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대중문화 읽기] ‘비긴어게인’, 교회는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반응형

<비긴어게인>은 국내 최정상급 가수 이소라, 유희열, 윤도현, 그리고 노홍철이 함께 해외여행을 다니며 하루 한 번 길거리 공연을 하는 JTBC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주인공들이 뉴욕 거리 곳곳에서 노래하며 새로운 음악 인생을 시작하게 되는 동명의 영화에서 제목과 내용을 따왔다. 다른 점을 찾자면, 영화는 주인공이 밑바닥으로 전락한 음반 프로듀서와 무명의 가수지만, 여기서는 한국의 유명 대중음악가들이 해외에서 노래한다는 점 정도다무대는 길거리공원작은 펍 같은 조촐한 곳이다한국에서라면 수천, 수만의 관객이 세 사람의 음악을 듣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찾아가겠지만, 그곳에서는 아무도 그들을 모른다. 길을 가다가 그저 여유가 있고 마음이 동할 때 발걸음을 멈추고 들으면 그만이다. 그런 사람들과 교감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알만한 유명한 가수(비틀즈, U2, 콜드플레이 등)의 곡들을 따라 부르는 게 필수다. 헌데 이미 자신만의 독자적인 음악적 세계를 구축한 세 명의 가수와 이를 지켜보는 우리들에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완벽한 세팅이 사라진 자리

여행 전에 현장 감각을 익히기 위해 가수 세 사람이 홍대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다가 연거푸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각자 스타일과 장르도 다르거니와 함께 손발을 맞춰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세한 이소라의 표정이 굳어졌고, 윤도현은 급격히 자신감을 잃으며 긴장하고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급기야 이소라는 여행에 전문 연주자 동행 요청까지 하고 만다. 연습 삼아 부르는 노래 한 곡도 대충이 없이 최선을 다하는 그녀는 이런 상황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런데 유희열은 이를 반대한다. “서투르더라도 우리가 부딪히는 게 난 좋을 것 같아.”라며.

한국에서였다면 완벽한 시스템, 최고의 연주자와 스텝들이 함께 했을 텐데 첫 번째 여행지 아일랜드에 이어 두 번째 여행지 영국에서까지 우왕좌왕하기 일쑤다. 구름처럼 몰려들어 얼굴만 봐도 환호하는 대신 유명한 사람이에요?”라고 해맑게 물어보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한다. 바람에 악보가 날아가거나 비가 올 때는 비를 맞기도 한다말이 통하지 않는 것은 물론, 현장 분위기에 따라 즉석에서 선곡이 바뀌기도 한다. 한참 몰입해 노래를 부르던 도중에, 키보드 배터리가 다 되어 중단되기도 한다. 열악한 음향시설로 소음에 노래가 묻히고 자신의 목소리나 연주가 들리지 않을 때면 급격히 긴장하곤 하지만, 이내 풀어지는 이유는 관객들 덕분이다. 환호하며, 같이 호흡하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바로 앞에 있었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것들

프로그램 초반에 완성도를 중요히 여기던 이소라는 영국에서의 일정을 마쳐갈 때쯤 이렇게 고백한다. “안 좋은 상황 때문에 무언가를 지금 굉장히 많이 배우고 있거든요.” 노래를 대충 하면 자신의 존재가 무의미해진다는 그녀가 가볍게 노래해도 사람들과 같이 어울릴 수 있음을 배우고 있다. 유희열이나 윤도현도 마찬가지다. 그저 노래하는 것만으로 즐거워하던 순수한 시절을 돌이키고, 자신을 위한 수많은 그림자들의 노고를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고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르면 처음의 서투름과 미숙함을 채우던 희망과 열정의 자리를 노련함과 약간의 매너리즘 같은 것들이 대신한다. 도움의 손길을 찾는 대신 스스로 최고와 완벽을 추구하게 된다. 결과를 따지다 보면, 과정이나 주변의 사람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다. 그런 모습들을 찬찬히 생각해보니, 예전에 비해 참 많이 성장했고, 많은 걸 갖게 되었구나 싶다. 우리 개인의 삶은 물론이고, 어쩌면 교회도 그렇다. 7-80년대 뙤약볕에 친 천막 그늘, 쾨쾨한 냄새나는 지하상가교회에 앉아 찬양과 기도만 해도 그렇게 행복하고 감사했던 시절이 있었다. 모든 게 부족했지만 그것을 메우시고 넘치도록 부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풍성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최고의 음향설비, 유명 목사님들과 교수님들의 훌륭한 설교와 강의, 빵빵한 냉난방 시스템과 멋진 인테리어. 세련된 외형만큼 우리의 신앙과 공동체성도 진일보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쉽게 대답할 수 없다. 때때로 들려오는 교회의 분열과 분쟁, 성적/재정적 타락 소식은 어쩌면 가진 게 너무 많아서 그런 건 아닐까. 우리의 기도의 응답으로 하나님께서 많은 것을 채워주셨지만, 정작 소중한 걸 잃어버린 건 아니었을까.

 

'다시 시작', 교회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비긴어게인>이 종영한다 해도, 한국의 대중음악계를 대표하는 출연자들의 명망과 음악적 숙련도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이 변했다.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하모니를 이뤄가는 법을 알았고, 부족함을 메우고 관계를 이으며 열정을 불어넣는 음악의 힘을 느끼게 되었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과 음악 하는 행복을 찾았다. 달라지는 것이 표면적으로 아무것도 없지만, 그들은 분명 다시 시작할 것이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떻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예수님의 신부로서 첫사랑이 회복될 수 있을까?

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4:11-12)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최선을 다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방향이 중요하다. 때로 좌충우돌하더라도 우리의 고집을 꺾고 이웃을 향한 날선 판단을 중지하며 배려와 사랑으로 하나 되어 가는 신앙, 어느새 마음의 자리를 채운 물욕과 명예욕, 권력욕을 인정하고 그것 대신 하나님께서 온전히 이 마음을 다시 채우시기를 바라는 신앙, 그리고 하나님을 찾으며 그분 안에 머무르는 것으로 만족하는 신앙이라면 어느 정도 우리에게도 다시 시작할 기회가 오지 않을까. 

 

글쓴이 김지혜 연구원(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의 소식 받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반응형
카카오스토리 구독하기

게 시 글 공 유 하 기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

네이버

밴드

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미지 맵

    웹진/문화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