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신년대담 - 손봉호명예교수,임성빈교수(문화선교연구원장) :: 교회가 이 시대에 바른 신앙의 모델을 제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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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이 시대에 바른 신앙의 모델을 제시해야 합니다
 




일시 12월 7일 수요일 오후2시

장소 서빙고 온누리교회

진행 최원준 편집장

정리 이동환 기자

사진 정화영 팀장

 

 

2011년은 한국 사회와 교회에 많은 사건들이 일어났던 해였다. <목회와신학>은 지난 1년간 “이슈와 진단”을 통해서 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교계와 사회의 여러 사건들을 분석하고 진단해왔다. 2012년 1월호 신년대담에서는 손봉호(서울대학교) 명예교수와 임성빈(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를 만나 지난 한해의 굵직한 사건들을 재조망하고 2012년 한국 교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먼저 교계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한기총 금권선거 파장과 한기총 해체 문제, 그리고 일부 대형 교회의 분쟁과 담임 목사의 구속 사건 때문에 사회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왜 교회가 이런 모습을 보이고 교계적으로 소동이 있을 만큼 분쟁과 갈등이 생기는 것일까요?
 

손봉호 저는 두 가지를 생각합니다. 하나는 한국 교회의 세속적인 성공이 이런 문제를 야기한다고 봅니다. 교인 수가 많아지고 교회의 영향력이 커지니까 정치계가 기독교에 아첨합니다. 자연히 교회에 돈, 권력, 명예와 같은 유혹이 많아졌죠. 둘째는 기복신앙을 정당화하는 성공신학·번영신학이 들어와서 세속적으로 성공하는 것이 하나님의 축복이라는 생각을 한국 교회에 일반화시켰어요. 사회에서 출세하는 것을 영광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결과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당성을 성공신학이 제공했습니다.

 

임성빈 한기총의 모순은 이 시대 우리 신앙의 모순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우리 안에 있는 불신앙의 모습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교회가 신앙의 본질을 점검할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신앙의 선배들이 쌓아놓은 신앙의 토대 위에 생긴 거품들을 걷어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교회 목회자의 비윤리적인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최근 기성교회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교회를 주창하며, 목사와 장로 임기제, 당회 해체 및 운영위원회 구성 등을 시도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손봉호 저는 민주주의가 성경적이거나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칼뱅주의에서 민주적 교회제도는 인간의 전적 부패와 관계가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다수가 소수보다 낫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고 권력의 집중을 막는 제도인 것이죠. 권력의 집중을 막는 이유는 인간은 권력을 가지면 반드시 부패하기 때문입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훌륭한 지도자가 독재하면 좋을 수 있으나 지도자도 인간이기 때문에 세속적인 유혹이 크고, 견제가 없으면 100% 타락하게 됩니다. 교회 개척 후 2대, 3대 목사님이 세워진 교회에는 민주적인 제도가 정착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개척 교회는 다릅니다. 개척한 목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독재적인 카리스마 행사가 가능하죠. 자연히 감시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교회 운영위원회 제도가 아닌 지금의 당회 제도로도 목적대로만 하면 얼마든지 권력 집중을 막을 수 있습니다. 다만 장로는 임기제로 해야 합니다. 장로와 목사가 신임을 받으면 상당히 부패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성빈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을 시행하는 교회 정치제도에 대해서 획일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문제는 한국 교회가 자신이 속한 제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조차 혼동하는 데 있습니다. 한국처럼 장로교회가 다수인 국가는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장로가 아니면 교회에서 관계가 어려운 현상이 벌어지는 게 한국의 특수 현상이죠. 저도 목사지만 수년 전까지 장로교 정치제도를 제대로 몰랐어요.

교회 내 정치제도는 교황제, 감독제, 회중제의 형태들이 있는데 장로교회는 그 중에서도 중도적인 정치제도예요. 왕정도 아니고 평민 중심의 민중참여 제도도 아니지만 그것을 담보하면서도 대의정치를 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목회자 가운데는 자기가 장로교 목사라는 것을 잊고 때로 감독제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총회장은 사회자인데도 감독제처럼 위계적 질서로 가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 장로교회가 본질에서 조금씩 멀어져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장로교 목회자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어요.

또 개교회 당회원들도 장로회가 뭔지 잘 몰라요. 개교회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를 보면 ‘왜 장로님들이 당회에서 마음대로 결정하냐? 다수로 결정하자’라는 분위기가 많이 형성돼 있어요. 장로교 정치에서는 공동의회 등을 통해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지만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당회에서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장로교에 대한 서로의 연구와 합의가 더 필요해요.

