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미디어 #6] 성경책 vs. 성경어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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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에서는 2015년 상반기에 "스마트폰의 예배 사용"에 대한 찬반 논의를 두 차례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1차 논의는 교회 현장에 있는 젊은 목회자들의 찬반 주장이었고, 2차 논의는 교육학습 전공자들의 찬반 주장이었습니다. 1차 토론 당시, '절제하기'를 당부한 조성실 목사가 이번에는 성경책과 성경어플 사용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1. 종이로 읽을 때 vs. 모니터로 읽을 때[각주:1]

얼마 전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지난 58일 다트머스대학과 카네기멜런대학의 공동연구팀은 책이나 논문, 신문기사를 종이로 읽을 때모니터로 읽을 때의 이해도 차이에 대한 연구[각주:2]를 진행하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종이나 모니터에 따라 이해도가 상이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실험에 참여한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노트북 PDF, 다른 한 그룹은 프린트된 종이로 내용을 읽게 하였다. 그리고 2가지의 실험을 시작하였다.

 

실험에 대한 소개 영상(Geoff Kaufman)

High-Low Split: Divergent Cognitive Construal Levels Triggered by Digital and Non-digital Platforms

 

자료의 전체적인 맥락을 추론하는 추상적 질문에 대한 응답(좌)과 

세부적인 내용을 묻는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응답(우).

검정색 박스는 자료를 종이로 읽은 학생들의 정답률이고, 

회색 박스는 디지털 기기로 읽은 학생들의 정답률이다. 


2. 추상적 이해 vs. 구체적 이해

첫 번째 실험. 유머 작가의 짧은 이야기를 읽고 총 24개의 객관식 문제를 풀게 하였다. 문제 중 12개는 전체적인 맥락을 추론하는 추상적인 질문이었고, 나머지 12개는 세부적인 내용을 묻는 구체적인 질문들이었다. 실험 결과 종이로 작품을 읽은 학생(66%)이 노트북으로 읽은 학생(48%)보다 추상적인 질문에 대한 정답률이 높았다. 반대로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정답률은 노트북을 읽은 학생(73%)이 종이로 읽은 학생(58%)보다 정답률이 높게 나타났다. 카우프만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디지털 화면은 우리가 글을 읽을 때 넓은 맥락보다는 정보 그 자체에 집중하게끔 하는 일종의 좁은 시각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로 읽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큰 그림을 보는 쪽의 사고는 덜 발달하게 된다.”


일본 자동차 모델 중 가장 우수한 모델을 찾는 종합적 판단력에 대한 응답률.

검정색 박스는 자료를 종이로 읽은 학생들의 정답룔이고,

회색 박스는 디지털 기기로 읽은 학생들의 정답률이다.


3. 종합적 이해 vs. 세부적 이해

두 번째 실험. 연구진은 학생들에게 일본의 자동차 모델 4종에 대한 스펙이 담긴 자료집을 각각 종이와 모니터를 통해 제공하였다. 그다음 4개의 모델 중에 가장 우수한 모델을 선택하게 했다. 객관적 수치를 종합하면 이 중에 1개의 모델이 가장 우수했다. 실험 결과 가장 우수한 모델을 제대로 고른 비율은 종이로 자료집을 읽은 학생(68%)이 모니터로 자료를 읽은 학생(43%)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종이로 된 자료로 비교분석하는 것이 모니터로 하는 것보다 훨씬 종합적인 판단을 하고 문제 해결에도 나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4. 미디어의 특성에 따른 사고의 편향

결과를 정리해보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정보를 빨리 습득하고 싶을 때는 디지털 기기로 보는 것이 좋지만, 추상적인 사고와 종합적인 판단을 위해서는 프린트된 종이로 읽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디어가 가진 고유의 특성이 인간의 사고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하다. 물론 앞으로 기술의 발달을 통해 모니터는 종이의 물리적 특성을 구현해 낼 것이고, 또한 다음 세대로 등장하는 디지털 네이티브는 오히려 모니터를 통한 독해가 더 친숙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의 실험결과를 보면 아직은 매체적 특성에 따른 사고의 편향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5. 성경책 vs. 성경어플

또다시, 어쩌면 케케묵은 논쟁을 다시 끄집어내본다. 말씀인 성경을 종이로 인쇄된 성경책으로 읽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태블렛이나 스마트폰에 설치된 성경어플을 이용해서 읽는 것이 나을까? 반드시 무엇이 옳다라고 이야기하기 전에, 각 읽기의 장단점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성경의 내용을 검색하거나, 짧은 구절을 찾아 묵상할 때에는 당연히 성경어플이 유용할 것이다. 평행본문과의 비교도 용이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어플을 이용한 묵상은 성경을 파편적으로 읽게 될 위험성이 존재한다.

반대로 긴 호흡을 두고 말씀을 깊이 있게 묵상하는 경우라면 인쇄된 성경책을 권한다. 이는 성경의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면서, 성경의 행간을 읽어내고, 나아가 추상적이고 종합적인 묵상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6. 나의 사랑하는 책

더 이상 성경책을 옛날 어머니의 무릎 위에 앉아서 읽던 과거의 미디어로 추억하지 말자. 위에 설명한 바와 같이 성경책은 여전히 인쇄매체로서의 쓰임과 목적이 분명하다. 성경은 수많은 스토리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커다란 흐름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을 이해하는 데에는 종이로 된 성경책이 더욱 효과적이다. 그러니 부디 먼지 쌓인 성경책을 다시 꺼내어 한 장 한 장 읽어보라! 성경어플과는 다른 말씀 묵상이 시작될 것이다.


지난 번 토론과 함께 이번 글을 읽으시면 더욱 좋을 듯하여 "예배 중 스마트폰 사용"에 관한 글들도 소개합니다.

함께 읽기 "예배 중 스마트폰 사용 어떻게 볼까요?"

[반대1] 예배 중 스마트폰? "절제하세요!"

[찬성1] 예배 중 스마트폰? "괜찮아요!"

[찬성2] 예배 중 스마트 미디어 사용, 아직도 뜨거운 감자인가?

[반대2] 스마트폰을 예배에 활용하면 스마트한 예배가 된다?


조성실 장로회신학대학원과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현재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와문화 박사과정 중에 있다. 본원의 객원연구원이자 소망교회에서 미디어 사역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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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지수, 종이로 읽을 때 vs. 모니터로 읽을 때 이해도 차이. TTimes. 2016. 6. 22. [본문으로]
  2. Geoff Kaufman· Mary Flanagan, Divergent Cognitive Construal Levels Triggered by Digital and Non-digital Platforms, “2016 CHI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 2016. 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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