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독교 문화콘텐츠를 기다리며-6] 찬양인도자여! 록 스타보다 DJ가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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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음반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살피다 보면 ‘최고의 음악’, ‘최고의 세션들이 만든’ 등의 수식어를 자주 발견하게 된다. 수식어의 빈약함도 아쉽지만(예를 들어 TV CF에서 요즘 ‘최고의 냉장고’, ‘최고의 자동차’ 이런 식의 접근은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기독교 문화예술이 꼭 최고가 되는 게 목표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교회가 그 시대에 유행하는 문화의 옷을 입고 세상과 소통하려는 노력은 큰 의미가 있다. 이미 바울이 설교 등에서 그러한 시도를 많이 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철 지난 유행의 옷을 입고 거기에 도취되어 있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한 CCM 아티스트의 경험담을 들었다. 좋은 기회가 되어 가요계에서 탁월하게 활동하고 있는(윤상, 이적 등과 작업한) 모 프로듀서와 새 음반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음반의 진행 방향을 놓고 미팅이 진행되면서 그 CCM 아티스트는 그의 말에 한 대 맞은 듯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나는 기독교인도 아니고 CCM은 잘 모르지만, 평소에 들었던 생각이 한 가지 있다. 왜 CCM 쪽 사람들은 가요계 흉내만 내려고 하는가? 화려하게, 돈 들여서 하려고만 하는가? 종교음악이라면 오히려 본질에 더 힘써야 하는 거 아닌가? 소박하더라도 진심을 담아서, 자신의 색깔을 찾아서.’

이견이 있는 분도 있겠지만, 어쨌든 외부인이 CCM을 옆에서 볼 때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은 한 번쯤 곱씹어 봐야 할 부분이다.

언제부턴가 찬양인도자가 기타를 멘 록 스타처럼 되어가는 면이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힐송의 영향도 무시 못할 것 같다. 90년대 후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예배음악인 호주의 힐송은 글자 그대로 록 밴드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힐송의 찬양인도자, 목사인 Joel Houston


주로 남성인 찬양인도자들은 지저분한 수염을 기르고(하지만 한국인이 낼 수 없는 ‘바이브’와 ‘간지’가 흐르고) 기타 스트랩을 길게 늘어뜨렸다. 무심한 듯 티 한 장을 걸치고, 청바지에 스니커즈를 신은 모습은 록 밴드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과 다름없었다.

찬양과 예배도 이렇게 멋있을 수 있다는 경험은 젊은이들에게 참 매력적이었던 듯하다. 많은 찬양인도자들이 그들을 흠모하다 보니(자신도 모르게, 때로는 의도적으로) 록 스타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 낸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시대의 찬양인도자는 록 스타보다는 DJ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옛날 분들(죄송합니다^^;;)은 DJ라고 하면 6-70년대 음악다방에서 LP 판 틀어주던 DJ 오빠를 떠올리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EDM 음악의 강세와 더불어 최근 영미권 젊은이들에게(이미 한국에서도 트렌드에 앞서가는 젊은이들에게는) DJ, DJing은 가장 핫한 음악의 키워드이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이제 세계의 젊은이들은 록 스타를 추종하지 않고 DJ를 추종한다. DJ는 클럽에서, 록 페스티발에서 유명한 곡들을 리믹스하고 끊이지 않게 이어서 틀어줌으로, 또 자신만의 오리지널 트랙으로 록 밴드 못지않게 훌륭한 음악공연을 선사한다.

DJ가 하는 역할은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춤추게 하는 것이다. 플로어를 달구는 것이다. (얼마 전 일본에서 나온 만화 중에 ‘돈가스 DJ 아게타로(미우)’가 있다. 돈가스를 튀기는 것과 DJ의 공통점은 플로어를 ‘달구는’것이라는 재미있는 모토로 이어지는 만화이다.)

사람들은 클럽에 갈 때 DJ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춤을 추러 간다. 내가 춤을 추는, 음악을 즐기는 행위를 직접 ‘하기’위해 간다. DJ는 그곳에 온 다양한 사람들이 자기에게 집중하지 않아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각 사람들이 춤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갈 수 있도록 가장 적당한 음악을 준비하여 제공한다.




웨딩 파티의 DJing. 누구도 DJ를 보러오지 않았다. 누구도 DJ에 집중하지 않는다. 하객들은 결혼식을 함께 축하하며 즐거워한다.


반면 이전 록 밴드 공연의 문법에서는 모든 사람은 록스타를 주목한다. 그 사람의 공연을 보러 온 것이다. 예배의 본질을 생각할 때 찬양인도자의 역할은 DJ에 가깝지 않을까. (물론 이런 비유를 쓸 때에 조심스러운 면이 있음은 당연하다. ‘무대에 서 있는 크리스천 아티스트의 본질적인 역할은 무얼까’라는 관점에서 잘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 록 스타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수동성과 DJ의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러 가는 능동성의 차이를 말하고 싶다. 찬양과 예배는 어느 편에 가까울까?

영미권 음악의 역사를 볼 때에도 카리스마 있고 강압적인 록 스타의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 이제는 공감과 소통의 음악이 대세이다.

90년대 얼터너티브 락이라는 장르가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관심 없는 사람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만한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 라디오헤드의 ‘Creep’등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들의 음악은 이전과 전혀 달랐다. 과시와 화려함, 범접할 수 없는 테크니칼한 연주, 고음 등이 없었다. 

