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대중문화 읽기] 당신의 신앙은 '진짜'인가요? - 사이비 스릴러 드라마 ‘구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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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의 사이비 스릴러 드라마 ‘구해줘’(연출 김성수, 극본 정이도)는 위험에 처한 ‘상미’(서예지 분)와 그를 구하려는 네 명의 청년들의 이야기이다. 조금산 작가의 웹툰 ‘세상 밖으로’가 원작으로, 흥미진진하고 긴장감 넘치는 연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 맞물려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드라마는 원작에 없던 무너진 가정과 학교폭력이라는 설정을 추가하고 각종 비리, 정치와 사이비종교의 결탁 등을 다루면서 한국사회의 민낯을 드러냈다. 용기 있게 구선원을 무너뜨리려는 '상미'와 네 친구들이 구선원의 정체를 밝히며 '상미'와 마을 사람들을 구해내는 정의구현의 메시지로 사람들에게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일으켰다. 이단이라는 다소 낯선 소재를 통해 장르물의 새로운 영역을 확장했다는 호평도 받았다. 비단 이단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뿐 아니라 기독교에도 의미 있는 통찰을 주고 있다. 바로 진정한 믿음과 구원, 희망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을까?

드라마 내내 기독교인이라면 낯설지 않은 장면들이 등장했다. 부흥회, 방언 기도, 가사를 개사했지만 여전히 귀에 익숙한 찬송가 곡조, 선포되는 말씀. 시작이 같되 끝이 달라서 ‘일단’이 아니라 ‘이단’이라는 말처럼, 정말 기독교와 한끝이 다를 뿐 마음이 불편할 정도로 비슷하다. 

구선원 사람들 모두 나름의 사연이 있었다. 아프고 외롭고 힘들었다. 세상은 벼랑 끝으로 내몰았지만 구선원 사람들은 ‘새하늘님’의 특별한 뜻이 있어서 그런 거라고 위로하며 도와줬다. 그래서 구선원으로 갔다. “될지어다! 믿습니다!” 모든 게 새하늘님의 뜻이란 걸 깨달았다. 의심, 불안, 두려움은 사탄마귀의 생각이다. 세상 밖은 악한 영으로 가득하다. 심판과 구원의 날이 다가왔으니 어서 기도하고 회개해야 한다. 새하늘님을 믿고 새천국에 올라가야 한다!

여기서 ‘새하늘님’을 하나님으로, ‘새천국’을 하나님 나라로, ‘구선원’을 교회로 바꾸어 읽으면 교리적으로 이단이란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까? 부정의하고 비도덕한 일들을 한다며 윤리적 차원으로 이단을 가늠한다면, 오히려 개혁의 대상이 되어버린 교회를 어떻게 정통이라 할 수 있을까? 우리 안에 가짜 신앙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세상은, 그리고 우리는 진짜와 가짜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욕망과 믿음이 만났을 때

희망은 보다 나은 세계로 향하게 하는 삶의 원동력이자 미래의 가능성이다. 삶의 희망을 잃고 구선원을 찾아온 사람들은 그 빈자리에 구원과 영생, 고통 없음이라는 죽음 이후의 희망을 가득 채웠다. 사랑은 오직 자신과 가족에만 해당되었다. 절망 속에서 살아남게 한 치유제였던 희망은 이기적 사랑과 만나 탐욕과 욕망이 되었다. 욕망과 만난 믿음은 사람들의 눈을 가렸다. 구선원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속고 속이는 사람들, 짓밟고 이용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들을 보고 ‘상화’가 말했다. 

“잘못된 믿음이 얼마나 위험한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고통에 빠지게 하는지 이제야 뼈저리게 느끼게 되네예.”

칸트는 해도 되는 희망과 안 되는 희망을 구분했다. 전자가 타인에게도 좋은 것이라면, 자신의 탐욕과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라면 타인을 짓밟는 것도 마다않는 것을 차마 희망이라 할 수 없다며 후자를 ‘급진적 악(radical evil)’이라고 불렀다. 구선원의 희망이 후자라면, 기독교의 희망은 전자여야 한다. 구선원 사람들이 나의 구원을 위해서 타인을 지옥에 떨어뜨렸다면, 기독교인은 나와 이웃의 더 나은 미래, 우리를 위한 더 나은 세상을 꿈꿔야 한다. 이때의 희망은 고난에 처한 사람들로 하여금 죽음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게 한다. 생을 살아가게 한다. 그러나 기독교인의 희망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기독교에서 진정한 희망이란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기다림이다. 타인을 향한 사랑의 수고와 믿음으로 행하는 일들과 항상 같이 있는 이것을 기독교는 소망이라 한다.(살전 1:3, 고전 13:13) 


지금 여기에서 시작되는 구원의 여정

‘구해줘’에서 새천국은 선택 받은 소수의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구선원과 세상을 선악의 이분법으로 가르고 악한 영이 가득한 이 땅으로부터 도피하는 죽음 이후의 삶을 강조했다. 그러나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이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있으며 하나님의 궁극적 통치가 하늘에서뿐만 아니라 이 땅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아버지의 나라가 이 땅에 오고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희망하는 예수님의 기도는 이천 년 전 사람들을 이곳에서 질병과 죽음에서 ‘구하시고’ ‘구원’에 대해 말씀하신 일들과 연결된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다. 주어진 고난이나 악에 체념하거나 도피하지 않고 삶의 한 가운데로 뛰어들어가 죽음의 세계에 대하여 저항하는 것, 즉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소망 안에서 하나님과 이웃을 위해 사랑의 수고, 믿음의 일들을 행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부터 말이다. 이미 구원 받은 우리는 세상 속에서 절망하고 신음하는 수많은 ‘상미’들에게 희망이 되어주고 있는가? 



“이 세상은 가짜와 진짜가 사실은 다르지 않”으니 굳이 구분하려 애쓰지 말라며 타인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 채우기에 급급한 아버지의 보좌관의 말에 ‘상화’는 “내는 절대로 그렇게 안 산다.”며 돌아선다. 보여지는 것만으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는 때로 너무도 어렵고, 나 자신조차 어느 순간 잘못된 믿음을 가지거나 잘못 살아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진위여부에 대해 끊임없이 물으며 참 희망을 향해 나아가려는 견인(堅忍)의 자세이다. 어떤가, 당신의 희망은 진짜인가? 


김지혜 연구원(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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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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