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과학-3] 인간을 더이상 특별한 존재라고 말할 수 없는가? - 다윈 진화론과 인간의 존재론적 특별성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판한 이후 종교계를 포함한 각계각층의 사람들 사이에서 격론이 일어났다. 한 연구에 따르면 1859년에 종의 기원이 출판된 이후 10년 동안 영국 과학자들 1/4 이상은 여전히 진화론을 반대하였다.[각주:1]  왜 이렇게 더디게 수용 되었던 것일까?

비록 17세기 아일랜드의 주교 제임스 어셔가 성서에 기록된 연대들을 문자적으로 해석하여 기원전 4004년 정도로 지구와 생명체의 기원을 제시하였지만, 18-19세기에 이루어진 지질학 이론의 발전은 어셔식의 젊은 지구론을 일축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당대의 기독교인들은 지구와 현 생명체들이 긴 시간에 걸쳐 형성되고 출현했었을 가능성에 열려 있었다.[각주:2]  그러므로 다윈 진화론이 직면한 비판은 이론이 내포하는 지구와 생물출현의 긴 역사로부터 기인했던 것은 아닌듯하다.

아마도 가장 큰 걸림돌은 인간이 여타 동물들과 같이 공통조상으로부터 변이와 자연선택을 통해 발생했다는 다윈의 주장이 아니었을까?[각주:3]  지난 글[링크]에서 언급했다시피, 다윈 진화론의 핵심 개념은 “생명의 나무”이다. 이는 모든 현생 종들이 변이와 자연선택을 통해 출현하였고,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모든 종의 공통조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맥락에서 인간 종 또한 다른 여타 생물체들과 다를 바 없이 같은 조상으로부터 출현한 것이다. 다윈은 인간의 기원과 관련하여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 to Sex, 1871)”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우리는 미개한 사람과 같이 인간이 독립된 창조의 결과로부터 발생하였다고 믿지 않는다. 두개골, 다리, 골격을 이루는 부분들의 사용, 인간과 포유류 배아 사이의 유사성, 그리고 여타 영장류들과 인간 사이의 근육 등을 포함한 유사성은 우리에게 인간이 다른 포유류 동물들과 같은 조상의 후손임을 드러내 준다.[각주:4]

다른 여타 종들과 인간이 모두 공통 조상으로부터 출현했다는 다윈의 주장은 긴 시간 동안 이어진 인간에 대한 이해, 곧 인간은 다른 종들과는 구분된 특별한 방법의 기원을 가지며, 그러므로 특별한 존재라는 인식을 반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기존의 이 인식은 중세 스콜라주의 신학을 거치면서 명백히 자리 잡아 왔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 세례를 베풀어 신학으로 완성한 아퀴나스는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가 부모 개체들로부터 형상과 물질을 부여받아 출현한다고 이해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물은 주어져 있는 생명체들과 자연물질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아퀴나스에 따르면 인간 만은 그 영혼이 독립적인 종으로 구분되며, 개별 인간 영혼들은 이 땅에 존재하기 전 창조의 마지막 날 먼저 창조된다. 이렇게 창조된 개별 영혼들은 이후 모체에서 수정란을 거쳐 태아가 발달할 때 하나님의 특별 행위를 통해 그 안에 주입된다.[각주:5]  하나님의 개별 영혼 창조와 주입 행위는 인간이 여타 생물들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임을 암묵적으로 제시한다. 이를 바탕으로 “존재의 사다리(The Great Chain of Being)”라는 이해가 주목받은 것이다. 존재의 사다리는 신플라톤주의를 집대성한 플로티누스로부터 시작되어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쳐 다윈의 시대까지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다. 존재의 사다리에서 가장 고귀한 존재는 신적 존재이며, 그 뒤를 천사들과 같은 천상의 존재, 인간, 여타 동식물, 비생명체가 차례대로 따른다. 인간은 지상에서 활동하는 모든 생명체 중 가장 고귀한 존재이다.


