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빈의 문화칼럼] 종교인구 통계, 그 의미와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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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통계청이 발표한 종교 인구에 대한 조사는 우리에게 많은 도전을 준다. 가장 눈에 띄는 지표 중 하나는 기독교가 전체 종교 인구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는 결과였다. 2005년에는 전 인구의 18.2%를 차지하던 기독교 인구가 2015년에는 19.7%, 부동의 1위였던 불교는 22.8%에서 15.5%로, 약진이 예상됐던 가톨릭은 10.8%에서 7.9%로 오히려 상당수 감소한 것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매우 다양한 반응과 해석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통계 자체가 잘못됐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표본 규모면에서나 방법론적 측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 통계청 발표이기에 이러한 주장들은 그리 포괄적인 설득력을 얻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통계가 말하는 현실이 쉽게 받아들여지는 상황은 아니다. 여전히 통계 수치와 현실적 체감도 사이에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독교 인구가 그 정도의 다수라면 교회 출석 인원이나 교단별 통계도 증가 추세를 보여야 할 것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단 확산이 기독 인구 증가의 원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예수님은 좋지만 제도권 교회는 싫다는 이른바 ‘가나안 교인’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등장한다. 필자는 위의 세 가지 해석이 모두 부분적으로 개연성을 가진다고 본다. 이 점에서 우리는 이단의 영향력 증대 문제와 제도권 교회에 대한 기피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5년 통계청 조사에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은 무종교인 수가 증가하는 탈종교 현상이다. 2005년 47.1%에서 10년 만에 56.1%로 무종교인이 증가했다. 고령층보다는 20, 30대에서의 탈종교 현상은 경계해야 할 현상이다. 20대의 경우 종교인이 10년 만에 45%에서 31%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기독신앙인에게 주는 의미와 도전


이러한 통계들이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먼저 기독 신앙인들은 대한민국의 영적, 정신적 세계를 책임져야 하는 우선적 위치에 있음을 깊이 자각해야 한다. 130여년 만에 기독교가 민족 최대의 종교 인구를 구성하게 됐다는 것은 놀랍고 감사한 일이다. 우리 신앙인들과 교회들의 부족함을 돌아볼 때 오늘의 성장은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에 힘입은 것이다. 그러나 은혜(Gabe)는 책무(Aufgabe)를 동반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독 신앙인이 전 인구의 5분의 1이 된다는 우리 사회의 부패 정도와 갈등지수가 세계 상위권이며, 물질주의와 향락주의가 범람하는 현실은 신앙인들이 감당해야 할 시대적 과제를 명백하게 드러낸다. 힘써야 할 일은 증가하는 무종교인들에 대한 적극적 관심이다. 특별히 탈종교, 탈기독교화하고 있는 다음 세대들에 대한 문화적 이해와 적절한 응답이 요구된다. 물론 여기에는 기성세대가 지니는 신앙의 진정성과 순도에 대한 성찰, 회개가 선행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21세기 초반 한국교회와 신앙인들의 과제는 막중하다. 무엇보다 이 사회와 국가의 영적, 정신적, 문화적 건강성과 미래를 위한 책무를 더욱 감당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다음 세대들이 종교에 대해 무관심해지는 것에 대한 대응책도 힘써 준비해야 한다. 물질주의 사회에서 영적 차원에 대한 관심을 잃어가는 것은 곧 가치의 토대를 상실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신앙인들은 더욱 신앙인다워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신앙인으로서의 차별적 정체성이 분명해질수록 교회가 교회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다운 교회가 될 때라야 복음적 가치를 삶으로 보여줌으로써 세상으로부터, 다음 세대들로부터도 인정과 존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엄청난 시대적 책무를 맡겨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하며, 우리의 생각이나 어떤 이념보다도 훨씬 큰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실현하도록 힘써야 한다. 이러한 과제 수행을 위해 무엇보다 신앙적 정체성과 사회적 책무를 조화할 수 있는 확신과 교양을 갖춘 신앙인이 많아지는 한국교회를 소망한다.


임성빈 총장(장신대, 문화선교연구원 CVO)

* 이 글은 국민일보에도 실려있습니다.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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