그 당시 밴드를 하던 나의 선배형들은 이 새로운 음악들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어떻게 록 음악에 기타 솔로가 없느냐는 것이었다. 어마어마한 테크닉을 중심으로 무대를 휘어잡는 카리스마 넘치는 솔로 기타 연주, 그것이 이전 하드록의 핵심이었는데 말이다. 너바나, 라디오헤드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다.

오히려 라디오헤드는 ‘Anyone Can Play Guitar’(누구나 기타를 칠 수 있어)라고 노래하며 코드 세 개로 한 시간 내내 기타를 긁어대곤 한다. 그들의 최고 히트곡 Creep의 주된 가사는 ‘나는 왕따야, 낙오자야’라는 자조적인 내용이다. 이러한 부분이 90년대 젊은이들에게 크게 어필하였다. 카리스마에 대한 동경과 대리만족이 아닌 나와 비슷한 평범한 사람 또는 루저에 대한 공감이 매력적이었다. (실제로 Creep에는 라디오헤드 보컬 탐요크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한쪽 눈에 장애가 있어서 – 지금도 외모상 흔적이 있다 – 늘 왕따를 당해왔다고 한다.)

예전처럼 화려한 가죽바지를 입고 자신감을 과시하는 록 스타의 무대는 새로운 세대들에게 철 지난 쌍팔년도 아저씨의 느낌을 주게 되었다. (물론 음악 장르와 취향은 정말 다양한 것이기에 이것이 전부는 아니겠다.)

물론 이것도 이제는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이제는 락의 시대가 끝나버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니. EDM과 DJing의 시대가 되었다고도 한다.

오늘의 젊은 세대와 소통하려면 어떤 문화의 옷이 적합할까? 쉽지는 않은 질문이다. 예전보다 훨씬 취향이 분화되었고 더 디테일하게 고려할 요소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화려함과 과시를 넘어선 공감과 진정성이 있어야 대중과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찬양인도자라면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최고의 음악과 멘트로 사람들을 매료시킨다기보다는 회중들이 주체적으로 하나님과의 소통과 공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섬김의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꼭 예배와 찬양이 아니더라도 넓은 의미의 기독교 문화콘텐츠 역시 그러한 공감과 소통이 이 시대의 화두라고 생각한다. 

나니아의 옷장에서 공연했던 팀 중에 가장 큰 호응을 보였던 오화평트리오라는 팀이 있다. 아마도 내가 아는 한에서는 최근 크리스천 밴드 중에 가장 인기가 많고 핫한 팀이 아닐까 싶다. 일단 그들은 연주 실력이 최고이다. 리더인 피아니스트 오화평은 ‘방탄소년단’ 밴드 등 가요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고 베이시트스 장태웅, 드러머 김대호 도 다양한 활동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먼저 그들의 연주 역량이 담긴 영상을 감상해보시라.


나니아의 옷장 금요라이브 오화평트리오 '내모든 삶의 행동' 초반에 슬슬 시동 걸다가 중반부터 터져 나오는 피아노, 베이스, 드럼의 미친 솔로! (Live at Narnia's Closet 2017.2.10)

  

하지만 그들이 요즘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로 집중하고 싶은 부분은 ‘소통하려는 노력’이다. 재즈는 ‘어렵다’, ‘고급스럽다’,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고 관객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아래와 같은 재미있는 뮤직비디오를 만들기도 하고,



펭귄, 호랑이, 강아지 등의 캐릭터 복장을 입고 바보 같은 행동(?)을 과감히 시도하였다. 리더인 오화평은 이름에서 유래한 -오화펭- 펭귄을 캐릭터로 친근한 레슨 비디오 등을 꾸준히 만들고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찬송가 재즈 편곡법' 등..


공연 중에서도 스스로 망가지면서까지 (즉 흔히 접하는 재즈 아티스트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포기하면서) 관객과 소통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점들이 어필하여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 않나 싶다. 물론 앞서 언급한 대로 연주력을 기본으로 갖추었고. 요즘 기독교계에서 흔하지 않은 전국투어 콘서트까지 진행하는 것을 보면 이러한 소통의 시도가 상당 부분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본다.

글을 마무리하며 기독교 문화콘텐츠란 어떤 것이어야 할까를 고민해본다. 자신의 그릇에 맞추어, 진심을 담은 자신의 색깔을 낸다면 그것이 오히려 사람들과 소통을 이루어 내지 않을까 싶다. 이미 오늘의 문화콘텐츠들을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교회는 아직도 과거의 패러다임에 갇혀서 ‘최고가 되어 화려하게 빛나는 것’만을 추구하고 있지는 않을까?

 

 글쓴이 이재윤

20대부터 문화선교 영역에 부르심을 느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시도를 해왔다. 인디밴드를 만들어 홍대클럽에서 복음이 담긴 노래를 하는 무모한 시도를 하기도 했고, 문화선교연구원에서 기독교 뮤지컬, 영화, 잡지 만들기 등의 일도 했다. 현재는 성신여대 앞 '나니아의 옷장'(옷장 문을 열면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이라는 작은 클럽의 사장이자 같은 장소의 '주님의 숲 교회' 목사로 살아가고 있다.




나니아의 옷장 9월 공연 소식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공연 안내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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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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