22년 전 제가 신대원에 입학했을 때도 한국 교회의 물질주의와 세속화, 번영신학이 문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여전하고 2012년에도 한국 교회가 나아지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요?
 

손봉호 한국 교회의 역사와 특성을 봤을 때 번영신학이 결국 교회를 망쳤다는 뼈저린 인식이 필요합니다. 부흥이 번영과 같이 일어났기 때문에 지금은 멈추기가 어려워요. 경제가 이 정도 발전했으면 잘 나누고 돕고 환경 보호에 힘을 쏟으면 얼마나 좋아요? 그런데 여전히 더 부자가 되겠다고 합니다. 지금은 눈도 깜짝 안 해요. 교회도 그래요. 그래서 저는 비관적입니다.

 

임성빈 예언자적 전통에 따르면, 비관적일 것을 알면서도 외치는 소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예언자들의 애가(哀歌)잖아요. 두렵고 떨림으로 오늘의 문제점과 잘못된 모습을 지적하고 분석해 밝혀내고 소통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있어야 다음 세대에 희망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우리 스스로를 경계하는 의미에서 회개 기도운동이 계속 돼야 해요. 하지만 회개의 터닝 포인트가 언제인지는 잘 모릅니다. 결국 지속적으로 회개의 노력을 하고 때가 되면 주께서 적당한 사람들을 통해서 이루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람이라 약해지고 낙심할 때도 있지만, 그때마다 손 박사님처럼 일생을 진실하게 일관된 삶을 사신 분을 보면 위로가 됩니다. ‘저렇게도 살 수 있구나’하고요.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을 보고 우리의 자녀들이 저렇게 살아도 된다는 위로를 얻고 삶의 용기를 가진다면 하나님의 때에 새로운 전기를 주실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손봉호 신학교의 위치가 참 중요합니다. 오늘날 신학 교수들이 역할을 상실했다고 봅니다. 교단 정치에 휘둘려서 양심적으로 못 가르칩니다. 교수들이 교단 내의 잘못을 지적해야 하는데도 많은 신학교들이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저도 그분들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면서도 안타깝습니다. 한기총 해체에 대해서도 신학 교수 중에서 입장을 표명하는 사람들이 없어요. 신학교 교수들은 전략적 위치에 있고 성경적인 근거도 잘 아는데 참 안타깝죠.

 

얼마 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씨가 당선됐습니다. 이 선거에서 2030세대의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 그리고 분노와 좌절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들은 시민단체나 안철수 씨에게서 희망을 봅니다. 젊은 세대들에게 한국 교회가 어떻게 희망을 주어야 할지 말씀해주십시오.

임성빈 안철수 현상의 핵심은 공감과 경청입니다. 이 시대의 정신 중 하나가 공감입니다. 공감하려면 경청해야 하고 경청하려면 성육신(incarnation) 해야 합니다. 그분이 엘리트고 부자 중의 부자인데 지방에 내려가서 미래의 진로를 놓고 고민하는 청소년, 청년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었습니다. 사실 이것은 우리 교회가 했어야 할 잃어버린 성육신의 정신입니다. 시대적으로 교회에게 도전이 된다고 봅니다. 단지 대안이 있는지 우리가 더 생각해 봐야 합니다. 사실 교회는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사회와 공감이 없는 상태에서 하면 역효과가 납니다. 공감과 경청으로 시대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것이 한국 교회에 주는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손봉호 제가 대학 다닐 때 사회는 훨씬 가난했어요. 그러나 꿈이 있었죠. 좌절하지 않고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어요. 그때는 사회에 구멍이 많아서 여기저기 갈 때가 많았어요. 여유가 있었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요. 당장 취직해야 하는데 일자리가 없습니다. 실업자는 더 늘어나고 젊은이들은 좌절을 맛봅니다. 지금 안철수 원장이 사회가 잘못됐다는 것에 공감을 얻고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길을 보여주지는 못했어요. 현실 정치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데는 효과가 있었죠.

불행히도 교회도 젊은이들에게 꿈을 주지 못했어요. 많은 교회가 젊은이들을 교회 성장의 도구로 만들었어요. 저는 교회에서 ‘우리가 이 사회를 한 번 바꿔보자, 우리가 정치를 바꾸자’ 이런 것들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교회가 말해야 합니다.

그런데 목사님들과 장로님들이 전부 교회 성장에 맹목적으로 몰두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것을 우리 교회의 우상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청년들이 어디로 가겠어요? 지금까지는 그래도 사회의 지도자들이 대부분 기독교인들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기독교인들이 사회 지도자들이 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지금 청년들을 보면 불가능합니다.

