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칼럼] 욜로(Yolo)와 노머니(No Money)를 넘어서



반응형

최근 소비문화의 패턴은 소득의 양극화만큼이나 양극적 소비 형태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한쪽에서는 인생을 맘껏 쓰며 살라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족들이 유행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극단적 저축을 말하는 노머니족(No Money) 족이 주목받고 있다. 

2017년을 주도할 10대 소비문화의 대표 트랜드로 ‘욜로’가 유행할 것이라는 소비학자들의 예측대로 욜로는 올해 한국사회 문화를 설명하는 키워드 중 하나였다. '욜로'라 함은 익히 알려진 대로 현재 나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며, 미래 혹은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적금을 깨서 해외여행도 가고, 갖고 싶었던 차를 구입하기도 한다. 그러나 충동구매와는 다르다. 욜로는 자신의 이상적 가치 실현을 위해 일정부분에서 소비를 제어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기성세대와는 다른 소비패턴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노머니족은 양극화에 따른 소득 감소, 청년실업과 저성장 기조로 인해 소비능력이 위축되면서 생겨난 또 하나의 정반대된 라이프 스타일이다. 수입의 대부분은 저축하고 철저한 내핍생활을 추구한다. 가령 식사는 구내식장에서 하고 한 끼 밥값에 맞먹는 커피는 사양한다. 이러한 노머니족은  최근 예능 프로그램 ‘김생민의 영수증’이 큰 인기를 끌면서 부각되었다. 욜로에 대한 반작용 혹은 욜로 라이프에 대한 어떤 부담과 불안감을 가지고 있던 이들에게 '김생민의 영수증'은 일종의 안도감을 안겨주었다고나 할까. 시청자들이 보내온 영수증의 씀씀이를 보며 ‘스투핏!’(어리석다), ‘그뤠잇!’(잘했다) 외치는 그의 말이 색다른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궁상민’이라 불릴 정도로 사업실패 후 엄청난 빚을 갚기 위해 극도의 알뜰 컨셉으로 연예활동을 하는 가수 이상민의 인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방송출연 덕에 곧 69억 빚도 갚을 수 있다 하니 대중의 관심이 얼마나 컸는가를 짐작해볼 수 있다.    

소비에 대한 모순적 태도로 보이는 욜로 라이프와 노머니 라이프가 대중에게 주목받는 것은 단연 경제적인 이유이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욜로족과 노머니족은 동전의 양면 관계”[각주:1] 라고 말하고 있는데, 저성장이라는 경제구조와 불투명한 미래 속에서 욜로족은 현재를 위해 아낌없이 쓰는 것이고 노머니족은 불투명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힘을 다해 아끼는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양극단적 소비에 대한 태도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선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욜로는 지극히 소비주의적인 태도를 조장함으로써 서민들의 박탈감을 촉발시키고, 결국은 상업주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반대로 노머니족에 대한 비판은 극단적 소비절제가 꼭 필요한 소비마저 위축시킴으로써 적절한 공동체의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기주의적 소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문화현상에는 명암이 있듯이 이 소비 형태들이 지향하고 있는 나름의 긍정적 지향점을 발견해보고 싶다. 바로 욜로족이건 노머니족이건 이 둘은 모두 나를 찾고자 하는 주체성의 발현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욜로가 비록 소비의 범주를 벗어나긴 어렵지만 기성세대의 삶의 방식이 아닌 나만의 가치를 찾고 실현하고자하는 몸부림이라면, 노머니족 역시 소비지상주의 문화 속에서 나만의 삶을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일종의 체제 저항적인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 사회의 소비패턴의 변화와 다양성으로 이어지는 의미있는 현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라이프스타일로서의 신앙 

21세기의 소비란 단순히 재화충족의 과정이 아니라, 스스로를 드러내고자 하는 상징적 소비요소가 강력하게 내재되어 있음을 특정으로 한다. 오늘의 소비가 그러한 속성을 지닐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결국 소비를 통해 어떤 정체성을 드러내는가가 중요하다 할 것이다. 신앙적 삶이란 그저 교회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삶의 전 영역을 통해 드러내는 것이라면, 신앙인의 소비 생활 역시 신앙 정체성을 드러내는 과정이어야 할 것이다. 

“네 보물 있는 그 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마 16:19). 

우리네 소비 모습이 모방과 과시, 무비판적인 집단적 소비 형태를 벗어나 어떻게 하면 신앙인으로서의 나됨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인가. 피조물에게 풍성하게 허락하신 창조자의 은총을 이 세계 속에서 힘껏 누리면서도,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정신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나타낼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천함으로써 신앙인다운 소비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것이야말로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의 과제라 할 것이다. 욜로와 노머니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그리스도인다운 삶의 방식을 주체적으로 모색하고 실천해가는 우리 신앙인이 될 수 있도록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백광훈(문화선교연구원장)


 문화선교연구원의 소식 받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1. '펑펑' 욜로족 vs '꾹꾹' 노머니족…누구말 들어야해? 머니투데이, 2017년, 9월 13일 [본문으로]
반응형
카카오스토리 구독하기

게 시 글 공 유 하 기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

네이버

밴드

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미지 맵

    웹진/원장 칼럼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