. 그래서 선교사들의 첫걸음이 언어 공부이리라. 그런 관점으로 문화선교도 바라본다면, 요즘처럼 다양한 문화 종족(?)이 존재하는 시대에 해당 언어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복음을 들고 만나려는 바로 그 대상의 언어를 잘 이해하지 않고서는 소통이 힘든 게 당연하다. 다큐멘터리 '내 친구 정일우'에서는 미국인이지만 한국에 선교사로 뿌리를 내린 정일우 신부의 일화가 나온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치약을 사러 가서 분명 '치약 주세요'라고 했는데 발음이 부정확하여 '쥐약'을 줘서 큰일 날 뻔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후에는 한국 사람보다 한국말을 더 맛깔스럽게 (욕도;;) 잘했다고 한다. 철거민들과 함께 땅바닥에서 강론을 하는 장면에 그런 대사가 나온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은 인자(사람의 아들)이라고 말씀하는데,

제가 보기에 그 시대에 그렇게 얘기 안 했을 거 같아요.

나는 사람 새끼다. 예수님은 분명 그렇게 말하셨을 거 같애요'

그는 파란 눈의 외국인이었지만 한국 문화에 완전히 동화되어 진짜 한국인이 되었다. 거기에 한국어는 정말 중요한 요소였다. 오늘의 문화콘텐츠에서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장르적 문법과 언어가 있다. 영화는 영상언어가 있고 음악은 나름의 언어가 있다. 복음을 해당 장르의 언어 문법으로 풀어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기독교적 가치를 영상언어로 풀어낸다면 어떤 방식이 있을까. 십자가, 기도하는 손, 또 뭐가 있을까.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복음의 가치는 정말 깊고 넓은 것인데 우리가 그것을 영상언어로 표현할 상징들은 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기독교 영화를 만들면 영화적 언어로 표현되기보다는 구구절절 설명, 또는 너무나 진부한 상징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늘의 다양한 문화 종족들과 대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장르적 언어에 충실해야 한다. 그렇기에 포스트모던 시대의 문화사역자들은 언어연구자가 되어야 한다. 

Bilingual! 평소에는 절대 사용할 일이 없고 토익 시험 등에나 나올 법한 이 단어는 '두 개 언어를 할 줄 아는, 이중 언어 사용자의'라는 뜻이다. 예를 들면, 어렸을 때 미국에서 태어나서 영어를 모국어처럼 하지만 한국인 가정에서 자라서 한국어도 동일하게 편하게 할 수 있는 경우이다.

문화사역자는 그런 면에서 바이링구얼이 되어야 한다. 복음이라는 첫 번째 언어에 능숙해야 한다. 또한 그와 동일하게 세상의 언어,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해당 문화 영역의 장르적 문법에 탁월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그는 복음을 문화콘텐츠로 번역해내는 번역자라고 할 수도 있겠다.

다시 CPR의 예로 돌아가보면, 이 두 명의 젊은 뮤지션은 그런 면에서 진짜 선교사이다. 멤버 중 한 명은 실제 고등학교 선생님이고 나머지 한 명도 같은 학교 채플에서 찬양인도를 하며 학생들과 항상 만나고 있다.

<나니아의 옷장에서 CPR공연영상 : 중간 짧은 인터뷰. 왜 우리는 이런 음악을 만드는가>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볼 기회가 있었는데, 두 사람은 늘 언어에 대해서 고민하고 연구한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들어낼까'하고 말이다.

예를 들면, 이들이 나니아의 옷장에서 공연을 했을 때, 관객 선물 이벤트를 진행했다. 선택된 관객을 앞으로 모셔서 참치 캔 세트와 유자차를 선물로 주었다. 그리고는 '예수 나의 참치유자'라고 멘트를 했다. 기성세대는 어리둥절할지도 모르겠지만, 청소년들에게는 이런 작은 접근이 마음을 열게 하는 것을 보았다. 이들의 유튜브 영상 등에는 청소년들의 폭발적인 댓글이 달려있다. 물론 그들만의 은어와 줄임말(또는 욕도)이 도배를 하고 있었다. 이것이 소통의 시작 아니겠는가.

기독교 문화가 우리들만의 리그로 머물러 있지 않으려면 이러한 소통의 의지는 너무나 중요하다. 그리고 거기에는 실질적으로 언어의 연구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마음이 있어도 말이 통하지 않으면 소통할 방법이 없다. 

얼마 전 발표된 통계에서 젊은 세대의 종교 이탈율이 1위 캐나다 2위 덴마크 3위 한국으로 나타났다. 다른 곳이 아니라 한국이 선교지이다. 특히 다음 세대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출처 http://www.pewforum.org/2018/06/13/the-age-gap-in-religion-around-the-world/


CPR의 방식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문화사역자는 언어연구자이어야 한다는 도전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고 특히 다음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콘텐츠에 대한 투자와 연구가 필수적이다. 


<첫머리에 나온 퀴즈 정답>

ㅇㅋ - 오케이

ㅇㅈ - 인정 

ㅇㄱㄹㅇ - 이거레알

ㄲㄲㅃㅃ - 낄끼빠빠

(이렇게 보아도 뜻을 모르시는 분은 인터넷 검색 참조하시길.[나무위키]  재미있는 것은 마지막 항목에 CPR이 소개되어 있다. 이것만 보아도 CPR이 이미 세상과 얼마나 소통을 하고 있는지 - 오히려 세상에서 다가오고 있음 - 알 수 있다. 하지만 정작 CPR 당사자들은 '급식체'라는 용어 자체가 청소년을 비하하고 소외시키는 것 같아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글쓴이_이재윤
20대부터 문화선교 영역에 부르심을 느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시도를 해왔다. 인디밴드를 만들어 홍대클럽에서 복음이 담긴 노래를 하는 무모한 시도를 하기도 했고, 문화선교연구원에서 기독교 뮤지컬, 영화, 잡지 만들기 등의 일도 했다. 현재는 성신여대 앞 '나니아의 옷장'(옷장 문을 열면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 http://facebook.com/narnia2015)이라는 작은 클럽의 사장이자 같은 장소의 '주님의 숲 교회' 목사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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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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