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침묵, 그 신비에 대하여 - 영화 <사일런스> 리뷰(김영봉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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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사일런스>를 보고 왔다. 역시 명불허전이다. 그 이름에 걸맞는 명작을 만들었다. 영화를 보고 와서 복음서의 예수님의 운명 장면과 시편 22편을 다시 읽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에게는 하나님의 침묵보다 인간의 악마성이 더 강하게 다가왔다. 하나님의 침묵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이 생각하고 씨름해왔기 때문일까? 예수를 믿는다는 한 가지 이유로 무력하게 그리고 무참하게 죽임 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 보면서 "왜 신은 이리도 침묵하시는?"라는 질문이 아니라 "왜 인간은 이리도 악한가? 왜 인간은 이리도 집요하게 신을 거부하는가?"라는 질문이 더 자주 솟아 올랐다. 끝을 모르는 인간의 사악함에 치를 떨었다.

또한 거대한 악의 현실 앞에 서 있는 인간의 연약함으로 인해 마음 아팠다. 기치지로는 분명히 극단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그 극단적 인물 설정이 오히려 인간의 악마성을 더 부각 시켰고 또한 인간의 연약함을 선명하게 보여 주었다. 힘을 가진 인간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으며, 때로 인간은 악의 현실 앞에서 얼마나 무력하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 주었다.

하지만 그런 흔들림을 거치면서 인간은 점점 강해져 간다. 기치지로가 마침내 순교자로서 죽을 용기를 얻은 것처럼 말이다. 기치지로 역할을 한 배우 요수케 구보주카의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영화 내내 비겁하고 연약하고 비열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그는 비밀을 품고 끌려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비열한 짐승의 표정에서 존엄한 한 인간의 표정으로 변화된다. 엔도 슈사쿠가 『침묵의 소리』에서 밝혔듯, 작가가 가장 애정을 가지고 그린 사람이 바로 기치지로다.(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의 주제가 숨겨져 있는"기리시단 주거지 관리인의 일기", 『침묵』에 대한 여러 소회들을 묶어 최근 『침묵의 소리』로 출간되었다. - 편집자 주)

참 고통스러운 영화였다. 과연 이 영화가 상업적으로 성공할까 의문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돈 내고 이런 고통을 사겠는가? 안 믿는 이들에게는 혼란스러운 영화일 것이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영화일 것이다. 때로 하나님의 임재는 너무도 분명하지만, 또 때로는 하나님의 부재 혹은 침묵은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은 엔도의 의도를 제대로 전하고 있다. 하나님의 임재가 자주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함께 하시고 말씀 하신다는...침묵 중에도 말씀하시고 부재 중에도 함께 하신다는...

이것은 체험이 아니고는 납득할 수 없는 신비의 영역이다. 그 신비를 말로 표현할 수 없기에 엔도는 소설을 썼고 스콜세지는 영화를 만들었다. 부디,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는 이들마다 그 신비를 느낄 수 있기 바란다.


김영봉 목사 - 와싱톤사귐의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페이스북에 작성한 글을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시합니다. 


2월 28일(화) 필름포럼 개봉! 

* 문의 02-363-2537, www.filmforum.kr 


영화 <사일런스>를 보시고, 주변의 지인과 영화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눠보세요.

은혜가 보다 풍성해질 것입니다. 

공동체 나눔을 위한 <사일런스> 무비톡가이드 "침묵의 소리" 다운로드 www.cricum.org/1139




● 2017 1차 문화포럼 "탈종교 시대, 한국 교회는 어디로 가야 하나" 안내 ● 


지난 연말통계청이 10년마다 진행하는 종교인구 조사가 나왔습니다개신교의 교세 감소와 불교천주교의 약진을 기대하던 예상과는 달리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고종교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교계마다 분석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귀결은 한국 사회에 탈종교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평입니다그러나 엄밀히 말해 탈제도종교화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봅니다불안과 생존 경쟁 속에서 도피처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기성 종교 밖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무교 인구의 증대와 영성 추구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이같은 움직임이 최근 드라마 도깨비’, 영화 곡성’ 등 대중문화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입니다문화선교연구원은 최근의 탈종교적 현상을 분석하고 한국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모색할 필요가 있음을 인식하였고그러한 관점에서 2017년 첫번째 문화포럼을 진행하고자 합니다무교 인구와 제도권 교회를 벗어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탈종교 시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한국 교회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계시는 분들을 초대합니다.[신청하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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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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