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미국의 부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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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이 없다면, 기독교가 다른 종교와 다를 것이 무엇일까요.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는 40일의 긴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정작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절기라고 할 수 있는 부활절이 한국 교회 안에서 그저 신자들만의 하루 이벤트로 그치게 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에 문화선교연구원에서는 부활의 기쁨을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는 것의 중요성을 절감하며 미국 교회의 사례를 찾아보았습니다. 미국 교회의 상황이 한국과 다를 수 있지만, 신자와 비신자 모두가 함께 부활을 기뻐하며 그 의미를 되새기는 부활절 예배를 준비하실 때 참고하시기를 바랍니다. - 편집자 주 


미국은 종교에 대한 자유가 보장된 나라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종교의 자유에 대한 논쟁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복음주의 신앙을 지키는 백인 그리스도인들은 그 동안 자신들이 종교적 역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이슬람교나 다른 종교를 가진 미국인들과 이민자들은 최소한의 미국 헌법을 보장 받기 위해 종교의 자유를 외치며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말한다. 실제로 매해 연말이 되면,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를 사용할 것인지, “해피 홀리데이”(Happy Holiday)를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미국 내에서 생각보다 뜨겁다.

그런데 의외로 미국 내 부활절은 종교적 색깔이 진한 날임에도 불구하고, 사회문화적으로는 꽤 높은 수용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성탄주일보다 훨씬 더 개방되고 열려 있는 부활절 예배와 행사가 치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메가처치(Mega Church)라고 불리는 교회들은 자체 행사와 보여주기식의 이벤트로 부활절을 소비한다. 하지만 미국의 교회가 여전히 선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각 지역에 뿌리는 둔 교회들이 부활절을 통해 지역사회와 주민들, 그리고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활절 예배와 행사에 대해 미국교회가 지역사회와 세상과 어울리고자 하는 몇 가지 사례를 나눠보고자 한다.

 


1.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부활절 예배

 

미국 텍사스 휴스턴 근처 사이프레스(Cypress) 도시에 있는 교회인 라이프브리지 교회 (Lifebridge Church)는 매해 지역주민과 함께 드리는 부활절 야외 예배를 준비한다. 이 교회는 지역 노숙자 사역과 아이티(Haiti), 미얀마(Buram), 국경을 넘어 온 불법체류자들을 위한 도시선교에 중점적인 사역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 교회는 더욱 열려 있고 개방된 예배를 드리고자 한다. 더욱이 자신들이 돕고 있는 난민들과 이민자들을 부활절 야외 예배에 초대하는 동시에, 지역 주민들까지 부활절 예배 가운데 함께 불러 모아, 현재 지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난민과 이민자들에 대한 어려움과 고충들을 예배를 통해 함께 공감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또한 다른 지역 교회에서도 많이 하는 부활절 달걀 찾기(Egg Hunting) 행사를 비롯해서, 밴드 공연, 이민자들의 각국 전통 공연 등등을 통해 부활절 예배가 예식만을 강조하는 것을 벗어나, 부활의 기쁨을 축제처럼 나누는 특별한 예배로 드리고 있다.

 

이런 예는 미국 전역의 지역 교회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특정 교회만이 그런 특별한 부활절 예배를 드리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많은 미국의 지역 교회들이 부활절 예배를 말 그대로 축제와 나눔의 장으로 마련하고자 노력한다. 성탄절보다 부활절의 정신이 더욱 기독교 정신에 가깝기 때문에, 교회는 더욱 적극적인 부활절 예배와 행사의 선교적 확장과 변화를 모색한다. 라이프브리지 교회처럼, 지역 주민과 도시선교의 대상자들을 초대하는 예배를 드리거나, 자신들이 선교하는 선교지의 이민자들을 초대해서 함께 예배를 드리기도 한다. 또한 미혼모 가정의 자녀들이나 여러 가지 이유로 부모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는 자녀들이 있는 가정들을 초대해서, 교회 내 아동부서의 자녀들과 함께 부활절 달걀 찾기(Egg Hunting)를 하거나 다양한 볼거리는 제공하는 어린이 열린 예배를 함께 드리기도 한다.


