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건축도 본질로 돌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2017 UIA 서울세계건축대회를 마치며



한국의 교회건축을 바라보는 시각이 대개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무리한 교회 건축으로 교회가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때때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그리스도인들의 모임인 교회를 교회건물과 동일시하고, 교회건축을 교세확장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기도 한다. 이런 문제의식에 대하여 승효상 건축가는 ‘교회건축’과 ‘교회적 건축’을 구분하며 ‘교회적 건축’, 즉 좋은 교회건축이 많아져야 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런데, 좋은 교회건축이란 무엇일까? 

‘건축계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UIA 세계건축대회가 지난 9월 3일부터 10일까지 서울에서 열렸다. ‘도시의 혼’을 주제로 세계 건축가들이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가를 논하는 자리이다. 이번 UIA 2017 서울세계건축대회 대회를 계기 삼아 대회의 운영위원장을 맡은 오동희 사장(간삼건축)에게 좋은 건축과 좋은 교회건축에 대한 통찰을 들었다. 


오동희 (주)간삼 사장 ⓒ (주)간삼

UIA 2017 서울세계건축대회에 대해 소개해 달라.

UIA 세계건축대회는 ‘건축계의 올림픽’이라 불릴 만큼 건축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크고 권위 있는 국제행사이다. 1948년 스위스 로잔대회를 시작으로 3년 마다 한 번씩 열려 이번 UIA 2017 서울세계건축대회가 26회차이다. 이번에는 전 세계 124개국의 건축계 대표 1만 여명과 젊은 학생들, 그리고 전시를 보는 일반 참가자를 포함해 3-4만여 명이 참가한다.

대회는 크게 개/폐회식과 같은 공식행사, 100여개의 학술대회와 회의, 전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술대회는 몇 천 명이 함께 모여 유명 인사의 강연을 듣고 토론하는 Keynote Speech/Forum 세션과 주제별 테마로 진행되는 Special 세션, 세미나, 학생 및 젊은 건축가들이 연구논문 발표 등으로 이루어져있다. 전시는 꽤 넓은 면적의 공간에 각 나라의 세계관이 담긴 국가관(UIA Plaza), 학생관(학생 및 젊은 건축인 파빌리온), 산업관(건축산업전)으로 구성되었다. 이렇게 3일부터 7일까지 코엑스에서의 일정을 마친 후, DDP에서 10일까지 각 나라의 대표들이 모여 총회, 이사회를 진행한다. 100여 개 국 300여 명의 대표단이 모여 세계적 이슈를 토론하고 방향을 잡아가는 회의이다.


이번 주제가 ‘Soul of City(도시의 혼)’인데?

세계 각 나라와 도시마다 고유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서울은 조선의 한양으로 시작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600년 이상 한 국가의 수도로 있었다. 이런 사례가 드물다. 서울은 나름의 시간성과 공간성을 가지고 있다. 역사적 시간성 속에는 너무나 힘든 과정이 있었다. 근대 이후만 예로 든다 해도, 일제의 침략, 전쟁, 민주화와 근대화가 있었고, 앞으로 미래 첨단을 내다봐야 할 도시로서 현 시점에서 특별한 모멘텀이 있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공간성과 관련해서는, 나라가 발전하다보니 좋은 점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다. 소외계층의 문제가 그것이다.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괴리를 함께 갖고 있는 공간이 바로 서울이다. 이런 도시의 문제를 전 세계의 건축가가 모여서 여러 이슈를 가지고 역사문화, 미래, 아울러 환경에 대해 논의해 보자며 ‘도시의 혼’이라는 주제로 시작을 했다.

추상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우리 고유의 천지인이나 음양오행 사상, 그리고 도시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나는 것들을 함축할 수 있는 단어로 ‘혼’을 생각했다. 영어로 했을 때, ‘Soul’이 서울(Seoul)과 유사한 발음이 난다는 점도 이번 주제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 7일 오전 폐회식에서 ‘서울선언’을 했는데 서울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이 ‘도시의 혼’이라는 내용이다. 마을공동체, 공유도시, 도시재생과도 접목된다.


이번 대회에서 특별히 추천하는 프로그램은?

모든 프로그램이 의미가 있었다. 중점적으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하나는 Keynote Forum, 또 다른 하나는 새로운 시도인 Architect Lecture Series이다. Keynote Forum 첫째 날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 둘째 날은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 셋째 날에는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두 시간 동안 주제에 대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네 분들이 돌아가며 강연을 하고, 토론을 이어가는 형식이었다. 미래나 환경에 대한 내용도 있지만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은 역시 역사와 문화에 대한 것이었다. 둘째 날 프로그램인데, 승효상 건축가, 쿠마 켄코라는 일본 건축가, 중국의 리 시아오동 건축가 등이 좋은 건축이란 어떤 것일까, 연속성에 대한 문제들을 발표하고 토론을 이어갔다.