 

임성빈 신학교 교수 입장에서 상당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신앙을 신학적으로 잘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교회의 공적인 목적과 신앙생활의 목적과 방법에 대해서 우리 신학자들이 통전적으로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날 교회에서는 열심 있는 신앙인이지만 세상에서는 무능력한 사람을 만들어 냈고, 교회는 많은데 신뢰 지수는 낮은 모순 현상이 일어나게 됐습니다. 신구약 성경의 핵심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하나님 나라라고 하면 저는 교회가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하나님 나라의 구현을 목적으로 교회가 도구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교인 수나 세상적인 목적이 교회의 목적이 되는 전치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1계명을 범하는 것입니다. 하나님 외에 다른 것을 앞에 두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 신학인데 그것을 지적하지 못하는 것은 신학자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 나라 운동을 하려면 먼저 신앙이 성숙해야 합니다. 우리 한국 교회가 신앙의 공공성이나 하나님 나라를 위하지 못하는 이유는 미성숙하기 때문입니다. 이웃사랑을 통해서 교회와 세상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펼친다는 인식, 또 그것을 신앙의 영역으로 생각하는 만인제사장직을 실천해야 합니다. 신학교육에서도 하나님 나라 중심의 신학을 충분히 교육하지 못했다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손봉호 예전에 김수환 추기경이 자기를 바보라고 말했죠. 최근에 어느 모임에 가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춘원 이광수 씨가 장기려 박사를 보고 “바보”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장기려 박사가 “그럼 제대로 살았네”라고 대답했대요. 우리 기독인들은 바보가 돼야 해요. 청년들에게 바보가 되는 꿈을 키워줘야 합니다. 바보가 되어 다른 이들에게 더 베풀고 하나님 영광을 위해 일해야지, 출세하고 잘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제대로 된 꿈을 심어줘야 해요. 우리 목사님들이 스스로 바보가 됐어야 했어요. 세상 사람들이 봤을 때 늘 비현실적인 이상을 가지고 살았던 장기려 박사나 김수환 추기경처럼 존경을 받았더라면 우리 청년들이 덜 절망했을 거예요.

 

최근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 1위인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가 젊은 사람들에게 환영받고 있습니다. 그 책은 진보적인 입장에 있는데 그들의 어떤 점이 청년들에게 어필될 수 있었을까요? 경청, 공감 외에 다른 것이 있지 않을까요?

임성빈 여전히 우리 교회는 규범성이 강합니다. 학교에서 강의 평가를 받으면 항상 젊은 교수들이 상위에 랭크가 되어요. 한 번은 궁금해서 일등을 한 교수의 특강에 들어갔어요. 강의하는데 어떤 학생이 책상 위에 엎드려 있었어요. 그걸 보고 저는 기분이 안 좋았는데 그 교수는 엎드려 있는 친구를 어루만져주더니 “잠 못잤어?”라고 하면서 청년부 학생을 지도하듯이 대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 학생이 일어나 자세를 바로 잡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저는 그렇게 안했거든요.

어떻게 보면 교회도 당회나 교역자나 리더십들이 젊은 세대를 보고 저같이 생각하거나 행동하지 않았겠어요? 자연히 젊은이들이 마음을 닫게 되는 것이죠.