라이프브리지 교회의 부활절 야외예배.


 

 

2. 인종 화합의 부활절 예배

 

미국은 다인종·다문화 국가이다.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있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 가깝게 한국 이민교회들은 오래된 미국 교회를 구입하여 그 영역을 조금씩 넓혀 가고 있고, 초기 한인이민교회들이 자리를 잡던 지역에 이제는 중남미 또는 남미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교회를 구입해 라틴 아메리카식의 기독교 문화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또한 이미 미국은 뿌리 깊게 백인 교회와 흑인 교회가 구분되어 있다. 물론 하나의 교회(una ecclesia)이지만, 미국에는 다양한 인종들이 자기들의 전통과 상황에 맞춰 서로 다른 형식과 문화의 예배를 드린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미국 내 여러 인종의 교회들은 부활절 예배를 통해서 연합과 화합을 추구하고자 노력한다. 몇 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의 얼바인(Irvine) 지역에 있는 남침례교단은 아시안, 라틴, 백인, 흑인 교회들이 모여 연합 부활절 새벽 예배를 드렸다. 얼바인 지역은 어느 지역보다도 다양한 인종이 모여 있는 곳이다. 예수의 부활을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해 지역의 교회들은 다른 인종에 상관없이, 하나 된 교회의 마음으로 함께 예배를 준비하고 실행했다. 인종간의 연합으로 드리는 부활절 예배는 부활의 의미를 더욱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한다. 필자의 교회(시카고 기쁨의 교회)도 성금요예배(Good Friday Service)와 부활절 예배, 성탄절 예배를 미국 지역교회와 함께 매해 예배를 드리고 있다. 예배 중, 찬양은 다른 언어로 불려지고, 설교도 다른 말로 선포되지만, 신기하게도 한국어와 영어의 찬양이 함께 울려 퍼지는 것이 어색하지 않고, 영어로 선포되는 말씀에 한인들이 은혜를 받고, 한국어로 선포되는 말씀에 미국교인들이 기뻐하기도 한다. 그것은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예배 가운데 살아 역동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위의 세 사진은 미국 얼바인 지역에서 드린 다인종 연합 부활절 예배, 

아래 세 사진은 시카고 기쁨의 교회와 미국 에반샤어 교회의 연합 예배(왼쪽부터 차례로 성금요일, 부활절, 성탄절)

 


3. 종교간 대화를 기대하는 부활절 예배


미국은 다종교 국가이지만, 종교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기독교 문화가 중심을 이룬다. 따라서 부활절은 기독교적인 분위기로 흐른다. 하지만 성경의 기준대로 하면, 유대교 유월절의 기간이 예수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날짜에 가까이 있다. 그것은 곧 현대 유대교가 지키는 유월절이 부활절과 비슷한 시기에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이슬람의 라마단 기간이 겹치기도 한다. 그래서 미국의 일부 진보적인 교회들은 유대교와 이슬람교와 함께 아브라함 공동체”(Abrahamic Faith)라는 연대 모임을 통해 건강한 종교적 대화와 관계를 이루고 노력한다. 특별히 부활절의 예배에 각 종교의 대표와 신도들을 초대해, 종교 화합과 평화를 위한 예배를 실행하기도 한다.


시카고의 제 4장로교회(The Fourth Presbyterian Church)는 사순절 기간과 부활절에 교회 근처에 있는 유대교 회당인 시카고 시내 공동체(Chicago Sinai Congregation)와 함께 서로를 초대해서 구원과 해방에 대한 각자의 종교적인 내러티브와 음식, 기도, 노래 등을 나누는 행사를 진행한다. 하늘의 영광, 땅에는 평화를 위해 이 땅에 오시어, 구원과 사랑을 부활을 통해 완성하신 예수의 뜻이 교회의 울타리뿐만이 아니라 그 너머의 다양한 인종과 민족, 나라, 더불어 종교에게까지도 전해지도록 하는 종교간 대화를 위한 부활절 예배와 행사는 다문화 시대에 매우 큰 의미를 보여준다.