또 하나는 Architect Lecture Series이다. 매일 세 시간을 할애해서 한국의 젊은 건축가를 주축으로 자기 생각과 건축에 대해 발표를 했다. 한국 건축의 미래를 이끌어갈 수 있는 건축가, 장윤규, 김승회, 김동진, 최욱 등 한국에서 상당히 잘 알려져 있고 차후 세계적 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는 지도력을 갖춘 건축가들을 이번 기회에 세계적인 무대에 알리기 위한 기획이었다. 


UIA 2017 서울세계건축대회 Keynote Forum ⓒ 국토일보

강연 중 객석 ⓒ NTDTV 전경림


'좋은 건축'에 대한 건축계의 담론과 대중의 인식이 현실적으로 괴리가 있는 것 같다. 현대 한국 건축의 과제가 있다면?

건축은 예술과 다르지만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도 없다. 건축에는 상대적으로 사회적 함의가 있다. 작가의 상상력을 투영하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많은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있는 게 건축이다. 경제적인 활동 중의 하나일 수도 있고, 예술적인 활동일 수도 있고 복잡하다. 건축이라는 것이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좋다, 나쁘다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콘텍스트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적합하다, 또는 적합하지 않다고 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 

역사적으로 기능성과 작품성이 가장 잘 맞는 게 좋은 건축이라고 평가를 받아왔다.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거나, 아돌프 로스가 장식을 죄악이라고 보았던 과거 신고전주의 건축에서 아르누보로, 다시 포스트모더니즘, 현대 건축으로 넘어오는 계기들이 있던 것처럼 건축사적인 변화가 오르락내리락 하는데, 지금은 소위 '이즘'을 넘어가버렸다. 사조가 그다지 존재하지 않고 존재하더라고 다원적으로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기능이라는 단어에 부동산을 붙이는 것은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 기능은 필요하고 ‘착한’ 것이다. 그것을 경제적인 가치와 결부시키는 것, 기능적인 건축물은 부동산적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은 건축의 본질에 적합하지 않다. 

우리가 왜 그렇게 건축을 바라볼까. 한국이 역사적으로 발전을 많이 해왔는데, 그 과정이 매우 압축적으로 이루어지면서 건축에 대해 차분히 평가나 반성을 할 기회도 없이 건축과 해체, 재건축을 반복해왔다. 아직도 많은 일반인들은 건축의 본질적 행위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부동산으로 이해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 세계적으로 좋은 건축가들과 함께 ‘도시의 혼’, ‘건축의 혼’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사실 이런 대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건축을 바라보는 관점의 수준을 높이려는 목적도 크다. 


지금의 한국 교회건축에도 하실 말씀이 있을 듯하다.

기독교인으로서 기독교문화 공간을 포함해 교회 건축을 바라보면, 앞서의 대답과 마찬가지로 한국적인 상황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고 본다. 과거 교회 건축은 정형이 있었다. 높고 삐죽한 지붕, 종탑, 벽돌, 아치형의 창과 같은 유형론이 있었다. 평면유형론적으로 직사각형 형태나 십자가 형태 등 오랜 시간 교회건축이 이루어지다가 교회란 무엇이고 신앙이 무엇인가와 같이 의미론적으로 교회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최근 다양성이 많이 생겼다고 본다. 가령 교회란 사람들이 모이는 푸근한 나무와 같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의 광선이 닿는 마당이다, 와 같은 식이다. 서양에 여전히 아름다운 교회들이 많이 있는 것처럼 유형적인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다. 유형론적인 것과 의미론적인 것 두 가지가 적합한 방향에서 설계를 통해 구현되느냐에 따라 좋은 교회건축, 사람들의 경건함을 고양시키고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교회건축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르 꼬르뷔제의 교회, 성당, 수도원 등 종교건축물이 세계유산이 된 것처럼, 종교적 정신성을 담아 오랫동안 유지하고 나중에 문화유산으로 남을 수 있을 정도의 건축을 어떻게 할 것인가로 바라봐야 할 것 같다.

한국의 경우에 상당히 긍정적인 변화가 분명히 있다고 보인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 한국교회가 말씀을 따라 본질을 회복하려는 것처럼, 건축도 그렇다. 세속적으로 화려하기보다 본질로 돌아가 건축의 공간을 해석하는 노력들이 필요한데, 최근 좋은 건축가들이 교회건축을 유형적으로 쫓아가기보다 교회나 신앙의 본질에 대해 접근하는 경향이 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좋은 교회건축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 인터뷰: 김지혜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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