손봉호 한국 교계와 사회를 보면 윤리적인 병에 걸려 있습니다. 부당하게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윤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정의란 무엇인가?》를 열독하는데, 이는 우리 사회가 정의에 굶주려 있음을 보여줍니다. 억울함을 해소하고 사회를 정의롭게 만드는 것도 우리의 책임입니다. 우리 교회가 사회를 정의롭게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해요. 저는 윤리를 정의로 환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의는 다른 이에게 억울함을 주지 않는 것입니다. 거짓말이 나쁜 이유는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기 때문입니다. 기독교도 정의를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도덕적인 암에 걸렸어도 아프지 않으니까 안 고치는 거예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물결이 높고, 한미 FTA 문제로 사회가 시끄럽습니다. 사회의 양극화 해소는 시대적 과제라고 봅니다. 자본주의는 그동안 자체 변신을 거듭하면서 진화해왔습니다. 사회 일각에서 자본주의 4.0 논의가 진행 중인데, 한국 교회는 이 문제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임성빈 자본주의에 대한 신앙적 논의가 객관적이고 자유롭지 못한 이유는 그동안 우리의 현실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분법적 대립 가운데 있었기 때문에 이념적으로 오독될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통일 한국을 준비하는 입장에선 자본주의의에 대한 신앙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제 문제에 대해서 제가 하우스 바르트와 같이 리서치 그룹을 했습니다. 그는 네덜란드의 경제학자면서 국회의원도 지냈는데, 신자유주의적 경제는 한 개의 터널비전이라고 말했어요. 그게 세계화하고 엮여 있어요. 얼마 있으면 출간될 《사회주의 체제전환과 기독교》라는 책이 있습니다. 폴란드, 동독, 러시아,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 자본주의 국가로 넘어간 나라들을 연구 분석했는데, 여기서 발견한 공통점은 사회주의 체제일 때 교회가 더 살아 있었다는 점입니다. 통일 전 사회주의 동독에서는 독일교회가 민주화의 핵심이었고 민족의 희망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교회가 민주화의 걸림돌일 뿐 아니라, 교회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공산주의보다는 자본주의의 맘모니즘이 훨씬 센 거죠. 돈이 최고이고 소비문화가 훨씬 센 거예요. 공산주의는 모순이 금방 드러나지만 맘모니즘은 우리 영혼을 뼈 속까지 물들이게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자본주의가 악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한스 큉은 자본주의는 하나님의 은혜와 인간의 죄성이 같이 얽혀 있고, 인간의 역사 발전 과정에서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봤습니다. 신학적으로 매우 모호하고 양면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세계화나 자본주의가 갖는 긍정적인 면은 독재자로부터의 해방, 가난에서의 탈피 같은 부분입니다. 부정적인 문제는 양극화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상대적 박탈감에 있는 무리들이 들고 일어난다는 경고였어요. 이것을 자본주의가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자본주의 4.0 논의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세계화나 이 시대의 흐름이 모두 신자유주의로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들이 있지만 거기에 수정·보완적인 여러 요소가 있기 때문에 이것을 모두 단순화시켜서 신자유주의라고 매도해서는 됩니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경계하고 반대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세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죠.

예컨대 4대강 이슈에 대해서 반대하는 의견을 보면 미시적인 부분에서는 맞는데 거시적으로는 맞는지 모르겠어요. FTA도 세계적인 흐름이니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데, 하다 보니까 약한 사람들은 도태하게 되고 그래서 어려워지는 겁니다. 이때 교회는 이들을 위로하고 보듬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손봉호 저는 하늘나라는 사회주의라고 봐요. 성과에 따라서 보응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보응하는 거죠.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게으른 사람과 부지런한 사람이 있고 게으른 사람이 공짜로 먹는 것도 정의에 어긋나는 것이니까요.

그러니까 역할 분담을 해야 해요. 세상은 자본주의로 흘러가도 교회는 역행해야 합니다. 교회는 가난한 사람을 위로해야 하고, 부자들만의 교회로 만들면 안 돼요. 제가 대학교 이사장으로 있을 때였습니다. 제 차를 운전하는 기사에게 전도했더니 그가 말했어요. “우리 같은 사람은 교회 못갑니다.” 이 말에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왜 기사가 교회에 못갑니까? 교회가 부르주아가 되었거든요. 지금 한국 교회는 먼저 가난해지고 나누어 주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2012년을 맞이해 한국 교회의 소망에 대해서 말씀해주십시오.

손봉호 저는 비록 인간적으로 보면 반응이 없어도 노력을 해야 한다고 봐요. 우리 자신부터 잘못된 것이 없는지 살펴보고 손해를 보더라도 옳은 것을 따르는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설득력이 있고 비판을 해도 다른 사람이 귀담아 듣죠. 우리가 제대로 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우리 모두가 바보가 돼야 합니다.

 

임성빈 사회적 현상은 자꾸 세대를 나누려고 하는 것 같아요. 총선, 대선 과정에서 20대, 40대 이전과 50대 이후의 세대가 분리되고, 연금제도 등으로 인해 세대 간의 갈등이 더 깊어지는 게 현실이에요. 세상은 자꾸 사람들을 가르려고 합니다. 자꾸 분리시켜야 뉴스가 되는 그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사회통합의 모델을 교회가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대 간에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이 든 사람은 젊은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기성세대의 역사를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공부할 필요가 있어요. 신앙의 1세대들은 신앙의 뿌리를 황무지에서 내렸습니다. 무에서 유를 만들려고요. 뿌리는 내렸는데 줄기 부분에 해당하는 삶의 올곧음으로 하나님과의 관계를 가지려고 애썼지만, 삶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부정부패가 만연한 환경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삶에서 온전함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신앙 1세대가 그런 토대를 갖추어 줬으니까 우리의 몫은 삶을 올곧게 살아가고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기독교의 은혜를 알아야 백 달란트 빚진 자를 용서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랑에 힘입어서 온전한 신앙을 향해 나아가는 모델을 교회가 보여주는 일, 이것이 교회가 이 시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목회와 신학 | 20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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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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