 

시카고 제4장로교회의 Interfaith Sacred Solidarity Event 조인식

 


4. 제안 - “부활절 예배를 부활시켜야 한다


미국교회들은 부활절을 형식에 묶지 않고자 노력한다. 곧 부활의 의미를 예배와 문화행사 속에 담아내고자 한다. 물론 모든 교회가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미국의 지역교회들은 자신들이 속한 지역사회 안에서 부활의 의미를 드러내고자 노력하며, 그곳에 사는 사회적 부활이 필요한 자들을 위한 예배를 예수의 부활예식과 연결시키려고 한다. 더불어 예수의 부활이 장벽과 차별이 없이, 모든 이들에게 확장되는 문화신학적 의미를 실천하고자 한다. 이런 미국 지역교회의 모습은 세계화를 통해 다문화·다인종·다종교 시대를 경험하는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우선, 지역을 아우르는 부활절 예배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 교회는 그 동안 자기들만의 부활절 예배를 드렸다. 자기들끼리 장구치고 북치는 모습이 부활절 예배였다. 마치 오래 전 TV에서 막을 내린 예능 프로그램 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것이라도 좋다. 부활절 예배를 지역 주민에게 개방하고 오픈하는 것이다. “열린음악회처럼, 지역주민도 스스럼없이 찾아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열린 예배를 기획하고 실행해 보는 것이다. 작은 중소 도시에서는 그 지역 교회의 부활절 예배가 지역의 특별한 날처럼 인식되도록 만들어 보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부활절 예배를 통해, 연대와 연합의 실천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통해 교회가 배타적이고 닫혀 있지 않음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예수의 부활을 가장 먼저 알고 선포한 사람은 당시 가장 큰 차별의 대상이었던 여자(막달라 마리아)였고, 부활과 승천, 성령의 임재를 통해 복음은 유대지역을 넘어 세계로 전해졌다. 따라서 부활의 의미는 담을 부스고 장벽을 넘어 계속 확장되고 넓혀져야 한다. 이를 위해, 가깝게는 지역 천주교 성당과 연합 부활절 예배를 기획해 볼 수 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초대해서 함께 예배를 드리고, 그들을 대접하고 섬기는 부활절 주일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부활절이 기다려져야 한다. 교회의 신자들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과 예수의 부활을 소망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다려지는 부활절을 회복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예수 부활 때문에 덤으로 살고 있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의무가 아닐까? 부활절 예배가 부활하는 그 날을 소망한다.


김주용 복음의 상황화에 깊은 관심을 갖고 신앙의 주변부에 자리하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세계화 시대의 이슈 및 생태와 선교, 과학과 종교의 대화, 지역교회 세우기, 음식과 영성 등)에 질문을 던지며 작은 이민교회(시카고 기쁨의 교회)를 섬기고 있다. 요즘 정의(Justice)를 기초로 한 화해(reconcilation)가 한국과 미국 사회 안에서 가능할지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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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1차 문화포럼 "탈종교 시대, 한국 교회는 어디로 가야 하나" 안내 ● 


지난 연말통계청이 10년마다 진행하는 종교인구 조사가 나왔습니다개신교의 교세 감소와 불교천주교의 약진을 기대하던 예상과는 달리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고종교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교계마다 분석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귀결은 한국 사회에 탈종교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평입니다그러나 엄밀히 말해 탈제도종교화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봅니다불안과 생존 경쟁 속에서 도피처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기성 종교 밖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무교 인구의 증대와 영성 추구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이같은 움직임이 최근 드라마 도깨비’, 영화 곡성’ 등 대중문화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입니다문화선교연구원은 최근의 탈종교적 현상을 분석하고 한국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모색할 필요가 있음을 인식하였고그러한 관점에서 2017년 첫번째 문화포럼을 진행하고자 합니다탈종교 시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한국 교회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계시는 분들을 초대합니다.[신청하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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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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