[그림은 1579년 Didacus Valedes가 Rhetorica Christiana에서 묘사한 존재의 사다리, 

출처 https://web.stanford.edu/class/engl174b/chain.html]


다윈 진화론이 제시한 인간 기원에 관한 자연발생적, 진화론적 설명은 인간의 존재론적 특별성을 뒤흔드는 것처럼 여겨졌다. 영미권 과학자 중 끝까지 진화론을 반대했던 대표적인 두 학자, 프린스턴 대학의 아놀드 기요와 맥길 대학의 존 윌리엄 도슨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는데, 그들은 오랫동안 생물의 발생이 일어난다는 점, 여타 종들이 자연과정을 통해 발생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이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었던 듯 보인다.[각주:6]  또한 다윈 진화론을 받아들여 기독교 신앙 안에서 해석했던 다윈의 친구, 식물학자 애서 그레이 또한 인간종은 “특별한 발생”을 통해 출현했다고 주장하면서 기존 이해를 고수하였던 듯 보인다. 이외의 당시 여러 사례를 종합해 본다면, 다윈 진화론이 초기에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수용되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인 듯하다. 

그렇다면 이 지점에서 제기할 수 있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인간이 자연과정을 통해 발생했다는 설명은 진정 인간의 존엄성을 격하시키는 것일까? 과연 그런가?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된 “하나님 형상(Imago Dei)”에 대한 이해는 다윈의 진화론적 설명에서도 여전히 고수될 수 있는가? 나아가 하나님 창조와 섭리 행위는 반드시 기적적인 형태로만 이해되어야 하는가?

계속되는 글을 통해 위의 질문들을 답해 볼 것이다.



정대경(명지대학교), 
학창 시절 배운 자연과학 이론들 때문에 종교에 회의적이었다가, 회심 체험 후 기독교인이 되었다. 장로회신학대학교와 샌프란시스코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버클리연합신학대학원(GTU)에서 “생명의 기원과 하나님 행위(Divine Action)”로 논문을 쓰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명지대학교에서 교목 및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다. 


  1. David L. Hull, Peter D. Tessner, and Arthur M. Diamond, “Plank’s Principle,” Science 202 (1978): 721. [본문으로]
  2. 이러한 맥락에서 20세기 중반부터 부활한 젊은 지구론과 성서 문자주의, 그와 연계된 격변설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1830년 찰스 라이엘은 “지질학의 원리(Principles of Geology)”라는 책을 출간한다. 이 책에서 라이엘은 당대 지배적이었던 지질학 이론인 격변설(Catastrophism)과는 다른 동일과정설(Uniformitarianism)을 제시한다. 격변설은 현 지구 환경이 몇몇 과거의 사건들, 곧 급격한 지질학적 변화를 일으킨 사건들로 인해 조성되었다는 이론이다. 이에 반해, 동일과정설은 현재의 지구적 환경이 지금과 유사한 자연과정을 통해 형성되었다는 이론이다. 역사 안에서 격변설은 혜성이나 운석의 충돌을 통해 생명체가 시작되었다는 판스퍼미아(Panspermia) 이론으로부터 하나님의 초자연적 행위들을 통해 생명의 출현과 멸종이 일어났다는 생물발생에 관한 이론까지 다양한 이론들과 연계되어왔다. 라이엘의 저작으로 인해 지구가 오랜 기간 동안 현재와 동일한 자연 과정을 통해 형성되었을 것이라는 동일과정설 쪽으로 지질학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었기에 다윈 진화론 수용을 더디게 만든 것은 동일과정설이 아니었던 듯 보인다. [본문으로]
  3. 로널드 넘버스, 창조론자들 (서울: 새물결플러스, 2016), 42. [본문으로]
  4. Charles Darwin, 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 to Sex, vol. 2.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81), 386. [본문으로]
  5. Thomas Aquinas, Summa Theologica, I, Q 90, A 1-4 [본문으로]
  6. 넘버스, 42-6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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